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운찬 ‘이익공유제’, 이건희 과민반응…문제는 ‘정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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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운찬 ‘이익공유제’, 이건희 과민반응…문제는 ‘정의’
  • 최신형 기자
  • 승인 2011.03.11 11: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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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희 “이익공유제, 공산주의 용어냐”…삼성의 전근대적인 소유지배는?

정운찬 동반성장위원장이 궁지에 몰렸다. 그가 제안한 이익공유제에 대해 한나라당을 시작으로 청와대, 지식경제부 등에 잇따라 불편한 기색을 내비친 가운데 재계 1위인 삼성까지 가세, 반(反)이익공유제 전선을 펼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언론 노출을 꺼리는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정 위원장이 제안한 이익공유제에 대해 강한 반발심을 드러내자 이익공유제 논란이 재점화됐다.

▲ 정운찬(전 국무총리) 세계7대자연경관 범국민추진위원장이 지난 1월 19일부터 2월 6일까지 19일간 일정으로 세계 7대 자연경관 제주선정 홍보를 시작했다. ⓒ뉴시스
이 회장은 10일 서울 하얏트 호텔에서 열린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단 회의에 앞서 ‘이익공유제’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 “사회주의 용어인지 공산주의 용어인지, 들어본 적이 없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정몽구 현대자동차 회장 등이 같은 질문에 “죄송합니다”라며 질문을 피했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이 회장은 이어 “기업가 집안에서 자라면서 경제학 공부를 했지만 이익공유제라는 말은 들어보지도 못했고 경제학 책에서 배우지도, 누가 한 말인지도 모르겠다”며 재차 불쾌한 감정을 숨기지 않았다.

언론은 즉각 이 회장의 발언을 대서특필하며 속보전쟁을 펼쳤다. 하지만 정 위원장은 10일까지만 해도 일절 대응하지 않았다. 홍준표 한나라당 최고위원 등의 비판에 기자간담회까지 자처하며 ‘초강수’를 뒀던 그간의 행보와는 판이했다.

일부 언론 등은 정 위원장 측이 상당히 당혹해하고 있다고 전했지만 정 위원장은 11일 드디어 입을 열었다. 정 위원장은 이날 오전 여의도 동반성장위원회에 출근을 하는 자리에서 ‘이건희 회장이나 허창수 전경련 회장 등을 만날 의향이 있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구차해 보인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강경한 반응을 보이고 있는 재계에 미리 고개를 숙이며 화해의 시그널을 보내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보인다.

이익공유제 논란의 핵심은 ‘정운찬 VS 이건희’ 혹은 ‘동반성장위원회 VS 재계’의 헤게모니 싸움이 아니다. 문제는 이 회장이 이날 “경제학 공부를 했지만 이익공유제라는 말을 들어본 적이 없다”며 마치 이익공유제를 반(反)시장적 정책으로 매도했다는 데 있다.

물론 초과이윤의 산출이라는 정의규정이 해석싸움으로 변질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실효성 논란은 있겠지만 이익공유제 자체를 반대하며 불공정한 원·하청기업 관계를 옹호해서는 안 된다는 게 국민 대다수의 정서다.
 
이 회장이 언급한 경제학 교과서에 따르면 시장의 공정성은 거래 당사자들의 대등한 관계와 그들의 자발적 합의가 충족돼야 한다. 결국 재벌의 독과점과 원·하청 간 불공정성,그 자체가 반 시장인 셈이다.

불과 2% 정도의 삼성전자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이 회장이 3대 세습 체제를 위해 행한 배임 역시 마찬가지다. 그간 삼성의 전근대적인 소유지배구조에 대한 비판에도 불구하고 이 회장은 소유지배구조에 대한 근본적인 개선은 도외시한 채 아들 이재용 등에게 경영권을 승계하기 위해 편법을 썼다.
 
실제 대구지법 김천지원 민사합의부(재판장 최월영)는 지난 2월 18일 장하성 고려대 교수 등 제일모직 소액주주들이 이 회장 등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이 회장의 배임혐의를 인정, 130억4978만 원을 제일모직에 배상하라고 판시한 바 있다.

이날 재판부는 “이건희 회장은 삼성그룹 비서실을 통해 증여세 등 조세를 회피하면서 자녀인 이재용 등에게 삼성그룹의 경영권을 이전하려는 목적으로 제일모직의 전환사채를 인수하지 않게 하고 당시 제일모직 경영지원실장은 비서실과의 협의를 통해 전환사채 인수 포기를 결정, 업무상 배임 행위를 했다고 봄이 상당하다”며 이 회장에게 책임을 물었다. 
 
원·하청 기업 간 민주적인 거래질서를 요구하는 것은 대기업들의 초과이익을 배분해달라는, 대기업의 희생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다. 애당초 하청기업 등이 받아야 될 대가를 정당하게 지급하라는 것이다. 현대 생산은 원청기업과 하청기업 간 복합 노동의 결과이기 때문이다.

한편 정세균 민주당 최고위원은 11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에서 이건희 회장의 발언에 대해 “삼성은 손해공유제를 실천해야 한다”며 “삼성은 태안 기름 유출 사고에 책임이 있는데 3년이 지났지만 사과나 진심어린 태도를 보이지 않고 있다”며 직격탄을 날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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