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텔링] 송영길-안상수-하태경이 보는 대북해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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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텔링] 송영길-안상수-하태경이 보는 대북해법은?
  • 윤진석 기자
  • 승인 2018.10.02 21: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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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해법의 관점, 저마다 공감, 서로 보완해줄 수는 없나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윤진석 기자)

위에서 종이컵을 보면 타원형입니다. 옆에서 종이컵을 보면 직사각형 모양입니다. 바라보는 관점에 따라 달리 보이는 것일 뿐 모두 종이컵의 일부입니다.

종이컵이라는 본질은 달라지지 않습니다.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자유한국당 안상수, 바른미래당 하태경 의원의 최근 발언에서 종이컵이 떠올랐습니다. 

지난 1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외교 안보 통일 분야의 대정부질문에서입니다. 

▲ 보는 관점에 따라 우선순위와 해법이 달라진다. 한반도 문제도 그렇다. 여야가 강조하는 한반도 해법과 평화와 안보 강조, 모두 나름의 설득력이 있다. 생각해보면 초당적 협력을 구할 수 있는 문제다.ⓒ시사오늘(그래픽=김승종)

'전쟁하지 말아야 했다'
지도자의 중요성 …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의원은 지난 1일 국회 본회의장 대정부질문에서 추석 연휴 때 읽었던 책 이야기를 꺼냈습니다.

베트남 전쟁 당시 국방장관이던 로버트 S. 맥나마라가 쓴 <적과의 대화>였습니다.

인도차이나 전쟁 후 남북으로 갈라진 베트남은 1955년 월남과 북베트남 간의 전쟁을 겪게 됩니다. 처음엔 내전이었지만 월남을 지원한 미국 등 여러 나라가 얽히면서 국제전으로 확대되고 맙니다.

베트남 전쟁은 수많은 사상자를 냈습니다. 베트남인 300만 명이 숨졌습니다. 4만 5000명의 미군이 베트남 땅에서 죽어갔습니다. 그로부터 25년 후인 1977년 미국과 베트남은 수교를 맺었습니다. 양국 간 화해의 물결이 흘렀습니다.

베트남 전쟁 당시 국방장관이던 로버트 S. 맥나마라는 베트남 하노이의 최고 책임자를 만나 이 비슷한 말을 합니다.

“전쟁하지 말아야 했다. 피할 수 있는 전쟁이었다.”

베트남 전쟁한 것을 후회하는 얘기였습니다.

송 의원은 이 얘기를 통해 평화를 강조했습니다.  “역사적으로 중요한 시기에 지도자가 어떻게 판단을 해야 되는지에 대해 많은 교훈을 얻었다"고 했습니다.

얼마 전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베트남을 방문해 북한이 제2의 베트남이 되지 말란 법이 없다고 했습니다.

송 의원은 "저 또한 북한이 미국과 베트남처럼 수교를 맺고 친미국가가 되지 말란 법 없다고 본다”고 말했습니다.

또 다른 시선, 베트남과
영국 체임벌린 사례…

반면 같은 자리에 있던 자유한국당 안상수 의원은 이런 예를 듭니다.

안 의원은 미국과 베트남이 수교를 맺기 전의 ‘월남 패망’에 주목했습니다.

월남을 지원한 미국과 공산권의 북베트남은 긴 전쟁을 끝내고 1973년 파리에서 평화협정을 맺게 됩니다. 월남을 지키던 미군도 모두 철수했습니다. 평화협정을 이끈 국무장관 헨리 키신저는 노벨평화상까지 받았습니다.

하지만 베트남 남북 간의 평화는 오래가지 못했습니다.

평화협정 2년 만에 호찌민을 중심으로 결성된 북베트남의 월맹은 월남을 침략했습니다.

“4개월 만에 월남은 적화통일 됐습니다.”

안 의원은 월남에서 지지율이 높던 제일 야당대표 쭝딘쥬에 대해서도 얘기했습니다.

“쭝딘쥬는 ‘월맹은 우리의 동포’, ‘우리민족끼리 평화적으로 문제를 해결하자’며 평화협정 분위기를 고조시킨 인물입니다. 그런데 쭝딘쥬는 나중에 고정간첩이었던 게 드러났습니다."

월남 패망 후 많은 사람들이 죽었습니다.

