[이병도의 時代架橋] '최저임금' 파문-제도개혁과 근본처방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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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도의 時代架橋] '최저임금' 파문-제도개혁과 근본처방을
  • 이병도 주필
  • 승인 2018.07.21 09:15
  •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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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 경제정책 파행상 되풀이
균형상실 결정체계 수술 긴요
과거 실패교훈 적극 되새겨야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이병도 주필)

내년도 최저임금 후폭풍이 일파만파다. 온통 반발이고 혼돈이다. 사용자나 노동자나 모두 불만의 목소리들을 높이고 있다. 물가까지 새롭게 들먹이는 지경이다. 서민들의 체감도가 큰 외식 물가 상승세가 가팔라지고, 인력 감축을 위한 무인 시스템 도입도 확산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2년간 29% 인상이라는 초유의 최저임금 폭탄을 맞은 500만 소상공인들은 최저임금 불이행(모라토리엄)을 선언했다. 이에 맞서 노동계는 오히려 문재인정부의 공약(3년 내 시급 1만원 실현) 파기라고 주장하며 정부를 압박한다. 정부 여당의 보완 대책도 근본 처방이 아닌 ‘땜질 대책’들이서 해결을 기약할 수 없다. 

최저임금 인상의 목표는 저임금 근로자의 가계소득을 높여 내수를 살리고 일자리 확장으로 연결하는 선순환 효과를 내는데 있다. 그러나 실제 현실에선 영세 자영업, 중소기업 등을 중심으로 일자리가 사라지는 등 부작용만 심해지고 있다.

중소기업들은 이미 생산시설 해외 이전 등의 대책 마련에 골몰하는 양상이다. 대기업마저 협력업체들의 인건비 부담이 커지면 연쇄적으로 부품원가를 떠안아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앞으로 고용쇼크 수준이 아닌 고용재앙(災殃)이 현실화될 것이란 우려까지 대두하기에 이른 실정이다.

이번 파문은 ‘친노동 일색’인 최저임금위의 일방적 결정에서 비롯됐다. 전례가 없던 사태다. 다각 진단과 근본적 解法이 필요하다.

▲ 18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신촌 한 음식점 앞에서 소상공인과 최저임금, 체감경기 등과 관련한 대화를 나누는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뉴시스

소상공인·중소기업·노동계 모두 반발

내년 최저임금이 올해보다 10.9% 오른 시간당 8천350원으로 결정됐다. 월급(주 40시간, 월 209시간 기준)으로 환산하면 174만5천150원이다.

올해 최저임금이 16.4% 오른 데 이은 연속 두 자릿수 인상으로 2년 만에 30% 가까운 인상이다. 최저임금이 2년간 30% 가까이 오른 것은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기 힘들 정도로 무리한 정책이다.

사용자위원(9명)과 민주노총 추천 근로자위원(4명)이 심의에 불참한 채 우여곡절 끝에 타결된 최저임금위원회의 이번 의결은 8월 5일 고용노동부 장관 고시를 거쳐 내년 1월 1일부터 적용된다. 하지만 노사가 모두 반발을 드러내고 있어 갈등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 같다.

특히 소상공인과 중소기업들의 반발이 거세다. 소상공인들은 광화문 천막농성과 ‘최저임금 불복종’ 운동을 선언하고 나섰다.

소상공인연합회는 최저임금 의결 소식이 전해지자 "폐업이냐, 인력 감축이냐를 선택할 수밖에 없는 기로에 놓였다"며 결정에 불복하는 모라토리엄을 실행에 옮기겠다고 밝혔다. 편의점가맹점협회도 동맹휴업과 심야할증을 추진하겠다며 목소리를 높였고, 중소기업중앙회는 "열악한 업종과 취약계층의 일자리를 더 빼앗고 양극화가 심화할 것"이라고 비난했다.

