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12.14 금 2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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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도의 時代架橋] 김동연·이재용 회동-한국경제 함수(函數)
경제활성화 합심 리더십 관건
'구걸' 논란 갈등상 역풍 파장
투자 고용 정책혼선 극복 절실
2018년 08월 11일 09:00:00 이병도 주필 sisaon@sisaon.co.kr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이병도 주필)

   
▲ 지난 6일 오후 경기도 평택시 삼성전자 평택캠퍼스에서 열린 간담회를 마치고 나서며 악수하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오른쪽)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뉴시스

김동연 경제부총리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첫 만남은 무엇을 남겼는가.

경제난국 조짐이 확연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경제정책의 수장과 재계 1위 총수가 머리를 맞대었기에 이번 회동의 의미는 실로 크다.

LG, 현대차, SK, 신세계 등 4곳에 이어 김 부총리와 재계와의 다섯 번째 만남이었지만 삼성이 국내 최대 그룹인 만큼 국민적 관심이 각별했다. 한국 경제의 위기론이 증폭되는 가운데 이뤄진 행보여서 더욱 비상한 관심을 모을 수 밖에 없었다.

그렇지만, 말도 많고 탈도 많았다. 회동을 둘러싼 각종 논란에 이어 당초의 기대에 비해 음양이 교차했다. 한국 경제의 진운을 위한 △정부와 재벌기업의 소통방식 및 협력강도를 비롯  △대기업 투자 고용 확대문제 △'재벌개혁’과 대기업의 역할 변수 △기업경제 규제완화 △내부갈등으로 인한 정부 정책의 혼선 △정부 정책기조의 문제점 및 문재인 정부 집권 2년차 과제 등이 주요 점검대상으로 다시 떠올랐다.

특히 김 부총리는 당초 지난 재벌기업들과의 대화 때 처럼 이번 회동을 계기로 삼성이 8일 발표한 180조원 투자와 70만 고용유발 효과 창출 계획을 지난 6일 부총리 자신이 직접 첫 공개하려 했지만, 청와대와 김 부총리간 '투자 고용 구걸 논란'이 빚어지면서, 회동 후 삼성 자체의 직접 발표방식으로 바뀐 것으로 관측된다.

따라서 이번 '김동연·이재용 회동'은 날로 심해지는 경제난국 현실에서 정부와 기업의 자세와 관련, 무엇이 문제이고 극복 개혁해 나가야 할 실질적 난관들인지, 그 함수(函數)에 대한 집중 진단 과제들을 다시 불러왔다.

투자 공표 번복

김 부총리는 경기도 삼성전자 평택캠퍼스를 방문해 이 부회장에게 지배구조와 불공정거래 관행을 개선해 동반성장을 확산하는 데 주도적 역할을 해달라고 당부했다. 또 미래 성장동력을 만들고 발전시키는 데 노력해달라고도 했다.

김 부총리는 특히 삼성 경영진과의 회동에서 “우리 경제가 패러다임을 바꾸는 시기에 대표주자인 삼성의 역할이 중요하다”며 '삼성의 중요성'을 별도 언급, 적극적인 투자와 상생협력을 강조하기도 했다. 이에대해 이 부회장은 바이오산업 규제 완화와 평택공장 전력 문제 등을 김 부총리에 건의했다.

경제부총리의 삼성 방문은 지난해 6월 취임 이후 처음이며, 혁신의 메카로 불리는 평택공장을 방문한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그러나 핵심적 예상은 빗나가고 말았다. 이 부회장이 일자리 창출을 언급했지만, 당초 유력했던 천문학적 투자 계획은 회동당일 결코 나오지 않았다. 기재부는 당초 이날 행사 직후 삼성의 반도체 디스플레이 AI(인공지능) 등 180조원대 투자ㆍ고용 계획을 김 부총리가 전달받아 직접 공표한다는 계획을 세웠다가 청와대 측의 이른바 '구걸 우려' 제동 파장으로 '발표'를 접어버렸다는 전문이다. 

