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도의 時代架橋] 고용대란과 '문재인 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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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도의 時代架橋] 고용대란과 '문재인 경제'
  • 이병도 주필
  • 승인 2018.08.25 13:07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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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득주도성장' 大전환 기본해법
재정 만능주의…고용참사에 혈세 투입
정확한 원인진단 입체적 대책 필요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이병도 주필)

최근 고용동향이 외환위기·금융위기 당시의 재난(災難) 수준으로 격화됨에 따라 여권의 대응전략이 다시 주목을 받게됐다.

더불어민주당과 정부, 청와대는 지난 19일 통계청의 7월 고용상황 조사가 충격적으로 나타나자 긴급 회동, 고위 당·정·청 회의를 열었다.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 책임자들이 모두 모여 ‘고용 쇼크’ 대책을 제시했다.

이어 22일에는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이 소상공인·자영업자 지원 대책을 내놓았고, 23일에는 일자리 파괴와 10년 만에 최악인 양극화를 골자로한 '2분기 가계소득 동향'을 통계청이 추가 발표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도 당·정·청 회의에 이어 자신의 의사를 본격 개진, ‘고용 위기’ 해법으로 대규모 확장 재정을 동원키로 한 결정을 추인했다. 모두들 최근의 고용지표 악화를 문 정권이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는 방증이다.

그렇지만 그 긴박한 자리에서 결국 ‘재정 확장’ 합창만 울려퍼진 셈이됐다. 경제정책 기조의 전환 여부 보다는 국민 세금을 쏟아붓는 땜질 대책들이 주요 처방이다. 최근의 실업률 상황과 원인분석 및 해법방향, '문재인 경제'에 대한 중간 점검이 다시 필요하다.

재정 확장 정책

당·정·청이 긴급 회의를 연 것은 현 정부 들어 처음이다. 그만큼 고용 위기가 절박함을 드러냈다.

회의가 끝난 후 당·정·청은 4조원 규모의 재정 보강과 내년도 일자리 예산 증가율 상향 조정 등의 재정 확장, 신산업과 서비스업 일자리 창출 지원, 규제개선 등의 대응 방안을 발표했다.

한마디로 최근 고용지표 악화와 관련해 재정 확장 정책을 집중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김태년 정책위의장도 회의에서 “재정 확대가 절실히 필요하다”면서 “우선 올해 일자리 사업 및 추경사업 집행 점검을 강화하고 4조원 규모의 재정 보강 패키지를 신속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내년 일자리 예산을 올해 증가율(12.6%) 이상으로 확대한다는 방안도 내놨다.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추경의 속도감 있는 집행, 내년 재정의 확장적 집행 등의 언급으로 화답했다.

이날 회의는 최근의 고용 위기가 경기적 요인 외에 인구·산업 등 구조적 요인과 정책적 요인의 중첩에 기인한다고 분석했지만, 이 정도로는 갑작스러운 일자리 급감에 대한 설명이 되지 못한다. 최근의 명약관화한 고용쇼크 인과관계를 구체적으로 지적한 사람은 없었다.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은 생산가능인구 감소를 고용쇼크 원인의 하나로 들면서 소득주도성장 등의 효과가 나타날 때까지 조금 더 기다려 달라고만 했다. 그 주장대로라면 총인구가 줄어드는데도 취업자 수는 늘고 있는 일본은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의문일 정도다. 긴급히 열린 회의여서 뭔가 방향 전환이 있을까 했지만 역시 보여주기 쇼에 가까웠다.

▲ 지난 1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긴급 당·정·청 회의에 참석한 (왼쪽부터)김영주 고용노동부 장관,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더불어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 홍남기 청와대 국무조정실장. ⓒ뉴시스

문 대통령 인식

문 대통령의 인식도 비슷했다.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추경 조기 집행 등의 당정청 결정을 추인하며 “소득주도성장, 공정경제 혁신성장이라는 3대 축은 흔들림이 없다”며 기존의 경제정책 기조를 다시 고수, 재확인했다. 고용 참사가 정부의 잘못된 경제정책 때문이라는 점은 끝내 인정하지 않았다.

