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일기] 대학가 대자보…소득주도성장 혹평 속 남북개선 호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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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일기] 대학가 대자보…소득주도성장 혹평 속 남북개선 호평
  • 윤진석 기자
  • 승인 2018.09.15 09:09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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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가 풍경과 요즘 정치, 서울대 학생들에게 들어보니…
판문점 선언 대북 지원 찬반 나뉘고 적폐청산 지지부터 불통 지적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윤진석 기자)

요즘 대학가 대자보는? 학생들 생각도 궁금하다. 지난 13일 서울대학교 학생회관 주변을 둘러본 이유다. 어느 성명서는 소득주도성장 혹평으로 채웠다. 남북정상회담과 한반도 평화 기원 포스터도 보였다. 가짜 뉴스를 경계하자는 언론비평 동아리의 문구도 눈에 띈다. 더불어민주당 서울대지부글을 비롯해 자본주의 연구모임은 불로소득은 정당한가를 묻고 있었다, 총장 선출 관련 비민주적 처사를 규탄하는 손글씨도 인상을 남겼다. 총학생회 게시판에는 영화 <1986> 상영회 안내가, 가톨릭 동아리 옆 벽보에는 워마드 성체 훼손을 비판하는 글이 실렸다.

학생들 생각도 다양함을 오갔다. 정부의 적폐 청산을 지지하면서도 경제 문제에는 고개를 저었다. 아르바이트 구하기 어렵다는 토로도 전해졌다. 남북관계 개선은 호평했다. 그러나 평화비용은 찬반으로 갈렸다. 겸사겸사 대학가의 요즘 생각을 담았다.

▲ 요즘 정치 현안에 대한 대학가 대자보 풍경도 학생들 견해도 긍부정 평가로 나뉘는 등 다양한 모습이다.ⓒ시사오늘(그래픽=김승종)

대자보 풍경 보니…
소득주도성장 질타부터
한반도 평화 지지 등 다양

한 학생이 대자보를 읽고 있는 쪽으로 향했다. 2절지 이상 크기의 대자보는 두 장으로 나뉘었다. 전체 게시판의 절반 가까이를 차지했다. 제목은 ‘소득주도성장이라는 문 정권의 대국민 사기극.’ 서울대 트루스포럼 소속 사범대 석사과정 김 모 씨가 쓴 성명서였다. 트루스포럼은 대자보에서 “정부의 경제 성적표는 낙제점”이라며 날선 비판을 가했다. “소득이 성장을 주도한다는 것은 국민 개그”라며 “차라리 마차가 말을 끌고, 달걀이 닭을 낳는 세상을 꿈꿔라”고 꼬집었다.

소득주도성장의 문제로 “최저임금 인상은 노동비용 상승과 단가상승을 불러오고 기업경쟁력 하락과 투자 위축을 가져 온다”며 “그 결과 노동수요는 감소하고 실업 증가, 빈익빈 부익부에 이르는 악의 고리기 시작 된다”고 책망했다.

이런 문제들도 제기됐다. “청년실업예산을 풀어 일자리 창출하는 것이 아니라 멀쩡한 장년 및 자영업자 일자리 뺏기만 난무하다”, “프랑스 마크롱과 미국 트럼프 대통령은 친기업 정책으로 재임 1년 만에 실업률 최저치 행진을 이뤘는데 우리나라는 건국 이래 최고의 실업률로 국민이 비명을 지르고 있다”, “일자리 문제의 핵심 키가 기업의 성장과 활성화에 있다는 것은 고등학생도 아는 단순한 사실임에도 정부의 반기업 혹은 소득격차에 대한 반응은 거의 집착증에 가깝다”, “언제까지 적폐청산이라는 비겁한 변명 뒤에 숨어서 국가경제를 파탄지경에 가도록 내버려 둘 것인가”, “정책 실권자들의 허황된 이데올로기와 그릇된 신념으로 무너지는 한국경제, 전면 리셋해야 한다.”

학생회관 앞 게시판에는 정부 비판 글 외에도  정치경제사회 관련 각양각색이 담겼다. 서울대 숭실대 중앙대 연합 평화동아리 더피써블은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악수하는 모습의 홍보물을 게재했다. “한반도 정세에 대해 이야기 나눠보고 싶다면 바로 지원하라”는 신입회원 모집 글도 주목도를 높였다.

선명한 색상의 복고풍 그림체로 시선을 잡아당긴 자본주의 연구회는 “불로소득 어디까지 정당한 것인가?”라는 물음으로 궁금증을 일으켰다. 한 토론동아리는 “양승태 대법원장의 재판 거래 의혹은 무엇일까”라는 의문으로 관심을 환기시켰다. 어느 경우는 “쏟아지는 가짜 뉴스, 제대로 보고 비평하자”는 문구로 신입회원을 모집해 인상적이었다.

외부 홍보물에도 눈이 갔다. 더불어민주당 서울대지부는 “정치는 생활이다”를 모토로 “청와대와 여의도에서의 중앙정치만 정치가 아니다. 우리의 삶과 관련된 여러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정치”라는 글로 청년들의 동참을 호소했다. 서울시는 “나의 미래 통일에서 찾는다”는 글귀와 함께 통일경제 청년리더 2기 모집 포스터를 게재했다. 북한인권정보센터 아카데미는 9월 개강 소식을 알렸다.

