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運)9 기(技)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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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運)9 기(技)1
  • 고정길 편집주간
  • 승인 2011.03.22 1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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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春)3월이다. 겨울이 가고 있습니다. 지금은 영상10도, 빙점의 날들이 허물어져 갑니다. 닭이 웁니다. 시냇물이 흐릅니다. 재잘거리는 새떼, 반짝이는 호수, 따사한 볕 속에 봄이 솟아오르고 있습니다. 물 건너 보리밭도 유난히 파란빛이 새롭습니다.

고개를 내미는 풀도, 삼라만상이 생기가 돋습니다. 그래서 3월에는 감금되어 있던 금제의 빛깔들이 해일처럼 넘쳐납니다. 그러나 봄이 오지 않는 곳, 계절이 바뀌고 달력의 숫자들이 떨어져 나가도 겨울이 지배하는 영토가 있습니다.

세월이 많이 흘렀는데도 아직도 우리사회는 오륙도, 사오정, 삼팔선이라는 신조어가 고착화 되고 일터를 찾지 못하고 헤매는 새내기들의 좌절과 절망도 여전합니다. 내쉬는 숨결 속엔 어제도 오늘도 하얀 성애가 서려 있습니다.

오늘 나는 무엇을 믿어야 하느냐 무엇을 기다려야 하느냐 희망을 걸어 물어보지만 오늘도 내일도 기다리다 남는 것은 오직 절망뿐인 사람들, 이들에게는 봄의 소리를 들을 수가 없습니다. 봄이 온다고 하는데 여전히 춥고 마음 한 켠에는 항상 시름을 담고 사는 사람들, 그 영토에는 한 줄기 햇빛마저 들지를 않습니다.

고스톱의 승패에 두고 쓰는 말로 운(運)칠 기(技)삼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사람이 살아가면서 일어나는 모든 일의 성패는 운에 달려 있는 것이지 노력에 달려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요즘은 한 술 더 떠 운칠기삼 이었던 패가 운(運)구 기(技)일로 바뀌었습니다.

운칠기삼 때는 ‘조카’를 2장까지 인정을 했는데 지금은 ‘조카’를 5장까지 인정을 함으로써 제아무리 기술이 출중하더라도 당해낼 재간이 없습니다. 우리 사회는 ‘조카’ 5장을 쥐고 치는 고스톱 판처럼 돈은 돈 따라 돌고 그래서 부가 세습이 되고 가난한 사람은 더 가난해지는 사회가 됐습니다.

억누르는 것들, 숨 막히는 것들 속에서 헤매는 사람들에게 우리 사회가 어떻게 할 것인가. 그것은 나눔과 소통의 사회를 만드는 것입니다. 나눔과 소통 속에서만 우리 모두가 주인이 될 수가 있기 때문입니다. 모두가 공존하고 상생하는 사회라면 그 사회를 아끼지 않을 수가 없고 그 이웃과 친하고 재미있게 살지 않을 수 없습니다.

나눔은 동정이나 내가 가지고 남는 것을 주는 것이 아닙니다. 사회의 한정 된 재화를 각자 자기 몫이 정확히 돌아가도록 정의롭게 배분을 하는 것입니다.  권력이 그렇고 돈이 그렇고 복지와 문화가 그렇다. 시장은 소수의 독점이 아니라 다수의공유가 돼야 한다는 말입니다. 나눔의 핵심은 시장경제가 건강하게 작동을 하게 만드는 것입니다.

그리고 공평하면 됩니다. 사는 길이 험난하고 힘들어도 공평한 룰이 적용 되고 있다면 불만이 있을 수가 없습니다. 자립형 사립고 많이 만들어서 부자와 빈자의 출발선 자체를 다르게 만들지 말고 고급정보를 이용한 투기와 위장전입이 없어지면 됩니다.

자유롭고 창의적인 사회, 개천에서 용 나는 사회, 사회적 책임지는 사회가 공평한 사회라는 말들이 한낱 수사에 불과하지 않고 정말로 누구에게나 기회가 열려 있고 개성과 노력에 따라 자기의 삶을 꾸려 갈 수 있으면 됩니다. 공평이란 단어가 정치권의 매직 워드의 단어로 떠오른 지 오래입니다.

정치권에서는 어지간한 사안마다 공정이란 말을 기준으로 거론하며 공방을 벌이고 있습니다. 분명한 것은 모든 일이 공평하게 이뤄져야 만이 사회가 건강해진다는 것에 토를 달 사람은 없습니다. 그렇지 못하다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습니다.

공평하려면 정부정책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도 공평한 룰을 지키기 위한 사회적 리더들의 솔선수범하는 자세가 절실합니다. 나는 무엇을 믿어야 하며 무엇을 기다려야 하느냐 희망을 걸고 물어보면 희망은 반드시 있다고 정부는 확답을 해야 합니다.

그래서 굳게 닫았던 창문을 활짝 열고 무거운 옷을 벗고 먼지가 묻지 않은 가벼운 옷들을 걸치고 이 봄 거리를 활보할 수 있도록 꼭 만들어 태평하고 편안한 세상이 되도록 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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