이같은 '삼성 발표 번복'은 그간 김 부총리가 LG·현대자동차·SK 등의 대기업 오너를 만난 뒤 김 부총리 자신과 해당 대기업이 투자와 고용의 청사진을 때를 맞춰 함께 공개한 것과 다르다. 여러 정황으로 볼 때 청와대 경제팀이 김 부총리의 삼성 방문과 관련, ‘재벌에 투자·고용을 구걸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우려를 전달하면서 ‘변화’가 생긴 것이다.

왜 다른 대기업은 괜찮고 삼성에 대해서만 엄격한가라는 물음이 제기될 법하다. 청와대는 이에 대해 국내 최대 기업집단으로서 삼성이 갖는 상징성 때문이라고 답할지 모른다. 하지만 나라경제가 매우 어려운 상황에서 이처럼 대기업과 중소기업, 대기업 중에서도 삼성과 나머지 기업을 나누는 등 편 가르기 할 때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청와대·김 부총리 불협화음…왜 삼성만?

사실, 김 부총리와 이 부회장의 만남은 처음부터 논란을 야기했다.

한겨레신문이 청와대 관계자를 인용, 김 부총리의 삼성 방문은 정부가 재벌에 투자와 고용을 ‘구걸’하는 것이라고 보도하자 김 부총리가 정색하고 나서게 됐기 때문이다. 최저임금 속도 조절론에 이어 청와대와 김 부총리 간 불협화음이 또 다시 불거졌다. 이로인해 회동 당일 삼성의 대규모 투자 고용계획 공개는 사실상 무산됐다.

김 부총리는 즉각 본인 명의의 입장문을 발표, "정부는 과거와 같은 방식으로 대기업에 의지해 투자나 고용을 늘리려는 의도도, 계획도 없으며 (구걸이라는) 일부 표현은 적절치 않고 국민들이 바라는 혁신성장과 일자리 창출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발끈했다. 경제 회생을 위해 양측이 힘을 합쳐도 모자랄 판국에 청와대와 기재부가 서로 험구를 늘어놓는, 어처구니 없는 흐름이 발생했다.

이러니, 청와대 경제팀의 주문이 타당한지에 대해 논란이 일어날 수 밖에 없었다.

이 논란은 처음부터 삼성의 투자 및 고용 계획 발표 시점과 연관되어 있었다. 청와대의 우려에는 이전 정부에서 재벌이 대통령을 비롯해 정부 고위관료를 만난 뒤 시행했던 구태에 대한 걱정도 섞여있었다. 청와대는 논란이 일자 “사실 무근”이라고 했지만 김 부총리와 모종의 의견 차이가 있었음이 분명했다.

'의견 차이'는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의 해명에서도 드러났다. 김 대변인은 지난 6일 "청와대와 김 부총리 사이에 의견 조율이 있었다"고 시인하면서 "그 과정에서 '구걸하지 말라' 등의 발언이 나왔다는 것은 사실무근"이라는 해명을 내놨다. '구걸'이란 말은 없었다면서도 비슷한 요청을 한 사실은 사실상 인정했다. 김 부총리의 대기업 방문은 삼성이 다섯 번째인데 유독 삼성에 대해서만 청와대가 사실상 개입하고 나선 셈이었다.

재벌개혁을 강조하는 현 정부가 사정이 다급해지니까 삼성을 상대로 손을 벌리거나 팔을 비튼다는 오해를 살 것을 우려하고 있는 건 분명해 보였다. 김 부총리가 다른 재벌기업 방문때와는 달리 삼성 방문 때 유독 그런 우려의 목소리가 커졌고, 결국 김 부총리를 통한 투자·고용계획 공표는 없던 일처럼 되고 만 것이다.

