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준 비대위 한 달, 정치권 평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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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준 비대위 한 달, 정치권 평가는?
  • 정진호 기자
  • 승인 2018.08.30 18: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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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리적이고 품위 있는 이미지로 바뀌어 vs. 인적청산 등 실질적 변화 없이 고담준론만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정진호 기자) 

▲ 지난 한 달간 김병준 자유한국당 혁신비상대책위원장이 거둔 성과에 대해서는 평가가 극과 극으로 갈린다. ⓒ뉴시스

김병준 자유한국당 혁신비상대책위원장이 취임한 지 한 달이 지났다.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한 달 동안, 김 위원장은 ‘달라진 한국당’을 만들기 위해 동분서주(東奔西走)했다. 그러나 그간 김 위원장이 거둔 성과에 대해서는 평가가 극과 극으로 갈린다.

한쪽에서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과 대통령 선거, 지방선거를 거치면서 축적된 ‘수구적’ 색채를 탈색하고 ‘합리적’ 이미지를 가져왔다는 긍정적 평가가 나온다. 반면 다른 한쪽에서는 가시적 변화 없이 고담준론(高談峻論)만 설파하면서, 국민의 외면을 받았다는 부정적 평가도 공존한다.

이에 <시사오늘>은 지난 28일과 30일 양일간 취재 과정에서 정치 관계자들과 나눈 이야기를 두 개의 관점으로 나눠 요약 정리했다. 아래의 내용은 다수 취재원으로부터 얻은 정보를 임의로 분류해 재구성한 것임을 미리 밝힌다.

한국당 이미지 180도 바뀌어…지금까지는 성공적

“몇 년 전만 해도, 보수는 부패했지만 영리하고 세련된 이미지였다. 그렇게 오래된 이야기도 아니다. 2016년 총선 전까지만 해도 그랬다. 그때 진보 언론 기자들 사이에서 유행했던 야마(기사의 핵심)가 있다. ‘보수를 배워라’였다. ‘기울어진 운동장’ 탓만 하지 말고, 보수가 얼마나 영리하고 세련된 선거 전략을 짜는지 배워서 진보도 써먹어야 한다는 거였다.

근데 지금 보수가 왜 이렇게 됐느냐. 두말할 것도 없이 박근혜 전 대통령 때문이다. 독재자의 딸이라는 이미지가 있었는데, 사람을 데려다 앉히는 거나 국정을 운영하는 방식을 보면 정말로 ‘옛날틱’했다. 박근혜 정부 시절에 신문을 보다 보면, 이게 2016년인지 1976년인지 헷갈릴 정도였다. 게다가 여당 대표(김무성 전 대표)라는 사람은 좌파니 우파니 하는 말을 입에 달고 살지 않았나.

최순실이 자기 맘대로 국정을 주물렀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보수는 완전히 박살이 났다. 세련된 이미지는 박근혜 정부 시절에 다 까먹었고, 부패해도 최소한 영리하고 유능하다는 이미지는 최순실이 다 까먹었다. 그 뒤에는 더 구시대로 갔다. 홍준표 전 대표는 원래 말하는 스타일 자체가 세련된 사람이 아니다. 정치적 감각은 뛰어난데, 표현을 ‘옛날틱’하게 한다. 그렇게 보수는 4~5년 사이에 확 망가진 거다.

김병준 위원장이 잘 하고 있는 게 바로 이거다. 합리적이고 품위 있는 이미지를 다시 갖고 오고 있다. 나는 김병준 위원장이 국가주의 담론을 꺼내기에 깜짝 놀랐다. 인적청산이니 뭐니 하는데, 권한도 없는 김병준 위원장이 사람들 잘라낸다고 했으면 또 친박 비박 싸우다가 웃긴 꼴 났을 거다. 그런데 김병준 위원장은 인적청산 미뤄놓고, 갈등을 봉합한 다음에 국가주의 담론을 던졌다. ‘나는 다른 비대위원장하고 다르다, 나는 정책으로 승부한다’ 이걸 선언한 거다.

