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샤인CEO]'불닭 신화' 삼양식품 김정수, 해외진출로 위기돌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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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샤인CEO]'불닭 신화' 삼양식품 김정수, 해외진출로 위기돌파
  • 박근홍 기자
  • 승인 2018.09.12 16: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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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박근홍 기자)

'불닭볶음면 신화'를 써 내린 주인공으로 널리 알려진 김정수 삼양식품 사장이 최근 해외진출을 통해 새로운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회삿돈 횡령 혐의 등 위기를 해외시장 개척으로 정면돌파하겠다는 의중이 엿보인다.

평범한 음대생이었던 김 사장이 경영에 눈을 뜬 건 우지 파동 여파로 1998년 2월 삼양식품이 부도를 맞으면서다. 전인장 회장과 결혼 4년 만에 풍비박산 난 시댁을 본 김 사장은 삼양식품 창업주이자 시아버지인 故 전중윤 회장의 특급 도우미 역할을 자처하며 회사 경영에 뛰어들었다.

특유의 마케팅 능력과 디자인 감각을 인정받은 김 사장은 삼양식품 영업본부장 전무이사로 활동한지 불과 1년 만인 2002년 부사장으로 선임됐고, 2005년에는 금융권이 소유한 회사 지분을 사비를 들여 확보하는 등 경영권을 되찾는 데에 크게 일조하기도 했다. '삼양식품은 아들보다 며느리가 낫다'는 말이 돌기 시작한 것도 이때쯤이다.

실제로 김 사장은 당시 지분 31.55%를 확보하며 삼양식품의 최대주주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물론, 남편 전인장 회장이 2004년 실적 악화에 대한 책임을 지고 물러난 상황인 만큼, 대외적인 모양새를 갖추기 위해 지분을 맡은 것이긴 했지만, 김 사장의 회사 내 위치를 유추하기에는 충분한 대목이다.

경영권을 되찾긴 했으나 삼양식품의 상태는 최악이었다. 1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2006년 삼양식품의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2415억6368만 원, 202억1596만 원, 한때 국내 라면업계 1위를 차지했던 업체라고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참담한 실적이었다. 실제로 경쟁사인 농심의 당시 매출은 1조6717억 원으로 삼양식품의 6배 이상이었다.

하지만 김 사장은 낙담하지 않고 라면명가의 재건을 위해 동분서주로 활약했다. 삼양라면 주황색 패키지 디자인, '맛있는라면' 작명 등이 모두 그의 작품이다. 이 과정에서 故 전중윤 회장은 아들과 며느리에게 경영권을 모두 넘기고 2010년 경영일선에서 물러났다. 전인장 부회장이 회장으로, 김정수 부사장이 사장을 맡으며 삼양식품의 전면에 선 것이다.

그리고 김 사장의 손에서 불닭볶음면의 신화가 탄생하면서 삼양식품은 부활의 날갯짓을 시작했다. 2011년 김 사장은 당시 고등학생이었던 딸과의 명동 데이트 중 매운 찜닭집에서 식사를 하다가 매운 볶음면에 대한 영감을 얻었다고 한다. 이후 삼양식품은 닭 1200마리를 투입하는 1년 간의 연구 끝에 2012년 4월 불닭볶음면을 출시했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공시에 따르면 삼양식품이 불닭볶음면으로 얻은 매출은 2016년 1420억 원, 2017년 2500억 원, 올해에는 상반기에만 1590억 원으로 집계됐다. 불닭볶음면은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통했다. 불닭볶음면의 수출 실적은 2015년 100억 원에서 2016년 660억 원으로 급상승, 지난해에는 1750억 원을 기록하는 기염을 토했다. 올해 상반기도 930억 원으로 전년 동기 실적을 뛰어넘으며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다.

▲ 지난해 12월 무역의날 행사에서 문재인 대통령으로부터 '1억불 수출의 탑'을 받은 전인장 삼양식품 회장, 김정수 사장 ⓒ 삼양식품

그러나 좋은 일이 있으면 나쁜 일도 있는 법, 2018년 3월 전인상 회장, 김정수 사장 부부가 800억 원대 회삿돈을 횡령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후 검찰은 2008년부터 지난해 9월까지 삼양식품 계열사 원자재 일부를 페이퍼컴퍼니로부터 납품 받은 것처럼 꾸며 총 50억 원을 빼돌렸다는 혐의로 두 내외를 기소했다. 일감 몰아주기 논란도 나왔다.

업계에서는 두 사람이 자신의 아들인 전병우 씨에게 삼양식품 지분을 물려주기 위한 실탄을 마련하기 위해 이 같은 일을 저질렀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에 대해 전인상 회장, 김정수 사장 측은 지난 6월 열린 첫 공판에서 "횡령 부분을 겸허하게 인정한다. 다만, (사실관계가) 일부 다른 부분이 있다. 결과적으로 (회사에) 경제적 부담을 초래한 점은 진심으로 송구하다. (그러나) 구체적 사실관계를 보면 배임의 고의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 (소명할 수 있는) 충분한 기회를 줬으면 한다"고 변호인을 통해 말했다.

해당 횡령건으로 인해 전인장 회장은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났고, 삼양식품은 김정수, 정태운 각자 대표이사 체제로 변경됐다. 표면적으로는 대표이사 임기만료, 경영 효율성 강화 차원이라는 명분을 내세웠으나, 사실상 남편이 책임을 지고 물러난 자리를 부인이 채운 셈이라는 게 지배적인 견해다.

하지만 김 사장은 이 같은 위기를 정면돌파하겠다는 전략을 세운 것으로 보인다. 삼양식품은 지난 6월 베트남 유통분야 선두업체 사이공쿱그룹과 현지 유통·마케팅 협력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연간 판매량 50억 개에 이르는 베트남 라면시장을 공략하기 위한 포석을 둔 것이다.

이어 지난 7월에는 북미 시장 확대 차원에서 미국 LA 지역 기반 제조·유통회사 UEC와 업무협약을 체결, 히스패닉 맞춤형 브랜드 '타파피오 라면' 공급을 시작했다. 삼양식품은 이를 기반으로 불닭볶음면 등 삼양식품 제품의 현지 대형 마켓 입점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불닭볶음면 신화의 주인공 김정수 삼양식품 사장이 해외진출을 앞세워 도처에 자리한 위기를 뚫고 또 하나의 성공신화를 써 내릴 수 있을지 그 귀추가 주목된다.

담당업무 : 건설·부동산을 중심으로 산업계 전반을 담당합니다
좌우명 : 隨緣無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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