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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도의 時代架橋] 미·중 무역 '전면전' 개시, '文경제' 적신호
관세전쟁 본격발효에 '환율전쟁' 까지
한국 '불똥' 시작…반도체 자동차 쇼크
가계·기업 비관론, 정책불신이 원인
출구없는 ‘G2 갈등’, 장기화 대비를
2018년 09월 29일 09:31:09 이병도 주필 sisaon@sisaon.co.kr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이병도 주필)

미·중 무역전쟁이 본격적인 발효에 들어갔다.

관세전쟁의 첫 실행과 함께 양국간 환율전쟁도 새롭게 문을 열고 말았다. 결국 '전면전' 실상을 드러냈다. 전례없는 강도로 서막을 열었다.

미국은 지난 24일 2천억 달러 규모의 중국산 수입품에 대해 추가 관세 10% 부과를 시작했다. 내년부터는 이를 25%로 더욱 인상시킬 예정이다. 중국도 정면 대응, 미국산 500억 달러에 대해 추가 관세를 부과한 데 이어 600억 달러에 대해 5~10%의 보복 관세를 부과키로 했다. 환율전쟁은 중국이 먼저 야기, 2년만에 가장 큰 상승 폭을 기록했다. 미국은 중국에 대해 '환율조작국' 지정 추진으로 받아쳤다.

이제, 미중 무역전쟁은 제조업 관세에 이어 기업 투자와 무형자산, 금융 등의 분야로까지 그렇게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가히 한계도 끝도 없어 보인다.

갈수록 취약해져 가고있는 '문재인 한국경제'의 대외경제력에 발등의 불이 아닐수 없다. 적신호가 분명하다. 파장은 한국경제의 피부에 이미 와닿기 시작했다. 반도체와 자동차 등 핵심 수출주력품목에 직접 타격이 선명하다.

악화일로인 최근의 '文경제'는 내수가 부진한 가운데 글로벌 통상전쟁 소용돌이 속에서 수출마저 곤두박질치면 치명상을 입을 수 밖에 없다. 폴 크루그먼 교수 같은 국제 석학들도 “한국 경제가 최대 피해자가 될 것”이라고 경고한다. 수출이 우리 경제의 유일한 버팀목인 데다 미·중 의존도가 세계에서 가장 높은 40% 수준이니 그런 경고가 나올만도 하다.

우리는 과연 앞으로 어떻게 가야 할 것인가? 주요 2개국(G2) 경제전쟁 시대, '文경제'의 현재 실상과 한국의 대응전략을 집중 점검한다.

주력산업 메가톤급 악재들

미국과 중국이 무역 싸움을 벌이면 대중, 한국으로서는 치명타다. 통상분쟁으로 두 나라의 무역, 소득, 소비가 감소하면 두 국가에 수출하는 한국 제품이 줄어들 가능성은 불문가지다.

당장, 하반기 우리 경제는 어느 때보다 짙은 불확실성에 휩싸이게 됐다. 정부 예상을 뛰어넘는 메가톤급 악재들이 잇달아 터져나와 기존 전망치는 빗나갈 가능성이 커졌다. 문재인 정부 역시 당초 보호무역주의를 경계한 것은 사실이나, 미·중 무역전쟁이 지금처럼 파괴적인 치킨게임으로 치달을 거라고는 미처 예견치 못했을 것이다.

한국은 올들어 대중 수출 비중이 27%에 육박하는 데다 가공무역을 위한 중간재 수출이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하는 터라 무역전쟁이 장기화하면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지는 격이 될 수밖에 없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금리 인상 발걸음이 빨라지는 것도 우리가 통제하기 어려운 외부 충격이다. 가계 부문 금융부채가 순처분가능소득의 1.8배가 넘는 1700조원에 이르고 기업 네 곳 중 한 곳은 영업이익으로 이자도 못 갚는 상황에서 금리가 뛰면 금융 시스템이 흔들리고 내수는 더욱 급랭할 것이다.

한국 경제의 위기를 외부 요인 탓으로만 돌릴 수도 없다. 문재인 정부는 지난 1년 동안 소득주도성장 정책을 밀어붙였지만 당초 의도한 대로 내수 진작과 고용·투자 활성화 효과가 나타나지 않고 되레 최악의 고용절벽만 현실화하고 있다.

현실은 냉혹하다. 미·중 충돌이 겉모습은 무역 갈등이지만 본질은 미래 전략 산업의 우위를 잡기 위한 패권경쟁이라는 점이다. 미국의 관세 부과가 처음부터 중국의 첨단 미래 산업 육성책인 ‘중국제조 2025’를 겨냥한 것도 이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물론 미 의회도 ‘이번에 중국을 손보지 않으면 미국의 미래가 없다’는 위기감이 매우 강하다.

