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사랑과 섹스 그리고 미투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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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사랑과 섹스 그리고 미투운동
  • 강상호 한국정치발전연구소 대표
  • 승인 2018.08.23 09:3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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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상호의 시사보기>섹스 문제, 더 이상 터부시 말고 개방적으로 논의해야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강상호 한국정치발전연구소 대표)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의 사법부 1심 무죄 판결을 놓고 여성계의 반발은 물론 우리사회 전체가 혼란스럽다. 합의재판인 항소심과 최종 대법원 판결까지 이 논쟁이 계속될 것 같은데, 재판 결과에 관계없이 이 사건을 계기로 우리사회의 성윤리를 재조명해 볼 필요가 있다. 그 출발은 사랑과 섹스에 대한 담론으로부터 시작할 수밖에 없다. 사랑의 의미는 무엇이고 섹스는 누구와 할 수 있는 것일까? 결혼함으로써 사랑과 섹스는 구속되고 제한되는 것일까?

필자가 독일 회사의 한국대표로 있던 1990년 대 유럽의 성문화와 관련된 두 번의 경험담이다. 첫 번째 이야기. 본사에서 세계 각국의 대표단이 모인 연례 회의가 열렸다. 발표자가 앞으로 나가 브리핑 차트 첫 장을 넘겼는데, 손을 잡고 서 있는 남녀의 전면 누드 사진이 눈앞에 펼쳐졌다. 순간 긴장감이 흐르던 회의장에 환호성이 터졌고, 모든 참석자가 탁자를 치거나 손뼉을 쳤다. 참석자 중에는 다수의 여성이 있었다. 책임자가 ‘실수입니다’라고 말했지만, 그것은 실수가 아니라 의도된 연출이었고 그날 회의를 활기 있게 만들었다. 이런 일이 현재 우리사회에서 발생한다면 어떻게 될까? 

두 번째 이야기. 독일에서 회의를 마치고 본사 간부로부터 초청을 받았다. 본인이 살고 있는 집 근처에서 주말을 함께 보내자는 제안이었다. 그는 장성한 아들과 딸이 있었다. 두 자녀 모두 20대로서 연애하고 결혼할 나이였다. 그의 집 근처 호텔에 짐을 풀고 일정을 상의했는데 본인 가족과 근처 사우나에서 목욕을 하고 저녁을 같이 하자는 것이었다. 현지 사우나는 남녀 혼탕이었다. 사우나에 들어가는 입구는 남녀가 구분되어 있었지만 탈의 후 사우나 안에서 벌거벗은 채 서로 만나는 구조였다. 부인과 딸이 함께 하는 상황에서 잠시 망설이지 않을 수 없었다. 결국 필자는 사우나는 혼자서 가고 저녁식사만 그의 가족과 같이 하기로 했다.

가족과 식사를 마치고 필자는 그와 따로 호텔 로비에서 술을 한 잔 했는데, 그는 자연스럽게 혼기를 앞둔 자녀들의 이야기를 들려줬다. 회사에 다니는 아들이 아버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이탈리아 여성과 결혼하겠다고 해서, ‘네가 그 여성과 결혼하려면 당장 집에서 나가라. 어떤 지원도 기대하지 마라. 그러나 네가 그 여성과 1년 간 살아보고 그 후에도 그녀와 결혼하겠다고 하면, 그 땐 네 의사를 존중하고 아버지로서 도움을 주겠다’고 했더니 아들이 사귀는 여성과 조만간 동거를 시작하겠다고 통보해 왔다고 했다.

20대 초반인 딸은 남자 친구가 있는데 서로 섹스를 하는 사이라고 했다. 딸의 남자 친구가 가끔 딸의 방에서 자고 간다고 했다. 깜짝 놀라 어떻게 그런 일이 가능한가 물었더니, 길거리에서 방황하는 것보다 집에 와서 자고 가는 것이 훨씬 더 안전하다는 것이었다. 이 가족의 경우 사랑하면 섹스는 자연스러운 것이었고 혼전 섹스와 결혼은 별개인 셈이었다. 당시 우리사회의 상식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고, 지금 우리사회의 기준으로 봐도 다수가 수용할 수 없는 문화였다. 그러나 자녀들의 섹스에 대해서는 이처럼 관대했던 이 독일인도 직장 내 성관계에 대해서는 금기처럼 말했다.

금년 서지현 검사의 직장 내 성추행 폭로로 미투운동이 확산되고 톱 탤런트의 자살과 저명한 연출가의 구속으로 이어졌다. 안희정 전 도지사는 지사직을 사퇴하고 재판을 받고 있으며,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선거 내내 여배우와 불륜설로 공격을 받았고 지금도 관련자의 고발과 소환이 이어지고 있다. 이들 경우는 기혼자라는 점에서 앞서 언급한 독일의 가정 사례와 다른 차원의 문제다. 간통죄 폐지로 혼외 섹스에 대한 법적 책임은 물을 수 없지만 도덕적 차원에서 기혼자의 성윤리 문제를 야기하고 가족의 해체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혼외 섹스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하나로 정립되지 않고 다양한 가운데 간통죄 폐지 후 기혼자의 혼외 섹스 문제는 배우자의 성향에 따라 다른 양상을 보여주고 있다. 이혼 후 최근 재혼한 모(某) 전 도지사 경우, 아이들의 아빠라는 이유로 법정에서 남편을 위해 증언한 안희정 전 도지사의 경우, 그리고 남편을 격려하며 유세 현장을 함께한 이재명 도지사의 경우가 서로 대비된다. 일부 사내들은 아내에 관한 한 이재명 도지사가 부럽다고 말한다.

미투운동의 본질은 일방적인 성추행이나 강요된 섹스와 관계된다. 문제는 한 사람을 좋아하고 사랑하고 그리고 섹스하고 싶다고 느낄 때, 이러한 감정의 흐름을 어떻게 표현하고 어떻게 동의를 구하는가의 문제다. 이것은 교육의 문제고 문화의 문제다. 섹스 문제를 더 이상 터부시하고 개인의 문제로 남겨서는 안 되는 이유다. 섹스에 대한 개방적 논의가 필요하다.

안희정 전 도지사의 1심 무죄 판결로 미투운동이 퇴조돼서도 안 되지만 미투운동으로 사랑과 섹스가 추한 것으로 매도돼서도 안 된다. 

 

- 정치학 박사
- 고려대학교 총학생회장
- 행정자치부 중앙 자문위원
- 국회 개헌특위 자문위원
- 경희대학교 객원교수
- 고려대학교 연구교수
- 국민대학교 정치대학원 겸임교수(현)
- 한국정치발전연구소 대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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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URI 2019-02-23 06:31:05
사랑하는 관계이면 섹스는 자연스러운 풍토여야한다는 주장은 섹스를 하면 아므리 피임을 한다해도 임신이 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것이다라는 것에 피추어 보면 임신을 하면 잉태된 생명을 책임지는 것도 자연스러운 것이라는 인식이 자리잡게 해야 한다.연간 신부인과 병의원의 낙태건 수가 백만건이 넘는다는 것과 미혼모가 늘어가는 것은 미혼부가 책임을 미룬 채 도망가기 때문이다. 사랑과 섹스로 잉태되는 생명체가 사랑의 불장난으로 태어났고 아버지가 누군지 모른다고 할 때 겪는 심리적인 상처를 누가 책임을 지는가? 절대적인 부모의 사랑을 요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