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박근혜 전 대표님, “이게 최선입니까? 확실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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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박근혜 전 대표님, “이게 최선입니까? 확실해요?”
  • 최신형 기자
  • 승인 2011.04.01 10: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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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신뢰’, ‘국익’ 등 추상적 담론 남발한 채 또다시 침묵

특유의 ‘말 한마디’로 정치적 딜을 하는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가 입을 열었다. 언론사와의 공식적인 인터뷰를  하지 않는 그가 입을 열자 언론은 순식간에 달려들었다.

“(동남권 신공항 백지화는)국민과의 약속을 어긴 것이라 유감스럽다. 앞으로는 국민과의 약속을 어기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제 입장은 이것은 계속 추진돼야 한다는 것이다. 입지평가위원회도 장기적으로 남부권에 신공항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게 바로 미래의 국익이다. 정부나 정치권이 국민과의 약속을 어기지 않아야 우리나라가 예측이 가능한 국가가 되지 않겠느냐.”

박 전 대표는 약속대로 지난달 31일 대구경북과학기술원 총장 취임식에 앞서 동남권 신공항 백지화를 선언한 MB정부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국민과의 약속은 중요하다’, ‘예측 가능한 국가가 돼야 한다’, ‘미래의 국익’ 등 다 좋은 말이다. 또 맞는 말이다. 그러나 전제가 필요하다. 첫 번째는 그 국민과의 약속은 공적 타당성을 갖는가. 두 번째는 예측 가능한 국가의 결과는 무엇인가, 세 번째는 국익의 기준이 국민의 소망과 부합하느냐, 그리고 공적 합의가 있는가, 라는 점이다.

그런데 박 전 대표는 이 같은 정의규정을 빼버린 채 ‘국익’, ‘미래’, ‘예측 가능한 정부’ 등 추상적 담론만 제시했다. 그리고는 입을 굳게 닫았다. 야당이 박 전 대표의 발언을 두고 “뒷북치고 있다”고 비판 것도 이 때문이다.

▲ 지난달 31일 대구경북과학기술원 총장 취임식에 참석하기 위해 대구를 찾은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가 대구경북과학기술원 본관 로비에서 기자들의 신공항 관련 질문을 받고, 동남권 신공항은 재추진 되어야 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MB를 옹호하지는 게 아니다. 토건형 신자유주의의 클라이맥스 향해 치닫고 있는 MB정부는 비판받아 마땅하다. 아니 이미 절차적 정의를 무시한 채 불도저식 정책추진의 대명사로 전락하지 않았는가. 그런데 MB와 차별성을 드러낸 박 전 대표 역시 묻지마식 개발을 옹호하며 토건 패러다임을 계승하는 꼴이라니…

공항 입지평가위의 비용편익분석 결과, 경남 밀양과 부산 가덕도 모두 낙제점을 받았다. 예산집행의 비민주화를 일삼는 역대 정부의 문제점을 비판하기는커녕 정책추진에 주민은 쏙 뺀 채 그들만의 리그로 전락시킬 셈인가. 또 전문가들에 따르면 동남권 신공항이 밀양에 유치될 경우 27개의 산이 깎아야 하고, 가덕도의 경우 흙으로 평균 수심 19m의 바다를 메워야 한다. 결국 박 전 대표는 경제철학과 환경철학 모두 MB와 다를 게 없는 셈이다.

디버블링(Debubbling)이라는 말이 있다. 막가파식 토건경제의 부정적 기능이 극에 달했을 때 실물경제가 더 이상 버티지 못해 거풍붕괴로 이어질 때 쓰는 말이다. 역대 모든 정부가 디버블링의 주·공범이다. YS정권 때부터 MB정부까지 모두가 ‘개발!, 개발!, 개발!’을 외치며 부동산 수요조절이 아닌 공급확대 정책을 쓰지 않았던가. 게다가 MB정부는 뉴타운부터 4대강에 이르기까지 토건으로 시작해 토건으로 끝내는 토건주의를 위한 정부에 그쳤다.

자, 이제 박 전 대표는 분명히 자신의 입장을 밝혀야 한다. 그는 중앙정부-지방정부-지방토호 등 건설 모피아들을 위한 잔치에 불과한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 특위 고문을 맡았다. 또 동남권 신공항 찬성은 물론, 공약의 재공약 추진 입장을 밝혔다. 박 전 대표는 토건형 신자유주의자인가, 아닌가.

박 전 대표 역시 ‘개발을 통한 성장이 만사형통’이라고 생각하는 것일까. 보수 경제학자들이 진리처럼 믿는 낙수효과(trickle down)를 신봉하는 것일까. 지난달 30일 한국은행은 2010년 우리나라 실질국민총생산(GDP) 6.2% 성장해 1인당 국민소득이 2만759달러로 늘어났다고 ‘2010년 국민계정’ 발표를 통해 밝혔다.

그러나 노동소득 분배율은 오히려 1.7% 하락해 2004년 이후 가장 낮은 59.2%를 기록했고 하락폭 역시 1974년 이후 36년 만에 최고치를 경신했다. 결국  박 전 대표는 88만원 세대, 하우스 푸어, 이태백 등으로 대변되는 실물경제의 위기를 외면한 채 복지와 개발 화두라는 상호모순된 문제를 던진 셈이다.  

근데 박 전 대표님, 동남권 신공항이 ‘국익’이라고요…토건경제와 실물경제의 상관관계에 대해서 고민해보셨습니까. 고민을 외면한 채 떠들었다면 무지요, 알고도 대권을 위해 불가피하게 그랬다면 기만이라는 건 아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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