그래서 이번 미·중 무역전쟁의 의미는 심대하다. 전후 70여년간의 자유무역질서가 본격 해체되는 신호다. 전후 자유무역질서에서 가장 큰 혜택을 입은 나라 중 하나가 한국이다. 한 해 무역액이 1조 달러에 이를 정도로 무역으로 먹고사는 나라다. 연쇄적 관세 부과, 비관세 장벽 증가 등으로 무역 규모가 줄어들면 한국은 직격탄을 맞을 가능성이 그 어느때보다 높다.

'소득주도성장'과 무역전쟁

단기적으로 미·중 무역전쟁이 한국 수출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지 모른다. 그러나 본질은 자유무역질서가 근본적으로 흔들리고 있다는데 있다. 저임 일자리와 소득을 줄이는 역효과가 역력한 최저임금 인상 등 문재인 정부의 경제화두인 '소득주도 성장'을 관성적으로 밀어붙일 때가 아니다.

소득주도 성장은 대외요인을 고려하지 않은 폐쇄경제를 전제한 모델이다. 그래서 상당수 학자들은 문재인정부 경제정책의 최대 문제 중 하나로 ‘글로벌’ 개념이 없는 것을 꼽는다. 미국과 중국 간 결국 터진 무역전쟁은 사실상 한국 경제정책에 켜진 빨간불이다.

한국은 중국과 미국에 중간재를 수출한다. 이 중간재들은 두 나라 안에서 소비되기도 하지만 가공을 거쳐 중국에서 미국으로, 미국에서 중국으로 재수출되기도 한다. 두 나라 무역이 감소하면 한국의 중간재 수출이 실질적 타격을 받을 수 밖에 없다.

여기에다, 이보다 더 염려되는 것은 두 나라의 내수 소비 감소다. 무역 분쟁으로 두 나라의 수출이 감소하면 양국 국민의 소득과 소비가 줄 수 있다는 점이다. 이는 한국 상품에 대한 두 나라의 수요 감소로 이어질 수 있음을 의미한다. 한국의 전체 수출 중 대중, 대미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각각 25%, 12%에 이른다.

그렇지만, 실제 오늘의 '문재인경제'는 투자 부진 속에 내수 증가세가 미약하고 고용이 위축돼 있다. 그나마 수출이 경기를 떠받치고 있지만, 자동차, 조선, 가전 등 주력 산업 역시 구조조정과 국제경쟁 격화로 어려움이 역력하다. 세계 1위인 반도체마저 무역전쟁 타격속에 중국의 바짝 추격을 받고있는 상황이다.

사면초가 '비상(非常)'

그야말로 사면초가다. 4000억달러가 넘는 외환보유액을 빼고는 어느 것 하나 성한 게 없다.

실제, 올해 2분기 실적을 발표한 코스피 상장 기업 145곳 가운데 ‘어닝 쇼크’를 기록한 기업이 43곳(29.7%)에 이른다고 한다. 10곳 중 3곳이 시장 기대치보다 10% 이상 낮은 영업이익을 낸 것이다. 우리나라 대표 기업들의 수익 창출력이 급격히 떨어지고 있다는 의미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최근 한국 경기선행지수가 15개월 연속 하락 중이라고 발표했다. OECD가 한국 경기선행지수를 이렇게 오랫동안 하락세로 집계한 건 외환위기 이후 처음이다. 우리 경제의 ‘완충지대’ 역할을 해온 자영업도 무너지고 있다. 지난해 자영업 폐업률은 87.9%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최저임금 인상에 내수 부진이 겹친 탓이다.

한국 경제를 든든하게 받치던 반도체 산업에도 비상등이 켜졌다. 중국의 거센 도전과 미·중 무역전쟁에서 비롯된 것이다. 차세대 캐시카우인 바이오·헬스 산업은 규제에 막혀 세계 선두권에서 중위권으로 떨어졌다고 한다. 하반기 들어 문재인 정부가 포용적 성장을 강조하고 있지만, 반도체와 바이오 산업 등 버팀목이 제 몫을 못하면 쉽지 않다는 점에서 우려가 커진다.

지난해 반도체 수출은 979억 4000만 달러로 전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7%로 1위였다. 그러나 속내를 들여다보면 마냥 좋아할 수도 없다. 올 들어 지난 5월 기준 한국의 반도체 생산량은 글로벌 수요 감소와 경쟁 격화로 7.0%나 줄었다고 한다. 세계 1위 D램 반도체 기업인 삼성전자의 세계시장 점유율도 2016년 50%에서 올 1분기 44.9%로 5% 포인트 이상 줄었다고 하니 그 심각성은 짐작하고도 남는다.

내년 초 중국이 D램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면 점유율은 물론 채산성도 크게 떨어질 것이라는 게 업계의 전망이다. 중국은 반도체 '굴기'에 따라 2025년까지 51조원의 지원 펀드를 조성 중이고, 기업들은 우리 기술을 가져가려고 국내 반도체 장비 제조업체 등의 인수합병(M&A)에 혈안이다.