그동안 기업·소상공인·자영업자 등은 최근의 고용사태와 관련, 정부의 최저임금 인상, 근로시간 단축 등으로 인한 고용 비용 상승을 그 원인으로 꼽고 대책을 호소해왔다. 그럼에도 문 대통령은 "인구와 산업구조 조정, 자동화와 온라인쇼핑 같은 구조적 요인도 있다"고 설명했을 뿐 최저임금이 고용에 미친 악영향은 언급하지 않았다.

소득주도성장 정책과 최저임금 인상에 쏟아지는 비판을 외면하는 자세여서 실망하지 않을 수 없다. 근본 원인을 직시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은 ‘세금으로 일자리 만들기’ 정책을 지속해 나갈 방침도 재확인했다. “올해와 내년도 세수전망이 좋은 만큼 정부는 늘어나는 세수를 충분히 활용해 적극적인 재정정책을 펼쳐주길 바란다”고 했다. 이달 초 휴가에서 돌아온 문 대통령은 ‘경제는 실사구시’라는 화두를 꺼낸 바 있다. 그 화두대로 실사구시 정책을 추구한다면 이 심각한 고용위기에 이념에 치우친 정책의 일대 전환을 고려해야 할 때가 됐음에도, 문 대통령은 '세금 퍼붓기'만 강조했을 뿐 정책기조의 변화가능성은 전혀 보여주지 않았다.

실업률 '대참사'

오늘의 실업사태는 실로 심각한 수준이다. 대참사라는 말로밖에는 표현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7월 고용지표는 20년 전 외환위기, 10년 전 금융위기 때나 보던 숫자다.

지난달 취업자 수는 2708만3000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불과 5000명 늘었다. 취업자가 1만명 감소했던 2010년 1월 이후 최소 증가폭이다. 지난해 월평균 취업자 증가 수 31만명에 견주면 62분의 1 수준까지 떨어졌다. 올해 1월 33만4000명이었던 취업자 증가 수는 2월에 10만4000명으로 떨어진 뒤 반년째 반등하지 못하고 있다. 개인의 삶의 질을 결정하는 조건 가운데 첫 손가락에 꼽히는 게 일자리라는 점에서 그야말로 '고용대란'의 위기 상황이다.

특히 허리인 40대 취업자 감소가 두드러졌다. 전반적으로 불길하지만 30·40대 남성 취업자 수가 지난해 같은 달보다 20만명 가까이 줄어든 것은 여간 충격적이지 않다. 국가경제를 지탱하는 제조업이 무너지고 있다는 위험 신호인 까닭이다.

더욱 걱정스러운 건 취약계층 쪽이 충격을 많이 받고 있다는 사실이다. 고졸과 일용직, 임시 근로자 등 취약계층의 고용 감소가 두드러지고 있다.

7월에 대졸 이상 취업자는 1년 전보다 39만명 늘어난 반면, 고졸 취업자는 28만8천명 줄었다. 올해 2월 5만명 줄어든 뒤 다섯달째 내리막이다. 또 지난달 기능·기계조작·단순노무직이 1년 전보다 21만9천명 줄었다. 관리자·전문가 일자리가 13만8천명 늘어난 것과 대비된다. 일자리 정부를 표방하며 저소득층의 삶의 질 개선에 진력해 온 문재인 정부 입장에선 취약계층의 악화가 뼈아픈 대목이 아닐 수 없다.

고용악화 구조

지금 한국의 고용 악화는 추세적·구조적·장기적임을 보여준다. 올 하반기와 내년 초 경제지표들도 걱정된다는 전문가들도 많다.

7월 고용통계에서도 그 단초를 읽을 수 있다. 제조업 취업자가 12만7000명이나 감소한 이유는 조선과 자동차를 중심으로 제조업의 경쟁력이 약화하면서 제조업이 구조조정의 수술대에 올라있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최저임금 인상과 근로시간 단축으로 취약계층 일자리가 직격탄을 맞았다. 내년 최저임금이 더 오르고 근로시간 단축이 엄격하게 적용되면 서민층 일자리는 더 위축될 가능성이 높다.

우리나라 고용 사정은 미국·일본·유럽과 뚜렷한 대비를 보이고 있다. 미국·일본·유럽의 전체 실업률은 최근 10년 사이 가장 낮은 수준이다. 미국은 사실상 완전 고용 상태다. 미국의 올해 7월 청년실업률은 52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직장을 옮기기 위한 일시적 실업 말고는 실업이 거의 없다. 일본의 고용률도 77%로 한국(67%)보다 10%포인트나 높다.

