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당, ‘국가주의’는 뜨는데 지지율은 그대로…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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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당, ‘국가주의’는 뜨는데 지지율은 그대로…왜?
  • 정진호 기자
  • 승인 2018.08.06 17: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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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적청산·대안제시 없어…추상적 구호라는 비판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정진호 기자) 

▲ 자유한국당이 달라지고 있지만, 지지율만 놓고 보면 국민들은 한국당의 변화에 큰 관심을 보이지 않는 분위기다. ⓒ시사오늘 그래픽=김승종

자유한국당이 달라졌다. 구시대적 느낌을 줬던 ‘좌파·우파’ 등의 용어가 사라지고, 반공(反共) 프레임도 희미해졌다. 대신 정부의 시장 개입 정도를 놓고 다투는 ‘세련미’가 더해졌다. 김병준 혁신비상대책위원장 선임 이후 한국당이 ‘달라지고 있다’는 사실에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문제는 성과다. 지지율만 놓고 보면, 국민들은 한국당의 변화에 큰 관심을 보이지 않는 분위기다. 문재인 대통령 지지율이 지속적인 하락 국면에 접어들었음에도, 한국당 지지율은 여전히 답보(踏步) 상태다. 오히려 ‘미니 정당’인 정의당에게 밀려 정당지지율 3위까지 밀려났다. 김 위원장의 ‘개혁’이 대외적으로는 큰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국가주의 대 자율주의…달라진 한국당

김 위원장이 지휘봉을 잡은 후, 한국당은 ‘국가주의 프레임’을 띄우는 데 ‘올인’하고 있다. 김 위원장은 7월 17일 취임사에서부터 “우리 사회 곳곳에 국가주의적 경향이 있다. 연방제에 가까운 분권화를 말하는 문재인 정부에서조차 그런 법이 그냥 통과되고 공포됐다”며 포문을 열더니, 지속적으로 ‘초·중·고 커피 판매 금지법’이나 ‘먹방 규제’ 등을 거론하면서 문재인 정부의 시장 개입을 비판하고 나섰다.

이러자 더불어민주당도 방어 전선을 치기 시작했다. 김태년 정책위의장은 7월 20일 “김 위원장은 철저한 자기분석과 반성을 통한 한국당의 혁신을 고민해야 할 자리에서 문재인 정부에 대한 비난과 억지스런 규정, 특정한 프레임에 가두려는 구태를 여전히 버리지 못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유력한 당권 주자로 꼽히는 이해찬 의원도 8월 2일 TBS <색다른 시선, 김종배입니다>와의 인터뷰에서 “김 위원장이 국가주의의 개념을 오해하고 있는 것 같다. 지금 우리가 하고 있는 것은 공화제 정도지, 국가주의는 아니다”라고 항변했다. 김 위원장의 공격에 민주당이 적극적으로 자기변호를 하면서, 국가주의 프레임이 ‘핫 이슈’로 떠오른 상황이다.

실제로 민주평화당 박지원 의원은 8월 4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제가 처음부터 계속 지적했던 대로 김 원장의 메시지가 선점되고 주목받기 시작한다. 주요 언론 사설, 칼럼, 종편TV 등에서도 찬반 여부를 떠나 회자되고 활발하게 토론한다”면서 “김 위원장이 제시한 국가주의, 먹방 적폐 문제, 국민과 시장 주도 성장, 자율성 등은 문재인정부와 대치점을 부각시켰다는 차원에서 보면 비교적 성공”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 국가주의 비판에만 그칠 것이 아니라, 구체적인 탈국가주의의 방향을 보여줘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뉴시스

인적청산 불가능…가시적 변화 없어

하지만 국가주의 프레임이 ‘뜨는’ 것과 별개로, 한국당 지지율은 여전히 저공비행 중이다. <한국갤럽>이 7월 31일부터 8월 2일까지 수행해 3일 공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한국당 지지율은 11%로 여전히 10% 초반 박스권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당 지지율은 41%를 기록한 더불어민주당은 물론, 꾸준한 상승세를 보이며 15%까지 뛰어오른 정의당보다도 낮은 수치다.

이 같은 한국당의 지지율 정체에 대해 정치권에서는 크게 두 가지 원인을 거론한다. 첫 번째는 인적청산 실패다. 당초 정치권에서는 한국당 혁신의 성패 기준을 ‘인적청산 여부’로 꼽았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에 책임이 있는 인사(人士)들을 몰아내야, 혁신의 진정성을 인정받을 수 있다는 논리였다.

그러나 김 위원장은 취임 후 거듭해서 “인적청산 자체보다는 새로운 보수 가치 정립에 집중할 것”이라는 입장을 견지해 왔다. 지난 3일 내놓은 ‘김병준 메모’에서도 그는 “국회의원을 청산할 방법이 없고, 공천권도 없어 쉽지 않은 길”이라며 “6~7개월 일하는데 당의 기본적인 것들을 바꿔야 한다. 사람을 자르려고 들어온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이 혁신 성패 기준으로 제시한 ‘인적청산’에는 다소 소극적인 모양새다.

이러다 보니 국민들도 한국당을 장기적 관점에서 관망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지난 2일 <시사오늘>과의 통화에서 “김병준 위원장이 방향은 잘 잡고 있는 것 같지만, 이게 효과가 있을지는 모르겠다”며 “자장면 좋아 하는 사람들이 모인 집단에 어떤 사람이 들어와서 ‘오늘부터 우리는 짬뽕파’라고 선언한다고 그 집단이 진짜 바뀔 수 있겠느냐. 지지율이 안 오르는 건 국민들도 그 사실을 알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대안 부재…‘탈국가주의’ 구체화 서둘러야

화두는 던졌으되, 대안 제시에는 실패했다는 것도 한 원인으로 지적된다. ‘국가주의 프레임’을 가동하면서 문재인 정부와 각을 세우는 데는 성공했지만, 한국당이 문재인 정부의 ‘대안 세력’으로 발돋움하지는 못했다는 비판이다.

서복경 서강대 현대정치연구소 교수는 지난 4일 <세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탈국가주의는 굉장히 큰 패러다임이다. 현 정부의 경제, 사회 등 각 영역의 모든 문제를 한 데 아울러 비판하기 위해 그보다 훨씬 큰 담론을 끌어온 것”이라면서 “탈국가주의의 종착지를 제시하지 않으면 국민은 ‘그래서 어쩌라고’라는 반문을 할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김 위원장이 국가주의의 대안으로 자율주의를 내세우는 것은 논거가 약하다. 진보·보수를 떠나 지금 자유민주주의를 부정하는 사람은 없다”며 “탈국가주의는 집권 여당에 대한 공격 담론으로서의 의미는 가질 수 있지만 국가가 나아가야 할 방향, 비전을 제시하는 선도 담론은 될 수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앞선 여권 관계자 또한 “김 위원장이 말하는 국가주의라는 게 결국 큰 정부를 가리키는 것 같은데 그럼 결국 국민들은 한국당이 또 다시 이명박·박근혜 정부 때와 같은 작은 정부, 신자유주의, 친기업 정책을 하겠다는 뜻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김 위원장이 비대위를 성공시키려면 반국가주의가 구체적으로 무엇인지, 비즈니스 프랜들리 정책과 무엇이 다른지를 잘 설명해야 할 것”이라고 충고했다.

* 본 기사에 인용된 여론조사의 자세한 조사개요와 결과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http://www.nesdc.go.kr)를 참조하면 된다.

담당업무 : 국회 및 국민의힘 출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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