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s 왓]농심, 메가상품 無 속 라면마저 '흔들'…백산수 '위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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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s 왓]농심, 메가상품 無 속 라면마저 '흔들'…백산수 '위안'
  • 박근홍 기자
  • 승인 2018.09.10 16: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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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박근홍 기자)

국내 기업들이 계속되는 경기침체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해 어떤 업체는 보수적인 경영 전략을 선택해 투자를 줄이기도 하고, 또 다른 업체는 공격적인 투자 전략을 통해 맞불을 놓기도 한다.

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해 안간힘을 쏟고 있는 기업들에게는 어떤 강점과 약점, 그리고 어떤 기회와 위기가 있을까. <시사오늘>은 'SWOT 기법'(S-strength 강점, W-weakness 약점, O-opportunity 기회, T-threat 위협)을 통한 기업 분석 코너 '기업's 왓'을 통해 이에 대해 짚어본다.

농심, 녹록지 않은 내수 속 '백산수' 미래 먹거리 부각

▲ 농심 CI ⓒ 농심그룹

S- 땡큐! 차이나

1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2018년 상반기 농심은 매출 1조958억 원, 영업이익 408억6898만 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0.38%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19.41% 감소한 수치다.

같은 기간 당기순이익도 12.85% 줄었다. 영업이익률 역시 전년보다 0.9%p 하락한 3.7%로 집계됐다. 국내 시장에서 주력사업인 라면 부문이 위축됐기 때문이라는 게 중론이다.

표면적으로는 총체적 난국에 처한 모양새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주목할 만한 강점이 하나 눈에 띈다. 바로 중국 시장의 부활이다.

다른 유통업체들과 마찬가지로 농심은 그간 중국 시장 진출로 적잖은 재미를 봤으나, 사드 배치 후폭풍으로 곤욕을 치렀다.

공시를 살펴보면 농심의 중국 영업이익은 2015년 26억6993만 원에서 2016년 55억9379만 원으로 1년 만에 2배 가까이 증가했지만, 사드 논란이 있었던 2017년 영업손실 25억9510만 원으로 적자전환했다.

하지만 농심은 사드 여파를 단 1년 만에 회복, 올해 상반기 중국에서 영업이익 25억6855만 원을 올리며 다시 흑자로 돌아섰다. 같은 기간 국내 영업이익이 26.01% 하락했음을 감안하면 농심 입장에서는 '땡큐! 차이나'를 외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조미진 케이프투자증권 연구원은 "농심의 중국법인은 사드로 인한 피해들이 복구되면서 매출이 회복될 것"이라며 "국내에서의 성장은 제한적이지만 활발한 해외 진출을 통해 지속성장하는 기업으로서의 프리미엄은 정당하다"고 말했다.

W- 라면시장 위축, 점유율도 흔들

현재 농심의 최대 약점은 전체 국내 라면시장이 위축되는 와중에 점유율을 잃고 있다는 것이다.

공시에 따르면 농심, 오뚜기, 삼양식품, 팔도 등 국내 라면 빅4 업체의 지난해 총 매출(면류) 규모는 3조915억 원, 이중 생면류 등 제품을 제외한 라면 매출은 1조 원대 후반에서 2조 원대 초중반인 것으로 추정된다.

반면, 2010년 1조 원대에 머물렀던 국내 가정간편식 시장 규모는 매년 평균 19% 이상 성장, 지난해 약 3조 원까지 성장했다. 간편식 시장이 라면 시장 규모를 뛰어넘은 건 2017년이 처음이다. 간편식이 라면을 잠식했다고 볼 여지가 상당하다는 게 중론이다. 업계에서는 라면의 위기라는 말이 나오기도 했다.

특히 농심은 설상가상이다. 시장조사업체 AC닐슨에 따르면 2013년 65.9%였던 농심의 라면시장 점유율은 2015년 61.5%, 2017년 56.2%로 매년 하락세을 보였고, 올해 상반기에는 역대 최저치인 53.2%를 기록했다.

