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아랍음악과 콜라전쟁 그리고 저항의 노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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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아랍음악과 콜라전쟁 그리고 저항의 노래(상)
  • 김선호 음악칼럼니스트
  • 승인 2018.08.23 1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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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호의 지구촌 음악산책(34)>Haifa Wehbe, briggite yaghi, jessy jleilaty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 김선호 음악칼럼니스트)

▲ ⓒ김선호 음악칼럼니스트

멜로디 중에 자주 접하려하고 또 아름다움을 느껴보려 해도 이상하게 참 낯설고 가까워지지 않는 것이 있다. 필자의 경우에는 아랍권의 전통적인 멜로디와 인도 음악이 그렇다. 아마도 그 음악을 자주 접하지 못한 것이 주된 원인이 아닌가 싶다.

또한 문화적으로도 접할 기회가 대단히 적은 것도 한 원인일 것이다. 다행히도 요즘은 아랍권의 음악이 좀 익숙해졌을 뿐만 아니라 아주 아름답다고 느끼고 있다. 과거에게 변절한 것이다. 때문에 아랍 음악을 이것저것 자주 듣게 된다. 이렇게 아랍권의 음악이 좋아지게 되기까지는 두 가지 이유가 있었다고 생각된다.

첫째는 아랍의 전통적인 음악만을 고집했던 것이 아니라 전통 음악에 샹송이나 팝의 정서를 가미한 음악을 접했던 때문이고, 다른 하나는 사회심리학에서 말하는 단순접촉효과 때문이 아닌가 싶다. 단순접촉효과라는 것은 노출 효과(露出效果, Exposure Effect) 또는 단순 노출 효과(單純露出效果, Mere Exposure Effect)라고도 하는데, 상대방과의 만남을 거듭할수록 호감을 갖게 되는 친숙성의 현상이다.

이 현상은 미국의 사회 심리학자 로버트 자이언스(Robert Zajonc)가 이론으로 정립한 것이다. 단순접촉효과는 보통 세 가지 특징이 나타난다고 한다.

1. 사람은 낯선 사람을 대할 때 공격적이고 냉담하고 비판적이 된다.
2. 사람은 누군가를 만나면 만날수록 좋아하게 된다.
3. 사람은 상대의 인간적 측면을 알았을 때 더 깊은 호의를 갖는다.

어떤 연애 감정이나 사랑의 감정이 전혀 생기지도 않을 상황의 두 남녀가 업무적이든 뭐든 자주 만나게 되면 서로에게 호감을 갖고 좋아하게 되는 그런 결과를 낳는다.

또한 대인 관계에 있어서 첫인상이 비록 좋지 못해도 자주 접촉이 이뤄지면서 상대방의 좋지 못했던 인상이 점차 완화되는 현상을 쉽게 볼 수 있다. 이성 관계의 경우에 흔히 쓰는 "뛰어난 미인도 사흘이면 싫증나고, 아무리 못생긴 얼굴도 사흘이면 좋아진다"란 말도 이 이론의 한 가지 현상이라고 한다.

이 이론은 비단 인간관계에서만 일어나는 것은 아닌 것 같다. 필자의 경우에는 문화에서도 일어나는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즉, 문화적 차원으로 볼 때 아주 생소한 음악을 들으면 처음에는 다소 거부감이 들지만 몇 번 듣게 되면 익숙해지고 자주 듣게 되면 점점 좋아지는 현상이 이와 유사하다. 필자에게는 견강부회일지 모르나 아무튼 아랍권 음악이 바로 그런 경우였다.

각설하고, 근래 들어 아랍권의 대중음악은 콜라전쟁에 의해 발전하고 있는 묘한 양상을 보인다. 그런데 대중음악이 갑자기 왜 뜬금없이 콜라전쟁하고 연관이 있냐고 의아해할 것이다. 사실 세계 콜라시장은 코카콜라와 펩시콜라가 양분하고 있다. 청량음료 시장 점유율에 있어서는 대략 코카콜라 44%, 펩시콜라 31%이며 콜라만으로 따지면 코카콜라가 약 60%, 펩시가 40%쯤 된다.

그러나 중동지방에서는 다르다. 펩시가 70%, 코카가 30%쯤 된다. 역전도 이만한 역전이 없다. 그 이유는 콜라의 미개척 시장이었던 중동지방을 선점하기 위해 펩시콜라에서 일찍이 문화 마케팅을 전개해 크게 실효를 거둔 때문이다.