이런 가운데서도 한국 정부는 산업부 소관 기관의 반도체 관련 투자를 2009년 1003억원에서 2017년 314억원으로 줄였다고 하니 어이가 없다.

반도체 국제 교역 여건도 악화일로다. 첨단 제품에 대한 미국의 관세 부과로 미·중 무역전쟁이 환율로 옮아 붙으면서 중국이 위안화 가치를 떨어뜨리면 원화 가치가 상대적으로 오를 수밖에 없어 반도체의 수출 경쟁력은 더 떨어지기 때문이다.

자동차 산업의 열악성과 피해도 마찬가지다. 최대 기업인 현대차가 직면한 상황도 결코 녹록지 않다. 친환경차와 자율주행차로 자동차 산업 패러다임이 바뀌면서 기존 휘발유차와 경유차만으로는 생존하기 어렵게 됐다.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수익성도 떨어지고 있다. 현대차만 해도 올 상반기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1%밖에 줄지 않았지만 영업이익은 37.1%나 감소했고 영업이익률도 1.9%포인트 하락한 3.5%에 그쳤다. 부가가치가 높은 고급 차량 판매를 늘리는 방식으로 수익성을 개선해야 하는데 문제는 미국과 중국 간 무역전쟁이 심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미·중 무역전쟁이 자동차에 대한 고율 관세로 이어진다면 현대차는 더욱 직격탄을 맞게될 것이다.

文경제·정책 불신

경제는 심리라는 말이 있듯 경제주체들의 인식과 전망은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친다. 기업이 정부를 불신하고 향후 경기를 불안하게 보는 상황에서 투자가 활발할 리 없다. 이를 뒷받침하듯 설비투자는 지난 3월 이후 5개월 연속 뒷걸음질치고 있다. 2분기에는 건설투자, 설비투자, 지식재산생산물 투자 등 투자 관련 지표 세 개가 모두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가계까지도 경기를 이처럼 부정적으로 보게 되면 소비를 줄일 공산이 커진다. 이는 정부가 강조하는 소득주도성장에 더욱 암운을 드리우게 될 것이다. 이 정책의 작동 경로가 저소득층의 소비 증진이 기업 매출로 연결되고, 이것이 다시 투자 증가로 이어지는 선순환을 가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5월 문재인 대통령 취임 이후 치솟았던 가계와 기업의 심리지수가 1년여 만에 꼬꾸라지는 셈이다.

여기에는 미·중의 무역전쟁 등 대외 변수도 큰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악화하는 고용과 소득분배에도 불구하고 ‘경제는 아무 문제 없다’는 정부의 태도에 대한 실망을 빼놓을 수 없다. 아무리 ‘기다려 보라’고 해도 국민들은 실상이 어떤지 이미 알고 있다. 정부와 정책에 대한 신뢰를 되찾으려면 경제 실상을 인정하고 정책 전환을 서두는 것 외에 다른 길이 없음에도 현재 실정은 그렇다.

G2전쟁 새기류…환율조작 공방 등

이런 가운데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이 최근 글로벌 통화전쟁으로 번지면서 우리 경제에는 더욱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이로인해 한·미 금리는 이미 역전됐다.

환율전쟁이 바로 그 핵심이다. 중국은 최근 위안화 가치를 1년 만에 최저로 낮추면서 미·중 무역전쟁이 ‘환율전쟁’으로 확전됐다. 미국의 환율조작국 규정 움직임에 대해서도 중국은 “인위적으로 위안화의 가치를 떨어뜨리는 것이 아니다”며 강력 반발하고 나섰다.

미국의 관세 부과에 중국이 관세 부과로 맞대응한 것을 넘어 미·중이 환율전쟁에 발을 들여놓으면서 새로운 ‘경제 전면전’으로 확대되는 형국이다.

여기에다 미국과 중국이 미·북 비핵화 회담의 지연을 놓고 불거진 ‘중국 책임론’으로 대립이 격화되고 있는 것도 새로운 갈등기류다. 또 미국이 북·중 접경지역 교역 증가에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는 상황에서 중국이 신압록강대교 완공을 위해 북한에 거액을 지원한 것으로 알려져 미·중 갈등의 골은 더욱 깊어질 전망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4차 방북 계획을 취소하면서 ‘중국 책임론’을 제기한 것은 대북제재에도 불구하고 북·중 접경지역에서의 교역이 증가했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져 중국의 대북 현금 지원으로 미국의 대(對)중 스탠스가 더욱 강경해질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온다.

즉, 무역에 이어 대만 갈등까지 더해지며 미·중 관계가 악화되자 중국이 북한을 이용하고 있다는 게 트럼프 대통령의 시각이다. 중국이 북한 영향력을 활용해 비핵화 협상에 개입함으로써 무역전쟁의 지렛대로 삼으려 한다는 의구심이 깔려 있다. 밀착관계를 보이는 북·중 간 균열을 시도하려는 속내도 엿보인다. 한편으론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무역·통상과 비핵화 두 분야 모두에서 일정 성과를 거둬야 하는 트럼프 대통령에게서 조급함마저 묻어난다.

