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10.17 수 1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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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도의 時代架橋] 부동산 '노무현式 해법'-함정과 과제
'세금폭탄' 내세운 반쪽 처방
종합 공급대책 효과 미지수
실수요자 피해 최소화 방안을
정책기조 ‘친시장’으로 바꿔야
2018년 09월 22일 11:59:26 이병도 주필 sisaon@sisaon.co.kr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이병도 주필)

정부가 치솟는 집값을 잡기 위해 고강도 부동산 대책을 내놓았다. 세금폭탄과 다주택자에 대한 금융규제가 골자다. 쓸 수 있는 규제 카드는 다 꺼내 들었다.

결국 종합부동산세 카드도 내세웠다. 서울 세종 등 집값이 급등한 조정대상지역 2주택 이상에 대해 종부세율을 노무현 참여정부 수준(최고 3.0%) 이상으로 중과세하기로 했다.

집값 상승세와 확산 속도가 너무 빨라 더 이상 좌시해서는 안 될 지경에 이르렀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따라 서울에 18억원짜리 아파트 한 채를 가진 사람의 보유세는 100만원 안팎 오른다는 소식이다. 다주택자의 세금 부담은 더 큰 폭으로 오른다.

이번 조치는 노무현 정부 때 사실상 실패했던 정책 수단들을 강도만 높이면서 그대로 반복했다.  '집값과의 전쟁'을 선언하며 2005년 종부세를 도입했던 노무현 정부 때보다 보유세 부담은 더 무거워졌다. 은행서 주택 대출 받기도 더 어렵게 됐다.

국토교통부가 21일 부동산 가격을 잡기위한 별도의 종합 공급대책으로 '수도권 주택공급 확대 방안'을 발표, 330만㎡ 이상 신도시 4∼5곳을 추가로 조성하고 서울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를 풀수도 있다는 내용을 내놓기도 했지만, 아직 미흡하고 그 효과 역시 미지수다.

정부의 고강도 부동산 대책이 이번에는 과연 민생경제와 부동산시장에 과연 어떤 결과를 낳게될 것인지, 노무현 정부의 실패를 되풀이 하지는 않을 것인지, 함정과 과제는 무엇인지, 집중 진단이 필요하다.

세제·대출 규제 망라

정부는 최근 김동연 경제부총리 주재로 ‘주택시장 안정방안’을 발표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8번째로 나온 이번 부동산 대책은 다주택자 투기억제를 차단하기 위한 세제·대출 규제가 총망라됐다.

부동산 규제지역(투기지역, 투기과열지구, 조정대상지역) 내 주택 보유자의 신규 담보대출 원칙적 금지, 종부세 세율 인상, 임대사업자 대출 규제 등이 주요 내용이다. 보유세(재산세+종부세) 부담 상한도 대폭 올렸다.

다주택자와 '똘똘한 한 채'로 불리는 초고가 주택 소유자에게 매기는 종부세를 대폭 강화하고 등록 임대사업자에게 주던 혜택이 대폭 축소된 것이 핵심이다.

집값이 오르는 규제 지역 안에서는 실수요자라고 할 수 있는 무주택자와 1주택자라도 신규 주택 구입 때 일부 대출이 제한된다. 투기수요 억제, 실수요자 보호, 공급확대 등 부동산 대책 3대 원칙 가운데 실수요자 보호가 일부 훼손된다는 지적을 받을 수 있는 대목이다.

이 대책을 두고 전문가들의 평가는 엇갈린다. 투기 수요를 차단해 집값 급등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예상이 있는 반면, 근본적인 처방이 되기에는 한계가 많다는 지적도 나온다.

투 트랙 정책

이번 조치의 핵심은 서울·세종 등 조정대상지역 2주택자 이상 보유자에 대한 종부세 최고세율을 참여정부 수준(3.0%)을 상회하는 3.2%로 올리고, 세 부담 상한율도 현재 150%에서 300%로 높이기로 한 것이다.

