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필담] 민주당, 구의원은 되고 도지사는 안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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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필담] 민주당, 구의원은 되고 도지사는 안 되나?
  • 정진호 기자
  • 승인 2018.08.19 12: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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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말 논란’에 전근향 구의원 즉각 제명…이재명 지사 논란엔 윤리위조차 열리지 않아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정진호 기자) 

▲ 더불어민주당이 막말 논란을 일으킨 전근향 부산동구의회 의원을 제명하면서, 이중 잣대에 대한 비판이 나오고 있다. ⓒ뉴시스

나관중의 ‘삼국지연의’로 우리에게도 익숙한 위진남북조 시대. 촉(蜀)의 제갈량이 위(魏)를 공격할 무렵의 일이다. 제갈량의 공격을 받은 조예는 명장(名將) 사마의로 하여금 촉의 공격을 방어토록 했다. 이에 촉의 장수 마속은 자신이 나아가 사마의의 군사와 맞서겠다고 자원한다.

사마의의 능력을 알고 있던 제갈량은 마속을 내보내기를 주저한다. 그럼에도 마속이 재차 나서 실패하면 목숨을 내놓겠다고 약속하자, 제갈량은 신중하게 처신할 것을 명하면서 마속에게 자신의 전략을 알려준다.

하지만 마속은 제갈량의 명령을 어기고 임의로 전략을 변경했다가 사마의에게 대패하고 만다. 결국 제갈량은 군율(軍律)을 지키기 위해 눈물을 머금고 마속의 목을 벨 수밖에 없었다. 바로 여기서 유래한 고사성어가 바로 읍참마속(泣斬馬謖)이다.

흔히 읍참마속은 엄격한 법 적용을 위해 사사로운 정을 버린다는 뜻으로 사용된다. 마속이 제갈량의 친구이자 참모인 마량의 아우였기 때문. 지시를 어긴 친구의 동생을 죽임으로써 군율의 엄격함을 알린 셈이니, 틀린 해석은 아니다.

그러나 사실 읍참마속의 핵심 교훈은 ‘공정(公正)’의 중요성이라고 할 수 있다. 당대 최고의 명장이었던 사마의에게 참패하긴 했으나, 마속 역시 촉에서는 촉망받던 젊은 장수 중 한 명이었다. 사실상 전쟁이 주업(主業)이었던 시대라는 점을 고려하면, 마속의 가치는 결코 낮지 않았다.

더욱이 촉은 위나 오(吳)에 비해 인재풀이 넓은 국가가 아니었다. 단기적인 시각에서 보면, ‘한 번 실수는 병가지상사(兵家之常事)’라는 말을 적용해 마속을 살려두는 것이 더 합리적인 선택이었을 수 있다.

그럼에도 제갈량은 눈물을 흘리면서까지 마속의 목을 베어버린다. 누구에게나 동일한 기준이 적용될 것이라는 믿음이 없는 조직은, 결코 오래 존속할 수 없음을 제갈량은 알고 있었다.

지난 4일, 더불어민주당 부산광역시당 윤리심판원은 전근향 부산동구의회 의원을 제명했다. 전 의원은 7월 14일 불의의 사고로 아들을 잃은 아파트 경비원의 전보를 요구, ‘막말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이에 민주당 부산시당 윤리심판원은 “20대 경비원이 근무를 서다 불의의 교통사고로 숨진 상황에서, 입주자대표를 맡고 있던 전의원이 고인의 아버지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주는 발언을 함으로써 유족은 물론 입주민들에게도 큰 실망과 분노를 야기했다”며 즉시 전 의원 제명 결정을 내렸다.

그런데 시계를 조금만 앞으로 돌려 보면, 민주당의 행보에 물음표가 붙는다. 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막말 논란’에 시달렸다. 성남시장으로 재임 중이던 2014년 초, 셋째 형인 이재선 씨의 아내에게 욕설을 퍼부으면서 설전을 벌인 통화 녹취록이 유출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당시 민주당은 ‘막말 논란’에 철저히 무대응으로 일관했다. 대선 경선과 지방선거를 거치는 동안 논란이 걷잡을 수 없이 확대됐음에도, 민주당은 윤리위원회조차 한 번 소집하지 않았다. 사건이 일어난 지 채 한 달도 되지 않아 윤리위를 열고, 제명을 결의한 전 의원의 사례와는 온도 차가 크다.

물론 이 지사와 전 의원을 완벽히 동일선상에 놓고 보기는 어렵다. 하지만 적어도 두 사람 모두 ‘막말 논란’이라는 카테고리에 묶여 있다면, 왜 한쪽은 제명 대상이고 다른 쪽은 아닌지에 대한 설명 정도는 하는 것이 국민에 대한 예의 아닐까.  때문에 민주당이 읍참마속의 고사를 되새겨 보지 않더라도, 그 이유는 이제 풀어줘야 한다.

여권 내 한 인사가 지난 18일 <시사오늘>과의 만남에서 들려준 얘기를, 민주당은 그냥 흘려보내서는 안 된다.

"이 지사는 ‘거물’이라 살아남은 것이고, 전 의원은 ‘꼬리’에 불과해 ‘잘려’ 나갔다는 의문은 풀어주는 것이 공당(公黨)으로서의 의무다. 어물쩍 넘어가려 한다면 대통령과 당에 모두 부담으로 남을 수밖에 없다."

담당업무 : 국회 및 국민의힘 출입합니다.
좌우명 : 인생 짧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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