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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자화상④] 불혹? 지천명? 명예퇴직·재취업…휘청이는 4050
2018년 10월 14일 14:00:13 전기룡 기자 sisaon@sisaon.co.kr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전기룡 기자)

불혹(不惑)과 지천명(知天命)이란 말이 있다. 40대를 지칭하는 용어인 불혹이란 말에는 ‘판단을 하는데 있어 혼란스럽지 않은 나이’란 의미가 담겨있다. 또 50대를 이르는 지천명에는 ‘우주 만물의 원리를 깨달은 나이’라는 뜻이 내포돼 있다.

하지만 현재에 와서는 불혹도, 지천명도 4050세대를 아우르기에 부족한 모습이다. 불혹과 지천명이 지닌 본연의 의미와 다르게 4050세대 역시 급변하는 환경에 당혹감을 표하기도 하고, 은퇴 및 재취업 등에 대해 깊이 고민하기 때문이다. 아울러 50대 후반에 접어듦에 따라 지난 삶을 돌아보며 회의감을 느끼기도 한다.

   
▲ 현재에 와서는 불혹도, 지천명도 4050세대의 고민을 대변하기에 부족한 모습이다. 사진은 기사와 무관. ⓒ픽사베이

기성세대…갑작스런 변화가 익숙지 않은 그들

평범한 회사원인 황모 씨(남·42)는 최근의 변화들이 낯설기만 하다. 박근혜 전 대통령을 탄핵하는 과정에서 촛불시위에도 참여했던 그였지만, 현 정부가 시도하는 변화들이 조금은 과하다고 생각했기 때문. 그는 오늘도 불만을 주변 사람들에게 토로하고 싶지만, 자칫 적폐로 몰릴까 말을 아끼게 된다.

“세상이 바뀌길 기대했지만, 옛날 사람이라 그런지 바뀌는 속도와 방향에는 쉽게 동의하지 못하겠어요. 변화라는 게 사회적 안전망이 갖춰진 상황에서 이뤄져야지, 기존의 질서를 깨부수면 안되잖아요. 하지만 최근의 경기지수나, 서울 부동산 시세 등을 보면 개혁을 이끌고 있는 민주당(더불어민주당)의 행보가 시장의 질서를 역행하고 있는 것 같아요. ‘포풀리즘’ 성향도 띠고 있는 것 같고요. 촛불시위에 참여했던 결과가 이거라면 조금은 실망스럽네요.”

<리얼미터>가 CBS 의뢰로 10월 1일부터 5일까지 조사하고, 8일 발표한 ‘10월 1주차 주간동향’에 따르면 문재인 대통령의 취임 74주차 국정수행 지지율(긍정평가)은 전주대비 2.6%p 내린 62.7%로 집계됐다. 앞서 문 대통령은 8월 2주차부터 9월 2주차까지 50%대의 지지율을 기록했으나, 평양정상회담과 방미 평화외교가 이어지면서 60%대까지 급등한 바 있다.

반면 경기는 더욱 악화된 것으로 조사됐다. 10월 2일 통계청이 발표한 경기동행지수 순환지수는 전월보다 0.2포인트 하락한 98.9포인트를 기록했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가 컸던 2009년 8월(98.8포인트) 이후 최저치다.

“제가 촛불시위에 참여했던 가장 큰 이유는 자식들을 위해서였어요. 자식들이 좀 더 민주적이고, 좀 더 나아진 세상에서 살았으면 하는 마음이었죠. 그래서 처음에는 현 정부의 지나치게 빠른 개혁 속도에 내가 기성세대이기에 적응하지 못하는 것이라고 애써 위로하기도 했답니다. 하지만 총선을 거치면서 민주당을 견제할 세력이 거의 사라지다 보니 방향성에 대해서도 의문이 들어요. 좌우 날개가 균등해야 앞을 향해 날아갈 수 있는 건데, 우리나라 정치판을 보면 한 쪽 날개가 지나치게 크잖아요. 꼰대가 될까, 적폐가 될까 어디 가서 이런 말을 잘 못하고 있지만 현재의 변화가 올바른지에 대해서는 확신할 수 없어요.”

은퇴와 재취업…무겁기만 한 가장의 무게

과거 대기업에 다니며 남부럽지 않은 생활을 꾸려왔던 장모 씨(남·56). 하지만 그도 흐르는 세월 탓인지 지난해 명예퇴직을 하게 됐다. 다행히 과거의 경력을 살려 재취업에 성공했지만 불안한 마음은 쉽게 사그라지지 않는다. 그는 오늘도 출근길 한복판에서 ‘몇 년이나 더 일을 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의 답을 찾고 있다.