소상공인들은 내년도 최저임금을 적용하면 월수입이 200만 원 아래로 떨어질 것이라고 보고 있다. 편의점협회 역시 지난해 월평균 수익이 195만 원에서 올해 최저임금 인상 이후 130만 원으로 줄었다고 주장한다. 이들은 최저임금을 도저히 인상할 수 없으면 범법자가 되거나 아니면 직원 수를 줄이거나 사업을 아예 포기할 수밖에 없다.

한편, 노동계의 반발 역시 만만치 않다. 노동계는 “최저임금에 상여금이나 식비, 교통비 등이 산입된 것을 고려하면 인상폭이 너무 작다”면서 “문재인 대통령의 ‘2020년 최저임금 1만원’ 공약이 물 건너갔다”고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하지만 주 15시간 이상 근무 시 지급해야 하는 하루 치 임금인 주휴수당을 포함하면 내년 실제 최저임금은 1만30원에 이른다. 더구나 내년 최저임금을 10.9% 인상하면 전체 근로자 가운데 25.0%인 501만 명이 인상 대상이 된다. 근로자 4명 중 1명이 받는 임금이 최저임금이라는 것은 최저생계비 보장, 소득격차 해소라는 최저임금의 근본 취지에도 맞지 않는다.

최저임금 인상이 이처럼 사회적 약자인 ‘을 간의 전쟁’으로 비화하자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안을 재심에 부쳐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는 판이다.

경제여건 감안없는 인상률

사실 최임위의 이번 결정은 경제 및 고용 상황을 고려하면 너무 가파르다. 한국은행은 올해 3% 경제성장을 포기했고 올해와 내년도의 물가인상률 예상치는 2%가 안 된다. 그런데도 최임위는 소득분배의 개선효과에만 방점을 두고 2년간 30% 가까운 최저임금 인상을 밀어붙였다. 반발과 역기능이 터져 나올 수 밖에 없다. 경제 여건을 반영한 최저임금 속도 조절을 공식화할 필요가 있다.

주목해야 할 것은 인상률이 아니라 인상 금액이다. 시급 820원은 결코 적은 금액이 아니다. 이미 소비와 투자 부진으로 매출 급감에 직면한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에게 적지 않은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다.
경제가 활황일 때도 이러한 급격한 인상은 견뎌내기 쉽지 않을 것이다. 이미 경기 둔화 조짐이 완연하고 도소매, 음식숙박업 등을 중심으로 고용 감소가 가파르게 이어지고 있다. 게다가 주 52시간 근로제 시행으로 야근과 회식이 줄면서 식당과 술집 등의 저녁 매출마저 급감할 가능성이 높다. 여기에다 보호무역주의 확산으로 수출 전선에도 먹구름이 잔뜩 끼었다. 현대자동차의 1차 협력업체인 차 부품업체가 워크아웃을 신청할 정도다.

또한, 이번 최저임금 결정은 산업 현장과 현실을 감안하지 않고 인상폭이 정해졌다. 소상공인연합회에 따르면 올해 최저임금이 16.4%로 대폭 인상되면서 소상공인의 월평균 영업이익은 209만원에 그쳤다. 근로자 월평균 급여 329만원의 64% 수준이다. 최저임금이 또 10.9% 오르면 월평균 수익은 200만원대 밑으로 떨어진다. 편의점들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편의점가맹점협회 소속 점주들의 월평균 수익은 지난해 195만원에서 올해 130만원대로 줄었다. 내년에 최저임금이 8350원으로 인상되면 월 100만원도 못 버는 곳이 속출할 것이다. 중소기업들 역시 인건비 상승과 인력난이 겹치면서 생존에 위협을 받을 게 뻔하다.

소상공인과 중소기업들이 최저임금 인상으로 존폐 기로에 놓였다고 절규하는 근거는 충분하다. 최저임금위가 공개한 '최저임금 심의를 위한 주요 노동·경제 지표 분석' 보고서를 보면 1인당 국민총소득(GNI) 대비 우리나라 최저임금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네 번째로 높다. 올해 최저임금은 7530원이지만 주휴수당을 포함하면 9000원이 넘는다. 미국과 일본보다 높은 수준이다.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이 최저임금을 버티지 못해 무너지면 고용 시장은 위축될 수밖에 없다. 특히 도소매업과 숙박·음식업 등 저소득층 일자리가 집중된 업종은 직격탄을 맞는다.