학생회관 안에도 여러 대자보가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서울대 민주주의 공공성을 위한 학생모임은 매직 팬으로 직접 쓴 대자보를 통해 “해결책은 하나다 총장직선제를 실시하라”고 촉구했다. 가톨릭 대학생 연합회는 워마드 성체 훼손 논란을 개탄하며 종교의 자유를 침해 말라는 장문의 입장글을 써 붙였다. 그런가하면 4층 총학생회 벽보에는 영화 속 인물찾기와 새내기 박종철을 만나다는 소개글로 영화 <1986> 상영회를 홍보했다. ‘광주의 봄’ 5·18 지금 만나러 갑니다라고 쓰인 기행 참가자 모집 글은 무게감을 더했다.

▲ 정부의 소득주도성장에 대해 날카롭게 비판하는 대자보도 있고, 남북정상회담 성공 및 평화를 기원하는 포스터도 있다.ⓒ시사오늘
▲ 가짜뉴스 비판, 양승태 대법원장 비판, 자본주의 연구, 학교의 총장 선출 관련 비민주적 처사를 규탄하는 문구 등이 눈길을 끌었다.ⓒ시사오늘

적폐 청산, 남북 관계 개선 좋지만
아르바이트 구하기 힘들고 불통 모습도…
학생들 견해도, 사안에 따라 긍부정 엇갈려  

다채로운 대자보 풍경만큼이나 이날 만난 학생들도 분명하면서 갖가지 생각을 드러냈다. 특히 문재인 정부에 호감이 있든 없든 긍부정 평가를 동반 언급하며 중립적 자세를 견지하는 모습이 공감을 자아냈다.

서울대 문화자치위원회 소속으로 기청제 홍보 활동 중이던 사회과학대학 정치외교학부 4학년 박주연(여) 학생은 대북정책에 긍정하면서도 경제 정책면에선 불통 행보를 보인다고 우려했다. 박주연 학생은 “남북관계 개선은 좋아보이지만 집에서 자영업을 하고 있어 체감 상 경기가 더욱 안 좋게 느껴진다. 양극화가 더욱 심화됐다는 얘기도 들린다”며 “경제정책 고수 탓에 특정계층이 또 다시 배제되는 게 아닌가 걱정도 든다”고 말했다. 이어 “문재인 대통령이 소통을 잘한다고 주목받았던 분인데, 경제 부분에서는 불통 행보를 보이는 것 같다”며 “경제 정책의 컨트롤타워 재점검 및 자영업자들의 의견도 수렴하는 유연성을 보였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자신을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자라고 전제한 지리교육과 1학년 이 모양은 정부의 적폐 청산 행보에 공감하는 한편 경제 문제는 아쉬운 대목이라고 씁쓸해했다. 이 양은 “경제가 심각한데 정부가 왜 경제를 못 살리는지 속상할 따름”이라며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맞는 발빠른 대책을 강구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경제를 못 살릴 경우 지지철회 의사가 있느냐는 질문에는 “당연하다. 뭘 믿고 계속 주냐”면서도 “그렇지만 대안이 있을 것 같지도 않다. 다른 당을 지지해도 경제가 나아질지 모르겠다”고 회의적인 시선을 보냈다. 더불어 “집권한지 아직 3년도 안 됐지 않느냐”며 “좀 더 두고 볼 계획”임을 전했다. 

음악대학 2학년에 재학 중인 이동연 학생(남)은 남북 대화와 평화비용을 분리해 생각했다. 이동연 학생은 “얼마 전 이산가족 상봉 뉴스를 보며 감동적이었다”면서도 정부의 판문점 선언 관련 예산 책정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이 군은 “평화비용이니까 당연히 지불해야 한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며 “이제껏 북한에 많이 맞춰줬고 분명 끌려 다녔다고 본다. 그런 점은 지양됐으면 한다”고 소신을 전했다. 경제 정책 관련해서는 “단순히 제 시각에서 보면 정부가 진짜 일을 못하고 있는 것 같다”며 “주변도 그렇고 저도 그렇고 아르바이트 찾기도 힘들다. 어려운 현실”이라고 토로했다.

반면, 기계과 4학년 정홍국(남,가명) 학생은 정부의 경제 정책을 지지하며 한 발 나아가 재벌개혁 및 규제를 더욱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군은 “내수를 위해서는 최저임금을 인상해 사람들 소득을 올려주는 것이 필요하다”며 “그와 동시에 재벌 대기업에 대한 강력한 규제나 법인세인상, 부동산 투기 과열 규제 등의 조치가 동반돼야 한다”고 했다. 그래야 “경제의 선순환이 이뤄질 것으로 본다”고 말한 정 군은 “다만, 정부가 재벌들에게 돈을 안 걷고 있는 것이 문제”라며 아쉬워했다. 정 군은 판문점 선언을 통한 대북 지원 등에 대해서도 “정부가 대북제재 핑계를 그만대고 미국에 따질 것은 따져가며 독자적으로 남북관계를 발전시켰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담당업무 : 정치부 기자입니다.
좌우명 : 꿈은 자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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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순 2018-10-16 04:22:30
북한에 끌러 다니는것이 평화라고 생각하는 수준이라 참으로 우려 된다.

호순이 2018-10-16 03:58:24
대학생 생각하는 수준이 참. 대기업이 뭐 남의 돈 훔쳐서 장사하나. 정부가 돈을 안걷어서 그렇다고... 이런 수준의 민주주의는 어디서 오는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