“정치인 지식인 종교인 10여만 명은 즉결 처형당했습니다. 정신개조수용소에서는 100만여 명이 5년 동안 수용됐습니다. 150만 명의 보트피플은 바다에 수장됐습니다.”

평화협정의 안 좋은 경우는 또 있다며 안 의원은 다음의 예도 들었습니다.

영국의 외무장관 체임벌린은 1925년 독일의 히틀러와 평화협정을 맺었습니다. 이른바 로카르노 조약입니다. 체임벌린은 자국민을 향해 이 평화협정서를 흔들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이제 유럽에서 전쟁은 없다. 전쟁 시대는 끝났다.”

체임벌린과 히틀러의 평화협정은 많은 지지를 얻었습니다. 심지어 히틀러는 평화의 사도로 칭송 받았습니다. 노벨평화상 후보에 오를만하다는 말들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결과는 어땠습니까. 2년 후 2차 세계대전이 발발했습니다. 히틀러가 런던에 미사일을 퍼부었습니다. 도시는 불바다가 됐습니다.”

그러면서 평화협정 체결 등에 회의적 시선을 보냈습니다.

“세계 역사상 평화협정 맺은 게 8000여건이라고 합니다. 근데 평균  유효기간이 2년에 불과합니다. 결국 다 파기됐다는 걸 의미하죠.”

때문에 안 의원은 종전선언, 평화협정, 판문점 비준 동의 등을 섣불리 추진하는 대신 신중함을 견지해야함에 무게를 실었습니다.

평화 해법은 다를 수 있지만…
초당적 협력 모아갈 수 없나

이처럼 바라보는 관점에 따라 평화적 해법은 달라지고 맙니다. 예나 지금이나 무엇을 중요하게 우선하느냐에 따라 여러 갈래로 나뉘었습니다.

적절한 예인지는 모르나 과거 나라를 팔아먹었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친일파 이완용도 평화를 외쳤습니다. 1905년 고종 황제에게 일본과의 을사늑약 체결을 강요하며 “아무리 나쁜 평화라도 전쟁보다 낫다”고 했습니다. “이게 다 조선 백성을 위한 일”이라는 말도 했습니다.

박근혜 정부 시기 남북 관계가 한창 경색된 적이 있었습니다. 문재인 당시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2016년 10월 15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다음과 같은 말로 평화를 강조하며 정부의 대북정책을 비판한 바 있습니다.

“나는 가장 좋은 전쟁보다 가장 나쁜 평화에 가치를 더 부여한다. 한반도는 전쟁을 통해 분단됐다. 이 분단을 평화적으로 관리하며 통일을 지향하는 것은 대한민국의 숙명이다.”

이재명 경기지사도 지난해 8월 자신의 트위터에 문 대통령의 가치에 공감을 표한 바 있습니다. 이 지사는 “이긴 전쟁보다 더러운 평화가 낫다. 아무리 비싸고 더럽고 자존심 상해도 전쟁보다 평화가 낫다”며 “국방 안보의 궁극적인 목적은 국민의 생명과 평화를 지키는 것이지 파괴가 아니다”고 한 바 있습니다.

이와 달리 평화를 지키기 위해 전쟁을 불사하는 역사적 사례도 너무나 많습니다. 고대 로마의 격언인 ‘평화를 지키는 방법은 전쟁에 대비하는 것이다’를 비롯해 ‘안보가 곧 평화다’ 논리 또한 세계의 중심 영역을 여전히 차지하고 있습니다.

평화를 지키는 방법으로 무엇을 추구하고, 또는 걱정하는지 저마다 설득력을 갖고 있습니다. 단지 최선과 최악, 차선과 차악을 어떻게 설정하는 지에 따라 해법이 달라지는 것뿐입니다. 

마찬가지로 송 의원 말도, 안 의원 말도 고개가 끄덕여졌습니다. 모두가 나라를 생각하는 발언들이었습니다. 그러나 현실은 이분법적, 이념과 진영으로 나뉘어 반목하는 상황입니다.

초당적 자세로 협치를 이루는 정치의 장을 만들 수는 없을까. 역지사지 관점으로 풀어간다면 충분히 서로의 좋은 의도를 보탤 수 있을텐데, 하는 아쉬움도 적지 않았습니다.

