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오늘] 안희정, 1심 무죄…“위력 행사 증거 부족”
[정치오늘] 안희정, 1심 무죄…“위력 행사 증거 부족”
  • 정진호 기자
  • 승인 2018.08.14 1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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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당들, 안희정 무죄 판결 일제히 비판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정진호 기자) 

▲ 비서 성폭행 혐의를 받아 온 안희정 전 충남지사에게 1심 재판부가 무죄를 선고했다. ⓒ뉴시스

안희정, 1심 무죄…“위력 행사 증거 부족”

비서 성폭행 혐의를 받아 온 안희정 전 충남지사에게 1심 재판부가 무죄를 선고했다.

서울서부지법 형사합의 11부(부장판사 조병구)는 14일 오전 안 전 지사에 대한 업무상 위력에 의한 간음 등 혐의 선고공판을 열고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위력을 행사해 피해자의 자유의사를 제압한 후 간음 및 추행 행위를 저질렀다고 볼만한 증거가 부족하다”며 “설령 피해자 진술처럼 피해자가 업무상 상급자인 피고인의 성관계 요구에 대해서 동의 의사를 밝힌 적이 없고 자기 나름대로의 방식으로 거절하는 태도를 보인 바 있었다고 해도, 현재 우리 성폭력 범죄 처벌 체계 하에서 이러한 사정만으로 피고인의 행위가 처벌의 대상이 되는 성폭력 범죄라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또 “피고인이 유력 정치인이고 차기 유력 대권주자로 거론되며, 도지사로서 별정직 공무원인 피해자의 임면 권한을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위력을 가진 건 맞다”면서도 “증거조사 결과에 따를 때, 피고인이 도청 내에서나 피해자에 대해서 자신의 사회적, 정치적 지위에 기초한 위력을 일반적으로 항시 행사해 왔다거나 이를 남용하는 등 이른바 ‘위력의 존재감’ 자체로 피해자나 기타 주변 직원 등의 자유의사를 억압해왔다고 볼만한 증거는 부족하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안 전 지사가 받아온 세 가지 혐의인 위력에 의한 간음, 위력에 의한 추행, 강제추행 모두 인정하지 않았다. 우선 위력에 의한 간음·추행에 대해서는 “위력 행사 여부는 사실상 직접적이고 주요한 유일한 증거가 피해자의 진술인데, 여러 정황 증거를 종합해 보면 이를 그대로 믿기 어려운 사정이 다수 존재하며, 그 외에 증거가 부족하다”고 했다.

또 재판부는 김 씨가 간음 전후에 보인 언행을 볼 때 “적어도 피고인이 어떠한 위력을 행사했고 피해자가 이에 제압당할만한 상황이었다고 볼만한 사정이 드러나지 않는다”면서 “피해자는 성적 자기결정권을 스스로 행사할 수 없었던 사람으로 보이지 않고, 법정에서 주요 다툼의 대상이 됐던 상화원 사건, 정무비서로의 보직변경과 관련된 문제 등은 피해자의 해명 자체가 객관적 증거에 어긋나거나 납득하기 어려워 보인다”고 설명했다.

강제추행 혐의와 관련해서도 “피해자가 대체로 일관되게 증언·진술하고 있기는 하지만 종합적으로 검토할 때 신빙성이 떨어지고 합리적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의 증명에 이르렀다고 보기 어렵다”며 “피해자가 신빙성이 떨어지는 진술을 하는 것이 2차 피해로 인한 충격인지도 고민했다. 혹여 피고가 피해자를 성적으로 길들인 것은 아닌지, 피해 사실로 인해 무기력해지고 현실에 순응하게 되는 심리 상태에 빠진 것은 아닌지 살펴봤지만 제반 증거나 사실 관계를 비춰볼 때 이런 상태에 빠졌다고 단정하기도 어렵다”고 했다.

아울러 재판부는 “현행법은 폭행이나 협박, 위력의 행사가 있었을 경우의 성폭력을 처벌하고 있다. 유무형적 힘이 없더라도 상대 의사에 반하는 성관계와 상대의 적극적인 동의 의사가 없는 성관계를 강간으로 처벌하는 체계를 도입할 것인지 여부는 입법정책적 문제”라며 현행법상 안 전 지사를 성폭력 범죄로 처벌하기 어렵다는 점도 지적했다.

야당들, 안희정 무죄 판결 일제히 비판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정의당 등 야당들은 14일 안희정 전 충남지사의 무죄 선고가 나온 직후 일제히 비판 논평을 냈다. 먼저 한국당 신보라 원내대변인은 “미투 운동에 대한 사형선고”라며 “이것이 사법부를 장악한 문재인 정부의 미투운동에 대한 대답이자 결론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신 원내대변인은 “사법부는 피해자의 진술이나 증언만으로는 현재 우리 성폭력 범죄 처벌 체계 하에서 성폭력 범죄로 볼 수 없다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했다”며 “이는 사실상 어떠한 미투도 법적인 힘을 가질 수 없다고 사법부가 선언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국민여러분에게 부끄럽고 죄송하다는 안 전 지사는 본인 때문에 죽음보다 더한 고통을 받았다는 여성에게는 뻔뻔하게도 사과 한마디 남기지 않았다”며 “안 전 지사의 무죄판결을 보며 대한민국 곳곳에서 안도하고 있을 수많은 괴물들에게 면죄부를 준 사법부의 판결에 심각한 유감을 표한다”고 강조했다.

바른미래당 이종철 대변인도 논평에서 “안 전 지사에 대한 판결이 미투운동에 좌절을 줘선 안 될 것”이라며 “(법원 판결은) 위력을 인정하면서도 위력을 행사했다는 정황이 없다고 판시함으로써 대단히 인색한 접근이라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그는 안 전 지사에 대해 “법적으로 무죄가 됐다고 정치·도덕적 책임이 없어지는 것은 아닐 것”이라며 “이미 안 전 지사에 대한 정치·도덕적 책임은 심대하다”고 덧붙였다.

평화당 김형구 부대변인은 “안 전 지사에 대한 법원 판단을 존중한다”면서도 “법원이 심사숙고해 결정을 내렸겠지만, 이번 사건이 일으킨 사회적 파장에 비해 의외의 결과다. 국민이 납득할지 의문”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번 판결로 우리 사회에 불고 있는 미투운동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지 우려된다”고도 했다.

정의당 최석 대변인은 “이번 사건으로 관행상, 판례상 법 해석의 테두리를 벗어날 수 없는 사법부의 한계가 뚜렷이 나타났다”며 “조직 내에서 권력을 가진 이가 위력을 행사해 성범죄를 저지를 수 있도록 허용한 것과 다를 바 없다”고 꼬집었다. 또 그는 “현재 대한민국 여성 성범죄엔 피해자만 있고 가해자는 없다”며 “이제는 우리 국민 모두가 가해자를 찾을 때”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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