그렇찮아도 삼성은 이미 현 정권에 이른바 '적폐'로 찍혀 왔다. 삼성그룹에 대한 각종 수사는 2년 가까이 계속되고 있다. 삼성전자 지분 매각, 반도체 공장 정보 공개, 계열사 분식회계 등 삼성을 압박하는 각종 이슈도 꼬리를 물고 이어지고 있다. 청와대측 판단은 이런 흐름과도 무관치 않아 보였다.

발표 방식

물론, 김 부총리가 재벌총수를 만나 투자와 고용계획을 받아 먼저 공표하는 것은 적절치 않은 방식이다. 그동안 김 부총리는 지난해 말부터 LG, 현대차, SK, 신세계그룹을 방문하고는 대규모 투자와 고용계획을 현장에서 재벌그룹 대신에 먼저 내놓곤 했다. 이들 대기업들도 당시 수십조 원의 투자 및 고용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면담 과정에서 해당 기업의 계획을 전달받아 공개한 것이라고는 했지만 모양새가 좋지 않았던 게 사실이다. 이전 정부에서 재벌 총수들을 청와대로 불러 간담회를 연 뒤 전경련이 투자·고용 계획을 취합해 발표하는 구태의연한 모습을 연상시켰기 때문이다.

따라서 김 부총리도 앞으로는 오해를 살 만한 처신은 피해야 한다. 김 부총리는 SK하이닉스에서 대규모 투자계획을 발표하기 하루 전인 지난달 26일에도 “조만간 한 대기업에서 3조∼4조원 규모, 중기적으로 15조원 규모 투자계획이 발표될 것”이라고 직접 공개한 바 있다.

기업의 고용과 투자 발표는 해당 기업이 하고 정부는 기업 활동에 방해가 되지 않는 환경을 조성하는 데 역점을 둬야 마땅하다.

기업 고유영역

투자와 고용은 정부가 요구한다고 해서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투자나 고용계획은 기업이 자율적으로 판단해 결정할 사안이다. 정부는 단지 기업들이 신바람 나게 일하고 혁신과 역동성을 갖추는 데 필요한 여건만 조성해주면 된다.

선진국에서 정부 인사와 기업인들의 만남에 대해 아무도 색안경을 끼고 보지 않는 것은 이런 역할 분담의 공감대가 형성돼 있기 때문이다.

재벌총수가 내부 절차를 거쳐 계획했던 원래의 투자와 고용계획을 모아서 부총리 방문 때에 맞춰 내놓을 수는 있으나 이는 권위주의 정권 시절에서나 했던 행태다. 과거 정부와 기업이 투자를 놓고 거래하는 듯한 모습을 보인 것은 잘못이다. 정부는 평소대로 규제를 풀고, 기업은 필요에 따라 투자하면 된다. 구걸도 필요 없고, 기업이 정부에 주는 선물도 필요 없다.

김 부총리가 재벌총수들을 만나 어떤 규제를 풀어야 하는지, 어떤 산업정책을 펼쳐야 하는지, 애로사항이 무엇인지 등에 대한 의견을 듣고 이를 정책에 반영하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투자할지, 고용할지는 기업들 스스로 판단할 문제이며 고유의 영역이다.

'재벌개혁' 향방

'재벌개혁' 문제에 있어서도 김 부총리와 재벌 간 회동은 본인의 선의와는 다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보기에 따라서는, 정부가 추진하는 재벌개혁이 제대로 성과를 내기도 전인데 총수와 만남으로써 ‘개혁이 물 건너갔다’는 신호를 줄 수도 있는 탓이다. 특히 삼성 이 부회장은 아직 국정농단 사건 재판이 끝나지 않았다. 둘의 만남이 면죄부로 비칠 수도 있다.

그러나 기업의 어려움을 듣는 것과 개혁은 다르다. 문재인 정부 출범 후 재벌의 갑질과 일감 몰아주기를 통한 편법증여, 불투명한 지배구조 등 제대로 해결된 것은 아직 없다. 지식인들이 정부가 재벌개혁 관련 핵심 법안의 개정에 거의 성과가 없다고 질타하고 있는 상황이다.

