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현 변호사의 Law-in-Ca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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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현 변호사의 Law-in-Case>
  • 안철현 변호사
  • 승인 2011.03.22 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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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약서에 도장 찍기 전에

이전 칼럼의 사례에서 본 임차인이 임대인과 사이에 계약을 체결하면서 처하게 되는 어려움은 그뿐만이 아니다. 특히 우리나라에서 부동산거래와 관련된 계약을 체결하는 경우에 공인중개사나 한쪽 당사자(그것도 ‘갑’의 위치에 있는 당사자)가 만든 계약서를 그대로 사용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각각의 계약에는 그 내용도 다르거니와 각자가 원하고 목적하는 바도 천차만별이다. 임대차계약의 경우 주로 한 장짜리 계약서에 임대보증금, 월임료, 존속기간 정도만 정해서 계약하는 경우가 많은데 임차인 각자가 처한 사정이나 원하는 바를 담아 계약을 하는 것이 아니라 그냥 가장 보편적으로 들어가야 할 약정사항만 담은 채 계약을 하고 만다.

이렇게 각자의 사정에 상관없이 계약을 하게 되면 분쟁의 가능성은 높은 반면 분쟁이 발생했을 때 유리하게 해결하기도 어렵게 된다. 계약서는 쌍방 각자가 원하는 의사 중 합치된 내용을 담은 처분문서다. 그런데 그 내용이 불명확하거나 자기가 원하는 내용을 담지 못한다면 그만큼 불리하게 되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많이 좋아지긴 했지만 우리나라 사람들은 아직까지도 “좋은 게 좋은 거”라는 생각이 강해 앞뒤 따지지 않고 그냥 공인중개사나 상대방이 제시하는 계약서에 도장을 쿡 찍어버리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 이유는 아마도 계약서를 작성하는 목적이나 계약서의 의미에 대한 근본적인 이해가 부족하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심지어 계약서를 작성하지 않고 계약을 체결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계약서를 작성하지 않아도 계약의 효력이 발생하는 것에는 영향이 없다. 그러나 구두계약은 계약내용에 관하여 다툼이 발생하였을 때 그 진정한 내용을 입증하기 어렵고, 이로 인해 계약과 관련한 분쟁을 해결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으므로 중요한 사항은 반드시 계약서와 같은 서면으로 작성해두는 것이 안전하다.

계약의 내용을 서면으로 작성함으로써 계약단계에서 양당사자의 권리와 의무를 명백하게 확인하고, 양당사자가 성실히 준수해야 할 각종 의무를 세부적으로 규정함으로써 장래 발생할 수 있는 분쟁을 예방할 수 있다.

계약의 내용과 관련해 분쟁이 발생한 경우에도 계약서를 입증자료로 활용할 수 있고, 그것이 해석의 기준이 된다.  또한 계약서가 존재하기 때문에라도 계약당사자 각자는 계약을 이행하려는 심리가 강하게 작용되는 반면 계약서가 없다보면 슬쩍 계약을 위반하고 싶어지는 것이 또한 사람 마음이다. 

이와 같이 계약서는 각자가 원하는 바와 지켜야 할 바를 담는 그릇이다. 그것도 서로의 의사가 합치된 내용을 담는 것이므로 누구라도 자기가 원치 않고, 고려하지 않는 내용을 담아서는 안 되는 것이다. 따라서 계약을 체결할 때에는 별 생각이 없었다가 나중에 가서 “나는 그런 계약을 한 적이 없다”거나 “그런 의사가 아니었다”고 소리쳐 봐야 소용없는 일이다. 

법정에서도 한쪽 당사자의 사정도 알겠고, 그랬을 것이라는 심증도 가지만 물증이 없어 원하는 판결을 해 줄 수 없다고 하면서 안타까워하는 판사님을 자주 보게 된다.

따라서 계약은 서면으로 남기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고 만연히 주어진 계약서에 덜렁 도장만 찍을 것이 아니라 자신의 사정과 원하는 바를 사전에 면밀히 검토하여 계약 상대방에게 요구하기도 하고 설득도해 이를 계약서의 내용으로 담는 것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지금 체결하려고 하는 계약의 내용이 상대방은 위반할 가능성이 높은 반면 나로서는 반드시 이행돼야 하는 중요한 것이라면 계약서에 위약벌 규정을 둠으로써 상대방이 계약 내용을 이행하도록 심리적으로 강제하고 만에 하나 상대방이 계약을 위반하더라도 나의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다.

상대방이 계약을 파기함으로써 나에게 손해가 발생할 개연성이 높은데 반해 그 손해액 산정이 어려운 경우 손해배상액예정 규정을 두는 것도 생각해 볼 수 있다.  또 계약해지사유도 각자의 사정에 따라 다양하게 규정할 수 있고, 계약이 해지됐을 때 어떻게 할 것인가도 사안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므로 이런 점도 반드시 챙길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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