일례로 걸프지역 최대 콜라 소비국인 사우디의 경우 코카콜라는 25년 동안 수입금지 품목이었고, UAE도 펩시콜라가 30여 년 전에 진출한 반면 코카콜라는 20여 년 전에야 처음으로 제품을 출시할 수 있었다. 중동지역에서의 이러한 현상은 미국을 대표하는 코카콜라의 위상과 깊은 관련이 있다. 특히 코카콜라 회사의 대주주들이 이스라엘을 지원하는 유태계라는 소문과 맥도날드 햄버거와 더불어 미국을 상징하는 대표기업이기 때문이다. 

반면 펩시콜라에서는 주로 문화 마케팅을 전개했다. 펩시콜라가 전개한 문화 마케팅은 영화제작을 후원하는 것과 유명 가수를 발탁해 콘서트를 개최하고 그들을 펩시의 모델로 활용하는 것이었다. 특히 청량음료는 젊은 층이 주로 소비하는 상품이었기 때문에 이러한 마케팅은 대단한 효과를 거뒀다. 이와 같은 연예 마케팅의 일환으로 진행된 것이 'Pepsi Sea Of Stars'다.

Pepsi Sea Of Stars라는 영화에 펩시콜라는 500만 불이라는 큰 돈을 후원했다. 이 영화에 출연한 중동의 유명 여자 탤런트만 5명에 이른다. 5명 대부분은 가수인데 아주 유명한 가수이거나 시쳇말로 아주 Hot한 아이돌이다. 그들 중 대표적인 가수를 셋 쯤 뽑으면 Haifa Wehbe, briggite yaghi, jessy jleilaty이다. 그런데 왜 이 세 명을 꼽느냐고 묻는다면 궁색하고도 터무니없는 답이 하나 있다.

우선 이들 중 두 명은 2010년 실시한 Fanoos team의 온라인 여론조사에서 '중동출신으로 가장 섹시한 여성 100명' 중 1위와 33위를 각각 기록했기 때문이다. 1위는 와이파 와흐비이고 33위는 브리지테였다(Sea of Stars에 수록곡이 있는 케롤레 사마하 22위 기록). 아무튼 이상하고 희한한 여론조사도 다한다 싶기도 하다. 또한 와이파 와흐비는 피플지가 선정한 2006년 가장 멋진 인물 50명 안에 포함되기도 했고, briggite yaghi는 지금 가장 Hot한 이이돌 가수라는데 이론의 여지가 없다.

▲ ⓒ김선호 음악칼럼니스트

그러면 와이파 와흐비부터 잠깐 소개하겠다. 와이파는 1976년 3월 10일, 레바논의 Mahrouna에서 태어났다. 본명은 Haifa Mohammed Wehbe이다. 그의 친오빠는 시아파 무장단체의 일원으로 이스라엘과의 전투에서 사망했다. 그녀는 미스 레바논 선발대회에서 2위로 입상해 'Rouh's Beauty'(2014), 'Bahr al nojoum'(2008) 그리고 'Dokkan Shehata'(2008)에 출연한 유명한 배우이자 모델이며 가수이다. 영화에 첫 데뷔한 것은 펩시 후원 영화 Pepsi Sea Of Stars다.

또한 음악, 섹스어필 그리고 도발적인 매너리즘을 통해 중동 전역에 크게 알려지게 됐고 음반도 현재까지 4장을 냈다. 2014년에는 무대의상이 너무 선정적이라는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와이파는 생방송 '스타 아카데미'라는 프로그램에 출연했는데 이 때 입은 의상은 요즘 유행하는 See Through Look의 검정색 원피스였다. 그래서 엉덩이와 다리가 훤히 다 보였다.

그녀가 섹시미로 한가닥하는 가수이기는 하지만 회교도가 많은 중동지역에서 그런 의상을 입었다는 것을 두고 말이 많았던 것이다. 통상 사람들은 자신이 볼 때는 늘씬하고 멋진 몸매를 아무 말 없이 즐기며 본다. 그리고 다 보고나서 시비를 건다. Pepsi Sea Of Stars의 사운드 트랙 음반에는 그녀의 노래 'Sanara'가 실려 있다.

▲ ⓒ김선호 음악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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