일자리가 줄어들고 투자가 부족하다고 재벌에 의지해 개혁을 후퇴시키는 일이 생겨서는 안된다.
다만, 이참에 ‘재벌개혁’과 ‘대기업의 역할’은 구분해서 볼 필요가 있다. 황제경영을 바로잡기 위해 기업 지배구조를 개선하고 협력업체에 대한 불공정거래 근절과 함께 총수 일가의 불법·비리를 엄단하는 게 ‘재벌개혁’의 요체다. 앞으로도 재벌개혁은 흔들림 없이 추진되어야 한다.

반면, 국내 대표 기업에 투자 확대를 요청하고 필요한 지원을 하는 것을 ‘재벌개혁의 후퇴’로만 보는 건 이 역시 국가경제 발전을 위해 균형을 상실한 시각이다.

정책 '진정성' 우려

그 뿐 아니다. 김 부총리와 청와대 경제팀의 이번 마찰 소동은 혁신성장을 강조하는 정부 정책의 진정성에 대한 의구심을 커지게 할 수도 있다. 청와대 경제팀의 반기업정서, 재벌개혁 최우선 기조는 이번 논란으로 사실상 고스란히 드러났다. 이처럼 혼란스러운 신호를 주는데 기업들이 혁신과 투자에 적극적으로 나설 지도 역시 의문이다.

때문에 청와대 참모진과 김 부총리가 이번에 또다시 심각한 불협화음을 드러낸 건 그냥 지나칠 일이 아니다. 기업소통 행보를 뒷받침하지는 못할망정 ‘구걸’이라고 폄훼하며 발목을 잡는 편향된 인식이 걱정스러울 정도다.

주요 정책을 놓고 서로 의견이 다를 수는 있다. 하지만 치열한 논쟁은 회의실에서 끝내고, 국민 앞엔 정제된 정책을 제시해야 한다. 조율되지 않은 제각각의 입장을 자꾸 드러내는 것은 국민의 정책 불신만 키울 뿐이다.

다른 대기업 방문 때는 가만 있다가 유독 삼성에만 다른 잣대를 들이대는 것도 이해하기 어렵다.

화급한 상황에서 경제정책을 책임진 김 부총리가 대기업의 투자를 요청하고 재촉하는 것은 당연하다. 짧은 시간에 경기 부양 효과가 큰 지출에는 건설 투자가 있다. 그러나 정부의 부동산 규제 정책으로 이를 늘리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거의 유일한 수단이 기업의 설비 투자 확대다. 정부로서 투자요청을 하는 것은 극히 자연스런 일이다.

따라서 지난달 초 문재인 대통령도 인도 방문 때 이 부회장을 만나 투자와 고용 확대를 요청한 바 있다.
문 대통령은 당시 인도 삼성전자 신공장 준공식장에서 이 부회장에게 “국내서도 더 많은 투자와 일자리를 만들어주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김 부총리의 삼성 방문은 문 대통령과 이 부회장이 만난 데 대한 후속조치 성격이 짙다. 그런데도 다른 곳이 아닌 청와대에서 엉뚱한 소리가 들려온 것은 이율배반임을 지적치 않을 수 없다.

집권 2년차 과제

그렇지 않아도 현 정부는 소득주도 성장을 밀어붙이면서 시장 자율기능이 위축되고 경제 활력마저 떨어뜨린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정부는 경제활력을 떨어뜨리는 소득주도성장을 더 이상 고집하지 말아야 한다. 최저임금을 올렸지만 고용은 줄고 소득분배는 나빠지고 성장률은 하락했다. 지난 6월엔 청와대 경제·일자리수석이 교체됐다. 앞으로 정책의 중심은 '혁신성장'이 돼야 한다.

문재인 정부의 집권 2년차에 가장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는 누가 뭐래도 민생경제 회복이다. 일자리와 민간투자 활성화를 통한 성장이다. 지난 3일 한국갤럽의 조사 결과 문 대통령의 국정 수행 지지율은 7주 연속 하락해 최저치인 60%를 기록했다. ‘경제·민생 문제 해결 부족’(38%)이 제일 높은 부정적 평가이유였다. 먹고사는 문제 해결이 최고 과제인 셈이다.

