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텔링] 화학적 결합체 바른미래당의 미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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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텔링] 화학적 결합체 바른미래당의 미래는?
  • 윤진석 기자
  • 승인 2018.09.12 21: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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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문점 선언 결의안 불발, 또 다시 시험대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윤진석 기자)

우리나라도 그렇고, 주변국들도 그렇다. 대체로 좌 아니면 우다. 독일, 영국 등 좌우 기준 아래 시대 변화에 맞춰 유연하게 대처하는 정당이 다수다. 시장자유주의와 복지 확대 결합 등 좌에서 우, 우에서 좌로 옮겨지곤 한다. 중간지대의 중도 색채를 칠하면서 집권당이 되기 위한 스펙트럼을 넓히는 모습이다. 중도좌파, 중도우파 등 ‘중도’ 성향을 믹스한다. 물론 중국이나 북한, 사우디아라바이처럼 일당독재, 세습독재, 절대왕정체제도 있다.

제3의 중도정당이 집권당이 된 경우는 보기 드물다. 우리나라에서도 선거 때마다 제3지대를 건 꾸준한 시도는 있어왔다. 의미 있는 성과를 거뒀지만 대통령이 나오거나 제1당이 되지는 못했다.  오히려 잘 나가는 듯하다 삐그덕거리는 일이 잦다.

바른미래당도 그렇다. 좌우 출신 인사들의 화학적 결합의 정치실험장이라는 점에서 세계적으로 주목할만하지만 흔들리기 일쑤다. 출발부터 시험대의 연속이다. 최근 판문점 국회비준 동의를 둘러싼 내홍을 보면 특히 그렇다. 바른미래당의 내일이 궁금하다.  

▲ 바른미래당이 판문점 선언 비준 동의 결의안을 둘러싼 내홍을 겪은 후 정체성 논란의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시사오늘(그래픽=김승종)

둘러보니…
대체로 좌 아니면 우

미국 정당은 민주당 아니면 공화당이다. 자유당, 녹색당 등 군소정당도 있지만 존재감은 미비하다. 버락 오바마 등 14명의 대통령이 배출된 민주당은 복지정책 확대와 소수자 권리 보호의 중도좌파 정당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등 16명의 대통령이 당선된 공화당은 신자유주의 및 감세 등 보수우파 정책을 추진한다.

의원내각제의 일본은 보수우파의 자민당이 장기집권하고 있다. 1955년 창당 이후 1993년부터 1996년까지의 기간을 제외하면 현 아베 신조 총리에 이르기까지 자민당이 집권하고 있다. 

독일은 중도우파, 중도좌파, 극우정당 등이 중심부에 있다. 집권당은 중도우파의 기독교민주당·기독사회당 연합이다. 세금인상 저지, 산업 및 중소기업 중시 정책을 지향하는 한편  아동수당 증대 등 교육 및 가계복지 투자를 증대하고 있다.

노동자의 권리와 보호를 주도한 복지와 분배를 강조하던 중도좌파의 사회민주당(사민당)은 제2정당으로 밀려났다. 150여 년의 역사를 자랑하며 과거 집권당으로 우위를 지켜왔지만, 2005년 이후 중도우파 정당인 기민·기사당 연합에 밀려 제2당으로 떨어진지 오래다. 오히려 사민당의 자리마저 위협하며 최근에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정당은 극우정당이다. AfD(독일을 위한 대안)는 민족보수주의, 우익대중주의를 표방하고 있다. 난민의 유입반대, 반유로화정책, 가난한 EU가입국 금융지원 반대 정책 등을 펴고 있다.

독일 옆의 오스트리아는 보수주의 우익 정당이 대표한다. 국민당과 극우 자유당이 손을 잡고 연립정부를 구성했다.

스웨덴은 중도좌파 사회민주노동당이 국회의석수 113석을 차지하며 집권당으로 있다. 사민당은 역대 총선에서 득표율 1위를 기록하고 있다. 그 다음으로는 자유주의, 보수주의 중도 정당인 온건당이 84석으로 제2당, 반이민 정책을 내세운 민족보수주의 극우정당인 스웨덴 민주당이 49석으로 제3당을 차지하고 있다.

영국의 양당은 보수당과 노동당이다. 제1당은 하원에 316석을 둔 중도우파 보수당이다. 경제적 자유주의를 추구하며 우익인 민주연합당과 연정했다. 그 결과 당대표인 테리사 메이가 영국의 제57대 총리를 맡고 있다. 영국의 보수당은 수구주의 대신 노동당의 복지제도 채택 등을 포용하는 점진적 변화 노선을 걷고 있다. 제2당인 중도좌파 노동당은 토니 블레어가 당수로 선출된 이후 기존의 사회주의 노선을 버린 바 있다. 이후 자유주의, 제3의 길을 선택했지만 최근에 다시 급진 좌파 성향으로 옮겨가고 있다.

