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본적인 집값 안정화를 위한 3가지 제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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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본적인 집값 안정화를 위한 3가지 제언
  • 박근홍 기자
  • 승인 2018.09.27 17: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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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해결책은 이미 제시돼 있어…이제는 실천에 옮길 때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박근홍 기자)

지난 추석 명절 밥상머리 대화 1순위는 부동산이었다. 문재인 정부가 추석 직전 9·13 주택시장 안정방안, 9·21 수도권 주택공급 확대방안 등 집값 하락 안정을 위한 부동산 대책을 연이어 발표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에 대한 추석 민심은 그리 호의적이지 않았다.

SBS가 지난 추석 기간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9·13 대책은 단기적으로 집값 안정 효과가 있겠지만 오래가지 못할 것'이라는 응답이 50.3%로 절반을 넘었다. 또한 9·21 대책도 '투기수요와 맞물려 집값 상승 효과가 나올 것'이라는 응답이 51.2%로 집계된 반면, '집값이 안정될 것'이라는 응답은 35.6%에 그쳤다.

이 같은 결과는 국민들이 정부의 부동산 대책을 불신하고 있다는 방증으로 볼 수 있다. 그 불신의 기저에는 근시안적인 처방에만 급급하고, 장기적인 차원에서 큰 그림을 그리는 정책을 펼치지 않고 있는 정부의 안이함에 있다는 생각이다.

투기세력을 혁파하는 규제 대책, 실수요자들을 돕는 공급 대책 등은 정권이 막을 내리면 힘을 잃는 시한부 정책에 불과하다. 보다 근본적으로 집값 안정화를 모색하기 위해서는 보다 본질적인 정책이 요구된다. 문제는 각종 본질적 정책이 이미 제시돼 있음에도 역대 정권들이 실천을 꺼리고 있다는 것이다.

기업·학교 지방행 유도…국가조직 이전 선행돼야

▲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최종구 금융위원장 등이 지난 13일 오후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주택시장 안정 방안 관련 관계부처 합동브리핑을 하고 있다 ⓒ 시사오늘 권희정 기자

우선, 주요 기업과 학교의 지방 이전을 유도해 서울·수도권 집중현상을 해소해야 한다. 집값 상승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치는 일자리와 교육을 분산시켜야 한다. 수준 높은 일자리와 수준 높은 교육기관을 지방으로 옮겨야 수도권-지방 간 부동산 양극화에도 효과적이다.

과거 노무현 정부는 이와 비슷한 내용을 담은 지방균형발전프로젝트 혁신도시 사업을 추진했다. 해당 사업은 기업·대학·연구소·공공기관 등이 긴밀하게 협력해 지역경제를 살리는 게 목표다. 하지만 현재 전국 혁신도시의 계획 대비 기업 입주율은 20.3%에 그친다. 대학교들의 이전 약속도 본교가 아닌 분교, 캠퍼스 건립 등으로 퇴색됐다.

대기업 집단들이 지방행을 선택하지 않은 이유는 자명하다. 청와대, 국회, 대법원 등 나라를 움직이는 국가조직과 금융위원회, 한국은행, 금융감독원 등 돈을 움직이는 금융권 의사결정 기구들이 서울에 몰려있기 때문이다. 아무리 많은 혜택을 줘도 이익보다 손해가 많은 지방 이전을 택할 리 만무하다.

기업이 움직이지 않으면 학교는 미동조차 하지 않는다. 국내 주요 대학교들은 정부 지원보다 기업 지원을 더 많이 받는 게 현실이다. 인재 양성의 장이 아니라 취업사관학교가 된 대학 입장에서 양질의 일자리가 많은 수도권에 위치해야 득이 많다. 지방으로 이전하면 대학 등급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 세태 영향도 크다. 대학이 움직여야 소위 명문학군도 자연스레 재편될 수 있다.

결국 국가조직의 지방 이전이 선행돼야 정치·경제·교육의 서울·수도권 집중현상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결론이 나온다. 이는 행정수도 이전, 국회의사당 본원의 세종 이전 등 과거부터 현재까지 정치권에서 수차례 제기되는 사안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에 대한 논의는 지지부진하기만 하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그 배경에 정재계의 정경유착을 비롯해 여러 이익집단들의 로비가 깔려있다는 게 중론이다. 일제 강점기, 군사독재정권 등을 거치면서 서울·수도권 내 천문학적인 자산을 축적한 기득권 세력이 이를 구경만 하고 있을 리 만무하다. 이런 마당에 수도권 신도시 개발이 무슨 의미가 있는지 의문이다.

선시공·후분양제 민간부문 도입 시급

최근 국토교통부는 LH·SH·경기도시공사 등 공공부문부터 단계적으로 선시공·후분양제를 도입하고, 오는 2022년까지 전체 분양물량의 70%에 적용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또한 민간부문에는 도입을 유인하기 위한 각종 인센티브를 주겠다는 계획도 공개했다.

하지만 집값 안정화를 위해서는 보다 빨리, 제도화를 통해 선시공·후분양제를 민간부문에 정착시켜야 한다는 생각이다. 투기세력을 완전 척결하기 위한 필수조건이기 때문이다.