집값이 급등한 서울·세종시와 부산·경기 일부의 조정대상지역에서 2채 이상 주택을 보유한 가구에 대한 종합부동산세 최고세율을 최고 3.2%로 높이기로 했다. 종부세 과표 3억∼6억원 구간을 신설해 1주택자 종부세율을 0.7%로 올리기로 했다. 종부세 과표 3억~6억원인 3주택 이상자 및 조정대상지역 2주택자의 경우 종전보다 세 부담이 80% 늘게 된다. 여기에 주택가격 상승분, 공시가격 현실화 등을 감안하면 부담은 기하급수적으로 불어난다.

당초 정부안보다 강도가 세지면서 국회 통과 시 종부세를 더 내야 하는 대상자는 22만명으로 7월 개편 때보다 8배 늘어난다. 또한 1주택자의 규제지역 내 신규 주택 구입을 위한 대출도 사실상 차단하는 등 돈줄을 강하게 조이기로 했다.

잇단 대책들이 약발을 발휘하지 못하고 임대주택자 세제 혜택 등 '헛발질'로 시장이 잡히지 않자 참여정부가 2005년 '강남 집값과의 전쟁'을 위해 도입한 종부세 카드를 다시 꺼내든 것이다. 이번 조치는 투기수요를 억제하는 규제책과, 실수요자들을 위한 공급확대 등 투 트랙의 정책으로 요약된다.

종부세 최고세율

그중에서도 가장 핵심은 세금이다. 현재 최대 2%인 종합부동산세율은 3.2%까지 오른다. 재산세와 종부세를 합한 보유세 부담 상한도 다주택자는 최고 300%까지 늘렸다. 한 해 사이에 세금이 3배로 뛸 수 있다는 의미다. ‘징벌적 세금’이라는 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공정시장가액비율을 점차 끌어올려 시간이 흐를수록 세금을 더 많이 내도록 하는 장치까지 도입했다.

종전 제도가 3주택자에 대한 중과세였다면 이번에는 2주택자까지 세부담을 크게 늘렸다. 구체적으로 보면 서울·세종 전역과 부산·경기 일부 등 집값이 급등한 ‘조정대상지역’의 2주택자에 대해서도 종부세 최고세율을 높였다.

문제가 적지않아 보인다. 종부세 부과 기준을 대폭 낮춘 것부터 문제다. 서울의 8월 아파트 평균주택가격은 7억238만원으로, 주택분 종부세 납부자는 27만4000명이었다. 이제 웬만한 주택을 보유한 가구는 모두 ‘징벌적’ 종부세 부과 대상에 오르게 됐다. “집 한 채 가진 사람이 투기꾼이냐”, “집값을 안정시키는 대책이냐, 세금을 거두는 대책이냐”는 불만이 터져 나온다. 세금을 물린다고 집값이 잡힐지도 의문이다. 중과된 세금은 세입자에게 전가될 가능성이 크다. 서울에 웬만한 아파트를 가진 은퇴자는 없던 세금까지 물어야 할 판이다. 종부세 중과가 오히려 서민만 어렵게 만들 것이라는 분석도 그래서 나온다.
집값을 잡기 위한 대책으로 보유세만 강화한 것이 과연 시장에서 효과를 거둘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다주택 소유자에 대한 징벌적 세금 부과라면 몰라도 그렇지 않다면 거래세는 낮춰야 매물이 나와 실효를 거둘 수 있다. 그렇지 않아도 우리나라에서 부동산 보유세가 전체 조세 수입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3.2%(2015년 기준)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3.3%)과 비슷하지만 거래세는 3.0%로 회원국 가운데 두 번째로 높고 평균인 0.4%보다는 8배 가까이 높다. 당장 부동산 시장에 붙은 불을 끄려고 보유세 인상 카드를 먼저 꺼내들었겠지만 거래세 인하 검토는 반드시 뒤따라야 한다.

형평성 문제

종부세 과세 강화가 부동산 시장에 미칠 충격은 다른 정책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클 전망이다.

종부세율 인상에다 재산세 과표의 기준인 공시가 인상은 집 가진 사람들의 세금부담 폭증을 의미한다. 공시가는 건강보험료 등 각종 부담금 산정 기준도 된다. 집 가진 사람 모두가 지대한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집 한 채 이외에는 별다른 수입이 없는 고령층은 심각한 타격을 받을 것이다. 과다한 세금부담은 조세 저항뿐만 아니라 전세보증금 급등이라는, 세입자로의 부담 전가를 초래할 수 있다.

