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어지는 김병준과 홍준표…노선투쟁 본격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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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어지는 김병준과 홍준표…노선투쟁 본격화
  • 정진호 기자
  • 승인 2018.07.31 18: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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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전·반공 벗어나려는 金과 지키려는 洪…권력 다툼와 직결된다는 시각도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정진호 기자) 

▲ 자유한국당 김병준 혁신비상대책위원장과 홍준표 전 대표 사이에 균열이 포착되고 있다. ⓒ시사오늘 그래픽=김승종

자유한국당 김병준 혁신비상대책위원장과 홍준표 전 대표 사이에 균열이 포착되고 있다. 홍 전 대표가 김 위원장의 ‘좌클릭’에 견제구를 던지고, 김 위원장도 홍 전 대표와 ‘거리 두기’에 나서면서다.

이 같은 두 사람 간의 의견 충돌에 대해, 정치권에서는 한국당 내 ‘노선 투쟁’이 본격화된 것이라는 말이 나온다. ‘신(新) 보수’를 주창하는 김 위원장과 ‘구(舊) 보수’를 대표하는 홍 전 대표의 이견(異見)이 언쟁(言爭)으로 표출됐다는 지적이다. 특히 당내 노선 싸움은 장기적으로 당권과도 연관된 만큼, 앞으로 더 격화될 가능성이 있다는 시각도 적지 않다.

金·洪, ‘냉전·반공 탈피’ 놓고 신경전

7월 11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김성태 원내대표는 “수구적 보수, 냉전적 보수를 다 버리고 합리성에 기반한 새로운 이념적 지표를 세워나가겠다”며 당의 노선 변화를 천명했다. 이후 김 원내대표는 줄곧 보수에게 ‘새로운 가치’를 찾아내야 한다고 충고해왔던 김병준 국민대 명예교수를 신임 혁신비상대책위원장으로 임명했다.

김 위원장도 이에 화답했다. 그는 다수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평화라는 가치는 누구도 거부할 수 없는 것이기 때문에, 안보라는 미명 하에 평화체제 구축 노력을 지나치게 비판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당내 ‘반공(反共)’을 강조하는 의원들과의 관계 설정에 대해서도 충돌 가능성을 인정하며 ‘냉전·반공 보수 탈피’에 대한 의지를 보였다.

이러자 지난 7월 20일, 홍 전 대표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냉전 세력과 냉전에 대처하는 국가적인 전략을 구분하지 못하고, 후자를 말하면 전자로 매도하는 좌파들과 일부 패션 우파들이 있다”며 “지구상 마지막 냉전 지역인 한반도에서 북한은 전혀 변화되지 않았다”고 썼다. ‘냉전·반공 보수 탈피’를 주장하는 김 위원장을 겨냥한 일종의 견제구였다.

김 위원장 역시 홍 전 대표와는 생각이 다름을 숨기지 않았다. 김 위원장은 홍 전 대표가 故 노회찬 의원의 투신 사망과 관련해 “자살이 미화되는 세상은 정상적인 사회가 아니다”라고 주장하자, 곧바로 “사람마다 나름대로 자기 캐릭터가 있는 것 아니겠나”라며 “보수 정당이든 진보 정당이든 간에, 정치인은 말은 아름답게 해야 한다”고 선을 그었다.

‘신 보수’ 만들려는 金 vs. ‘구 보수’ 지키려는 洪

이러한 두 사람 간의 신경전은 근본적으로 노선 다툼과 연관돼 있다는 분석이다. 취임 후 김 위원장은 계속해서 ‘국가주의 대 자율주의’ 프레임을 가동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를 민간에 과도하게 개입하는 ‘국가주의 정부’로, 한국당을 그에 반대하는 ‘자율주의 정당’으로 포지셔닝하고자 하는 노력이다.

문제는 이 프레임이 경제적으로는 ‘박정희식 개발모델’을, 안보적으로는 ‘냉전·반공주의’를 통째로 부정하고 있다는 점이다. 즉, ‘김병준 비대위’의 성공은 지금껏 한국당을 지탱해 온 ‘박정희의 유산’과 ‘냉전·반공’이라는 두 개의 기둥을 무너뜨리는 결과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 한국당 내 ‘패러다임 전환’이 불가피하다는 뜻이다.

김 위원장과 홍 전 대표의 갈등이 시작되는 곳이 바로 이 지점이다. 김 위원장이 김 원내대표를 필두로 한 ‘신 보수’의 의견을 대표한다면, 홍 전 대표는 ‘박정희의 유산’과 ‘냉전·반공’을 지키고자 하는 ‘구 보수’의 대표 격이기 때문이다. 김 위원장과 홍 전 대표의 설전은 한국당이 추구해야 할 가치에 대한 이견에서 비롯됐다는 이야기다.

실제로 7월 31일 <시사오늘>과 만난 한국당의 한 관계자는 “몇몇 의원들이 김 위원장에게 ‘박정희 전 대통령에게 너무 비판적인 것 아니냐’는 불만을 토로한 것으로 안다”며 “지금 한국당을 지지하는 분들 중 반 이상이 박 전 대통령을 가장 존경하는 대통령으로 생각하는 분들일 텐데, ‘우리가 이래도 되나’ 하는 불안감이 있는 것 같다”고 전했다.

가치·철학 완전히 달라…권력 투쟁 연결 가능성도

일각에서는 노선 투쟁이 결국 당권을 둘러싼 ‘권력 투쟁’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관측도 나온다. 김 위원장의 ‘신 보수’ 노선이 당내 주류로 올라설 경우, ‘구 보수’를 상징하는 홍 전 대표의 설 자리는 좁아질 수밖에 없는 까닭이다.

홍 전 대표는 지난 6월 26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조지훈 시인의 시 ‘낙화(落花)’를 올리면서 “페이스북 정치는 지난주로 끝내고 앞으로 일상으로 돌아간다”고 썼다. 미국으로 떠나기 직전인 7월 11일에도 기자들과 만나 “앞으로 국내 정치 현안에 대해서는 페이스북에 쓸 생각이 전혀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그는 ‘페북 정치 중단’을 선언한 지 채 열흘도 지나지 않아 ‘패션 우파’ 발언으로 ‘페북 정치’에 복귀하더니, 故 노회찬 의원 투신 사망에 대해 “자살이 미화되는 세상은 정상적인 사회가 아니다”라며 페이스북을 뜨겁게 달궜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이를 두고 “(정치권으로) 돌아올 시기만 보고 있는 사람인데, 자기 역할이 줄어드는 걸 보고만 있기 어려웠던 모양”이라고 꼬집었다.

앞선 한국당 관계자 역시 “아직 라이벌이라고 할 정도는 아니지만, 김 위원장과 홍 전 대표는 사상 자체가 전혀 다른 사람들이니까 김 위원장이 크면 홍 전 대표가 작아지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라면서 “홍 전 대표 입장에서는 비대위 성공이 그렇게 달갑지 않을 수도 있겠다”고 했다. 한국당의 노선은 곧 당권과도 직결되는 문제이니 만큼, 홍 전 대표가 ‘김병준 비대위’의 행보에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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