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샤인CEO]롯데푸드 이영호, 위기를 기회로 만든 혜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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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샤인CEO]롯데푸드 이영호, 위기를 기회로 만든 혜안
  • 박근홍 기자
  • 승인 2018.09.17 17: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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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박근홍 기자)

최근 3년 간 롯데그룹은 악재의 연속이었다. 형제 간 경영권 분쟁으로 불거진 오너 리스크는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로 정점을 찍었고, 중국발(發) 사드 경제보복 후폭풍은 그룹 경영 전반에 먹구름을 드리웠다. 하지만 이 같은 위기를 기회로 만든 롯데그룹의 한 CEO가 있다. 바로 롯데푸드의 사령탑 이영호 대표이사다.

경북 영천 출신의 이 대표이사는 2011년 롯데칠성음료 영업본부장을 거쳐 2012년 롯데삼강 대표이사를 역임했다. 유지류와 빙과류 위주의 사업을 영위했던 롯데삼강은 유가공업체 파스퇴르유업 인수, 유지업체 웰가 흡수합병, 즉석식품업체 롯데후레쉬델리카와 육가공업체 롯데햄 합병 등을 통해 재탄생, 2013년 4월 종합식품회사 롯데푸드로 거듭났다.

자연스럽게 롯데푸드 대표이사 자리에 오른 이 대표이사는 이후 급격하게 몸집이 커진 회사를 안정시키는 데에 집중하는 전략을 펼쳤다. 기존 유지류, 빙과류 사업은 기술 강화를 통해 경쟁력을 높이고, 새롭게 진출한 유가공, 육가공 사업은 주력제품 홍보와 브랜드 육성으로 인지도를 넓히는, 이른바 투트랙 전략이었다. 또한 영업부문을 B2B와 B2C 2본부 체제로 재편, 사내 교통정리로 혼잡했던 분위기를 환기시켰다.

이 대표이사의 이 같은 내실경영 방침 아래 롯데푸드는 느리지만 지속적인 성장을 이뤘다. 1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롯데푸드는 2014년 매출 1조6330억 원·영업이익 659억4500만 원, 2015년 매출 1조7062억 원·영업이익 692억2700만 원, 2016년 매출 1조7624억 원·영업이익 798억3000만 원 등을 기록하며 매년 실적이 상승했다.

순항 중이던 이영호호(號)가 암초에 부딪친 건 2017년 중국발 사드 경제보복이 터지면서다. 당시 롯데그룹은 신동빈 회장과 신동주 전 부회장의 경영권을 둘러싼 진흙탕 싸움과 국정농단 사건 연루 의혹에 따른 여론악화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태였고, 설상가상으로 중국 정부는 사드 부지를 제공했다는 이유로 롯데그룹에게 보복을 가했다. 롯데그룹 계열사들이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됐다.

롯데푸드도 마찬가지였다. 수출용 빙과 품목 매출은 2016년 400억6400만 원에서 2017년 231억7400만 원으로, 수출용 육가공 품목 매출도 2016년 10억300만 원에서 2017년 6억2000만 원으로 거의 반토막났다. 같은 기간 롯데푸드의 전체 영업이익은 17.04% 감소했다.

▲ 지난 3월 롯데푸드 창립 60주년 기념식에 참석한 이영호 롯데푸드 대표이사 ⓒ 롯데그룹

하지만 롯데푸드에게는 혜안을 가진 이 대표이사가 있었다. 롯데푸드는 사드 논란이 있기에 앞서 가정간편식(HMR) 시장 진출 본격화를 선언하고, 이를 신성장동력으로 키우겠다는 전략을 수립했다. 평택공장에 수백억 원을 투자해 최신설비로 증축, 가정간편식 생산량을 늘렸고, 자체 HMR 브랜드 제품을 넓혔다. 또한 유지류, 빙과류, 유가공류, 육가공류 등 각 사업부문에 내수 시장 경쟁력 강화를 주문하기도 했다.

그 결과 롯데푸드는 2017년 영업이익이 감소했음에도 매출과 당기순이익이 전년 대비 각각 3.19%, 63.43% 증가하는 쾌거를 거뒀다. 당시 롯데푸드의 HMR 매출은 2100억 원으로 전(全)사업 부문 중 유일하게 20% 이상 성장했으며 유지식품, 빙과류, 육가공류 등 주력사업도 내수 시장 매출이 전년보다 각각 6.43%, 1.73%, 3.16% 올라 수출 부진에 따른 피해를 최소화하는 데에 성공했다. 위기를 기회로 만든 셈이다. 이 같은 성과에 힘입어 이 대표이사는 지난 1월 연임에 성공했다.

롯데푸드와 이 대표이사의 질주는 올해에도 계속되는 분위기다. 이 대표이사는 지난 3월 롯데푸드 창립 60주년 기념식에서 "앞으로 혁신과 질적 성장을 통해 100년 기업을 만든 주역이 되자"고 강조했다. 또한 지난 6월에는 김천공장에 약 1000억 원 규모의 대규모 식품제조 시설 투자에 들어갔다. 롯데푸드의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15.02% 증가했다.

물론, 풀어야 할 과제도 상당하다. 지난 1월 대표 상품 '돼지바'가 <82년생 김지영>을 패러디한 홍보물로 인해 여성비하 논란에 휩싸인 데 이어, 지난 3월에는 평창동계올림픽 공식 후원사가 아님에도 여자 컬링 대표팀을 연상케 하는 '의성마늘햄' 광고를 게재해 물의를 빚었다. 연이은 구설수로 롯데푸드가 브랜드 가치를 스스로 깎아먹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이미지 회복이 시급한 대목이다.

해외사업 경쟁력 제고도 대표적인 과제 중 하나다. 실제로 올해 상반기 롯데푸드가 수출을 통해 올린 매출은 98억6500만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8.12% 감소했다. 사드 후폭풍에서 아직 벗어나지 못한 것이다. 이를 만회하기 위해 롯데푸드는 올해 하반기 중동, 동남아 지역 수출 확대를 모색 중으로 알려졌으나, 보다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요구된다.

위기를 기회로 만든 이영호 롯데푸드 대표이사의 혜안이 앞으로도 빛을 발할 수 있을지 그 귀추가 주목된다.

담당업무 : 건설·부동산을 중심으로 산업계 전반을 담당합니다
좌우명 : 隨緣無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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