그러나 징벌적 세금폭탄만으로는 집값을 잡기 어렵다. 거래세 인하가 역시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 양도소득세 같은 거래세가 두려우면 매물이 나오지 않는다. 그것은 노무현 정부에서 종부세를 도입할 때 경험했던 바다. 당시 집값 잡기에 실패했던 원인 중 하나다.

특히 3억∼6억원 과표에 대한 세율 신설 등으로 장기 보유한 1주택자들도 종부세를 내야 하는 데 따른 형평성 문제가 제기될 수밖에 없다. 최근의 집값 상승을 주도한 투기 수요는 주로 다주택자들로부터 나왔는데 수십년간 집 한 채 보유한 사람들이 왜 피해를 봐야 하는지 불만이 나올 것이다. 실현되지도 않은 수익을 이유로 고가 1주택 보유자에 대해 부과되는 종부세는 징벌적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또한 당초 예상했던 종부세 과세 대상의 확대, 즉 1주택자의 종부세 과세면제 대상을 공시가격 9억원 이하에서 6억원 이하로 확대하는 내용이 포함되지 않은 것 또한 크게 미흡한 부문이다.

   
▲ 19일 서울시청 인근 커피전문점에서 9.13 대책이후 서울 및 서울인근 지역의 부동산시장 분위기를 조사한 현장점검팀을 만나 부동산시장의 현장 목소리를 전해 듣고 있는 김동연 기획재정부장관 겸 경제부총리. ⓒ뉴시스=기획재정부 제공

피해 보완책을

문제는 시장 곳곳에 도사린다. 특히 주목되는 것은 다주택·고가주택 보유자를 겨냥하던 규제가 1주택자는 물론 무주택자로까지 확대됐다는 것이다. 앞으로 부동산 규제지역에서 1주택자는 이사 등의 사유를 제외하곤 신규 담보대출을 받지 못하게 됐다. 무주택자도 실거주가 아니면 공시가격 9억원 이상 주택 구입 때 담보대출을 받을 수 없다. 거래 급감으로 인해 집을 처분하지 못하는 선의의 피해자가 양산될 가능성도 있다.

집값에 낀 거품을 걷어내는 과정에서 투기와는 상관이 없는 1주택자와 일시적 2주택자 등 실수요자의 피해를 초래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 무엇보다 주택을 갈아타는 과정에서 세금 부담이 크게 늘어나는 것은 문제가 아닐 수 없다. 1주택 보유자까지 주택담보대출을 원칙적으로 금지하는 것도 과도한 규제다. 이 역시 주택 갈아타기 수요마저 억누르는 부작용이 우려된다.

좋은 곳에 집 하나 구해 살다가 난데없이 종부세 폭탄을 맞게 된 1주택자 등 선의의 피해자에 대한 구제책 역시 정부가 고민하고 다듬어야 할 대목이다.

민간임대주택사업자에 대해 각종 세제 및 금융 혜택을 없앤 조치 역시 득보다는 실이 많아 보인다. 임대주택이 투기에 악용되는 사례를 차단하기 위한 조치라고는 하지만 정부가 전월세 안정을 위해 민간임대주택사업을 권장한 것이 불과 9개월 전인데 이런 식으로 어떻게 정부 정책이 시장에서 먹히기를 기대할 수 있을런지, 의문이다.

부동산 시장으로 봇물이 터지듯 하는 유동자금의 흐름을 바꿀 방안도 이번 대책에는 보이지 않는다. 4차산업 등의 규제를 풀어 부동자금이 벤처처럼 생산적인 방면에 유입되도록 하는 조치가 시급하다.
사실, 서울 집값 폭등은 정부의 규제 일변도 정책이 부른 반작용이다. 정책 실패를 다른 극단적 정책으로 대응하는 것이 어떤 부작용을 부를지 가늠하기 어렵다. 부동산 전문가들 일각에서는 “조만간 금리가 오르면 1주택자까지 확대된 대출 규제, 보유세 인상 등이 한꺼번에 악재로 작용해 ‘거래 절벽’이 일어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집값 잡기가 아무리 시급하고 절실하다고 해도 메가톤급 대출 규제와 ‘세금폭탄’을 동시에 쏟아내면 부작용이 생기지 않을 수 없다. 집값을 잡으려다 자칫 부동산 시장을 잡는 잘못을 범해선 안 될 것이다.