이번 최저임금 인상 심의는 정부의 ‘최저임금 인상 올인’ 정책기조를 단절할 좋은 기회였다. 최저임금 인상 정책의 실효성에 대해 당초부터 의구심을 표하는 전문가들이 적지 않았다. 일하는 저소득층에게 정부가 돈을 더 얹어주는 근로장려세제(EITC)가 더 효과적이며 최소한 최저임금 인상과 EITC의 정책 조합을 실행하는 게 세계 주요국의 표준이 된 지 오래라는 지적이 높았다.

이번에 문 대통령은 처음부터 현재의 경기 여건에서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을 더 이상 지속하기 어렵다고 솔직히 털어놨어야 했다. 그러면서 성장률과 물가상승률 수준에 맞게 인상율을 7∼8% 정도로 낮추고 EITC와의 정책 조합 등 전반적인 정책 전환을 시도해야 했었다. 민노총 등 노조의 압박에 밀려 정책 전환의 호기를 또 미루면서 한국 경제는 이제 최저임금 등 비용상승의 늪으로 더욱 깊숙이 빠져들수 밖에 없게됐다.

'기업현장' 무시한 편법

최저임금은 경제적 약자에게 최소한의 생활을 보장하자는 취지다. 하지만 올해 최저임금을 대폭(16.4%) 올린 뒤 실제 현장에서 지금까지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살펴봐야 한다. 효과를 정확히 측정해야 한다.

연봉 4000만원이 넘는 대기업 근로자 중에도 최저임금 인상 덕을 보는 경우가 있는 반면 그야말로 최저임금만을 받는 불완전 취업자들은 일자리 찾기가 더욱 어려워졌다. 최저임금에 민감한 임시직과 일용직 근로자 수는 지난 5월 전년보다 각각 2.2%, 7.9% 감소했고 도소매·숙박음식점업 종사자도 1.7% 줄었다. 그 결과 최저임금 수혜층이라던 저소득층의 소득이 가장 많이 감소했고 영세 자영업자와 중소기업들은 늘어난 비용 부담에 아우성이다. 최저임금 인상 혜택이 안정적 직장이 있는 노조원들에게 주로 돌아간 셈이다.

우리나라 근로자 100명 중 13명은 아직도 최저임금보다 낮은 임금을 받고 있다. 그런 현실에 최저임금이 융화될 수 있도록 해야 할 최저임금위원회가 기업·소상공인·자영업자의 지불 능력은 고려하지 않은 채 급격하게 최저임금을 인상한 것은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그것은 소상공인·자영업자를 범법자나 실업자로 내모는 일에 다름아니다.

이뿐이 아니다. 지난 5월 국회는 최저임금법을 개정해 최저임금 산입 범위에 상여금과 복리후생비를 포함했다. 그런데 최저임금위는 내년 최저임금에 산입 범위 확대에 따른 근로자의 손실을 줄여준다며 보전분 75원을 추가했다. 이러려면 왜 법을 개정했던 것인지 알 수가 없는 일이다.

이런 절차적 편법과 부작용이 드러난 이상 이제라도 내년 최저임금을 재심의하고 결정 시스템을 재정비하는 게 올바른 수순일 것이다. 재심의 과정에서 우선 업종별·지역별 차등화를 검토해야 할 것이다. 현행 단일 최저임금은 업종별로 다른 생산성이나 영업이익 등을 반영하지 못한다.

최저임금을 대선 공약으로 결정할 게 아니라 노사 양측이 납득할 수 있는 분석 시스템과 협상을 통해 결정하는 것도 필요하다. 미국과 영국 등이 수많은 시뮬레이션을 통해 최저임금 인상 효과를 분석하고 경제가 감당할 수 있는 액수를 산정하는 사례를 참고해야 한다.