글로벌 경쟁 시대에 구시대적인 규제로 기업이 일자리 창출을 하지 못한다면 그 큰 책임은 정부에도 있다.

규제완화 중요

최우선 과제는 규제완화다. 최근 삼성전자를 비롯한 대기업의 사내유보금을 두고 정치권에서 논란이 불거졌다. 기업들이 돈을 쌓아놓기만 할 뿐 풀진 않는다는 비판이다. 해법은 간단하다. 기업이 신사업에 돈을 펑펑 쓸 수 있게 규제를 풀면 된다.

경제는 곤두박질치는데 정부가 손 놓고 있는 것은 직무유기다. 당연히 기업이 더 많은 투자와 일자리 창출에 나서도록 규제완화와 함께 이를 요청하고 설득해야 마땅하다.

규제 철폐와 세계 혜택 같은 유인책으로 기업이 투자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은 꼭 필요하다. 정부와 기업의 소통이 지금보다 자주, 훨씬 심도 있게 진행돼야 하는 이유다. “지금의 경제상황에서 이런 논란(청와대와의  갈등)에 에너지를 낭비할 여유는 없다”는 김 부총리의 지적도 그래서 옳다.

경제부총리가 기업 현장의 애로 사항을 듣고 정책에 반영하려는 것은 권장할 일이지 말릴 일이 아니다.
이런 때일수록 경제정책 수장들은 더욱 적극적으로 현장을 파고들어야 한다. 경제정책 사령탑으로서 실제 생산과 투자가 이뤄지는 현장을 직접 둘러보며 기업의 생생한 목소리를 듣는 건 반드시 필요한 일이다.

특히 혁신성장의 사령탑 역할을 해야 할 김 부총리는 본인이 천명한 대로 기업의 규모와 업종을 가리지 않고 현장을 찾아 과연 무엇이 투자와 일자리를 가로막고 있는지 냉철하게 판단해야 한다. 편협한 비판에 연연해 좌고우면할 게재가 결코 아니다.

상대적으로 대기업들도 자세를 가다듬어야 한다. 과거처럼 재벌 위주의 성장을 하지 않겠다는 것이 대기업을 배제한다는 얘기는 아닐 것이다. 대기업 나름의 역할이 있고, 지금 그 역할을 다하고 있는지 대기업들도 다시한번 스스로를 재점검할 필요가 있다.

정부-기업 소통 확대를


정부가 기업에 적극적인 투자를 요청하고 고용창출을 위해 노력해 달라고 하는 것은 정상적인 국가에서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비롯해 세계 정치지도자들이 기업의 자국 내 투자와 일자리 창출을 독려하는 모습은 이보다 더하면 더했지 결코 덜하지 않다. 트럼프 대통령은 수시로 기업인들을 백악관에 초대하고 틈만 나면 전화를 거는 걸로 유명하다. 아베 일본 총리도 경영자들과 밥 먹고 골프 하는 일정으로 가득 차 있다. 한 팀처럼 서로 대화하면서 정부는 기업 애로를 정책에 반영하고 대기업은 투자와 일자리 창출로 화답한다.

고용 쇼크가 터진 요즘 진정한 ‘일자리 정부’라면 대기업에 구걸 이상도 못할 것도 없다.

만남은 여전히 중요하다. 이번 '만남'에 여러가지 문제점이 있었다고 해서 경제에 도움이 되지 않는 것은 아니다. 두 사람은 원칙론이긴 하지만 불공정행위 개선, 협력사 지원, 규제개혁 등에 대해 나름대로 서로 요청할 것은 요청했다. 더욱이 이런 만남 자체는 정부와 대기업이 서로 교감하고 이해하는 좋은 계기가 될 수도 있다. 현재 기업과 정부 사이에 불필요한 긴장이 있다면 이런 만남을 계기로 빨리 해소하는 게 좋다. 정부 책임자들이 주요 기업들과 긴밀하게 소통하는 것은 당연히 해야 할 의무다.