후속입법 차질없이

종부세 개편은 이제 국회로 공이 넘어갔다. 국회는 집값 안정을 간절히 바라는 국민 뜻을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

특정 지역에만 종부세율을 올리는 게 공평과세를 규정한 헌법에 위배된다는 일각의 지적에도 불구, ‘9ㆍ13 부동산 대책’이 예상보다 강력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이번 대책이 효과를 보려면 사후 관리가 더 중요하다. 세금폭탄이라며 반발하는 자유한국당 등 야권과 잘 절충해 후속 입법이 차질 없이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

집값 급등은 전·월세 가격에도 영향을 미쳐 서민가계를 불안하게 하는 주범이다. 민생경제의 안정을 위해 비이성적 투기를 반드시 잡아야 하는 이유다. 필요하면 후속 대책도 강구해야 한다. 국회는 당리당략을 떠나 추후 세법 개정 과정에 임해야 한다. 부동산 세제는 국회에서 실수요자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걸러내야 한다.

공급대책 중요

효율적인 공급대책도 더없이 중요하다. 당초 정부 대책에는 서울 집값 급등의 원인으로 지목해온 투기수요 억제책만 포함됐다. 공급대책은 사실상 빠져있었다.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 해제나 도심 정비사업 활성화 방안과 관련한 서울시 등 지방자치단체와 협의가 마무리되지 않아서였다.

이에따라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21일 330만㎡ 이상 신도시 4∼5곳을 추가로 조성하고 서울 도심 내 상업·준주거지역 용적률 등 도시규제를 정비하는 한편, 소규모 정비도 활성화한다는 내용의 '수도권 주택공급 확대 방안'을 발표했다. 우선 국토부는 이날 수도권 공공택지 17곳에서 3만5천호를 공급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국토부는 그린벨트를 풀어서 강남권에 대규모 신규 택지를 개발해야 한다는 입장이었으나, 서울시가 반대해 그린벨트 해제는 이날 대책에도 역시 포함되지 못했다. 계속 미흡하다.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앞서 공급대책과 관련, “서울과 수도권의 수요가 많은 곳에 공공택지 30곳, 주택 30만 호를 추가 공급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상업지역의 주거비율을 높이겠다”는 말도 덧붙였다. 하지만 이미 8·27 대책 등을 통해 알려진 내용을 되풀이한 셈이었다.

공급대책의 기본 문제점은 8·27 대책이 부동산 시장에 영향을 주지 못했다는 점이다. 서울 도심의 대폭적인 재건축·재개발 같은 필수 공급책이 빠졌기 때문이다. 사실상 택지가 바닥난 서울에서 재건축·재개발을 하지 않고서는 ‘똘똘한 한 채’를 원하는 주택 실수요를 충족시킬 수 없다. 서울 집값이 천정부지로 오르는 원인은 바로 여기에 있다. 정부는 재건축·재개발 규제를 풀어 획기적으로 도심 주택 공급을 늘리는 방안을 더욱 전향적으로 검토해야만 한다.

'노무현 실패' 경험

과거의 경험은 오늘의 정책에도 과제를 던진다. 이번 대책은 노무현 정부 때 사실상 실패했던 정책 수단들이다.

