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학규, 궁색한 행보…‘유시민 지지율’과의 함수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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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학규, 궁색한 행보…‘유시민 지지율’과의 함수관계
  • 최신형 기자
  • 승인 2011.03.24 1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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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당을 출마해도 당선 가능성 없다?” 孫, 선거 전 패배 지역 규정

끝내 손학규 카드가 무산됐다. 문학진 민주당 의원이 촉발시킨 손학규 차출론은 그렇게 끝났다. 손학규 대표의 최측근 신학용 의원은 23일 당 내부에서 제기된 손 대표의 분당을 보궐선거 출마설에 대해 4대 불가론을 들며 반대의사를 분명히 했다.

변명은 궁색했다. 신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분당은 누가 가도 지는 사지(死地)”라고 잘라 말했다. 당선 가능성도 없는 지역에 제1 야당 대표가 나가는 것은 손학규 흔들기라는 것이다. 이로써 민주당의 분당을 전략공천은 사실상 무산됐다. 애당초 ‘독배의 잔’으로 불렸던 분당을 지역에 손 대표가 불출마를 선언한 것은 예견된 수순이었다.

그러나 이날 불출마를 기정사실화한 손 대표는 사실상 대권행보에 치명상을 입게 됐다. 일단 불출마를 밝힌 시기가 적절치 않았다. 당내 일부 의원들이 손학규 차출론을 흘렸을 당시 손 대표와 측근들은 전면 부인하지 않았다.

손 대표는 지난 10일 최고위회의에서 “몸 사리지 않고 제가 필요한 일이라면 어떠한 일도 마다하지 않겠다. 오직 당을 위해서 제 몸을 바친다는 각오”라며 출마 여지를 남겨뒀다. 한나라당에서 정운찬 카드가 나오면 맞불 작전도 펼 수 있다는 일종의 시그널로 읽힐 수 있는 부분이다.

▲ 민주당 손학규 대표(왼쪽)가 22일 오전 국회 당대표실을 방문한 유시민 국민참여당 신임대표와 악수하고 있다.ⓒ뉴시스

하지만 손 대표는 신정아 씨의 책 출간으로 인해 정 위원장의 출마가 어렵게 되자 하루 만인 23일 바로 불출마를 선언했다. 한나라당에서 거물급이 나오지 않은 한, 독배의 잔을 들지 않겠다는 셈이다. 정권재창출을 위한 고난의 길을 가기보다는 안정된 편안한 길을 가겠다는 속내가 엿보인다. 손 대표가 지난해 10·3 전대 직후부터 ‘제2의 정세균’이라는 비판을 받은 것도 이 같은 승부수의 부재 때문이다.

또 신 의원이 손학규 출마 불가론으로 ‘당선 가능성이 없다’는 점을 전면에 내세운 것은 민주당이 사실상 4월 재보선에서 분당을 지역을 포기하겠다는 말과 일맥상통한다. 제1 야당 수장과 측근이 스스로 분당을 지역을 당선 가능성없는 지역으로 규정, 향후 분당을 야권연대 과정에서 국민참여당, 민주노동당, 진보신당 등 소수정당들의 반발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결국 야권연대를 강조한 민주당이 선거 전 야권연대에 재를 뿌린 셈이다.

이 밖의 다른 이유는 없을까. 손 대표의 지지율 추세를 보면 하나의 그림이 그려진다. 하락에 하락을 거듭하던 손 대표의 지지율은 친노 이광재 전 강원지사의 지지 선언 직후 상승세를 타기 시작했다. 실제 여론조사전문기관 리얼미터(대표 이택수)가 3월 셋째 주 실시한 정례 여론조사(표본오차 신뢰수준 95%에 오차범위± 1.4%) 결과, 손 대표는 8.4%를 기록하며 5주 만에 대선 주자 3위에 올랐다.

반면 국민참여당의 새 수장인 유시민 대표는 3월 둘째 주 지지율인 14.8%보다 다소 하락한 14.3%에 그쳤다. 오차범위를 감안하면 의미 없는 수치지만, 적어도 전대 시너지 효과는 없었던 셈이다. 이는 손 대표를 지지한 ‘이광재 효과’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결국 손 대표는 정운찬 불출마, 친노 이광재 지지, 예상보다 낮은 유시민 시너지 효과 등이 맞물려 일어나자 패색이 짙은 분당을 지역보다는 이광재 동정론이 일고 있는 강원 보궐선거에 올인 전략을 편 셈이다. 패색이 짙은 분당을 출마라는 승부수를 피한 채 이광재 지지를 업고 강원지역에서 축배의 잔을 들겠다는 것이다. 강한 야성으로 거듭날 수 있는 기회도 차버렸고  선거 전 미리 패배 지역을 규정하며 야권연대의 신뢰를 훼손한 손 대표의 미래가 불투명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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