대개 진보가 큰 정부를 선호하지 않나. 문재인 정부도 국가가 이것저것 개입하고 있다. 여기 대해서 김병준 위원장이 브레이크를 건 거다. ‘너희들 지금 하는 거 보니까 국가주의네, 우리는 자율주의야’ 이거 아닌가. 국가주의뿐만이 아니다. 소득주도성장을 비판하는 걸 보면 포인트를 탁탁 잘 집어낸다. 밖에서 보기는 쉬워 보이지만, 절대 쉬운 일이 아니다.

대선 때도 그렇고 지방선거 때도 그렇고, 한국당은 계속 색깔론으로 공격하지 않았나. 그걸 한 달 만에 확 바꾼 거다. 이렇게 바꿔놓은 덕분에, 경제가 조금씩 안 좋아지니까 ‘한국당 말이 맞다’ 이런 사람이 나온다. 지지율이 드라마틱하게 오르지는 않고 있지만, 여당에서 빠져나오는 지지율을 받아먹을 그릇은 만들어 놓은 거다. 전부 김병준 위원장의 공이다.”

가시적 변화 없고 대안도 부재…성과 보여줘야

“정치 쪽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흔히 하는 착각이, 국민들이 우리처럼 정치에 관심이 많을 거라고 생각하는 거다. 우리는 정치 뉴스 보는 게 업인 사람들이다. 그러니까 누가 무슨 말을 하면 그게 무슨 뜻인지 해석하고, 다른 사람이 해석한 뉴스 보고 그렇게 한다. 근데 보통 사람들은 안 그런다. 이걸 착각하면 안 된다.

국가주의, 말은 좋다. 맞는 말이다. 지금 청와대에서 일하는 사람이 박근혜 정부 때보다도 많다니까. 또 청와대가 만기친람(萬機親覽)을 하는 것도 사실이고. 나도 김병준 위원장이 국가주의라고 말한 건 일리가 있다고 본다. 그런데 이건 어디까지나 정치 쪽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생각이다.

국민들은 뭐라고 그러냐. ‘so what(그래서 어쩌라고)’이라고 한다. 뛰어난 정치 지도자는 당장 국민들 피부에 와 닿는 말을 해야 한다. ‘문재인 정부는 국가주의다’ 이렇게 해가지고는 관심을 끌 수가 없다. 언론에서는 국가주의 프레임이 성공이라고 하는데, 그럼 왜 지지율이 안 오르나. 언론도 정치 쪽에서 일하는 사람들이라 그렇다. 국민들 마음을 모르는 거다.

김병준 위원장이 성공했다는 말을 들으려면, 인적청산은 무조건 해야 한다. 왜냐. 국민들 눈에 제일 잘 보이는 개혁이니까 그렇다. 박근혜 정부에서 목에 힘주고 다녔던 사람들 다 쳐내야 국민들이 눈길을 준다. 그래야 지지율도 오른다. 실질적으로도 이렇게 해야 당이 바뀐다.

구체적으로 대안도 내놔야 한다. 비판만 할 게 아니라, 답을 제시해 줘야 된다. ‘소득주도성장이 틀렸다고? 그러면 너희는 어떻게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김병준 비대위에는 이 물음에 대한 답이 없다. 대통령 지지율이 떨어지는데, 한국당 지지율은 안 오르는 이유가 이거다. 민주당이 마음에 안 들지만, 그렇다고 한국당을 지지하자니 인적청산도 안 하고 있고 대안도 없고….

사람들이 김병준 위원장한테 인적청산을 하라고 하는 이유는 민주당에서 빠져나온 중도보수들이 돌아올 수 있게 하라는 거다. 그러려면 한국당이 달라졌다는 걸 보여줘야 하는데 지금은 친박들이 다 그대로 있지 않나. 그러면서 국가주의니 뭐니 하고 있으니 지지율이 오를 턱이 없다. 김병준 위원장이 잘 생각해야 한다.”

담당업무 : 국회 및 국민의힘 출입합니다.
좌우명 : 인생 짧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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