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사의 철학] 이근식 전 장관이 꼽은 정치인의 덕목 '넷'
스크롤 이동 상태바
[명사의 철학] 이근식 전 장관이 꼽은 정치인의 덕목 '넷'
  • 윤진석 기자
  • 승인 2018.09.05 09: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링컨과 당태종으로 보는 정직·성실·겸손·사랑…
˝한 마디로 청지기 같은 정치인 돼야˝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윤진석 기자) 

▲ 이근식 전 행자부장관이 말한 정치 덕목이 눈길을 끈다.ⓒ시사오늘 권희정 기자

다다익선(多多益善). 좋은 뜻은 많을수록 좋다. 명사의 철학을 통해 공익적 소신과 공공의 가치를 담아본다. 이번엔 정통 관료 출신의 원로 정치인 이근식 전 행정자치부장관이 들려준 정치인의 덕목에 관한 이야기다. 지난달 20일 송파 잠실교회에서 만나 들었다.

“스승님, 정치란 무엇입니까”
자공이 공자를 향해 물었다.
“백성이 먹을 식량을 풍족히 하고, 백성을 지키는 군대를 충분히 하고, 백성의 믿음을 얻는 일이로다.”
“그 중 무엇이 가장 중한지요?”
그러자 공자가 대답했다.
“백성의 믿음을 얻는 일이 가장 중하느니라. 믿음이 없으면 식량도, 군대도, 나라도 일으킬 수 없기 때문이다.”

논어에 나오는 무신불립(無信不立)에 대한 이야기다.

이근식 전 장관은 “공자의 무신불립은 비단 공직자, 정치인뿐 아니라 가정이나 사회·단체·기업체 등 국가의 모든 구성원들에게 해당 된다”고 했다.

특히 정치인은 믿음을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 믿음을 주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정직하고 성실하고 겸손해야 돼요. 또 중요하게는 사랑이라는 소양이 바탕이 돼야 해요.”

하나씩 보면, 첫째는 정직이다.  

흔히 '정직'하면 1863년 1월 1일 노예해방을 선언한 미국의 제16대 대통령, 링컨의 일화가 유명하다.

링컨이 젊은 시절 금전 출납원으로 근무할 때다. 한 번은 돈을 계산해보니, 30센트가 남는 것이었다. 이게 어찌된 것인가. 밤새 고민하고 따져봤더니 같은 마을에 사는 아주머니가 30센트를 더 낸 것임을 알게 됐다.

‘아주머니께 갖다드리자.’

링컨은 그 길로 아주머니한테 30센트를 돌려줬다.

이 같은 미담은 널리 퍼졌다. 가난하고 불우한 환경이었지만 ‘정직성 하면 링컨’이라는 평판이 자자했다. 그런 링컨은 훗날 1861년 대통령이 됐다.

다음은 성실이다.

“성실, 이건 두말할 필요가 없어요.”

이 전 장관은 공직자, 정치가는 게으름 피우면 안 된다고 재차 말했다.

“누군들 잠자고 싶은 사람이 없겠어요. 하지만, 아침 일찍 일어나서 매일매일 일어나는 현안 문제에 대해 고민해야 해요. 이 일을 했을 때 우리 국민들에게 어떤 영향이 미치나, 한 번 더 생각하고 적극적으로 노력해야 해요.

간혹 정치하는 사람들 보면 TV토론회 등에 나와서는 이건 어떻고 저건 어떻고 문제제기 하잖아요? 자기만한 애국자가 없다는 식으로 열심히 이야기하잖아요? 그런데 그때뿐인 경우가 많아요. 언제 그랬냐는 듯 다른 이슈, 다른 현안에 몰려가기 바쁘지요. 하지만, 정치인은 현안 문제가 있으면 끝까지 파헤쳐야 해요. 대안을 제시하고 문제를 해결해나가야 해요. 국민들이 피부로 느낄 수 있도록 해야죠. 그러려면 성실해야 해요.”

셋째는 겸손이다.

이 전 장관은 그러면서 선거를 예로 들었다.

“선거를 해보면 참 겸손하지 않으면 안 되겠다는 생각을 하게 돼요. 자기를 낮추지 않으면 절대 유권자는 표를 안 줘요. ‘저 친구는 나와 친하니 당연히 표를 주겠지’ 생각하지만, 표는 절대 그냥 얻어지는 법이 없어요.”

