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성칼럼> 어설픈 첩보전이 나라망신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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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성칼럼> 어설픈 첩보전이 나라망신만
  • 김동성 자유기고가
  • 승인 2011.02.24 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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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이 손님의 봇짐을 함부로 뒤진 꼴’ 이라는 비아냥

여야가 한목소리로 국정원장의 퇴진을 주장하고 나서 여의도가 술렁이고 있다. 국가의 핵심 정보기관이라 할 수 있는 국가정보원(국정원)이 최근 화두다.
 
국정원은 얼마 전, 특정 사업을 목적으로 국내 방한한 인도네시아 대통령 특사단의 숙소에 무단으로 침입(특사단의 주장이다)해 특사단이 소지했던 것으로 알려진 노트북을 빼내려한 혐의를 받고 있다.

특사단이 경찰에 수사를 의뢰하면서 알려지기 시작한 이번 사건은, 경찰이 수사를 진행하는 상황이라는 점에서 분명히 단정하긴 힘든 측면이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건이 세간에 알려지면서 국정원은 커다란 위기에 빠진것으로 전해졌다. 당초, 사건이 있던 날, 외교 분쟁을 우려한 국정원 측이 사건을 불문에 붙이기를 제안했다는 말까지 나온다. 
 
지난해 북한의 연평 도발 등, 대북 관계가 롤러코스트처럼 변화를 겪는 과정에서도 이렇다하게 전면에 나서지 않았던 국정원이 전혀 엉뚱한 사건에 휘말리면서 세간의 관심을 모은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하지만 사건을 접한 정치권과 일부 전문가들의 시각은 ‘일을 벌인 국정원의 대응’에 심각한 오점이 있다고 분석해 더할 나위 없는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여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가장 먼저 꼽을 수 있는 것은 역시 인도네시아와의 외교적 갈등이다. 이번에 방한한 특사단이 민간 사절단이거나, 혹은 국내 특정 단체(정치 단체 포함)의 초청을 받은 순방단이라면 몰라도 엄연한 대통령의 특명을 받은 특사단이라는 점은 ‘일을 당한’ 상대국의 입장에선 자존심에 큰 상처를 입은 경우가 된다.

외교적 관례에 있어서는 절대 안될 일이다. 즉, ‘주인이 손님의 봇짐을 함부로 뒤진 꼴’이 됐다. 사태가 알려진 뒤 국정원은 ‘어설픈 첩보전’이라는 비아냥을 들어야 했다.

그러나 국정원의 이런 ‘어설픈’ 첩보전이 이번만이 아니라는 점에서 문제는 더 크다. 실제로 지난해 리비아에서도 엇비슷한 일이 벌어져 국가의 위신에 큰 오점을 남긴 바 있다.
 
지난 8월, 리비아 정부를 상대로 정보 활동을 벌이던 국정원 직원이 간첩 혐의를 받아 추방된 사건이다. 리비아는 현재 반정부 소요에 휘말려, 경제 활동이 ‘일시 중지 상태’에 놓여 있지만, 우리 기업들의 진출 빈도가 높은 국가 중 하나라는 특수성이 있다.
 
당시 국정원의 활동도 이런 배경이었던 것으로 알려졌으나, 리비아 정부의 단호한 입장에 체면은 그야말로 곤두박칠 쳤다. 우리 정부는 급기야, 대통령의 친형까지 현지로 급파하며 리비아 정부에 사과와 재발 방지를 약속하는 굴욕을 감수해야만 했었다.

이번 사건이 정국에 커다란 충격을 던지는 것도 바로 이런 이유다. 국가의 안위는 물론, 때에 따라서는 정보를 통해 국가의 위상을 높이는 것이 기관의 몫이라는 것. 하지만 최근 보여진 국정원에서는 이러한 정보기관의 의무와 책임 따위는 눈을 씻고 찾아 볼 수 없다는 데 비판은 당연해 보인다. 
 
더욱, ‘일을 벌인’ 국정원이 무기 수출과 관련, 소위 ‘한건주의’에 빠져 있었다는 시각은 국가의 패러다임마저 의심하게 하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사건을 접하며, 정보기관에 가졌던 제임스 본드의 철두철미한 환상은 사라지고 국정원을 코미디로 희화한 우리 영화 <6급 공무원>이 떠오른 것도 무리는 아니라는 생각에 씁쓸함마저 감돈다. <월요시사 편집국 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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