중국은 트럼프 대통령의 이 같은 인식에 대해 '책임을 전가하지 말라'‘적반하장'이라며 강력하게 반발했다. 중국은 그러면서 미국의 의도와 달리 북한을 미·중 협상에 이용하려는 의사를 노골화하고 있다. 중국은 최근 유엔에서 대북 제재 완화 필요성을 담은 안보리 언론성명을 추진한 바 있다. 또 북·중 국경 지역에서의 밀무역을 묵인하는 등 제재의 뒷문을 열어주는 의심스러운 행동도 서슴지 않고 있다. 무역전쟁이 격화될 경우 중국은 손에 쥔 북한 카드를 더욱 세게 흔들 게 뻔하다.

환율전쟁 추이

G2전쟁의 새기류 가운데 환율전쟁의 추이는 특히 주목된다.

환율전쟁은 중국이 선수를 쳤다.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최근 달러 대비 위안화의 기준환율을 6.7671위안으로 전날보다 0.9%나 올려버렸다. 지난해 7월 14일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고 2년만에 가장 큰 상승 폭이다. 안 그래도 위안화 가치는 5월 초 대비 6% 이상 떨어진 반면 달러화 가치는 연초 대비 4%가량 오른 상황이다. 미국이 환율 전쟁의 엄포를 놓자 중국이 먼저 미사일을 날려버린 셈이다.

스티븐 므누신 미 재무부 장관이 “우리는 위안화 환율이 조작된 것인지 관찰하고 있다”며 “위안화 약세 문제가 오는 10월 15일 발행되는 재무부 반기 환율 보고서에서 면밀하게 검토될 것”이라면서 환율조작국 지정 가능성으로 되받아 친 것은 어쩌면 당연한 수순이다.

앞으로 환율전쟁은 더욱 치열해질 수 밖에 없다. 1980년대 미국은 엄청난 대일 무역적자 문제를 엔고로 몰고 가는 ‘플라자 합의’로 풀어낸 바 있다. 그후 일본은 잃어버린 20년을 겪었다. 그런 현대사를 잘 아는 중국이 환율 전쟁에서 물러날 여지는 없다.

이와관련,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20일(현지시간) 트위터를 통해 “중국과 EU가 환율을 조작하고 금리를 낮추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미국은 불법 환율조작이나 나쁜 무역협정으로 인해 잃어버린 것을 되찾아야 한다”고 했다. 주요 타깃인 중국을 상대로 무역전쟁을 넘어 환율전쟁에 나서겠다는 의지를 공개적으로 밝힌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과 므누신 장관의 주 타깃은 역시 중국 위안화다. 중국 당국이 수출상품의 가격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의도적으로 위안화 평가절하를 유도하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위안화 가치는 지난달 이후 달러화 대비 5% 이상 떨어졌다. 이에 대해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위안화 평가절하는 순전히 환율 시장이 주도하고 있다”고 강력히 부인하면서 “오히려 환율 시장에 개입하는 건 미국 정부”라고 반박했다.

그렇지만, 중국이 환율을 무기로 삼아 무역전쟁의 피해를 의도적으로 줄이려 한다는 게 미국 측의 의심이다. 오는 10월 미국이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도 그래서 나온다.

환율전쟁과 한국경제

문제는 우리의 원화 역시 환율전쟁의 태풍 속에 들어갔다는 점이다. 원화는 위안화와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기 때문이다. 이른바 동조화다.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미중 무역전쟁이 시작된 이후 원화와 위안화의 30일 이동 상관계수는 0.9를 넘어서고 있다. 상관계수가 1에 가까울수록 동조화가 강하다는 뜻이다. 실제로 원-달러 환율은 1130원을 넘나들고 있다. 9개월만에 최고 수준이다.

원화 환율 상승은 분명 수출에 유리하다. 하지만 무역전쟁의 와중에 높아지는 환율 불안정은 그 자체로 한국경제에 엄청난 충격이다. 외환시장뿐 아니라 증시와 원유를 비롯한 원자재 등 실물경제에 전방위적인 불안정성을 몰고오기 때문이다. 정부는 물론 기업들까지 철저한 대비책 마련이 절실한 이유다.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에 무역질서 악화에 이어 환율까지 요동치는 대외경제 환경은 실로 악몽이다. 미국이 관세 부과로는 별 효과가 없다고 보고 달러화 약세를 유도할 경우 세계 주요국이 경쟁적인 통화 평가절하에 나설 수 있다. 주식에서 석유 등 원자재까지 금융·상품 시장이 요동치고 안전자산 선호로 자원수출국과 신흥국 통화 불안이 심화될 것이다. 한국은 적극적인 경제외교에 나서는 한편 산업·품목별 수출 애로 요인을 점검하고 해결하는 미시적 처방도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

그러잖아도 우리 환율은 불안한 상태다. 최근 몇개월 사이 달러화에 대한 원화환율이 올랐지만 이를 호재라고만 볼 수 없다. 오히려 원화약세로 수입물가가 올라 가뜩이나 부진한 경제의 발목을 잡을 수도 있다. 환율의 급격한 변동이 한국 경제 불확실성을 증폭시키는 악재로 작용할 수도 있는 것이다.

