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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웅식의 正論직구]내가 사랑할 수밖에 없는 훈민정음
한글날 단상1
2018년 10월 04일 10:47:28 김웅식 기자 212627@hanmail.net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김웅식 기자)

다음주 10월 9일은 법정공휴일로 한글날이다. 이날은 한글 창제를 기념하고 우리 글자의 우수성을 기리기 위한 날이다. 2012년 우여곡절 끝에 한글날을 다시 공휴일로 정한 데에는 ‘언어문화’를 바라보는 국민의 생각이 많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지난해 우리나라를 빛낸 발명품 10선을 선정한 결과에 따르면 최고의 발명품은 ‘훈민정음’(訓民正音)이었다. 누리꾼들이 특허청 페이스북을 통해 온라인 투표를 실시했는데, 훈민정음은 30% 이상의 압도적인 지지를 받았다고 한다. 훈민정음은 역사적인 가치만큼이나 국민으로부터 사랑을 받고 있다.

우리 말글살이에 부는 변화의 바람은 확대돼 나가야 한다. 이름 짓기에도 예전과는 다른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대한민국만세, 매난국죽(梅蘭菊竹) 등 짝을 이룬 단어로 이름을 짓는가 하면 순우리말로 특색 있게 이름을 짓기도 한다. 항렬자(돌림자)와 한자획수를 따져 이름을 짓는 데서 벗어나서 개성 있게 이름을 짓고자 하는 것이다.

나는 만나는 사람들에게 가끔 내가 훈민정음을 만들었노라고 말한다. 그러면 그들은 나를 이상한 눈으로 쳐다본다. 세종대왕 때 훈민정음이 창제된 것으로 알고 있는데, 생뚱맞은 이야기가 들리니 심기가 불편해지는 것이다. 그들은 곧 내 말의 진의를 파악하고는 경계심을 풀게 된다. 나는 두 아이의 이름을 ‘훈민정음’을 차용해 지었다. 벌써 20여 년 전의 일이다.

큰아이가 태어났을 때 시골 부모님께 이름을 지어달라고 부탁했다. 얼마 후 아버지가 동네 집안어른을 찾아가 이름을 지어 보내주었는데, 아무리 봐도 아들에게 어울리는 이름은 아닌 것 같았다. 돌림자를 따져 이름을 짓다 보니 선택의 폭이 좁았던 것이다.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래서 아버지에게 “딸 이름으로 보낸 것은 아니냐”고 불만 섞인 이야기를 했더니, 큰아이 이름 짓기는 내 일이 돼 버렸다. 

일주일 간의 고민 끝에 선택한 것은 ‘훈민’과 ‘정음’이었다. 당시 방문과외로 국어를 가르치고 있었는데, 그때 마침 ‘훈민정음어제’ 단원을 공부하고 있었다. 우선 ‘백성을 가르치는 바른 소리’라는 훈민정음의 뜻이 마음에 들었다. 또한 훈민과 정음은 함께해야 ‘훈민정음’이 되니 동기간에 서로 우애 있게 살라는 마음도 담을 수 있었다.

훈민정음의 부모로서 훈민, 정음이라는 이름을 만나면 한가족 같은 느낌이 든다. 자식을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이 훈민정음이라는 이름에 잘 투영돼 있기 때문이다. 확인해 보지는 않았지만 ‘훈민정음’을 차용해 이름을 지은 가정이 더 있을 듯하다. 연예인 황정음의 이름도 '훈민정음'에서 비롯됐다고 한다. 황정음의 두 오빠 이름은 황훈, 황민이다. ‘훈민정음’으로 세 아이의 이름을 지은 부모의 슬기가 돋보인다.  

전국의 훈민정음을 한번 만나보고 싶다. 훈민정음과 그 부모들을 한자리에 초청해 축제를 벌여보는 것도 괜찮을 듯하다. 심청전을 보면 황후가 된 심청이 통문을 보내 전국의 맹인을 불러 모은다. 앞 못 보는 아버지를 만나고 싶어 잔치(행사)를 벌이는 것이다. 서울 광화문 세종대왕 동상 앞에서 훈민정음들이 한글날을 기리며 즐기는 모습은 상상만 해도 즐겁다.

담당업무 : 산업부 소속으로 칼럼을 쓰고 있습니다. 2004년 <시사문단> 수필 신인상
좌우명 : 안 되면 되게 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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