많은 경제전문가들은 올해 고용 감소의 원인으로 최저임금 대폭 인상을 지목해 왔다. 6월에 10만6000명이었던 취업자 증가폭이 7월에 5000명으로 급전직하한 것은 새로운 충격이 더해진 결과가 유력하다. 지난달엔 내년도 최저임금 10.9% 인상이 결정됐고, 주 52시간 근무제가 본격 시행에 들어갔다. 둘 다 고용심리를 위축시킨 변화로 받아들여진다.

정확한 원인규명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원인을 제대로 규명하는 것이 먼저다. 고용 부진은 투자·소비 위축과 긴밀하게 연결돼 있기 때문에 효과적인 대책을 위해서는 정확한 원인 진단이 핵심이다.

고용상황을 악화시킨 원인을 정치적 편견 없이 분석하고 이를 극복하기 위해 어떤 정책이 필요한지 원점에서부터 고민해야 한다.

최근 사태는 일자리 창출 엔진이 식어가는 한국경제의 구조적 문제를 반영하고 있다. 더딘 경기 회복과 주력 산업 구조조정 등의 이유도 있다. 그러나 마치 절벽처럼 갑작스러운 쇼크가 온 것은 새 정부가 새로 편 정책의 영향을 받은 것이라고 보는 것이 옳다. 그런데 그 정책들을 되돌아볼 생각조차 않는것이 문제다.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으로 대표되는 소득주도 성장과 기업의 투자 의욕을 꺾는 반기업 정책이 그 근저에 있다. 당장 지난달 도소매·숙박·음식점·시설관리업 등 최저임금의 영향을 많이 받는 분야에서 일자리 18만1000개가 증발한 것은 이를 잘 보여준다.

빗나간 판단

그럼에도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은 이번 당·정·청 회의에서 “정부의 소득주도성장, 혁신성장, 공정경제 정책이 효과를 내기 시작하면 저소득·중산층 국민이 성장의 성과를 체감하고 고용 상황이 개선될 것을 확신한다”고 거듭 주장했다.

하지만 정부 출범 이후 1년 3개월 동안 혈세를 쏟아부었는데도 우리 경제는 계속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도대체 정책의 효과가 언제쯤 나타나는지 되묻고 싶을 정도다.

민주당 이해찬 당대표 후보의 기자간담회 발언도 가관이다. 그는 고용 쇼크와 관련해 “지난 10년간 이명박·박근혜정부 때 성장 잠재력이 매우 낮아져서 그 결과가 지금 나타나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문 정권이 고유의 경제정책 드라이브를 한지 이미 상당기간이 지났고 그 결과가 명확히 드러나고 있는 상황에서 언제까지 전 정부 핑계를 댈지 궁금하다. 이 후보의 발언은 당·정·청 회의와 마찬가지로 집권세력이 소득주도성장과 같은 정책 실험의 허실을 짚어볼 의사가 없다는 점을 시사한다. 빗나간 판단이다. 참으로 암담하고 걱정스럽다.

고용 불안의 원인은 물론 복합적일 것이다. 저출산·고령화 여파도 있고, 지난 10년간 제조업 위주 산업구조를 개편하는 데 게을리하다가 뒤늦게 조선업과 자동차 분야 구조조정에 나선 영향도 무시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렇지만 문 정부의 소득주도성장 기조와 최저임금 인상의 여파로 고용이 줄어든 것도 명백한 현실임을 부인할 수 없다.

정책갈등 불협화음

효율적인 수습을 위해서는 정부내 정책 갈등의 불협화음도 계속 문제가 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경제사령탑의 리더십 혼선이 사태를 악화시킨 측면도 있음을 배제할 수 없다.

문 대통령이 고용위기 타개를 위한 대규모 확장재정 지시와 함께 "청와대와 정부의 경제팀 모두가 완벽한 팀워크로 결과에 직(職)을 건다는 결의로 임해 달라"면서 “정책에서 무엇보다 두려워해야 할 것은 난관보다 국민 신뢰를 잃는 것”이라고 강조한것도 그런 연유다. 외적 장애물보다 경제팀 내 엇박자나 불화가 정부 불신을 낳고 결국 정책실패로 이어진다는 뜻일 것이다.