“변해야 한다”
하지만 전제 필요…

“훗날 역사는 누가 변화를 가로막았나를 보고 평가할 것이다.”

그런 점에서 같은 날 하태경 의원의 대정부질문 발언에 귀가 솔깃해졌습니다.

하 의원은 한반도 문제와 대북 관점에 있어 ‘성공한 레이건’의 예를 들었습니다.

과거 로널드 레이건 미국 대통령은 소련 군축 협상 대응 관련 ‘상대를 믿되 반드시 검증하라’는 전략을 구사했습니다. 소련의 속담을 역으로 활용한 것입니다.

하 의원도 지금일수록 북한을 더더욱 만나야 한다고 했습니다.

“남북국회 회담 제의가 있습니다. 보수 일각에서는 북한 최고인민회의는 꼭두각시에 불과한데 만날 필요가 있느냐고 우려합니다. 저는 그들이 실권이 없기 때문에 더더욱 만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최고인민회의 사람들은 자기 체제가 정상이라고 생각할 것입니다. 우리 국회의원들이 그들을 만나 정상이 아니라고 말할 수 있지 않습니까.”

“김정은 위원장이 서울에 온다고 합니다. 저는 국회에 와서 연설 할 수도 있다고 봅니다. 여기 있는 분들이 불러야 합니다. 또 말해야 합니다. 대한민국이 정상국가이고 북한은 정상국가가 아니다, 김정은 위원장이 정상국가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것 같은데 더욱 분발해야 한다. 그렇게 말할 수 있지 않습니까?"

"우리도 북한최고회의에서 연설할 수 있게 해달라고 요청하는 겁니다. 물론 북한이 거부할 수 있습니다. 그럼 우리가 우월하고 북한이 우월하지 않다는 것을 보여줄 수 있지 않겠습니까.”

“남북정상회담 3번 했습니다. 2차 북미정상회담도 앞두고 있습니다. 북한 내부 또한 뭔가 변화하는 것이 사실입니다. 일이십년 전에 비해 곡물생산량이 많이 늘었습니다. 북한 내 장마당이 500개 된다는 말이 들려옵니다. 쌀도 일 년에 450만 톤가량이 공급됩니다. 이 정도면 과거 같은 기아는 앞으로 올 가능성이 없습니다. 북한이 변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것에서 멈춰있는 것 아닙니까? 변화된 남북관계에 준비가 안 되어 있는 것 아닙니까.”

“보수도 새 시대를 맞을 준비를 해야 합니다. 한국에 앉아서 계속 반대하면서 속 좁게 행동하면 변화를 추동하지 못합니다. 다양한 방법으로 북한을 만나고 그들의 무지함을 깨우쳐 줘야 합니다. 진보 쪽은 북한 정권 눈치 봐서 못하는 말들 우리는 할 수 있지 않습니까. 누가 더 한반도의 미래인지 국민들이 재평가할 겁니다.”

민주당과 한국당의 긍정적인 점은 섞고, 아쉬운 지점은 보완하려 한 것으로 풀이됩니다. 어쩌면 여야가 초당적 협력을 통해 한반도 문제를 풀어갈 수 있는 방법이 아닐까 싶었습니다.

그런데 이 또한 전제가 필요하다는 한반도 전문가의 조언도 전해졌습니다. 전경만 남북사회통합연구원 원장은 2일 <시사오늘>과의 통화에서 “세 의원 나름 옳은 말을 했으나 전제돼야 할 점이 있다”며 “우선 적극적 접촉을 언급한 하태경 의원의 제안은 비핵화 문제가 먼저 전제돼야 한다”고 했습니다.

평화를 우선한 송영길 의원에 대해서는 “3통이 전제되면 대환영”이라고 했습니다. 3통은 남북한 간의 통인, 통상, 통신을 말합니다. 전 원장은 “평화협정을 맺었는데 남북한 간이 자유롭게 왕래할 수 없다면 아무런 소용이 없다”는 거였습니다.

안보에 중점을 두며 섣부른 평화협정 체결 등을 우려한 안상수 의원에 대해서는 “정치군사적 신뢰구축이 된다면 평화협정 맺을 수 있는 일”이라고 했습니다. 독자여러분은 누구의 말에 더 공감이 가십니까.

담당업무 : 정치부 기자입니다.
좌우명 : 꿈은 자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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