사고는 정부가…뒷수습은 기업과 국민에

앞으로의 제도 개혁과 정책 개선을 위해서는 현행 정책의 문제점을 지적치 않을 수 없다. 근본 처방은 외면한 채 쏟아지기 시작한 ‘땜질 대책’들 부터가 그렇다.

문 대통령 부터 '땜질 처방'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 16일 최저임금 인상과 관련해 "일자리안정자금뿐 아니라 상가임대차, 카드수수료, 가맹점 보호 제도 등으로 보완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했다. 각론적 처방일 뿐 근본 대책이 아니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점주단체 신고제’를 도입하겠다고 했다. 프랜차이즈 가맹점들이 본부와 거래조건을 협상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또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중소 협력업체가 대기업에 공동으로 단가인상을 요구할 수 있게 하는 방안을 내놨다. 신용카드 수수료율 조정도 주장했다.

하나같이 기업에 부담을 전가하는 정책들이다. 무역전쟁과 보호무역주의에 불황의 먹구름이 밀려드는 상황에서 기업들은 또 감당하기 힘든 부담을 짊어져야 할 판이다. “사고는 정부가 저지르고, 뒷수습은 기업에 떠넘기느냐”는 불만이 터져 나오는 이유다.

정부 후속대책도 마찬가지다. 정부는 내년에도 일자리안정자금 등 최대 6조 원에 이르는 세금을 퍼부으면서 최저임금 인상 부작용을 땜질하려 한다. 여당과 노동계에서는 임대료와 프랜차이즈 본사 가맹료, 카드사 수수료를 내리면 인상 충격을 흡수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런 방식은 최저임금의 부작용을 민간과 소비자에게 전가하는 것으로 근본 해법이 아닐뿐더러 최저임금 인상과 별도로 논의돼야 할 사안이다.

최저임금위원회도 보안대책으로 일자리안정자금을 크게 늘리는 방안을 거론했다. 일자리안정자금은 올해 최저임금이 16.4%나 올라 소상공인과 영세기업이 큰 충격을 받을 것으로 우려되자 국민 세금으로 한시적으로 도입한 완충장치다. 시장이 수용할 수 없는 최저임금을 무턱대고 결정해놓고는 그 부담을 국민에게 떠넘기는 꼴이니 황당하다. 재정 부담이 큰 데다 정부의 시장 개입 확대에 대한 반발로 국회 통과도 쉽지 않다.

지금까지 거론된 정부의 후속 관력 대책들은 시장의 수요와 공급에 의해 결정돼야 할 사안들이다. 정부가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부작용을 해소한다며 이런 조치에 개입하는 것은 시장 논리에 맞지 않을뿐더러 근본적인 해결책도 될 수 없다.

청와대의 인식은 아직도 과거에 머물러 있다. 문 대통령은 자신의 대선공약인 ‘최저임금 1만원’ 실현이 어려워진 것에 대해 사과를 했다. 문 대통령은 “올해에도 두 자릿수 인상률을 결정함으로써 정부의 정책 의지를 이어줬다”며 되레 최저임금위의 이번 결정에 힘을 실어줬다. 벼랑에 몰린 수많은 소상공인·중소기업의 처지에 눈을 감는 안이한 인식이 아닐 수 없다.

최저임금위와 주먹구구식 결정구조

최저임금위 제도의 기반 자체가 문제가 될 정도다.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이 ‘국민 저항권’을 언급하며 불복종까지 선언한 것을 이기적인 행동이라고 비난할 수만 없다.

가뜩이나 내년 최저임금이 사용자측이 불참한 가운데 노동계와 공익위원만으로 결정된 것도 논란이다. 노동계와 노동계 편향인 공익위원의 일방통행으로 결정된 최저임금 인상은 그야말로 최저임금 제도의 기반 자체까지 흔들릴 수 있다.

