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텔링] 신보라 의원의 출산휴가 45일의 의미는?
[시사텔링] 신보라 의원의 출산휴가 45일의 의미는?
  • 김병묵 기자
  • 승인 2018.09.13 18: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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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법도 없어 ´근로기준법상 최소일 맞췄다´
워킹맘들 ´모범사례´되길…다음은 ´아이동반법´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김병묵 기자)

▲ 지난 8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국회의원의 출산휴가 규정을 담은 국회법 개정안 발의 기자회견을 하는 자유한국당 신보라 의원. ⓒ뉴시스

"한국에 워킹맘이란 건 없습니다. 워크와 맘, 즉 일과 엄마 중에 하나를 골라야 합니다. 시댁도, 친정도, 남편도 모두 아이를 기다립니다. 심지어 정부도 아이를 낳으라고 부추깁니다. 그런데 그러면 제 일은 사실상 포기해야 합니다. 가장 기본적인 출산휴가, 육아휴직도 쓰기에 눈치보이는 게 현실입니다. 함께 일하는 이들도 모두 누군가의 시댁, 누군가의 친정, 누군가의 남편인데도 말이죠.

국회의원도 예외가 아닙니다. 특히나, 국회의원은 전 국민들이 '일 안하냐'고 눈을 부릅뜨고 지켜보고 있는 직업이니까요. 민주당 국회의원이었던 장하나 전 의원은, 임기 끝까지 출산 사실을 공식적으로 숨겼습니다. 장 전 의원은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청년비례대표로 공천을 받아 입성했기에, 자신의 임신과 출산을 구실로 나중에 '청년, 여성'은 뽑으면 안되겠다는 얘기를 들을까봐 걱정했다"면서 "후회한다"고 토로하기도 했더라고요.

그래서 신보라 의원의 출산휴가를 응원합니다. 정당을 떠나, '일하는 엄마'로써. 워킹맘이 한국에 있을 수 있다는 걸 '법을 만드는 곳'인 국회에서 보여주세요."

이는 자유한국당 신보라 국회의원의 출산휴가와 관련, 여러 '워킹맘'들의 제보와 응답을 토대로 재구성한 가상의 편지글이다. 13일 신 의원은 아이를 낳기 위해 45일간의 휴가를 떠났다. 근로기준법이 보장하고 있는 최소기간과 같은 '산후 45일'이다.

신 의원이 근로기준법상 최소기간과 동일한 일자를 감안해 휴가를 떠난 이유는 놀랍게도 신 의원에게 적용할 다른 법이 없어서다. 국회에는 가임기 여성이 활동한 전례가 없는 거나 마찬가지기 때문에, 국회의원 출산휴가에 관한 법률이 없다. 한 명 한 명이 입법기관인 국회의원으로서는, 출산휴가를 갈 방법이 없는 모양새다.

그래서 지난달 신 의원은, 국회의원도 최대 90일 출산휴가를 쓸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담긴 ‘국회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신보라 의원실 관계자는 이날 기자와 만나 "아직 법안통과가 되지 않았기 때문에 본인은 대상이 아니지만, 혹시라도 다음에 있을 비슷한 사례를 위해서 발의했다"고 그 배경을 전했다.

이와 관련, 일각에선 사회의 오피니언 리더인 국회의원의 영향력을 감안할 때, 신 의원이 휴가를 너무 적게 가지 않았냐는 지적도 있다. '좋지 않은 선례'내지는 '기준'을 만들었다는 이야기다. 신보라 의원실에선 "45일이란 날짜도 엄청난 고민 속에서 결정됐다"면서 "90일 휴가도 검토했었지만 45일을 쉬는 것도 못마땅하게 보는 분들도 있다. 정치적인 부담도 있고 해서, 휴가가 끝나면 그간 못했던 일들도 빠짐없이 보충할 계획이다"라고 설명했다. 신 의원이 휴가 중인 상황에도 의원실은 평소와 똑같이 가동된다. 기자가 농담삼아 '전화로 업무지시 받는 거 아니냐'고 물었더니, '그런 것은 아니다'라면서 국정감사의 말미에 복귀할 수도 있으니 준비를 해야한다고 답했다.

신 의원의 휴가 일자 등에 대한 대한 다양한 시각이 있음을 감안하더라도, 그의 출산휴가 자체가 상당한 의미를 지니는 것은 확실하다. 비교적 보수적인 정치권에서, 그리고 보수 정당에서 신 의원이 용기있게 내딛은 한 발자국은 향후 한국 사회의 '워킹맘'들에게 선구적인 한 발이 될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서울의 한 '워킹맘'인 권모 씨(30대)는 이날 기자와의 통화에서 "(회사가)법대로 해서 불이익 등 문제만 없었어도 좋겠어요"라면서 "아이를 낳으라며 써먹지도 못할 혜택을 주는 것 보다는, 국회의원 같은 사람들부터 '법대로'하는 모범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법을 안 지키는 기업들을 잡아내면 아마 일하는 '맘'들이 자연히 늘어날 겁니다"라고 주장했다.

'모범을 보여준다'는 측면에서도 신 의원의 의도는 이미 절반은 성공했다. 상당한 화제를 불렀기 때문이다. 한국당의 정 반대편이라는 정의당에서도 신 의원의 순산을 빌면서 "신 의원의 사례가 국민이 출산·육아제도를 더 폭넓게 활용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논평을 내면서 화제가 됐다.

신 의원이 '용기있는 휴가'를 마친 그 다음도 기대된다. 신 의원은 출산휴가법뿐 아니라 아이와 함께 본회의와 상임위에 참여할 수 있는 '아이동반법'도 발의해둔 상태다.

 

담당업무 : 경제부 금융팀/국회 정무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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