대표 상품인 '신라면'과 오뚜기 '진라면'의 점유율 격차도 올해 상반기 기준 2.7%p에 불과하다. 2015년 상반기 당시에는 신라면이 진라면을 2배 가량 앞선 바 있다.

차재헌 DB금융투자 연구원은 "시장 지배력이 약화된 만큼 농심의 이익 전망치 하향이 불가피하다"며 "실적 충격을 불러온 농심의 구조적인 문제는 단기간 해소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O- 백산수, 현재 그리고 미래의 먹거리

이처럼 효자 신라면이 불효자가 된 상황 가운데 농심의 신사업 '백산수'는 현재 그리고 미래의 먹거리로 거듭나고 있다.

농심은 라면 가격 담합 문제로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1000억 원 가량의 과징금 폭탄을 맞은 2012년 이후 새로운 성장동력 찾기에 몰두했다. 먹는샘물 백산수도 그중 하나다.

백산수는 백두산 천지물이 자연적으로 솟아오르는 내두천을 수원지로 하고 있어 다른 먹는샘물 제품에 비해 각종 미네랄 성분이 풍부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실리카 함유량은 리터당 3048mg으로 다른 제품 대비 2배 가량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백산수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약 15% 증가한 340억 원으로 집계됐다. 특히 기록적인 폭염이 이어진 지난 6~7월에는 전년 동기보다 24% 매출이 뛰었다. 백산수가 없었다면 농심은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뿐만 아니라, 매출도 감소세로 돌아섰을 공산이 크다.

백산수는 미래 먹거리이기도 하다. 문재인 정권이 들어선 이후 남북관계가 여느 때보다 개선된 상황이기 때문이다. 백산수의 수원지가 백두산 천지물인 만큼, 현재의 마케팅에 도움이 됨은 물론, 향후 진행될 남북 간 경제협력에서 존재감을 떨칠 가능성도 높아 보인다.

T- 메가히트 상품 없는 업계 1위

라면업계 1위 농심은 안성탕면, 신라면 이후 메가히트 상품이 없다. 스낵 시장에서도 '새우깡', '꿀꽈배기' 등 장수제품 외에 최근에 두각을 드러낸 제품이 전무한 실정이다.

안성탕면 출시가 1983년, 신라면은 1986년이다. 새우깡과 꿀꽈배기는 각각 1971년, 1979년이다. 출시 당시 주된 소비층이었던 10~30대가 은퇴를 앞두고 있는 실정이다. 요즘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는 강력한 제품이 필요한데, 업계 1위라는 위상에 걸맞지 않은 연구개발 성적이다.

더욱 큰 문제는 농심의 연구개발비가 다른 업체 대비 낮은 수준도 아니라는 데에 있다. 공시에 따르면 농심이 투자한 연구개발비가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최근 3년 간 1.1%, 같은 기간 삼양식품과 오뚜기는 0.3%대에 머물고 있다. 농심 입장에서는 돈을 더 투자해도 히트작이 나오지 않는 답답한 상황이다.

일감 몰아주기 이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점도 위협으로 다가올 전망이다. 대표적인 업체가 농심미분이다.

농심미분은 농심 오너일가들이 지분 100%를 소유하고 있는 업체로, 최대주주는 농심 창업주 신춘호 회장의 세 아들 중 하나인 신동익 부회장(60%)이다. 나머지 지분(40%)은 신동익 부회장의 두 자녀가 절반씩 보유하고 있다.

농심미분의 전체 매출 중 농심그룹 계열사들과의 내부거래를 통해 올린 매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2년 71.60%, 2013년 47.50%, 2014년 35.20%, 2015년 29.90%로 감소세를 보이다가, 2016년 51.60%, 2017년 41.70% 등 최근 다시 증가하는 추세다.

이밖에도 신동원 부회장의 태경농산과 농심엔지니어링, 신동익 부회장의 호텔농심 등도 현행법상 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상에 포함되진 않으나, 내부거래 매출이 상당해 비판을 받고 있는 업체다.

담당업무 : 건설·부동산을 중심으로 산업계 전반을 담당합니다
좌우명 : 隨緣無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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