문제는 최저임금의 주먹구구식 결정구조에 있다. 올해 최종 표결에는 임금 당사자인 사용자위원 9명이 빠지는 초유의 사태가 빚어졌다.

이번 최저임금 인상이 격렬한 반발을 불러일으키는 것은 인상 폭에 대한 불만은 물론 인상 절차에 최저임금위원회가 정당성을 잃었다고 보기 때문이다. 최임위는 고용노동부 산하 위원회로 사용자위원, 근로자위원, 공익위원 9명씩 모두 27명으로 구성된다. 그런데 이번 인상안을 결정한 회의에는 사용자 측 9명 전원과 근로자 측 위원 가운데 민주노총 추천 4명이 불참했다. 공익위원 전원과 한국노총 추천 5명 등 14명만 참석한 반쪽짜리 회의였다. 사용자위원들은 공익위원 전원이 친노동계 인사로 구성돼 애초부터 ‘기울어진 운동장’이라고 주장하면서 회의를 보이콧했다. 민주노총은 5월 최저임금 산입범위 결정을 최임위가 아닌 국회가 한 데 반발해 회의 참석을 거부해 왔다.

결국 이번 인상 결정은 고용노동부 장관이 전원 추천하는 공익위원들의 뜻대로 됐다. 외부 위원회가 인상 결정을 한 것처럼 보이지만 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인 최저임금 1만 원 인상에 맞춰 고용부가 결정한 것이나 다름없다. 올해 초 당시 어수봉 최저임금위원회 위원장마저 무리한 인상이며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할 것이라고 여러 차례 경고했음에도 불구하고 결국 고용부가 하고 싶은 대로 됐다.

관련 규정이 역시 문제다. 공익위원 9명 전원을 고용부 장관이 추천해서 대통령이 임명하는 규정을 손질해 누가 봐도 중립적인 인사들이 다수 포함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소상공인연합회가 “정당성을 상실한 일방적 결정을 수용할 수 없다”고 반발하는 것도 당연하다. 이처럼 공익위원들이 정부 거수기에 불과하다면 사회적 대화 기구의 역할에도 의문이 커질 수밖에 없다.

이들 공익위원 9명이 주도한 인상 심의내용도 그야말로 주먹구구식이다. 인상률 10.9% 중 1.2%는 ‘협상 배려분’이라는 명목으로 올렸다고 한다. 노동자위원의 입장을 고려해 ‘근거를 댈 수 없는’ 인상 선심을 쓴 것이다. 인상률의 토대를 이루는 척도도 제멋대로 바꿨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도 통용되는 전체 근로자의 소득 중간점인 ‘중위임금’ 기준을 ‘정규직 전일제 근로자 평균임금’으로 대체했다. 중위임금의 50% 선을 크게 웃도는 최저임금은 평균임금을 기준으로 하면 38.6%로 떨어진다. 수억 원대 연봉자까지 포함된 전체 근로자의 평균치를 기준으로 삼으면 기준점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 두 자릿수 인상을 위한 꼼수다.

보완책 서둘러야

후폭풍이 커지자 당정청이 최저임금 보완책을 마련하겠다고 한다. 그렇다면 그 시작은 최저임금 결정 구조의 근원적 개편이어야 마땅하다. 최저임금위를 정치적 외압을 차단한 독립기구로 구성하고 운영해야 한다. 대기업 정규직 노조를 대변하는 민주노총·한국노총 몫을 줄여야 한다. 그 대신 소상공인과 아르바이트생 등 최저임금 현장의 목소리를 더 담아낼 필요가 있다.

또한, 우려되는 곳은 국회다. 정부가 지원책을 내놔도 국회에 가면 부지하세월이다. 정부가 가맹사업법을 개정해 ‘가맹점주 단체 신고제’를 도입하기로 했지만, 제때 통과될지 미지수다. 상가임대차보호법 등도 몇 달째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국회는 말로만 민생법안 최우선 처리를 외칠 게 아니라 실천하는 모습으로 거듭나야 한다.

