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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남북관계 프레임 전환은 위기인가 기회인가
<강상호의 시사보기>프레임 전환은 실험적 시도…여러 가능성 함께 검토해야
2018년 10월 10일 15:12:49 강상호 한국정치발전연구소 대표 sisaon@sisaon.co.kr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강상호 한국정치발전연구소 대표)

대한민국은 내전 중이다. 유튜브-TV를 장악한 보수그룹은 현 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해 ‘비핵화 없는 무장해제는 위험하다’고 연일 맹공을 퍼붓고, KBS·MBC 등 공중파-TV는 안보문제보다는 평화통일에 비중을 두면서 정부의 대북정책을 홍보하고, 종편-TV는 정부의 남북대화에 대체로 우호적인 태도를 보인다. 자유한국당과 보수그룹은 냉전체제 안보관으로 판문점 선언을 비판하고, 여당과 진보그룹은 평화체제 통일관으로 남북관계의 변화를 시도한다. 보수세력과 진보세력이 2개의 다른 프레임으로 설전을 벌이니 대북정책에 대한 합의를 기대하기 어렵다. 오히려 극단적인 표현으로 상대를 공격한다.

일반적으로 대북정책은 안보정책과 통일정책으로 구성된다. 냉전체제 하에서 안보정책과 통일정책이 충돌하면 안보정책이 우선적으로 채택되었고 상충되는 통일정책은 폐기되거나 유보돼 왔다. 이 관점에서 보면 평양공동선언에서 함께 발표된 ‘남북군사 합의서’는 자유한국당과 보수세력들, 특히 안보를 책임지고 있는 군관계자들에게는 충격적으로 인식되고 있다. 침묵하고 있는 후배 현역들에게 한 예비역 장성은 ‘더 이상 반역하지마라’고 경고하고 있으며, 한 야당 의원은 ‘남북군사 합의서에 서명한 송영무 전 국방장관은 매국노’라고 서슴없이 말하고 있다.

현 정부의 대북정책을 위기라고 보는 논리는 평화협정이 전쟁으로 이어진 역사적 사실에 근거한다. 1938년 영국의 체임벌린 수상이 국민 여론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으며 독일의 히틀러와 뮌헨에서 평화협정을 맺었지만 이듬해 독일이 폴란드를 침공하면서 2차 세계대전이 발발했으며, 1939년 독일은 소련과 상호 불가침 조약을 맺었지만 3년 후 조약을 파기하고 소련을 침공하였다. 또한 1973년 미국과 북베트남은 파리에서 평화협정을 맺었으나 2년 후 북베트남은 미국이 철수한 남베트남을 공격해 무너뜨리고 공산통일을 이뤘다.

가장 최근의 사례로는 남북 예멘의 통일과정을 든다. 1990년 5월 자유민주주의 국가인 북예멘과 사회주의 국가인 남예멘이 통일에 서명하고 30개월의 과도기를 거쳐 단일국가가 되었으나 정국 주도권 투쟁을 거치면서 내전으로 발전하였다. 1차 내전은 북예멘의 승리로 끝나 1994년 무력으로 재통일되었다. 그러나 2012년 2차 내전이 발생해 21세기 최악의 비극적 사태를 맞고 있다. 현재 제주도에 500여 명의 예멘 난민이 체류 중이다. 이 같은 사례를 들어 자유한국당과 보수세력들은 ‘협상에 의한 평화는 환상’이라고 주장한다. 협상이 평화를 보장하는 것이 아니라 강한 군대와 철저한 안보태세가 평화를 보장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북한의 비핵화에 대한 실제적인 조치가 없는 상황에서 ‘남북군사 합의서’에 의거, 오는 11월 1일부터 군사분계선 일대에서 각종 군사연습과 정찰활동을 중단하고 상대에 대한 일체의 적대행위를 전면 중지하기로 한 것은 수도권 2500만 우리 국민의 생존권을 북한 김정은에게 맡긴 것으로 본다. 한마디로 자유한국당과 보수세력들의 시각은 ‘현 정부가 평화를 이야기하면서 실제로는 그 동안 한반도 평화를 지켜 온 평화장치를 스스로 제거해 감으로써 온 국민을 위기에 빠뜨리고 있다’는 것이다.

보수세력과 진보세력의 비핵화에 대한 인식의 차이는 더 심각하다. 진보세력은 협상을 통해서 북한의 비핵화가 가능한 것으로 보는데 반해, 보수세력은 북한이 미래 핵은 몰라도 현재 보유하고 있는 핵을 전면적으로 폐기하지 않을 것으로 본다. 그동안 핵을 포기하거나 핵 개발을 포기한 남아프리카 공화국, 우크라이나, 리비아 그리고 이란의 경우와 북한의 경우는 핵 개발 과정과 의지 그리고 주변 환경이 크게 다르다는 것이다. 최근 평양공동선언을 평가하는 세미나에서 한 정치학자는 북한이 CVID를 실행한다면 ‘국제관계 이론’을 전면적으로 수정한 새로운 정치학 교재가 나올 것이라고 북한의 비핵화 가능성을 일축하기도 했다.

3~4년 전 통일문제를 다룰 때 5년 혹은 10년 내 통일론이 주류를 이뤘으나 북한이 핵 개발에 성공한 이후 흡수통일론은 갑자기 사라졌다. 단계적 평화 통일론이 다시 등장하면서 이제 통일은 30년 내지 40년 이상 걸릴 것이라는 보고서가 주류를 이룬다. 문재인 정부에서 통일을 바라보는 프레임이 바뀐 것이다. 프레임 전환을 진영논리로 비판하는 것은 부당하다. 그러나 냉전체제에서 평화체제로 가는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안보의 취약성을 우려하는 것은 타당하다. 프레임 전환은 검증되지 않은 실험적 시도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비핵화 이행 선언에도 불구하고 핵 보유가 의심되는 경우, 북한의 핵을 어떻게 억지하고 방어할 것인가를 여야는 물론 동맹국 미국과 함께 검토해야 한다. 프레임 전환은 기회일 수도 있고 위기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한미동맹관계를 강화하고 비핵화와 핵 관리를 함께 검토해야하는 이유다. 

   
 

- 정치학 박사
- 고려대학교 총학생회장
- 행정자치부 중앙 자문위원
- 국회 개헌특위 자문위원
- 경희대학교 객원교수
- 고려대학교 연구교수
- 국민대학교 정치대학원 겸임교수(현)
- 한국정치발전연구소 대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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