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민심①-서울] ˝文 찍었지만, 후회…남북회담 후손 위해 잘한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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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민심①-서울] ˝文 찍었지만, 후회…남북회담 후손 위해 잘한 일˝
  • 윤진석 기자
  • 승인 2018.09.24 12: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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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서울 민심을 엿볼 서울 종로구 광장시장을 찾다
남북문제 첨예…˝北우선보단 경제를˝vs˝전쟁 보다 나아˝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윤진석 기자)

추석민심을 듣고자 서울 광장시장을 찾았다.

시장은 100년 역사를 자랑하는 서울의 대표적인 전통재래시장이다.

고대 그리스의 도시국가 아고라처럼 정치를 논하는 광장. 그리고 사고파는 시장. 이 두개의 개념이 어우러진 광장시장은 날것의 민심을 전해 듣기 좋은 장소다.

지난 23일 오후 5시 시간대. 질문은 경제와 남북관계. 둘로 요약됐다. 최저임금인상의 소득주도성장 등 경제정책을 우선 물었다. 남북정상회담 평가도 자연 뒤따랐다.

상인, 손님 합해 10여 명을 만났다. 개중엔 차마 옮기기 어려운 비속어, 과격한 단어들도 튀어나왔다. 광장시장에서도 먹자골목을 중심으로 엿본 서울 추석 민심. 답변은 대답 유형별로 묶었다.

▲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소득주도성장 등 정부의 경제 정책과 남북 문제를 둘러싼 추석 민심은 어떤지 주목되고 있다.ⓒ시사오늘(그래픽=김승종)

A타입.
경제 실책했지만
남북정상회담은 잘했다

“절반이 뭐야. 매출이 3분의 2는 떨어졌지….”

광장시장 먹자골목에서 강원도 오징어순대를 파는 김희진(75 여)씨는 “2~3년 전에 비해 장사가 너무 안 된다”고 푸념했다. “서민들이 지갑을 열어야 우리도 장사를 하는데 좀 보세요. 사람만 많지, 어디 앉나. 안 앉지”라며 예전보다 시장이 많이 한산해졌다고 전했다.

김 씨는 “문재인 정부의 정책 의도는 좋지만 실패한 것 같다”고 했다. “저는 최저임금 올라야 한다고 생각해요. 이미 저는 작년에 알바 고용하면 시간당 1만원씩, 네다섯 시간 4~5만 원 줘서 보냈어요”라고 운을 뗀 김 씨는 다음 말로 넘어갔다.

“근데 양심적인 사람이 어디 흔해요? 이익을 조금만 내려들면 되는데…, 정부 정책이 잘 안 될 수밖에요. 현실에 맞지 않는 정책이에요. 집값은 자꾸 올라가고 빈부격차는 더 심해지잖아요.전철을 타고 대중교통을 이용하다보면 청년들을 보게 되는데, 참 가엾어요.”

김 씨는 시사에 관심이 많은 이였다. 이것저것 하고 싶은 말이 많은 듯 보였다. 하지만 손님 둘이 막 자리에 앉으며 곧 주문을 할 것 같아 보여 서둘러 마무리 됐다.

“남북정상회담은 잘 됐다고 생각해요. 이 나라가 통일이 돼야 북한 자원을 우리가 가져올 수 있지요. 그전엔 중국에서 가져갔잖아요. 정말 잘됐으면 좋겠어요.”

광장시장 안에서 폐백관련 음식 및 건어물을 파는 송재영(52 남)씨도 경제는 문제, 남북정책은 긍정평가를 내리는 경우였다.

송 씨는 “정부는 최저임금을 올려 복지 확대로 가려는 것 같지만 서민들은 그렇게 생각 안 한다. 허울뿐인 것 같다”며 “주변 상인들도 불만사항이 많더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남북정상회담은 나름대로…" 라는 말로 호의를 내비쳤다. “나이 드신 분들은 퍼준다 어쩐다, 많잖아요? 근데 그렇지 않고서야 통일이 될 수 있겠어요? 아쉬운 부분이 있더라도, 그런 시도라도 해야 할 것 같아요.”

광장시장 상인 말로는 경기가 전보다 매출 면에서 3분의 2가 줄었다는 푸념도 들렸다.ⓒ시사오늘

B타입.
경제도 꽝, 대북정책도 꽝
적폐청산도 꽝

“내 손으로 찍었지만, 나는 절대 후회해. 문재인 대통령이 빨리 물러났으면 좋겠어.”

육류 업에서 일하는 50대 나 씨가 격앙대서 한 말이다.