이와관련, 여당에서 기껏 들고 나온 해법이 노동계에서 줄곧 주장해온 대기업과 건물주의 갑질 척결이라니 집권당의 자질마저 의심하게 만든다. 더 큰 문제는 집권세력이 국민을 ‘갑·을·병’으로 나눠 갈등과 분열을 부채질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정치적 계산에 따라 대기업을 희생양으로 삼아 본질을 호도하는 행태야말로 비판받아 마땅하다.

문재인 정부의 관련 경제정책 전반도 재검토 돼야 한다. 문 정부가 들어선 이후 소득주도성장을 추구했지만, 월간 취업자 증가 수가 5개월간 10만명대에 머무는 등 경제지표는 개선되지 않고, 우리 경제는 최저임금 문제에 발목이 잡혀 있다. 김동연 부총리까지 나서 “내년도 최저임금 두 자릿수 인상이 (고용 등에 있어서) 하반기 경제 운용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자인했을 정도다.

신규취업자 증가폭이 2월 이래 연속 4개월 10만명 전후로 추락한 점, 청년실업률이 사상 최대치로 치솟은 점, 1분기 하위 20% 저소득층 가구 소득이 8.0%나 감소한 점 등이 역효과를 반영하는 지표로 해석되고 있다. 청와대는 당초 이런 현상이 최저임금보다 경기불황, 인구구조 변화, 산업 구조조정 등의 영향이라는 입장을 고수하려 했다. 하지만 대다수 전문가는 물론, 김 경제부총리까지 나서 최저임금 급등 등 소득주도 성장 정책의 문제점으로 지적하자 이제 이를 인정치 않을 수 없는 사태에 이르고 말았다.

정부가 당장 보완대책으로 해야 할 일은 두 가지다. 우선 대기업과 하청기업, 프랜차이즈 본사와 가맹점 사이의 불공정 관행을 바로 잡아야 한다. 최저임금을 납품단가에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협력업체의 이익이 대기업으로 빨려가는 나쁜 관행을 바로잡지 못하면 영세기업이나 소상공인들이 최저임금을 주고 싶어도 주지 못한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생존권에 영향받을 취약계층에 대한 정교한 보완책도 필요하다. 지난해처럼 졸속 준비로 갈등을 키우면 더욱 곤란하다.

문 정부 정책착오와 '양극화'

사실, 文정부의 관련 정책착오는 이미 드러난 바 있다. 2020년까지 최저임금을 목표치까지 올려가기로 한 공약에 따라 이미 첫해인 올해 16.4%나 올렸지만, 그 결과는 긍정적 효과보다 부정적 효과가 크게 나타난 바 있다. 통계청이 발표한 1.4분기 가계동향 조사에 따르면 소득이 가장 높은 상위 20%의 5분위 소득은 1천15만2천 원으로 1년 전보다 9.3% 늘어난 반면 소득수준이 가장 낮은 하위 20%의 1분위 명목소득은 128만7천 원으로  오히려 소득이 8%나 줄었다.

소상공인과 영세중소기업은 존폐 위기에 몰리고 저임금 일자리가 사라지는 등 부작용이 속출했다. 두 계층 간의 소득격차를 나타내는 소득5분위 배율도 5.95배로 커졌다. 최저임금의 과도한 인상이 양극화를 해소하는 데 도움이 되기는커녕 오히려 악화시킨 결과를 드러낸 것이다.

최저임금을 앞세운 文정부의 기본정책 기조인 '소득주도성장론'의 유효성까지 따져보지 않을 수 없게 됐다. 양극화는 사회안정을 해치고, 사회 활력을 떨어트리며, 경제성장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

정부가 출범 직후부터 취한 소득주도 성장정책은 저소득층의 소득을 늘려줌으로써 소비를 촉진해 경제성장을 꾀한다는 정책이다. 최저임금 인상, 비정규직 정규직화, 일자리 나누기 등이 이런 정책에 해당한다. 그러나 문제는 이들 정책이 오히려 양극화를 확대했다는 사실이다. 저소득층의 소득을 늘려주기는커녕 그들의 일자리와 근로시간을 줄여 소득감소를 불러왔다. 정부로서는 상당히 충격적인 결과다.