이 전 장관도 여러 번 선거를 경험했다. 낙선도 했고, 당선도 해봤다.

“선거 과정을 거치면 자연히 겸손해져요. 국민 무섭다는 걸 알게 돼요. 이기려면 표를 얻어야 하는데, 권력이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걸 실감하게 됩니다. 국민은 절대로 정치인들이나 관료들이 군림 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닙니다. 군림하겠다는 생각을 가진 정치인이 있다면, 그만큼 어리석은 사람이 없는 거예요.”

겸손을 언급하며, 이 전 장관은 중국을 태평성대로 이끈 대표적 명군인 당태종이 남긴 유훈에 대해 들려줬다.

고거사추(高居思墜)
높은 곳에선 추락을 생각하고
지만계일(持滿戒溢)
가득 차면 넘칠 것을 경계하라
당태종이 아들한테 남긴 유훈이다.

“예로 들면, 국회의원이 되면 다음을 생각해야 해요, 높은 자리에 마냥 있을 수 없는 법입니다. 내려올 때를 생각하면 겸손하지 않을 수 없어요.”

네 번째 정치인의 덕목은 사랑이다.

“사랑하는 마음이 없으면 어찌 국민을 위한 좋은 정치를 펼 수 있겠습니까. 정치인은 싫어하는 사람, 좋아하는 사람 나누면 안 돼요. 편 가르지 말고 호불호 나누지 말고 만인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정치를 해야 해요. 국민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밤새워 몸을 축내가면서 일을 생각하고 골몰할 수 있는 마음의 자세가 돼 있어야 해요.”

정직, 성실, 겸손, 사랑. 이 네 가지를 공직 생활할 때부터 가슴에 새기며 이른 새벽에 일어났다는 이 전 장관.

“한 마디로 청지기 같은 정치인이지요.”

결과적으로 정치인, 공직자는 선한 청지기 같은 사람이 돼야 한다고 그는 말했다.  

“청지기는 주인의 권한을 위임받아 행하는 사람이잖아요? 모든 가정사 일을 돌보는 사람이 청지기인데, 재산을 축내서도 안 되고 정직, 성실, 겸손, 사랑의 덕목이 없고는 어려운 일이지요. 그 범위 안에서 열심히 일을 하는 게 청지기라면, 정치인도 국민의 뜻과 생각의 범위 안에서 선한 청지기 역할을 해야 한다고 봅니다.”

- 그 역할을 충실히 하려면 우리 정치가 무엇부터 해야 한다고 보는지요.

“산적해 있는 민생 현안들을 해결해야 해요. 여·야가 당리당략을 떠나 민생 문제를 합의해 국민을 편안하게 해줘야 합니다. 그것이 국민을 위하고, 삶을 향상시키고, 재산을 보호하고 안전을 도모하는 선한 청지기 같은 역할입니다.”

이근식 전 장관은…

▲ 이근식 전 장관은 청지기 같은 정치인의 역할을 강조했다.ⓒ시사오늘 권희정 기

이근식(72) 전 행정자치부 장관은 국회의원부터 일선 지방자치단체 행정은 물론 내무부와 총리실, 청와대 등 주요 부처를 두루 거쳤다.

경남 고성출신으로 1965년 경남고 졸업, 1969년 서울대 법대를 나왔다.

1971년 행시(10회)에 합격해 내무부(현 행정자치부) 지역경제과 관료를 시작으로 거제군수, 장승포시장에 임했다. 1990년대 기간 총리비서실정무비서관, 경남부지사, 청와대 공직기관 비서관, 내무부 차관, 공무원연금관리공단 이사장 등을 역임했다.

2000년 새천년민주당 경남 통영고성지구당위원장, 8대 한국감정원장을 거쳐 2001년 3월 김대중 국민의 정부 제4대 행정자치부 장관에 취임했다.

2004년 열린우리당 소속으로 17대 송파을 국회의원에 당선되며 원애 입성했다.

이후 열린우리당 제2정책조정위원장, 통합민주당 최고위원, 새정추 발기인 등에 참여했다. 현재는 더불어민주당 원로로 있다. 

담당업무 : 정치부 기자입니다.
좌우명 : 꿈은 자산!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