문 대통령의 이번 언급은 당·정·청 대책회의에서 소득 주도 성장과 관련, "정부를 믿고 기다려 달라"는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과 "수정도 검토하겠다"는 김동연 경제부총리가 다시 이견을 보인 것을 염두에 둔 발언이다. 개혁그룹과 관료집단을 각각 대표하는 장 실장과 김 부총리는 앞서 최저임금을 비롯한 주요 정책 사안을 놓고도 여러번 부딪힌 바 있다.

더욱이 장 실장은 최근 경제 사정이 악화된 원인을 두고 윤종원 경제수석비서관과도 대립했다는 전문이다. 윤 수석이 최악의 일자리 지표에 대해 “최저임금 때문이 아니라고 볼 수 있는 여지가 없다”고 하자 “최저임금 때문이라는 구체적인 근거가 없다”고 반박했다는 것이다. 정부와 여당은 물론이고 청와대 내부에서까지 정책갈등 기류가 읽혀진다. 경제팀은 더이상의 불협화음을 만들지 말고, 오직 정책의 성과를 가시적으로 내는 데 모든 걸 걸어야 할 것이다.

정책실패 사례

정부의 일자리 대책도 다시 점검을 요한다.

정부는 그동안 내년에 21조원 넘는 세금으로 일자리를 만들겠다고 했는데 이번 당·정·청회의에서 이를 더 늘리기로 했다. 올해 예산안의 일자리 사업 규모 역시 사상 최대인 19조원이었다. 그럼에도 그 와중에 벌어진 기록적 고용 감소는 뭔지, 심층적 원인규명이 절실하다.

고용노동부는 올해 각 부처가 요구한 일자리 사업 171건을 평가한 바 있다. 일자리 하나에 세금이 평균 2800만원 들었다. 그런데 정부 알선 취업자 3명 가운데 2명은 1년 안에 그만뒀다. 국회 예산정책처에 따르면 고용부의 대표적 일자리 사업인 '취업 성공 패키지' 역시 취업자 절반이 1년도 채우지 못하고 물러났다. 직업훈련을 거쳐 취업해도 1년 이상 일하는 비율은 고작 20%였다.

정책 자세가 근본 처방을 하지 않은채 정부의 무능을 가리고 당장 국민의 비판만 모면하려 했기에 야기된 결과로 분석된다.

세금투입 처방

이번 당·정·청회의에서 발표한 대책 중 구체적인 것은 내년도 일자리 예산을 늘리겠다는 게 전부다. 일자리 예산을 올해 증가율(12.6%) 이상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3년간 76조원 이상이 일자리에 투입되는 셈이다. 이런저런 정책으로 고용하기 어려운 환경을 만들어 놓고 그에서 파생되는 문제는 세금으로 해결하겠다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 들어 지금까지 일자리 정책에 54조원을 투입했건만, 고용은 악화 일로다. 54조원은 실업자 100만 명에게 각각 5400만원씩 나눠줄 정도의 큰돈이다. 지난해와 올해 본예산과 두 차례 일자리 추가경정예산 등을 통해 일자리 분야에 이같이 막대한 예산이 동원됐지만 고용 성적표는 초라하다. ‘참사’ ‘재앙’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참담하다. 고용 재앙의 근본 원인을 무시한 채 혈세만 쏟아붓는다고 일자리가 개선될 리 만무하다.

문 대통령도 "세수 전망이 좋은 만큼 늘어나는 세수를 충분히 활용하여 적극적인 재정 정책을 펼쳐주길 바란다"고 했다. 지금보다 더 세금 퍼붓는 속도를 높이라는 뜻이다. 그러나 세수 전망이 좋다고 하지만 당초 세수를 지나치게 보수적으로 잡았기 때문에 나온 숫자에 불과하다. 허투루 선심 쓰듯 나눠줄 돈이 아니다.

여기에다 내년 경제성장률이 2%대 중반으로 떨어지고 기업실적이 악화되면 거꾸로 세수부족에 시달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일자리 세금 투입은 신중해야 한다. 미국과 일본이 법인세 인하 같은 친기업 정책으로 투자를 유도하고 그 결과 일자리가 늘어난 사례도 눈여겨봐야 한다.