文정부 내부의 정책 혼선도 문제다. 청와대 장하성 정책실장과 김동연 경제부총리는 최저임금 문제에 다른 목소리를 내며 혼선을 빚었다. 장 실장은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이 고용에 악영향을 준다는 의견에 "3월까지 통계를 가지고 여러 연구원이 분석한 결과 일부를 제외하면 총량으로 봐도 그렇고 제조업 분야에서 고용감소 효과가 없다는 것이 결론"이라고 밝힌 반면 김 부총리는 "경험이나 직관으로 봤을 때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며 최저임금 속도 조절 필요성을 거듭 언급했다.

경제팀 안에서 경제현상을 보는 시각이 다를 수는 있지만, 청와대와 정부 경제팀 수장이 공개적으로 다른 목소리를 내는 것은 경제정책 신뢰도만 떨어뜨릴 뿐이다.

역대정권 실패사례

역대정권들의 경제정책 실패 사례는 '오늘'에 더욱 살아있는 교훈을 던진다. 지난 노무현 참여정부도 오늘의 文정부와 비슷하게 성장보다 분배와 균형에 초점을 둔 경제정책을 폈지만, '분배 부문'의 상황을 결코 개선시키지 못했다. 소득 상위 20%의 월평균 소득을 하위 20%로 나눈 소득배율(所得倍率)이 점점 높아지는 등 소득격차는 더욱 벌어졌고, 빈부격차는 물론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격차 등 사회 각 부문의 양극화는 오히려 심화되었다.

당시 중앙리서치가 실시한 '경제정책에 대한 국민지지도 조사'에서 '지금 가장 중요한 경제정책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빈부격차 해소,부동산,균형발전보다 '경제활성화(43.7%)'가 압도적으로 많았다는 사실은 분배보다 일자리 창출을 위한 성장이 시급한 과제였다는 점을 요즘처럼 잘 보여줬다.

또 국민들의 92%가 참여정부의 경제정책이 잘못됐다고 응답한 점은 경제정책 실패를 압축적으로 나타냈다. 이 조사결과의 특징 중 하나는 정치적으로 노무현정부 지지도가 가장 높았던 20대의 경제 위기의식이 오히려 가장 큰 것으로 나타났다는 사실이다. 그것은 당시 8% 안팍의 청년실업률이 보여주었듯, 젊은층이 당장 시급한 일자리조차 구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그 뿐 아니다. 박근혜정부도 반면교사다. 허장성세였다. 박 전 대통령은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을 마련, 전국 17개 도시에 18개 창조경제혁신센터도 세웠고, 2014년 봄에는 청와대에서 규제완화 끝장토론을 7시간 넘게 벌인적도 있었지만 역시 말잔치로 끝났다. 한국은 규제공화국이란 오명을 결코 벗어나지 못했다. 지금도 과거 정권들의 실패사례를 적극적으로 참조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모두를 만족시키는 솔로몬의 해법이 없다면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선 경제주체들이 나서야 한다. 최저임금 문제는 각 경제주체가 양보하고, 부담을 나눠 져야만 해결할 수 있다.

대기업들도 나서야 한다. 개정 하도급법이 시행돼 최저임금 인상으로 중소 하도급업체의 인건비 부담이 늘어나면 대기업 등 원사업자에게 대금 인상을 요구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마련됐다. 하도급 업체가 요구하기 전에 상생 차원에서 대기업이 먼저 이를 제시하는 자세변화도 중요하다.

