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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필담] 프레임에 걸린 문재인 정부
‘노무현 탓’과 판박이인 소득주도성장 몰이
무조건적 동조보다 '가치 중심 생각' 필요
2018년 10월 28일 03:54:23 김병묵 기자 sisaon@sisaon.co.kr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김병묵 기자)

   
▲ 2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의 기획재정부, 국세청, 관세청, 조달청, 통계청 국정감사에서 질의에 귀를 기울이는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뉴시스

“이게 다 노무현 때문이다.”

어디선가 들어본 적 있는 문구다. 참여정부의 막바지였던 2007년 무렵 정권에 실망한 국민들은 농담처럼, 혹은 주문(呪文)처럼 대통령을 향한 푸념을 늘어놨다. 실제로 그렇고 아니고는 크게 중요하지 않았다.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의 표현을 빌리면, ‘길 가다가 넘어져도 노무현 탓이라고 하던 시절’이었다.

그 배경엔 프레임 논쟁이 있었다. 당시 참여정부는 소위 ‘노무현 책임 프레임’에 갇힌 상태였다. 정치담론 프레임의 전문가인 인지언어학자 조지 레이코프는 자신의 저서 <코끼리는 생각하지 마>에서 “프레임은 직접 볼 수도 없고 들을 수도 없지만 공적 담론의 프레임을 재구성하는데 성공하면, 대중이 세상을 보는 방식을 바꾸게 된다”라고 적은 바 있다. 결국 참여정부는 이 때 지지층이 등을 돌리면서 2007년 4분기에 최저지지율 12%를 기록했다.

비슷한 일이 벌어지는 중이다. 참여정부의 맥을 이은 문재인 정부가 내건 경제정책의 간판 소득주도성장은 불과 1년여 만에 뭇매를 맞고 있다. 경제지표에 들어온 빨간 경고등이 좀처럼 꺼지지 않는 상황에서, 소득주도성장이 마치 ‘모든 책임을 지고 물러나야 하는’ 분위기다. 청와대 경제참모진의 거취에 대한 이야기가 심심찮게 등장하는가 하면 야권은 연일 소득주도성장론의 폐기를 요구하며 맹공을 퍼붓고 있다.

급기야 지난 18일 세종청사에서 열린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가사에서 김동연 경제부총리는 “소득주도성장 문제는 너무나 프레임 논쟁에 말려든 느낌이 있다”고 토로했다.

물론 정부가 분배정책에 가까운 정책명을 ‘소득주도성장’이라고 지으면서 프레임에 갇히는 상황을 자초한 것이나, 소득주도성장론이라는 배경에서 진행된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 일부가 그 한계를 드러내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소득주도성장이 정말로 이 모든 경제위기의 원인인가에 대해선 아직 단정짓기 어렵다.

원로경제학자 이준구 서울대 교수는 지난 7월 자신의 홈페이지를 통해 “정부가 너무 서두른다는 느낌을 주어 경제 전반의 불안 심리를 자극했다는 점은 인정한다”면서도 “꽁꽁 얼어붙은 투자심리라든가 성장률의 하락은 소득주도성장 정책과 아무런 관계가 없다”고 진단한 바 있다. 결국 지금도 정치권은 프레임 전쟁 중이고, 소득주도성장은 그 핵심 키워드라는 이야기다.

부정적인 이미지의 프레임은 한 번 씌워지면 올무와도 같아 벗어나기가 힘들다. 예를 들어 한국사회의 대표적인 네거티브 프레임 ‘빨갱이’는 그동안 마치 전가의 보도처럼 사용됐다. 이 프레임에 갇혀 분루(忿淚)를 흘렸던 유망한 정치인들의 수는 손에 꼽을 수가 없을 정도다. 이는 여야를 가리지 않았다. 정가의 과도한 프레임 전쟁 끝에 남는 것은 항상 상처입은 승자와 피로해진 국민들이었다.

레이코프는 프레임 논쟁에 대응하는 지침으로 ‘가치의 차원에서 생각하고 발언하라’는 조언을 남겼다. 최근 확산되고 있는 “이게 다 소득주도성장 때문이다”라는 주장에 바로 동조하기에 앞서, 그 가치와 함의(含意)에 대해 한 번 더 생각해 볼 필요가 있는 것은 아닐까.

우리 스스로 정쟁의 총알이 될 필요는 없다. 물론 툭 하면 이러한 ‘프레임 전쟁’을 촉발시키려고 하는 정치권의 자성(自省)은 필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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