일자리 관련 사업에 쏟아부은 돈은 올해 본 예산만 19조2300억 원이다. 정부가 올해 취업자 증가 목표치 18만 명을 달성한다고 해도 일자리 1개를 만드는 데 1억 원이 넘는 돈이 들어간다는 계산이 나온다. 하지만 이 목표 달성까지도 불투명하다. 상황은 악화일로다. 그런데도 내년에는 21조 원 이상을 더 쓰겠다는 것이다. 외환위기 같은 외부 변수가 있었던 게 아닌데도 쏟아 넣은 세금이 일자리로 되돌아오지 않는 데 대해, 고용 재난의 원인 진단이 잘못된 것은 아닌지, 경제정책 기조에 문제가 있었던 것은 아닌지, 대통령부터 그 진상을 정확히 돌아봐야 한다.

정책기조 부작용

문재인 정권은 대선 때 소득주도성장을 만병통치약인 양 포장했다. 분배와 성장이 동시에 온다고 선전했다. 이번 당·정·청회의에서도 정책기조인 소득주도성장의 부작용에 대해서는 일언반구 없었다.

문 대통령도 고용 참사의 원인을 “인구와 산업 구조조정, 자동화와 온라인 쇼핑 등 금방 해결하기 어려운 구조적 요인 때문”이라고만 진단했다. 소득주도성장 정책을 도그마처럼 붙들고 있는 형상이다. 어느새 소득주도성장 정책은 이 정부의 성역처럼 돼버렸다.

그렇지만 '소득주도성장' 기조로 인해 '고용절벽' 등 서민경제가 무너지는 현실을 부인할 수는 없다. 과감하게 소득주도성장과 결별을 선언하고 대신 혁신성장에 온 힘을 쏟아야 한다. 아예 틀을 바꿔야 한다. 이 일은 오로지 문 대통령만이 할 수 있다. 필요하다면 경제·일자리수석에 이어 청와대 경제 참모진을 모두 교체하는 방안도 검토해야 할 것이다.

정부는 22일 자영업자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어려움을 겪은 소상공인들을 돕기 위해서다. 하지만 이 역시 발병 원인은 그냥 둔 채 '땜질처방'에 급급하는 형국이다.

소득주도성장은 최저임금 인상,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등을 통해 가계소득을 늘려 소비 촉진과 경제 성장을 유도한다는 이론이다. 그런데 1년 3개월을 달려온 결과는 최악의 실업 사태와 소득 격차 확대다. 여기에 친노동 반기업 정책까지 더해지면서 일자리를 창출해야 할 기업은 활력을 잃고 있다. 정부의 정책 방향 설정이 고용 창출의 반대쪽으로 경제 전반을 몰아가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공정경제, 소득주도성장, 혁신성장 등은 문재인 정부의 경제성장 3축이다. 3축 기조가 효과를 내려면 짧게는 몇 달, 길게는 3년은 족히 걸린다는 것을 정부·여당도 알 것이다. 이 기간에 일자리 대란이 해소되는 기미라도 보이지 않는다면 이 3축 기조는 뿌리부터 흔들릴 수밖에 없다.

경제환경 악화

고용난은 앞으로 더 악화될 가능성이 높다. 복합적인 국내 요인들에 미-중 무역분쟁 같은 국제 변수까지 덧붙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 한국 경제는 사면초가다. 구조 개혁과 규제 혁신을 게을리해 조선, 해운, 디스플레이, 자동차 등 주력 산업 대부분이 경쟁력을 잃었거나 위기를 맞고 있다. 우리가 유일하게 세계 1위를 유지하고 있는 반도체까지 넘보려는 중국의 추격이 거세기만 하고, 트럼프발 무역 전쟁도 코앞에 와있는 상황이다.

고용정책 실패를 재정으로 메우는 건 한계가 있다. 한국 경제의 위기는 주력 제조업의 경쟁력이 약화되는데도 규제에 짓눌려 혁신적인 신산업이 자리를 잡지 못해서다. 일자리 예산의 상당 부분이 사회 안전망 강화에 투입됐지만 노동시장의 유연성도 도무지 진전이 없다.