한국경제 역주행

가뜩이나 요즘 한국 경제는 실로 크게 불안하다. 사상 최악의 위기 상황이다. 장기간 횡보하던 경기가 결국 하강으로 방향을 튼 형국이다. 소비, 투자, 수출 등 성장 엔진 모두가 힘을 잃어가고 있다.

세계 경제는 호조세인데 우리만 역주행하고 있다. 미·중 무역전쟁, 국제유가 상승 등 외부 요인 못지않게 최저임금 과속인상, 근로시간단축 조치가 기업 환경을 압박하고 있는 상황이다.

투자는 18년 만에 처음으로 4개월 연속 마이너스를 나타냈고, 고용상황은 더 좋지 않아 고용 대란이 7개월째 이어지고 있다. 취업자는 5개월 연속 10만 명 전후에 머물렀다. 30만명을 웃돌던 취업자 증가폭이 20만명에도 못 미치고 있다. 연간 취업자 증가폭이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17만명대로 떨어질 것이라는 잿빛 전망까지 나오는 판이다.

지난 2분기 설비 투자는 전기 대비 6.6%나 줄어들었다. 성장률 전망치도 낮아졌다. 급격히 얼어붙은 투자 의욕을 되살리지 못하면 앞으로 성장도 일자리도 기대할 수 없다. 효과가 검증되지 않은 소득주도성장 후유증으로 고용은 가히 참사라고 부를 수준이다.

미국-중국 무역갈등도 점점 격화되고 있다. 미중 무역전쟁 파고 속에 한국은 수출마저 위태롭다. 대부분의 주력 산업이 중국의 거센 추격에 시달리는 가운데 무역전쟁 격화로 대외 환경의 불확실성이 크게 높아졌다.

반도체 추락조짐…정부자세  안일

대표적으로, 한국 경제를 버텨주던 반도체마저 무너질 조짐까지 없지 않다. 반도체 가격이 하락하면서 5년간 이어졌던 반도체 초호황이 끝나갈 기류도 뚜렷해지고 있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가 세계시장의 70%를 장악한 D램 가격과 50% 점유율을 가진 낸드플래시 가격은 올 들어 18%나 하락했다.

삼성전자의 세계시장 D램 점유율은 2016년 3분기 50%를 넘어섰다가 올 1분기 44.9%로 줄었다. SK하이닉스도 27.9%로 전 분기 대비 0.8%포인트 떨어졌다. 이런 사태는 해당 업체의 위기를 넘어 한국 경제의 버팀목 구실을 해온 주력 수출 품목에 암운이 드리워지는 것이라는 점에서 간단치 않다.

우리 주력 산업 중 반도체는 압도적 세계 1위를 유지하는 유일한 품목이다. 세계시장을 석권했던 조선업이 몰락하고 자동차·철강·스마트폰·IT 등이 한계에 부닥친 상황에서도 반도체는 1등을 고수하고 있다. 한국 경제가 그나마 2~3%대 성장을 할 수 있는 것도 반도체 덕분이다.

그런데도 이 정부에는 반도체 산업을 지킬 전략도, 정책적 의지도 보이지 않는다. 중국은 정부 예산 수백조원을 투입하고 온갖 정책 지원을 퍼부어가며 '반도체 굴기(崛起)'에 혈안인데 우리 정부는 지원은커녕 발목 잡는 일만 하고 있다. 고용부는 반도체 공장 정보를 공개하겠다며 덤벼들었고, 공정위·금융위는 삼성전자의 지배 구조를 흔들고 있다.

'혁신 성장' '규제 혁신'은 말뿐이고 정부는 반(反)기업·반시장 정책을 쏟아내고 있는 형국이다. 미래의 먹거리를 키우는 산업 전략과 경쟁력 강화 대책은 정부 어느 부처에서도 진정으로 고민하는 흔적이 없다. 이래선 안 된다.