“매출? 굉장히 안 좋지요. 최저임금 때문에 여기 직원들 반이 나갔어요. 남은 한 사람이 두 사람 몫을 해야 하니 힘은 배로 들죠. 여기 상인들 다 안 좋아해요.”

나 씨는 정부의 대북정책에도 불만을 표했다. 그는 “남북 정상회담에 너무 치중해 있다”고 톤을 높였다. “대통령은 거기에 목숨을 거는 것 같아. 그것 하나만. 대통령 임기 기간 동안 그것에만 몰 빵을 하는 것 같아. 나머지 다 비전문가들 데려다놓고. 주둥이로만 떠드는 사람들. 실제 경험이 없는 사람들만 데려다놓고. 탁상행정. 촛불집회 나간 원인이 뭐예요? 적폐청산이잖아. 그런데 내가 볼 땐 거기도 똑같아. 문재인 정부 자체가 적폐들로 온통 다 깔려있는 것 같아.”

가게를 나오면서 등을 돌린 직접적 원인을 물었다.

“경제.”

이번에는 순대곱창볶음 노점의 낮은 의자에 걸터앉아 막걸리 판을 벌인 손님들 쪽으로 가보았다. 중년 이상 되어 보이는 남자 셋이었다. 이미 술이 거나하게 들어간 모양이었다. 경제 정책을 물으니 혀 꼬인 발음으로 한 마디만 했다.

“개X같이 하고 있어.” 남북정상회담 관련해서는 “그것도 개X같이 하고 있어”라고 잘라 말했다. 그리고서는 “아휴. 속 시원하다”라고 목청을 키웠다. 연령대와 성씨라도 알 겸 물으니 손사래를 쳤다. “이름도 못 밝혀. 나이도 못 밝혀. 왜? 문재인(대통령)이 000라서 그래. 난 싫어.”

광장시장 내 경제보다 남북 문제를 우선하는 모습을 비판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반대로 북한에 퍼주더라도 남북 관계는 개선돼야 한다고 강조하는 목소리도 있었다.ⓒ시사오늘

C타입.
경기 침체가 최저임금 탓이라 생각 안 해,
문제는 남한보다 北우선하는 것 

족발 등을 파는 노점 안의 남녀 손님에게 다가갔다. 65세 최 씨라고 자신을 소개한 남자는 앞선 손님보다 더 취해있었다. 먼저 답변을 해준 이는 최 씨의 부인이었다. 그는 경기 침체는 맞지만 그것이 정부 정책 탓인지는 잘 모르겠다고 했다.

“경제가 침체돼서 그런 거지 최저임금 때문은 아니라고 봐요. 임금은 당연히 올라야 한다고 생각해요. 소상공인들이 발목 잡아서 문제인 거지, 임금이 올라서 장사가 안 된다고는 안 봐요.”

그렇지만 “남북정상회담은 너무 성급하게 가지 않나 싶다”며 우려를 표했다. 그 말에 남편 최 씨가 흥분한 톤으로 아내의 말에 맞장구를 쳤다. 문 대통령과 같은 경희대학교 74학번이라는 최 씨는 “경제보다 북한을 우선으로 하는 것이 가장 문제”라고 지목했다. 이념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거듭 소리를 질렀다. 최 씨가 더욱 고래고래 톤을 높이자 부인이 서둘러 남편의 말을 대신 마무리해줬다.

“남한 사람이 먼저고 지금 경제가 어려운데 너무 거기에만 치우쳤다는 얘기에요. 거기에만 매달리면 안 되죠.”

D타입.
대북정책이 특히 문제
혹은 경제가 특히 심각

또 다른 파전 집에서는 어릴 때부터 친구라는 60대 동창 셋이 술을 마시고 있었다. 강 씨는 일산, 인 씨는 왕십리, 또 한 친구는 고양에서 왔다며 광장시장에 모여 한 잔 하는 거라고 했다.

먼저 강 씨는 경제가 특히 심각한 것에 문제를 제기했다.

“없는 사람들 위해 정책하는 게 아니라 있는 사람 위해서 정책하는 것 같아요. 솔직히 청와대 사람들이 이런 날 한번 재래시장을 나와 봐야 돼요. 그래야 물가가 얼 만큼 비싸고 없는 사람들이 어떻게 쪼개 사는가를 안다고요.”

강 씨는 최저임금 인상으로 건설업에서 일하는 서민 근로자는 더 힘들다고도 토로했다.