대외 여건도 좋지 않다. 강대국 간 통상분쟁으로 무역이 위축되면서 통상국가 한국의 입지는 점점 좁아지고 있다. 글로벌 금리 인상으로 터키·아르헨티나 등 신흥국에선 벌써 곡소리가 나온다. 경제환경이 나빠지는 요인은 널려 있고 추세적인데 정부가 외치는 대책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식의 재정 투입 얘기뿐이다. 그러니 ‘재정 중독’이니 ‘재정 만능주의’라는 비판이 나오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중장기 근본대책 나와야 

대책은 종합적이고 전략적이어야 한다. 선후를 가려 안전망 확충 같은 급한 정책을 먼저 처리하고, 정책 간 연계성을 높이는 쪽으로 방안을 마련하도록 지혜를 모아야 한다. 내년 최저임금 인상폭을 결정한 지 한달을 넘기고도 자영업 대책을 제대로 강구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은 전략 부재라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이번 당·정·청회의의 고용대책들도 그동안 나왔던 것을 반복한 차원이다. 고용지표 발표 이틀 만에 급하게 잡힌 회의라는 점을 감안해도, 대책의 질과 양 모든 면에서 과연 고용 쇼크를 극복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드는 수준이다.

중장기적으로 고용 시장을 되살릴 근본대책이 나와야 한다.

사태가 이 지경까지 이른 것은 건실한 일자리의 보고(寶庫)인 제조업의 고용 여력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대규모 고용 창출을 담당해 온 자동차, 조선 업종의 침체가 지속되면서 관련 일자리가 줄어든 게 방아쇠를 당겼고 내수 침체와 소비 심리 위축으로 이어졌다. 거기에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과 근로시간 단축의 영향으로 자영업자나 중소기업이 고용을 줄이면서 일자리가 직격탄을 맞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1차적으로, 기업들이 새로운 성장 동력을 발굴, 일자리를 늘릴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고 전체 고용의 80% 이상을 책임지는 중소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데도 집중해야 한다. 복지에 방점을 둔 정부이지만, 내년 정부 예산에서는 직접 고용 효과가 큰 사회간접자본(SOC) 투자에 재원을 배분하는 것도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

고용난의 고통이 취약계층에 몰리고 있는 만큼 별도 추가대책도 요구된다. 사회안전망을 마련하는 것도 급한 숙제다. 실업급여 대상에서 빠져 있는 이들을 위한 실업부조 제도 도입에도 속도를 냈으면 한다. 내년 예산에 반영하기로 한 ‘한국형 실업부조’(구직활동 지원금)는 청년층에만 해당돼 한계를 띠고 있다. 경력단절 여성이나 자영업을 접은 이들, 실업급여 기한을 넘긴 구직자로 대상을 넓혀가는 방안도 검토할 만하다.

실기없는 결단을

기본적으로 4차 산업혁명 등 신산업 분야에서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어낼 수 있도록 규제 완화를 통한 혁신성장에 속도를 내야 한다.

최저임금 과속 인상 등 기존 정책의 부작용을 최소화할 대책도 요구된다. 경제정책 방향을 놓고 혼선을 빚어 온 경제팀의 쇄신도 적극 검토돼야 할 것이다. "정부가 최선을 다한다는 믿음을 주고 결과에 직을 건다는 결의로 임할” 진용을 다시 짜야 한다.

소득주도 성장의 실패를 인정하고 경제 정책의 방향을 바꾸는 일은 시급하다. 자칫 시기를 놓치면 고용 부진이 소비 위축과 경기 침체를 불러 일자리가 더 사라지는, 그야말로 악순환 재앙의 늪으로 더 빠져들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정책 기조를 그대로 둔 채 조금 손질하는 식의 땜질 처방으론 고용쇼크 위기를 헤쳐나갈 수 없다.

국가 경제정책이라는 거대한 배의 방향을 大전환 시킬 수 있는 사람은 문 대통령뿐이다. 실기하지 않는 결단을 요구한다.

 

이병도는…

1952년 경남 진양에서 출생했고 서강대 신문방송학과를 졸업, 1979년 동양통신 기자로 언론계에 입문한 후 1981년 연합뉴스로 자리를 옮겨 정치부 야당출입 기자로 오랫동안 활동해 왔다. 저서로는 , <6공해제>, <97년 대선 최후의 승자는>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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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8-08-25 14:21:40
경제는 4년뒤에 나오게 되있다

누가 잘못한지는

4년뒤에 봐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