노무현 정부는 수십 차례에 걸쳐 종부세 도입·강화, 다주택자 양도세 강화, 규제 지역 확대 등의 조치를 잇달아 내놓았지만 5년간 서울 집값은 56%나 올랐다. 제대로 된 아파트 공급 대책이 동반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노무현 정부 당시 2003년 10·29대책, 2005년 8·31대책을 포함해 크고 작은 부동산 대책이 17번이나 나왔다. 그때마다 잠시 집값이 주춤하는 것처럼 보였다가 결국 정부 정책에 대한 불신과 내성만 길러 집값 잡기에는 실패했다. 이런 과정과 결과를 잘 알고 있을 현 정부가 같은 실수를 되풀이하면 변명의 여지도 없다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규제 일변도의 세금폭탄으로 집값을 잡겠다는 발상부터가 그렇다. 모든 가격이 그렇듯이 집값도 수요와 공급에 따라 결정된다. 무거운 세금을 물려 집을 팔지 않을 수 없도록 하는 것이 노무현정부의 실패한 주택정책을 빼닮았다. “그런 대책으로 어떻게 집값을 잡겠냐”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이기도 하다.
문재인 정부 들어서도 16개월간 벌써 8번째 대책이 나왔다. 세금 올리고 대출 조이는 노무현 정부식 대책은 너무 많이 써서 이제 시장엔 내성이 생겼다. 이미 한국 부동산 시장은 "세금 더 내더라도 몇 년만 버티면 집값은 더 많이 오른다"는 경험에 학습돼 있다. 그래서 이번 대책이 집값 급등세를 잠시 저지할 수는 있겠지만 장기간 안정시키기엔 한계가 있다는 의견이 적지 않은 것이다.

근원제거 정책역량을

일부 지역의 집값 폭등으로 인해 우리 사회의 갈등이 심화되고 불로소득에 따른 근로의욕 상실 등 부작용이 도를 넘은 게 사실이다. 특히 우리 사회의 희망인 20, 30대의 절망감을 키우고 사회 통합을 해칠 수밖에 없다.

집값 상승세는 이번 대책으로 한풀 꺾일 수는 있다. 하지만 중장기적으로 시장이 안정될지는 의문이다. 수요억제 차원의 부동산대책은 지금껏 제대로 성공한 적이 없다.

부동산 정책은 주택 수요·공급 조절뿐 아니라 돈줄 조정과 부작용 최소화까지 고려해야 하는 종합성이 맞아 떨어저야 한다. 일부만 삐끗해도 집값 잡기에는 실패하고 애꿎은 피해자만 쏟아낼 수 있다. 하루빨리 재건축·재개발 같은 공급 확대책과 거래세 조정안을 내놓아야 한다. 집값 급등의 근원을 제거하는 데 효과 있는 공급 대책들이 쌓이면 언젠가 집값 버블이 걷히는 날이 올 수도 있을 것이다.

근본적으로 집값 급등은 따지고 보면 실패한 경제정책에 뿌리를 두고 있다. 장기적인 저금리는 집값을 끌어올렸다. 그렇다 해도 시중 자금이 투자로 선순환하는 길이 열려 있다면 집값 폭등 사태가 빚어질 턱이 없다. ‘반시장·반기업’ 정책이 모든 투자를 꽁꽁 얼어붙게 한 결과 투자처를 잃은 1100조원의 부동자금이 부동산시장으로 몰려든 것이다.

앞으로도 과잉 유동성이 갈 곳이 없는 상황에서 이어질 공급대책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 투기심리가 살아날 수 있다. 시중에 넘쳐는 과잉 유동성을 생산적 부문에 활용하기 쉽도록 물꼬를 트는 데 정책 역량을 높여야 할 것이다.
각종 투기억제에도 결국 집값이 올랐다는 학습효과도 무시할 수 없다. 집값을 안정시키고자 한다면 기업과 개인이 생산적인 투자를 할 수 있도록 돈의 물꼬를 트는 것이 먼저다. 그러지 않으면 ‘노무현정부 집값 시즌 2’ 사태를 면하기 힘들다. 이제라도 경제정책 기조를 ‘친시장’으로 바꿔야 한다.

이번 대책이 집값을 누그러뜨리는 효과를 거둘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다주택자의 투기와 이번 아니면 다시는 집을 장만하기 어렵다는 시민들의 불안 심리를 놔두고서는 백약이 무효다. 당국은 대책 발표로 끝날 것이 아니라 투기꾼들이 기댈만한 사각지대가 없는지, 불안 심리를 자극하는 다른 요소가 없는지도 끝까지 살펴야 한다.

   
 

이병도는…

1952년 경남 진양에서 출생했고 서강대 신문방송학과를 졸업, 1979년 동양통신 기자로 언론계에 입문한 후 1981년 연합뉴스로 자리를 옮겨 정치부 야당출입 기자로 오랫동안 활동해 왔다. 저서로는 , <6공해제>, <97년 대선 최후의 승자는>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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