정부의 미·중 간 환율전쟁 대비가 시급하다. 미·중 간 격화되는 금융시장에서 환율변동에 따른 대책이 제대로 서 있는지 제대로 점검해야 마땅하다.

   
▲ 지난 2017년 11월 만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AP/뉴시스

통상전쟁 장기화

한국으로선 G2 통상전쟁의 치열한 '장기화'도 결코 간과되선 안될 최대변수다. 통상격돌이 이제부터는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이어질 구조적 문제가 됐다는 뜻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에 대해 “(이미 관세 부과가 결정된 500억달러 외에) 유보하고 있는 2000억달러어치가 더 있고, 3000억달러어치가 또 더 있다”며 천문학적 규모의 추가 관세 부과 방침을 재확인했고, 시진핑 중국 주석은 "뺨을 맞으면 주먹으로 돌려준다"고 맞보복을 예고까지 한 상황이기에 더욱 그렇다.

그렇치않아도, 중국 관영매체들은 최근 일제히 미국과 중국 간 무역전쟁 장기화에 대비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환구시보는 “미중 무역전쟁이 짧은 시간 내에 마침표를 찍을 것이라는 환상을 품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중국 CCTV도 미국에 대한 규탄과 반격을 멈춰서는 안 된다며 단기간에 끝날 싸움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이미 장기화 조짐이 구체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셈이다.

양국 간 다툼은 벌써 해결까지 오랜 시간을 필요로 하는 세계무역기구(WTO) 무대로 옮겨가기 시작했다.

중국은 트럼프 미 행정부가 2,000억달러 규모의 중국 수입품에 대해 추가 고율 관세를 준비 중인 것과 관련해 WTO에 제소했다. 미국 무역대표부(USTR)도 보복관세를 부과한 중국과 유럽연합(EU)의 조치가 WTO 규정에 어긋난다며 제소 방침을 밝혔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맞소송으로 무역전쟁이 한층 격화하고 있는 것이다. WTO에서 분쟁이 해결되는 데는 적어도 1년여의 시간이 걸린다. 미중 간 타협이 이뤄지지 않으면 장기화할 공산이 그만큼 크다는 얘기다.

'새우등' 한국입지

G2 통상전쟁의 '장기화'는 한국으로서 미중 무역전쟁에 따른 교역 위축의 피해보다 정치 외교 통상 모든 면에서 '운신의 폭'이 훨씬 더 심각한 국면에 처할 가능성이 높아졌음을 의미한다.

지금까지 우리는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의 분리 노선을 취해 왔지만 이제는 마침내 한계에 다다르고 있는 것이다.

무역전쟁 장기화는 미중 의존도가 절대적인 우리나라 경제에 치명적이다. 최대 피해국이 될 것이라는 지적이 국내외에서 동시에 제기될 정도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주최로 열린 세미나에서도 구체적 분석이 나왔다. 무역전쟁이 길어지면 중국발 경제위기가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중국 경제성장률이 1%포인트 하락하면 한국 성장률은 0.5%포인트 감소하고 고용은 12만9,000명이나 줄어든다니 실로 걱정스러울 정도다.

G2라는 ‘빅 플레이어’ 사이에 낀 소규모 개방경제인 한국엔 악재가 아닐 수 없다. 그렇찮아도 한국은 이미 미국의 직접적 관세 인상으로 타격을 입고 있다. 이달 초 국회 예산정책처는 미국 수입규제로 인해 철강·세탁기·태양광전지 산업에서 생기는 총수출손실액이 2조6478억원에 이른다고 추산했다. 이로 인해 1만5993명의 일자리가 사라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미국이 자동차·부품에 대해 25%의 수입관세를 물리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는 것도 우려된다.

여기에다 한국은 중국에 중간재인 부품을 수출하는데 중국의 대미 수출길이 막히면 한국의 대중 수출도 큰 타격을 받을 수 밖에 없다. 한국의 전체 수출 가운데 중국은 25%를 차지한다. 더 심각한 구조는 한국의 대중(對中) 수출 중 중간재 비중이 80%에 이른다는 사실이다.

미국의 대중 '관세폭탄'에 따른 중국 수출 감소의 충격이 고스란히 한국으로 전해질 수 밖에 없다. 중국이 완제품 수출에 타격을 입으면 중국에 부품을 납품하는 우리 업체들에 큰 불똥이 튈 수밖에 없는 것이다. 현대경제연구원은 미국의 대중 수입이 10%만 감소해도 우리의 대중 수출은 282억 6000만 달러(약 31조 5200억원)나 감소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복합위기 구조

사실, 한국은 그동안 작은 내수 시장의 한계를 수출로 돌파하는 전략으로 성장해왔다. 지난해엔 경제성장률(3.1%)의 무려 3분의 2를 수출이 만들어냈을 정도다.