경제적 약자들을 더 힘들게 하는 최저임금 인상이라면 속도 조절이나 정부 지원 운운할 게 아니라 동결하는 게 옳다. 한국의 최저임금은 1인당 국민총소득(GNI) 기준 OECD 네 번째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한 올해 고용 감소폭이 최대 8만4000명이 될 수 있다는 KDI의 경고를 허투루 들어선 안 된다.

'친노동 결정' 파행상 극복을

최저임금은 경제 전반에 미칠 파장과 임금 지급능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정돼야 한다. 이 과정에서 노사 양측의 입장을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도록 공평하게 반영하고 구체적인 통계에 근거해야 함은 물론이다.

결정주기도 급격한 인상에 따른 경제적 영향과 사회적 혼란을 고려해 2년 단위로 조정하는 게 올바른 방향이다. 언제까지 이런 최저임금 소동을 연례행사처럼 되풀이해야 하는지 근본적인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나라 경제를 생각한다면 최저임금 인상의 후폭풍을 기업과 시장에 떠넘기기보다 인상 속도에 더 유연한 태도를 보이는 것이 정부가 가야 할 길이다. 정부가 시장에 개입하는 악순환을 막으려면 과도한 최저임금 인상은 이제 멈춰야 한다.

사태의 본질은 준비가 안 된 최저임금제를 대선 공약이라며 무리하게 밀어붙이려한 데 있다. 문제가 복잡할수록 정책의 완급을 조절하고 이해관계자의 공감을 이끌어내는 정공법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고용부 장관 개인의 성향대로 최저임금을 결정하는 체계부터 수술해야 한다. 최저임금위를 각계 의견을 수렴하도록 국무총리실 관장으로 바꾸거나 아예 국회가 최저임금을 결정하도록 하는 방안도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 최저임금 결정을 지자체로 이관하는 방법도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기본적으로 친노동 결정이 국가 경제를 일방적으로 몰아가는 파행상과 역기능은 이제 극복돼야만 한다.

 

 

이병도는…

1952년 경남 진양에서 출생했고 서강대 신문방송학과를 졸업, 1979년 동양통신 기자로 언론계에 입문한 후 1981년 연합뉴스로 자리를 옮겨 정치부 야당출입 기자로 오랫동안 활동해 왔다. 저서로는 , <6공해제>, <97년 대선 최후의 승자는>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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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8-04 17:33:37
옳으신 말씀입니다.
정부정책 하는 무능한관료들을 현장에서 사비들여서 자영업10년 제조업10년 해봐야 정신차리줘---자기들 돈안들이고 나라돈만 받으니까 경제를 모르지
이미 심리가 불안쪽으로 가서 내년경기도 최악입니다.
은행중소기업에 주52시간만 일하라고 압박하고 폐업하면 페럴티 물린다고 하는 문재인정부 탄핵감이지---여기가 북한이냐 대기업다니는 사람은 명퇴해보세요 똑똑해서 자영업안하고 집에서 노시든지 알바하겠죠^^
야간요식업/제조업/건설현장 95%외국인 노동자고 한국직원없고 일할려고하지도않는다 저녁있는삶이 불꺼진 저녁삶이 될것이다

민준 2018-07-21 14:08:19
글 잘쓰시네.
경제 살리고 물가잡고 고용늘릴 정책부터 펼생각안하고.
임금 올려서 가게소득 증가시키겠다는 경제 상식도 모르는 정부.
최저임금 찬성하는 사람은 짤릴일 없는 노조있는 회사 사람만 찬성한다.
알바들도 찬성안한다.언제 짤릴지 모르거든.
사회 반발심하니 세금으로 지원해 준데.
초딩도 이런정책은 안펴겠다.
진짜 이렇게 경제를 말아먹을줄이야.
하기야 실업률줄이겠다고 공무원 뽑는다고 했을때 알아봤다.
내년에 한번 재앙 맞아봐라.
고용절벽올거다

나그네 2018-07-21 09:23:12
자기네들 살자고, 근로자들 임금도 못올리게 하고~~진짜 화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