2003년 참여정부는 분양시장에서 고착화된 선분양·후시공제가 부실시공을 야기함은 물론, 장기적으로 봤을 때 집값 상승에 영향을 끼친다고 판단, 먼저 짓고 나중에 분양하는 선시공·후분양제 제도화를 다각도로 검토했으나, 거센 반발에 직면해 이를 포기했다.

당시 선시공·후분양제에 반대했던 세력은 건설업계와 투기세력이었다. 선분양 후시공을 택한 건설사들은 주택을 분양 받은 자들로부터 건설자금을 충분히 얻을 수 있어 금융권 등에서 대규모 대출을 받을 필요가 없다. 자본의 유동성도 확보할 수 있다.

그리고 주택을 올리는 내내 분양을 병행할 수 있어 미분양이 크게 줄어든다. 선분양 후시공이 건설업체의 현재 부담은 물론, 미래 리스크까지 경감시키는 것이다.

또한 부동산 투기꾼들 대부분은 이미 막대한 경제력을 갖고 있는 자본가들이다. 이들은 선분양 후시공 시스템 하에서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에 분양권을 사들인 뒤, 일정 기간이 지나면 전매를 시도해 차익을 남긴다. 투기를 위해 주택 청약을 하는 셈이다. 이렇게 되면 분양가, 매매가, 전월세가 등이 치솟을 수밖에 없다.

물론, 선시공·후분양제가 좋은 면만 있는 건 아니다. 건설사들이 부담하는 이자와 각종 리스크가 초기 분양가에 반영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같은 분양가 상승 부작용은 이미 집값이 폭등한 주택시장 실정을 감안하면 실수요자들에게 크게 손해될 게 없다는 게 중론이다. 오히려 투기 방지로 시장 과열을 막아 집값 안정화에 도움을 줄 여지가 상당하다.

공공부문의 단계적 도입이 아닌 공공부문과 민간부문의 선시공·후분양제 전면도입이 시급하다.

전월세 시장, 공적기구 설치로 정부가 직접 관리·감독

정부의 연이은 부동산 규제 강화로 다주택자들이 집을 내놓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매매 수요는 감소하는 반면, 전월세 수요가 증가할 공산이 크다. 전월세를 통해 보유세, 종합부동산세 인상 등으로 인한 손실을 만회하려는 주택 소유자의 욕구도 상당할 것이다.

이렇게 되면 전월세가 폭등하는 건 자명하다. 전월세값의 폭등은 장기적으로 집값 상승으로 이어지기 마련이다. 임대료분쟁조정기구 등 공적기구를 설치해 정부가 전월세 시장을 직접 관리·감독할 필요가 있다. 특히 다가오는 봄 이사철에 앞서 빠른 조치가 요구된다.

독일에서는 만약 집주인이 현행법상 지역별 표준임대료를 어기거나, 이를 초과하는 임대료 인상을 추진할 경우 임대료분쟁조정기구가 중재에 나선다. 해당 기구는 주변 시세와 표준임대료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임대료가 과도하게 높게 책정됐다고 판단되면 이를 즉각 무효화하고, 심하게는 집주인에게 징역 또는 벌금형을 내린다.

우리나라의 경우 이보다 더욱 강력한 공적기구가 설치돼야 한다는 생각이다. 이달 중순 기준 서울 지역 평균 아파트 전세가는 4억1970만 원, 대졸 초임 평균 연봉이 3334만 원임을 감안하면 최소 12년 반 동안 한 푼도 쓰지 않고 모아야 서울에서 전셋집을 마련할 수 있다는 의미다. 여기서 서울 지역 아파트(평균 7억238만 원)를 사기 위해서는 9년을 더 한 푼도 쓰지 않고 돈을 모아야 한다.

2030세대의 멀고 먼 내 집 마련, 그 토대가 되는 셋방 마련의 힘겨움은 최근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저출산·고령화 현상을 가속화시킬 수밖에 없다. 집값 안정화는 물론, 인구구조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서라도 정부의 직접적인 전월세 시장 개입이 절실하다.

시장경제 체계를 무너뜨리라는 의미가 아니다. 전월세 계약의 경우 공인중개사가 아닌 공적기구에서만 거래할 수 있도록 법제화해 가격을 점진적으로 조정하거나, 정부가 전월세 주택을 매입해 직접 관리하면 된다. 이는 집값 상승을 야기하는 갭투자를 막는 지름길이기도 하다. 또한 전월세상한제, 계약갱신청구권 등 보다 임차인 지위 향상에 효과적이다.

이 같은 공적기구 설치도 이미 정치권에서 논의됐던 사안이다. 박근혜 정권 때 기자가 정치부 소속으로 국회에 출입했을 당시 한 국회 보좌관은 전월세 관련 공적기구를 설치하기 위해 여야 전문 보좌진들이 머리를 맞댔으나 공인중개사 등 몇몇 이익관계자들의 반발로 아무 성과 없이 수면 아래에서 무위에 그쳤다고 회고한 바 있다.

담당업무 : 건설·부동산을 중심으로 산업계 전반을 담당합니다
좌우명 : 隨緣無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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