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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로 보는 정치] 고려 몰락의 촉진제 음서제와 우리법연구회
“특정 세력의 권력독점은 소외층의 반발을 초래한다”
2018년 09월 16일 16:52:09 윤명철 논설위원 sisaon@sisaon.co.kr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윤명철 논설위원)

역사적으로 왕조를 개창한 세력은 지식인과 군부가 결합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삼국통일의 위업을 세운 태종무열왕도 처남인 김유신 장군이 이끄는 군부의 지지를 통해 후대 문무왕과 신문왕의 치세를 만들 수 있었다.

고려 초기의 지배층은 신라계의 6두품과 호족의 연합체인 문벌귀족이었다. 6두품은 지식인 그룹, 호족은 군부 세력이다, 후일 조선을 건국한 세력도 이성계의 신흥 무인세력과 정도전의 신진사대부다.

하지만 고려는 관직 임명에서 조선에 비해 능력보다는 혈연을 중시하는 사회였다. 물론 조선도 망국의 길에 접어들면서 세도정치의 망령에 빠졌지만 고려보다는 능력을 중시했다.

고려의 문벌귀족은 음서제를 정치적 기반으로 삼아 권력을 장악했다. 음서제는 왕실과 공신의 후손 및 5품 이상 고위관리의 자제가 무시험으로 관직에 오를 수 있는 특권이다. 특히 음서제로 채용되면 과거로 진출한 관리와 차별 없이 고위 관직까지도 진출할 수 있는 ‘인생 로또’ 그 자체였다.

문벌귀족은 경주 김씨, 해주 최씨, 경원 이씨, 안산 김씨, 파평 윤씨 등 소수 가문으로 이들은 왕실과 혼인 또는 자기들끼리 중첩된 혼인 관계를 맺어 권력을 독점했다. 이들의 폐단은 이자겸의 난에 이르러 절정에 이르렀다. 이자겸은 예종과 인종과 인척 관계를 맺어 무소불위의 권력을 행사하다가 인종의 반격으로 몰락했다.

하지만 이자겸의 난은 왕권을 약화시켰고, 묘청의 난으로 이어졌다. 고려의 왕권은 사실상 무력화됐다. 문벌귀족의 전횡은 날로 심해졌고, 상대적으로 권력에서 배제돼 소외감에 빠진 무신층의 불만은 커져만 갔다.

결국 의종 때에 이르러 무신은 폭발했고, 의종을 비롯한 문벌귀족세력은 무신의 칼바람에 처절히 궤멸됐다. 이른바 무신정변이 발발한 것이다.

최근 국회가 인사청문회로 시끄럽다. 야권은 유남석 헌법재판소장 후보자가 문재인 정권 사법부의 성골인 ‘우리법연구회’ 출신임을 강조하며 정치적 중립성과 공정성의 문제점을 들어 반대하고 있다.

야권이 문제 삼은 우리법연구회는 이미 김명수 대법원장을 배출했다. 유남석 후보자가 헌법재판소장이 된다면 대한민국 사법부는 우리법연구회가 독차지하는 셈이다.

고려의 몰락은 문벌귀족이 음서제와 같은 적폐 인사를 통해 권력을 독점하려는 욕심에서 비롯된 것이다. 특정 세력의 권력독점은 소외층의 반발을 초래한다. 권력 소외는 곧 권력투쟁의 서막을 연다. 세상의 이치는 변하지 않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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