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장자연’과 3·8 여성의 날…31명의 악마, 넌 누구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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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장자연’과 3·8 여성의 날…31명의 악마, 넌 누구냐
  • 최신형 기자
  • 승인 2011.03.07 16: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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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 뻐기기’ 통해 여성에 대한 성적 노리개 삼는 구태 만연

“원래 남자는 다 그래….” 어디서 많이 듣던 얘기다. 그렇다. 흔히 우리 주변에서 많이 하고 듣는 소리다. 이 말 한마디로, 우리들은 종종 남성의 동물적 욕망을 정당화시킨다.
 
아니, 보다 더 정확히 말하면 비논리적 정당성을 고리로 사회적 비판 대상에 오르는 것을 막아버린다. 원래 남자는 바람을 필수도 있는 거고, 돈과 권력 앞에선 더더욱 그렇다고 말한다. 구전(口傳)도 이렇게 수준 낮은 구전이 없다.

▲ 탤런트 故 장자연씨 자살사건의 핵심 피의자인 장씨 소속사 전 대표 김모씨가 영장실질심사를 마치고 지난 299년 7월 6일 오전 경기도 수원지방법원 성남지원 법정을 나서고 있다. © 뉴시스
비단, 이것은 남자들에게만 국한된 것은 아니다. 그간 수많은 여성들도 이 같은 사고방식에서 벗어나지 못한, 보수적인 성적 관념을 지녔다. 그것이 성에 대한 2011년 한국 사회의 빛바랜 풍경이다.

권력층의 권력 뻐기기를 용인하는 우리 사회는 국가주의적 관념에 매몰됐고 국민은 수동적인 존재로 쳇바퀴처럼 굴러가고 있다. 그러던 중 고(故)장자연 씨의 친필 편지가 공개됐다. 그 편지에는 장자연 씨가 대기업, 금융기관, 언론사 관계자, 연예기획사와 제작사 관계자 등 총31명에게 100여 차례에 걸쳐 성 접대를 한 사실이 들어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가 남긴 친필 편지에는 돈으로 성을 사버리고 성을 소비행위로 간주하는 권력층의 적나라한 실태만상이 들어있는 셈이다. 또 자신이 가지고 있는 권력을 이용해 여성을 성적 노리개로 보고 권력을 자랑하는, 천박한 군상들의 모습이 들어있다.

그러나 2년 전 검경의 수사 행태는 어땠는가. 아니, 지금은 어떤가. ‘정신병치료 전력이 있는 사람이 갖고 있던 편지’라며 수사의지조차 보이지 않는다.
 
때문에 장자연 씨에게 잠자리를 요구한 31명은 오늘도 여전히 사회 권력층이라는 타이틀을 갖고 대한민국을 활보하고 다닌다. 또 장 씨의 영혼을 권력 뻐기기로 갈기갈기 찢어버린 그들은 오늘 밤, 어둡고 구석진 룸 어디선가 여성들에게 돈을 뿌리며 음흉한 웃음을 보인 채 자신의 타락적 욕망을 채울지 모른다.
 
지난해 사회적 파문을 일으켰던 검사들의 성상납과 정치인들의 성희롱 발언 등, 언제까지 우리들은 “권력이 있으면 다 그래. 안하는 놈이 어디 있어…”라는 말을 해야 할까. 그들에 대한 법적 처벌이 중요한 것도 이 때문이다. 부끄러운 과거를 청산하지 못한 나라의 역사는 여전히 그 부끄러운 역사의 굴레에 머물러 있다.

내일(8일)은 여성의 날이다. 1908년 수만 명에 달하는 美 섬유 노동자들이 한손에 빵을 든 채 “세계 모든 나라에서 여성의 정치적 권리를 인정하라”고 가두시위를 벌었던 여성의 날이다. 불과 100여년 전의 일인 그 시위는 여성들의 집단적인 저항의 가능성을 확인시켜 준 계기였고 연대와 저항의 미학을 보여준 하나의 획기적인 대사건이었다.

관행과 권력의 검은 사슬 속에서 자살로 생을 마감한 장자연 씨의 편지가 발견된 6일과 8일 여성의 날, 우리에게 하나의 울림과 깨달음을 주는 것은 왜일까. 인권보다 더 우선시 되는 것은 없다는, 평범한 진리 역시 투쟁과 연대 없이는 가질 수 없다는 게 역사적 진리다.

오늘도 전국의 룸에서 돈과 권력으로 여성의 성을 사고 전국 술집에서는 “술은 여자가 따라야 제 맛”이라는 천박한 언행을 스스럼없이 해대는 군상들이 존재할 것이다. 
 
마르크스는 공산당 선언을 통해 노동자들의 투쟁을 강조하며 “우리가 잃은 것은 족쇄뿐이요, 얻을 것은 세계다. 만국의 노동자들이여 단결하라”고 말했다. 여성뿐 아니라 여성 인권에 동의하는, 남성들은 무엇을 해야 할까. 여성에 대한 반인권적 철폐를 위한 연대와 투쟁을 지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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