중국은 마오쩌둥부터 시진핑에 이르기까지 중국공산당 일당독재체제다. 북한도 프롤레타리아 계급의 공산주의에 기반 한 조선노동당 일당독재체제로 시작됐다. 그러다 주체사상을 통치이념으로 김일성 김정일 김정은 3대 세습체제로 굳어졌다. 대를 이어 통치한다는 점에서 조선왕조와 비교되기도 한다.

옛 공산권 국가의 중심이었던 러시아는 통합러시아가 집권당이다. 통합 러시아당은 보수주의에 기반한 국가통제주의 정당이다. 다양한 정치성향을 보인다는 점에서 실용주의, 중도주의 성향으로 분류되기도 한다. 통합러시아 출신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강력하게 통제된 시장경제 체제의 강한 리더십으로 4선에 성공했다.

이처럼 공산권의 일당독재체제 국가를 제외하면 대부분 좌우를 기본 축으로 중도 성향을 더하거나 극으로 가는 경향을 띠고 있다.

반면 프랑스는 비주류였던 중도정당이 단숨에 집권당이 되는 파란을 일으켰다. 좌도 우도 싫다는 캐치프레이즈로 중도를 표방한 에마뉘엘 마크롱이 대통령에 당선된 이후 중도신생정당이 집권당이 됐다. 전진이라는 뜻인 앙 마르슈 중도정당은 신자유주의와 제3의길, 좌우 특정 이념에 치우치지 않은 포괄정당으로 분류된다. 복지 국가와 경제 개혁의 타협을 지향하고 있다.

안철수, 프랑스 중도정당 성공에 고무됐지만…
바른미래당, 좌우 출신의 화학적 결합 쉽지 않아
판문점 동의 비준 놓고 정치시험대 또 다시

지난해 프랑스 중도정당의 성공에 고무된 안철수 전 대표는 국민의당 전당대회에서 당의 노선은 극중주의라고 칭한 바 있다. 안 전 대표는 작년 8월 국민의당 당대표 출마 선언 자리에서 “극도의 신념을 갖고 중도를 실천하는 것이 극중주의"라 선언한 바 있다. 이어 "세계적으로도 극중주의로 정권 잡은 곳이 프랑스다. 앞으로 전 세계적으로 파급될 거라고 확신한다”며 "좌우 이념에 경도되지 않고 국민에게 도움 되는 일들에 치열하게 매진하겠다"고 한 바 있다. 이후 안 전 대표는 유승민 전 대표 주축의 개혁보수파인 바른정당과 통합해 올 2월 바른미래당을 창당했다.

안 전 대표가 극중주의를 언급했다면, 지난 9·2 전당대회에서 선출된 손학규 당대표는 중도개혁통합정당이라고 규정했다. 손 대표는 지난 8월 출마를 선언하며 바른미래당이 통합의 창당 대의를 살리려면 ‘미래형 진보’와 ‘개혁적 보수’를 아우르는 중도개혁통합정당으로 우뚝 서야한다고 제시했다.

‘미래형 진보’는 과거지향, 이념지향적인 ‘낡은 진보’가 아닌, 국민생활과 국가미래를 추구하는 실용적 진보를 말한다. ‘개혁적 보수’는 반공냉전이데올로기, 성장지상주의에 갇힌 ‘낡은 보수’가 아닌, 국민의 삶을 위해서라면 진보적 정책도 과감히 채택할 수 있는 유연한 보수라고 할 수 있다.

사실상 이 같은 진보와 보수간 화학적 결함은 프랑스 중도신당 성공과는 또 다르게 커다란 정치적 실험이 아닐 수 없다. 마크롱의 앙 마르슈 프랑스 정당의 경우는 좌우 모두를 거부하고 출발한 정당이다. 반면 바른미래당은 좌우라는 반대 개념의 뿌리를 가진 인사들이 중간지점에서 만나 한 배에 올라탄 것으로 대칭적 간극과 이질감을 좁혀야 하는 과제가 있다.

단적으로 최근 판문점 선언 비준 동의를 놓고 내홍을 겪은 것은 화학적 결합이 얼마나 어려운가를 짐작할 수 있게 하는 대목이다. 지난 11일 바른미래당 의원총회에서 판문점 선언 비준 결의안 당론 채택은 대북관 및 안보, 비핵화에 대한 이견이 충돌하며 불발된 바 있다. 일단 당 지도부는 평양정상회담 이후 논의하기로 내부 수습에 들어갔으나 봉합이 쉽지 않을 거라는 우려도 있다. 좌우의 잣대를 넘어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 회의적 시선도 전해진다. 더욱이 이번을 계기로 당의 정체성 논란도 부각되고 있다.

하지만 당내 낙관적 목소리도 들린다. 바른미래당 수석대변인을 지낸 신용현 의원은 12일 <시사오늘>과의 통화에서 “어느 당이고 당내 찬반이 있지 않느냐”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신 의원은 “언론에서는 작은 부분도 확대해석 되는 측면이 있지만 (정체성 관련)지금까지도 별 차이가 크게 없었다. 당 입장으로 결정된 부분은 다른 얘기를 하지 않고 뜻을 모아가고 있다”고 밝혔다.

담당업무 : 정치부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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