특히 수출의 미국·중국 의존도가 40%에 달해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이다. 수출이 위축되면 경제 자체가 흔들릴 수 밖에 없는 구조다.

미국의 보호무역 조치에 따른 한·미 통상의 직접 마찰뿐만 아니라 이제는 미·중 무역전쟁의 거대한 파장까지 겪어야 하기에 그 강도가 급격히 높아지게 됐다.

업종별로도 전자제품, 자동차, 철강, 선박을 비롯한 주요 수출 품목이 모두 직접 위협을 받게 됐다. 주력 첨단산업인 반도체 마저도 피해가 장기화될가능성이 커졌다.

따라서 미·중 무역전쟁이 전면화하면 한국경제는 심각한 위기에 직면할 것이다. 내수에 이어 수출까지 뒷걸음질하면서 성장이 내려앉을 공산이 크다. 한국에 들어온 외국인 자본도 빠져나가려는 흐름을 보이면서 외환시장이 큰 혼란에 빠질 수도 있다.

이것은 미·중의 비이성적 패권주의가 빚은 무역전쟁이 한국 경제에 얼마나 엄청난 쓰나미를 몰고 올 수 있을 것인지를 말해준다. 실물경제의 충격이 금융위기를 부르고 통화전쟁까지 촉발하면 한국 경제는 복합위기에 빠져들 수 밖에 없다.

미·중 지도부 시험대

이번 분규는 무역 차원을 뛰어넘는 글로벌 헤게모니 전쟁의 성격이 강하다. 중국은 미국의 압력에 굴복했다는 인상을 줄 수 없고, 미국은 중국의 급부상을 앉아서 구경만 할 수 없다는 분위기다. 결코 쉽게 해결될 수 있는 성격의 흐름이 아니다.

실제, 중국은 ‘중국 제조 2025’를 통해 첨단 분야에서도 미국을 추월하려고 하고, 미국은 이를 막기 위해 정보통신, 로봇공학, 항공우주 등 첨단 제품에 관세 장벽을 쳐 나가고 있다. 그야말로 단순 무역전쟁을 넘어 패권싸움의 성격이 짙다.

따라서 미중 무역전쟁 장기화는 양국 경제 타격으로 이어지고 이는 지도부의 지지력을 약하게 하는 배경으로 작용할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 시진핑 주석 모두에게 시험대로 작용할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미국의 경우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트럼프 지지층이 흔들리고 있다는 보도가 잇따르고 있다. 미국 CNBC뉴스는 최근 공화당이 오는 11월 중간선거에서 하원은 물론 상원의 다수당 자리까지 민주당에 내줄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정책으로 인해 피해를 보고 있는 업계와 농민들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는 중간 선거를 앞둔 공화당의 불안감을 증폭시키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시진핑 주석 역시 중국 내부적으로는 불량 백신 파동, 밖으로는 미중 무역전쟁으로 굳건했던 위상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에 직면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장기화된 무역전쟁이 시 주석의 두 번째 임기에서 가장 어려운 시험이 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중국이 내놓고 있는 관세보복 조치의 경우 중국 경제 피해를 최소화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지만 미중 무역전쟁에 임하는 중국의 태도에 대해 내부적으로 불만의 목소리도 높은 편이라고 지적했다.

중국 관영 언론들이 이례적으로 애국심을 고취하고 내부결속을 강화하는 내용의 보도로 분위기 전환을 꾀하고 있는 것도 이런 분위기를 무마시키려는 행동으로 읽힐 수 있다. 실제로 중국 공산당이 애국심과 내부 결속을 강조하고 나선 것은 그만큼 중국 지식인들 사이에서 공산당에 대한 불만이 많다는 것을 반영한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최근 중국 공산당 중앙선전부와 중앙조직부는 대학과 연구소, 공공기관, 기업 등에 보낸 지침에서 애국심을 고취하기 위해 분투할 것을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상적, 정치적 정체성을 당과 국가가 확립한 목표에 맞출 것을 요구했다. 대학과 연구소 등에는 애국심을 연구하고 논의할 세미나와 포럼을 개최할 것을 지시했다. 연구와 직업훈련 분야에서도 '애국심 고취'를 핵심적인 부분으로 삼으라고 주문했다.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도 최근 1면에서 "중국의 지식인들은 공산당과 함께 가야 한다"는 내용의 애국심 고취 사설을 게재하는 한편 시진핑 주석이 중국 최동단 섬을 30여년간 지키다가 숨진 왕지차이(王繼才)를 기리면서 애국심을 강조한 내용을 보도하기도 했다. 이같은 흐름과 관련, 최근 쉬장룬(許章潤) 칭화대 법학원 교수는 인터넷 글을 통해 "집권자의 국가운영 방식이 최저선을 넘어 시대의 흐름에 역행하고 있다"며 "독재 회귀를 경계하고 개인숭배를 저지하며, 국가주석 임기제를 회복시켜야 한다"고 비판, 주목을 끌기도 했다.

