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웅식의 正論직구]생명 위협하는 공사비 후려치기, 누구를 위한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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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웅식의 正論직구]생명 위협하는 공사비 후려치기, 누구를 위한 것인가?
  • 김웅식 기자
  • 승인 2018.10.18 09: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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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김웅식 기자)

작은삼촌은 젊은 나이에 건축업으로 성공을 했다. 시내 좋은 위치의 땅을 사서 그 위에 집을 지어 팔았다. ‘내가 살 집’이라는 생각으로 자재 하나부터 열까지 꼼꼼하게 제값 들여 시공을 했다. 화장실 바닥의 물 빠짐까지 신경 쓸 정도로 정성을 들여 집을 지었다.

삼촌이 제값 들여 지은 주택은 자연히 호평을 받았고 높은 가격에 집을 팔 수 있었다. 집을 산 사람은 만족해했고 “삼촌이 집을 꼼꼼하게 잘 짓는다”는 소문은 퍼져 나갔다. 삼촌은 이후 단독주택 2, 3채를 짓는 데서 나아가 아파트 시공 참여까지 사업을 확대해 큰 성공을 거두었다. 

건설공사와 관련해 아직도 풀리지 않는 의문이 있다. 가령 어떤 사회간접투자(SOC) 사업에 편성된 예산이 1000억원이라고 알고 있는데, 발주처에서는 예산절감이라는 명분으로 공사비를 깎아 600억~700억원에 공사를 발주하는 것이다. 애초 1000억원이라는 예산은 제대로 된 시설물을 만들려면 그만큼의 돈이 투입돼야 하기에 책정해 놓은 것이리라. 그런데 왜 공공기관에서는 제값 들이려 하지 않고 공사비를 대폭 깎아 발주를 하는 것일까. 그렇게 해도 온전한 시설물을 기대할 수 있을까. 공사비 후려치기는 마치 ‘요술 방망이’ 같아 요상하기 짝이 없어 보인다.

건설사 사전에 ‘밑지는 장사’란 없다고 보면 맞을 듯하다. 치열한 경쟁 끝에 공사를 수주한 시공사 입장에서는 이익을 남기려고 할 것이다. 어떻게 하든 수지타산을 맞추려고 애를 쓸 것이다. 그러자면 공사기간을 단축하거나 싼 자재나 인력을 사용해 비용을 아낄 수밖에 없다. 저비용은 부실공사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건설사들은 주택부문에서 벌어들인 수익으로 SOC 공사의 적자를 메우고 있다고 하소연한다. 공공부문에 적자공사가 많은 이유는 저가 공사비를 유도하는 ‘입찰제도’ 탓이란 지적이 지배적이다. 공공공사의 시공사를 선정할 때 300억원 미만 공사는 ‘적격심사제’, 300억원 이상 공사는 ‘종합심사제’가 각각 적용된다.

적격심사제는 최저가격으로 입찰한 업체 순으로 공사이행 능력을 심사해 낙찰자를 결정하는 제도다. 종합심사제는 가격뿐 아니라 공사수행 능력, 사회적 책임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두 방식 모두 가격 요소가 낙찰자 선정에 중요하게 작용해 평균 낙찰률이 70%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는 게 건설업계의 주장이다.

예산 대비 후려쳐진 발주금액에다 시공사는 수주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공사비를 줄여 입찰에 나선다. 결국 공사비는 깎이고 또 깎이게 된다. 이 때문인지 공사를 수주한 시공사는 기쁨도 잠시 저가공사를 할 생각에 수주 첫날부터 속앓이를 한다고 한다. 

공공공사의 저가 공사비 관행이 건설 근로자들의 안전을 위협하는 것은 불문가지(不問可知)다. 적은 공사비인데도 최대한의 이윤을 남기려는 시공사는 공사기간을 단축하거나 하도급 업체에 지불하는 비용을 줄일 수밖에 없다. 공사기간을 줄이기 위해선 야간이나 주말 작업이 불가피한데, 이로 인한 피로 누적과 현장관리 미비는 사고 발생 가능성을 높인다. 예산절감이라는 명분으로 행해지는 공공공사 공사비 후려치기가 우리의 생명을 위협한다고 해도 지나친 말은 아닌 것이다. 

공공공사의 공사비 현실화를 위해 관련 제도의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또한 천재지변과 같은 불가항력적인 공사지연은 물론, 발주기관의 귀책사유로 인한 공사기간 연장과 그에 따른 공사비 증액조차도 적절한 조치를 취해주지 않고 있어 시공사들의 고통은 커지고 있다.

부실공사로 인해 치러야 하는 희생과 사회적 비용은 크다. 1994년 부실이 원인이 돼 무너진 성수대교를 통해 우리는 이를 잘 알고 있다.

온전한 구조물을 만들려면 제값을 들여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제값 들이지 않고 고품질의 시설물을 기대하는 것은 과욕이다. 공공공사에서 예산을 절감한다고 공사비를 깎는 게 능사만은 아닌 것 같다. 정말 누구를 위한 ‘공사비 후려치기’인지 묻고 싶다. 

담당업무 : 논설위원으로 칼럼을 쓰고 있습니다.. 2004년 <시사문단> 수필 신인상
좌우명 : 안 되면 되게 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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