투자와 소비가 부진의 늪에 빠져 있는 가운데 수출마저 적신호로 이어진다면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은 잠재성장률(2.8~2.9%) 수준에도 못 미칠 수 있다. 최악의 상황을 피하도록 만반의 대비를 해야하고, 이럴 때일수록 정부와 기업이 자주 만나 해결책을 함께 찾아야 함은 당연하다. 미증유의 경제난국을 극복하려면 정부와 기업이 2인3각의 협력관계를 맺고 새 활로를 뚫어야 한다. 이번 '김 부총리-삼성 회동'이 한국 경제의 유일한 돌파구인 혁신성장을 위한 단초가 되도록 만들어 나가야 한다.

정책기조 결단을

문재인 정권의 가장 시급한 과제는 온통 빨간불이 들어온 경제 분야 난제들이다. ‘글로벌 통상전쟁’이라는 회오리와 주력 산업 동반 부진, 고용 대란, 최저임금 쇼크 등 국내외 이슈와 갈등에 어떻게 대처하느냐가 ‘집권 2년차’의 성패를 좌우할 것이다.

이웃 아베 정부의 적극적 규제 완화로 활기를 되찾은 일본에선 유능한 청년들이 고시 대신 민간 기업으로 몰리고 있다. 어느새 뒤바뀐 한일 양국의 대조적 현실이 던지는 메시지를 결코 간과해선 안 된다.

현재 우리 경제는 한마디로 구조적 위기다. 그러나 이를 바로잡아야 할 행정부와 국회는 여론에 편승해 설익고 편향된 정책을 남발하는 경향이 짙다. 경제난을 타개하고 경제활성화 드라이브를 재발진 시키기위한 정책기조의 대전환이 시급하다.

지금은 성장과 고용 창출을 위해 총력전을 펴야 할 때다. 기업을 가르고 자본과 투자의 질을 따질 때가 아니다. 대기업의 투자와 고용을 유도한다고 해서 재벌개혁에 역행하는 것도 아니다. 재벌의 편법과 불공정 행위에 대해선 엄격히 법을 적용하면 될 일이다. 경제 운용에 관한 한 더 이상 정치 논리에 휘말려 들어서는 안된다. 투자와 고용을 둘러싼 혼선을 극복키 위한 정책기조의 결단이 그야말로 요구된다.

엄습하는 경제위기를 타개하고 저성장의 늪에서 벗어나려면 우리 경제에서 절대적 비중을 차지하는 대기업 역할은 실로 크다. 대통령을 비롯한 정부·여당 지도부의 정확한 상황 인식과 실질적 학습 노력, 그리고 진정한 '위기돌파 리더십'의 확보가 절실하다. 청와대와 정부는 일자리를 거론하기 전에 자신들의 시각과 자질부터 정확히 바로잡고 개혁 축적해 나가야 한다.

   
 

이병도는…

1952년 경남 진양에서 출생했고 서강대 신문방송학과를 졸업, 1979년 동양통신 기자로 언론계에 입문한 후 1981년 연합뉴스로 자리를 옮겨 정치부 야당출입 기자로 오랫동안 활동해 왔다. 저서로는 , <6공해제>, <97년 대선 최후의 승자는>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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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산 2018-08-11 10:02:25

    노무현 정부 시절 재경부 모피아들의 노닥질에 양극화만 심화되며 그 크던 국민의 관심과 지지를 날려보내고 맹박근혜 9년 악몽을 초래했다. 재벌의 수익독식 구조를 깨고 벤처 육성지원 같은 적극 재정으로 막힌 투자를 터줘야 할 중요한 시기에, 감세와 사면행차로 대기업에 일자리 구걸하는 김동연에게서 노무현 정부 때의 김진표를 본다. 장하성 김상조 정신차려라. 네놈들이 지금 한게 무어냐?신고 |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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