한국 지도부 거대파고

이런 가운데, 한국 지도부 역시 미중(美中) ‘무역전쟁’이라는 거대한 파고에 직면했다.

트럼프는 '반중(反中) 통상 동맹'을 추진하면서 한국 정부의 참여를 요구하고 있다. 미국은 한국에 대한 철강 관세 유예 조건으로 중국 불공정 무역에 대한 공동대응 등을 내세웠다. 일종의 ‘반중(反中) 동맹’을 제안한 것이다. 반면 중국은 그 반대로 한국에 대해 ‘반미 통상전선’에 나서줄 것을 호소하고 있다. 곧 한국에 압박이 올 것이다.

가장 큰 현안으로 떠오른 미·중 무역전쟁과 관련, 현실적으로 어느 한쪽을 선택하기 어려운 한국은 미중 어느 쪽에도 적(敵)이 아니라는 신호부터 분명히 줘야 한다. 중장기적으로는 시장 다변화를 통해 미중에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는 수출 구조를 벗어나야 글로벌 무역전쟁의 파고를 헤쳐 나갈 수 있다.

당장은 미·중 관계에 대한 모니터링부터 대폭 강화하고 통상 현안에 사안별로 선제 대응하는 것이 시급하다. 세계무역기구(WTO) 등과 긴밀한 협조 태세로 미국과 중국의 불공정 무역거래에도 공동 대응해 나가야 할 것이다.

최악의 시나리오에도 대비할 필요가 있다. 무역 전쟁은 국가 생존과 직결되는 문제다. 청와대를 컨트롤 타워로 삼아 통상·외교안보·국방·정무 라인을 망라하는 범정부, 범국가 차원의 확고한 대응 체계를 갖춰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수출시장을 동남아시아, 인도 등 신흥국으로 다변화하는 노력도 배가해야 한다. 특정 국가로의 무역 편중은 부작용이 없을 수 없다. 한국의 대미 무역 흑자가 230억 달러에 이르는 만큼 불똥이 우리에게 튀지 않도록 대비도 해야 한다. 미·중 경제 현안이 우리의 외교 안보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지 않도록 관리할 필요도 있다.

이달 초 북한 정권 수립 70주년 즈음에 예정됐던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방북 무산에는 미·중 무역 갈등이 작용했다는 분석이 많았다. 미·중 경제 다툼이 동북아 정세에도 영향을 주는 형국이다. 한국이 최고 안보 동맹국 미국과 최대 무역 대상국 중국 사이에서 어느 한쪽을 선택하도록 강요받는 상황이 결코 와서는 안 된다.

文정부 자세 안일

이같은 '통상태풍' 기류 앞에서 현재의 정부 대응은 실로 미덥지 않다.

관련국의 일방적 행태도 문제지만 손 놓고 있는 정부도 큰일이다. 미·중간 '관세폭탄 전쟁'이 터진 후에도 정부는 지나치게 불안해할 필요가 없다는 입장을 드러냈다.

백운규 통상산업부 장관은 한때 "단기적으로 우리 수출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본다"며 '남의 일'처럼 낙관하는 자세을 보였고, 통상 업무를 산업부 내 차관급 조직에 불과한 통상교섭본부에 맡겨놓은 채 정부 전체는 뒷짐을 진 것 같은 모습을 보인 것도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또 트럼프는 안보 위협을 이유로 무역 보복을 가하는데 정부의 “안보와 경제는 별개”라는 생각도 안일하다. "트럼프 정부와 긴밀히 소통하고 있다"고 말만 하지 실제로 되는 일은 없다. 수단도 힘도 없으면서도 문재인 대통령은 "당당하고 결연한" 대응을 그냥 주문하기만 한다. 이래선 안된다.

이미 중국은 치밀한 전략으로 트럼프에게 맞불을 놓고, 일본은 정상 간 유대 강화 외교술로 소나기를 피하고 있는데도, 한국 정부는 '시정' 구호에만 매달릴 뿐 실질적 처방은 없다. 참으로 한가한 인식이다.

위기관리 1차 과제

文정부의 경제정책 실질능력과 외교 통상역량이 다시 시험대에 오를 수 밖에 없게됐다.

정부와 기업은 큰 소용돌이에 휩쓸리지 않도록 일차적으로 위기관리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물론, 미중무역전쟁이 미국과 중국 양국에게도 실책이 될 것이라는 예상이 있다. 하지만 그건 미국과 중국의 문제일 뿐이다. 우리로서는 치밀한 현실적 대책을 강구해야 마땅하다.