“작은 회사라도 상관없으니 몇 년이라도 더 경제활동을 이어가고 싶어요. 부산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기업에서 일을 시작했어요. 사무직과 생산직, 차이는 있었지만 같은 회사에 고등학교 동창생도 많아 자부심을 가지고 살아왔죠. 그런데 5년여 전부터 경기가 나빠지자 회사가 명예퇴직을 받기 시작했어요. 몇 년은 버텼지만 회사가 나이, 실적, 승진 시기 등을 기반으로 한 쓰리(3) 아웃제를 도입하면서 결국 지난해에 (회사를)나오고 말았어요. 30년 이상 회사를 위해 살아왔는데 상실감이 없었다면 그건 거짓말이겠죠.”

삼성생명 은퇴연구소가 7일 발표한 <2018 은퇴백서>에 따르면 은퇴자 500명은 자신이 62세에 은퇴할 것이라 기대했지만, 실제 은퇴한 나이는 기대치보다 5년 빠른 57세인 것으로 조사됐다. 더불어 은퇴 이유로는 건강문제, 권고사직과 같은 비자발적 퇴직(24%)이 주를 이뤘다. 즉 충분한 사전 준비 없이 은퇴에 내몰리는 경우가 대다수를 차지하는 셈이다.

“저는 그래도 사정이 좋은 거에요. 3개월 정도 쉬기는 했지만 그래도 경력을 살려 재취업에 성공했으니까요. 고등학교 동창 모임에 나가면 저를 제외하고 지금 회사를 다니고 있는 사람이 손에 꼽혀요. 그만큼 우리 50대가 설 자리가 줄어든 것이겠죠. 세월이 흘렀기에 당연한 수순을 밟는 거겠지만, 전 아직도 제 자신이 열심히 일할 심신(心身)을 갖췄다고 생각하니 아쉬운 건 어쩔 수 없네요. 정말 단 하나의 바람이 있다면 자식들 모두가 결혼할 때까지 몇 년이라도 더 회사 생활을 하고 싶다는 거에요.”

‘평생교육’…전업주부의 새로운 도전

오랜 기간 전업주부로 살아온 한모 씨(여·58). 그녀는 50대 후반의 나이에 접어들면서 공허함을 느끼기 시작한다. 곰 같은 남편, 토끼 같은 자식들과 남부럽지 않은 삶을 살아왔다고 자신했지만, 지나간 세월에 대한 막연한 아쉬움은 어쩔 수 없는 모양이다. 그랬던 그녀가 오랫동안 마음 한편에만 담아뒀던 꿈에 직접 도전함으로써 문제 해결에 나섰다.

“25살에 시집을 와 30여년을 전업주부로서 살아왔어요. 중간에 통계청, 백화점 등에서 아르바이트를 한 적은 있지만 그것도 길지 않았어요. 시간이 지나면서 자식들도 독립을 하게 됐고, 삶이 점점 무료해졌죠. 자식들을 위해 살아왔는데 다 커버린 것을 보니 내 역할도 끝난 것 같았고요. 그러던 중 구청에서 동화구연 선생님을 뽑는다는 소식을 듣게 됐답니다. 더 늦기 전에 시작해보자는 마음으로 지원하게 됐죠. 노래 실력이 엉망이다 보니 나중에 손자·손녀가 생기면 자장가는 못 불러줘도 재미있게 동화책을 읽어주고 싶었거든요.” 

교육부 산하 국가평생교육진흥원은 지역 수요에 기반한 시·도의 평생 교육정책과 사업을 지원하고, 평생교육 네트워크를 확립한다는 취지에서 ‘지역평생교육 활성화’ 정책을 펼치고 있다. 또 기초생활수급자, 법정차상위계층 성인을 대상으로는 평생교육에 필요한 비용의 일부를 지원하는 ‘평생교육 바우처’도 지급하고 있다.

“늦은 나이에 시작한 공부이기에 생각보다 많은 노력을 들여야 했어요. 그래도 지금은 어린이집, 유치원, 초등학교에서 동화구연을 하고 있답니다. 할머니가 다 되는 나이에 어디 가서 어린 친구들에게 선생님 소리를 들어보겠어요. 지금은 한자·한문지도사 2급이라는 새로운 도전도 시작했어요. 또 장기적으로는 국학진흥원에서 주관하는 ‘아름다운 이야기 할머니’에도 도전하고 싶고요. 동화구연과 한자 공부를 동시에 하는 게 조금 힘에 부칠 때도 있지만, 더 늦기 전에 제2의 삶을 살아 보려고요.”

* 본 기사에 인용된 여론조사의 자세한 조사개요와 결과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http://www.nesdc.go.kr)를 참조하면 된다.

담당업무 : 재계 및 게임을 담당합니다.
좌우명 : 노력의 왕이 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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