“시급 올렸다고 해서 좋은 게 아니에요. 지금 건설현장에서 일하는 사람들 돈 못 벌어요. 시급 올렸기 때문에, 52시간을 못박아놨기 때문에 돈을 못 벌어요. 이대로는 클 라요. 없는 서민들 진짜로 죽어요.”

“나도 한마디 할까요?”

옆에 있던 친구 인 씨가 끼어들었다.

인 씨도 최 씨 부부처럼 정부의 대북정책이 특히 문제라고 보는 경우였다.

“솔직히 남북한이 통일돼서 잘 살면 좋죠. 근데 왜 거기에만 신경 쓰냐고요. 경제 신경 쓰고 그래야지. 솔직히 북한에다 돈 안 퍼주면 대화할 수나 있어요? 국민들이 다 알고 있는데. 돈 줘서 퍼주고 뭐하려고 그 짓해요. 서서히 천천히 추진해야 할 것을 성과위주 인기위주로 하니 문제죠.”

▲ 광장시장을 중심으로 둘러본 서울 추석 민심은 경제 악화를 우려하는 목소릭 전반을 차지했다. 남북 문제관련해서는 혹평과 호평으로 첨예하게 나눠졌다.ⓒ시사오늘

E타입.
경제? 정부 탓 아냐,
남북정상회담도 ‘굿’

반찬가게로 업종을 바꾼지 얼마 안 됐다는 65세 이복덕(여) 씨는 경기가 어려운 것은 맞지만 전 정권 탓인 만큼 정부를 믿어주고 기다려주자는 입장이었다.

“경기는 그전보다 반 토막밖에 안 돼. 그렇다고 현 정부 때문이라는 생각은 안 해요. 과거 정권에서 너무 흥청망청 했잖아. 거기에 타격이 오는 거 아닌가 싶어요. 과거 정권이 너무 썩어있는 정부였으니까…. 지금 그걸 바로잡는 과정 아닌가 싶은데. 다 같이 잘 먹고 잘살기 위해 하는 정책인데 하다보면 실패할 수도 있도 있잖아. 한꺼번에 잘할 순 없잖아요. 집안도 질서가 잡혀야지. 시간이 있으면 괜찮아지겠다고 생각하는데.”

이 씨는 남북정상회담에도 신뢰를 표했다.

“우리 2세 3세를 위해 언젠가 해야 할일이라 생각하는데 난. 맨 날 총 쏘고 불안하고 초조하게 살 바에는 사이좋게 사는 게 낫지.”

F타입.
경제 어렵다는 체감 안 들고
남북정상회담은 좋아 보여

 
수산가게를 운영하는 30대 중반의 최 씨(남)는 자신은 개인사업자라서 최저임금 인상 문제에는 별다른 불이익을 받지 않는다고 했다.

“인부를 고용하는 것도 아니니까. 딱히 상관이 없죠. 아직 가시적으로 제 눈앞에 보이는 것은 딱히 없는 것 같아요. 남북정상회담이요? 통일하면 좋은 거 아닌가요. 저 때까지만 해도 ‘통일은 우리의 소원’이라는 노래가 나왔을 때니까.”

친구와 함께 떡볶이를 사가는 25세 여유리(여) 씨도 “경제 정책은 주변에서 많이 힘들다고 하는데, 솔직히 저는 체감 상으로는 많이 못 느끼겠다”고 밝혔다. 이어 “남북정상회담은 긍정적인 것 같다”며 “이산가족상봉 등에서 긍정적인 면도 많이 있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한편, 추석 연휴기간 발표된 여론조사 결과 남북정상회담 계기로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은 급반등한 것으로 조사됐다.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CBS 의뢰로 지난 17∼21일 전국 성인남녀 2천507명을 대상으로 조사해 24일 발표한 바에 따르면 문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도는 전주보다 8.8%포인트 오른 61.9%로 나타났다. 반면 국정 수행 부정평가는 전주 대비 9.4%p 내린 32.3%, 모름·무응답은 0.6%p 오른 5.8%로 기록했다.

정당 지지도도 여당은 상승세를 보였다. 더불어민주당은 44.8%로 전주 대비 4.3%p 올랐다. 이와 달리 자유한국당은 전주보다 2.3%포인트 하락하며 18.6%였다. 다음으로 정의당(8.3%), 바른미래당(5.7%), 민주평화당(3.1%) 순으로 집계됐다. 이 조사는 8.4% 응답률,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2.0%p이다.

*본 기사에 인용된 여론조사의 자세한 조사개요와 결과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http://www.nesdc.go.kr)를 참조하면 된다.

담당업무 : 정치부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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