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의 남자 이재오 특임장관까지 나섰다. 정운찬 동반성장위원장이 청와대 참모진에게 불쾌감을 드러내며 사퇴의사를 언론에 흘리자 이 장관은 21일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동반성장, 이익초과로 예상보다 많이 생기면 중소기업에 기술개발비도 좀 지원해주고 중소기업도 스스로 성장할 수 있도록 상생하자는 것인데 무슨 교과서에 없느니 자제해 달라느니, 그것도 알만 한 사람들이 왜 그러는지 참 알 수 없다. 듣는 지혜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지난 10일 이익공유제에 사회주의 딱지를 붙였던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발언 때는 잠잠했던 이 장관은 11일 만에 이 회장을 겨냥했다. ‘정운찬 비토론’을 확산시킨 청와대 임태희 라인을 정조준하며 정 위원장에게 힘을 실어주려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정 위원장은 같은 날 이명박 대통령에게 보내는 사의 서한(辭意)을 여권 고위관계자에게 보냈다고 <조선일보>가 22일 전했다.
정 위원장의 측근은 “정 위원장이 퇴근하면서 며칠 간 연락이 안 될 거라고 했다”고 전했다. 정 위원장은 동반성장위원회 사퇴 언급→언론에 MB정부의 미행사실 폭로→동반성장위원장 직 사퇴 번복 발언→사의 서한 전달 등 갈지(之)자 행보의, 전형적인 정치 풋내기의 모습을 연출한 셈이다.
이에 따라 정 위원장은 향후 MB정부 내에서 역할론을 부여받기도 어렵게 됐다. 초과이익공유제를 놓고 ‘리틀 MB’ 임태희 실장과 ‘최틀러’ 최중경 지식경제부 장관 등과 연일 설전을 벌이던 그가 ‘MB정부의 재정권 재창출을 위해 출마한다’는 것 자체에 여의도 진입 명분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MB정부와 대립각을 세우려면 초과이익공유제 논란이 불거졌을 당시 MB나 이건희 회장과 끝까지 논쟁하며 자신의 중도이미지를 부각시켰어야 했다.
당내 정운찬 라인을 만들어 현실 정치인으로 거듭나는, 지름길을 스스로 걷어 차버린 셈이다. 결국 이재오계는 정 위원장을 박근혜 대항마로 키우려던 전략에 차질이 빚어졌고 청와대와 한나라당 내 정운찬 비토론은 더욱 확산됐다.
반면 박근혜 전 대표의 행보는 거침없다. ‘수첩공주, 침묵의 정치인’ 박 전 대표는 각종 현안에 굳게 입을 다문 채 강원도로 향했다. 박 전 대표가 당내 강원도 평창 동계올림픽 특위 유치 고문으로 추대되면서 4·27 재보선을 간접지원하자 강원도 내 민심이 박 전 대표에게 급속히 쏠렸다.
언론은 즉각 ‘박근혜 대외활동 넓힌다’라는 기사를 쏟아냈다. 하지만 지식경제부 모피아 세력과 지방토호의 합작품인 동계올림픽 유치전에 뛰어든 박 전 대표의 ‘토건 신자유주의’ 철학에 관심을 두는 언론은 보이지 않는다.
이 같은 언론 비평의 부재가 역설적으로 박근혜 대항마를 만들었고 박 전 대표는 여전히 ‘말 한마디 정치’를 하며 속내를 드러내지 않는다.
하지만 과거 그가 정치적 승부수를 던졌던 세종시의 경우, 박 전 대표는 원안과 수정안 사이에 있는 팽팽한 균형추를 박근혜 쪽으로 기울이는 데 성공했다. MB와 대립각을 세울 때는 확실한 스탠스를 취한 셈이다.
결국 ‘박근혜가 반대하면 어떤 법안도 통과될 수 없다’는 박근혜 법칙 만 확인한 채 그는 오늘도 대세론의 주인공으로 언론에 언급되고 있다. 2009년 하반기 정국을 미증유의 위기로 몰아넣었던 정운찬 위원장의 ‘갈지자’ 행보와 박근혜 전 대표의 ‘침묵 ’만 고집하는 행보. 민중, 시민 없이 정치공학만 난무하는 그들의 행보에 정치권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