정부당국은 해외 악재들이 실물경제 위기로 파급되지 않도록 만전을 기해야 한다. 가계와 기업에 미치는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기민한 대응과 관리에 한 치 소홀함이 없어야 할 것이다. 더욱 중요한 일은 허약한 우리 경제 체질을 강화하는 것이다.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 등 반기업 정책을 재고하고 규제 혁파를 통한 기업 환경 조성에 적극 나서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최근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두루 많은 사람이 성장의 혜택을 누리는 포괄적 성장”을 강조했다. 포괄 성장도 반도체 등 기존 주력 산업이 버텨 주어야만 가능하다고 보면, 정부는 첨단 산업의 규제 완화에 더 과감해져야 한다. 기업이 투자하고 혁신할 수 있도록 규제를 풀고, 기업가 정신을 일깨워 줘야 한다는 것이다.

정부는 최악의 시나리오까지 상정해야 할 것이다. 막연한 낙관론을 버리고 수출과 내수가 한꺼번에 침체하는 위기 국면에 대비해야 한다. 한미 기준금리 차가 갈수록 벌어지고 있으므로 통화정책보다 재정정책으로 신축적인 경기 대응에 나서야 할 텐데 올해부터 재정지출 중 경직적인 의무지출 비중이 50%를 넘어 그마저도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럴수록 일자리 창출을 가로막는 모든 정책과 규제를 전면 재검토하고 기업의 야성적 충동을 되살릴 혁신성장에 올인해야 한다.

본질적 대응 각성을

가장 중요하고 본질적인 대응책은 경제 체질의 강화다. 정부와 정치권 각성이 필요한 대목이다.

정부는 보다 종합적이고 실행가능한 전략적 대책을 마련해 무역전쟁에 임해야 한다. 그야말로 철저한 대응책 수립이 시급하다.

이를 위해서는 정부와 기업이 즉시 비상대응 체제를 가동하고 지금까지와는 근본적으로 다른 생존전략을 강구해야 한다.

체계적인 대응체제 구축은 당장 서둘러야 할 과제다. 단순한 수출 상황 점검 수준을 넘어 실물과 금융의 복합위기를 넘을 실질적 대책을 내놓아야 마땅하다. 만반의 대비 태세를 갖출 수 있도록 범정부 차원의 대응조직도 필요 할 것이다.

통상에 관한 한 한미간에도 현재 갈등기류가 역력하다. 자유무역협정(FTA) 개정협상에서 큰 틀의 합의에 이르렀다고 하지만,  오히려 한미 통상조건의 변화는 부정적 연쇄효과 우려를 키우고 있다. 신시장 개척과 산업 경쟁력 제고의 시급성을 거듭 일깨우는 시점이다. 대외적으로 안보와 통상, 산업정책을 유기적으로 조정할 정부 시스템의 구축도 한결 절실해졌다.

한미 FTA 개정협상의 일괄타결은 일단은 소기의 성과를 거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우리는 이것이 한미 통상 분쟁의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이라는 점을 분명히 알아야 한다. 미국이 자국의 이익을 추구하는 보호무역주의 기조를 포기하지 않는 한, 그리고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이 계속되는 한, 내수가 취약하고 수출주도형 구조를 갖고 있는 한국경제의 치명적 약점은 끊임없이 공략당할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중.장기적으로 최악의 시나리오에 대비할 필요도 있다. 미·중 무역전쟁은 단기간에 끝날 사안도 아니고, 교역구조상 우리가 이를 피해갈 수 없다면 긴 안목의 준비는 당연하다.

수출을 다변화해 중국과 미국 의존도를 줄이고, 구조 개혁으로 경제 체질을 효율화 시켜야 한다. 노동 개혁과 규제 혁신을 통해 기업 환경을 개선하는 일이 절박하다. 중요한 것은 우리 기업의 자체 경쟁력이다. 핵심 산업과 차세대 먹거리의 경쟁력을 높일 산업 정책도 긴요하다. 정부와 기업이 공동으로 박차를 가해나가야 할 중대 책무가 아닐 수 없다.

지금 우리 경제는 내우외환의 위기상황이다. 이럴 때일수록 최악을 상정해 대비책을 세울 필요가 있다. 경제운용 계획에 무역전쟁 장기화까지 염두에 둔 전략이 담겨야 할 것이다. 향후 부당한 통상 압박이 장기화할 것에 대비해 보다 전략적이고 선제적인 대응은 절실히 필요하다. 그렇지 못하면 미·중 무역전쟁 속에서 희생양으로 전락할 가능성은 계속 그만큼 더 커질 수 밖에 없다.

   
 

이병도는…

1952년 경남 진양에서 출생했고 서강대 신문방송학과를 졸업, 1979년 동양통신 기자로 언론계에 입문한 후 1981년 연합뉴스로 자리를 옮겨 정치부 야당출입 기자로 오랫동안 활동해 왔다. 저서로는 , <6공해제>, <97년 대선 최후의 승자는>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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