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 보수주자’ 부각되는 김태호,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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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세대 보수주자’ 부각되는 김태호, 왜?
  • 정진호 기자
  • 승인 2018.10.29 19: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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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산 된 지방선거에서의 패배…풍부한 경험이 약점 될 수도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정진호 기자) 

▲ 6·13 지방선거에서 경남도지사 후보로 나서 선전(善戰)했다는 평가를 받는 김태호 전 경남도지사가 자유한국당 차기 전당대회의 다크호스로 등장했다. ⓒ시사오늘

김태호가 떠오르고 있다. 자유한국당 차기 전당대회에 출마할 주자들이 속속 윤곽을 드러내는 가운데, 6·13 지방선거에서 경남도지사 후보로 나서 선전(善戰)했다는 평가를 받는 김태호 전 경남도지사가 다크호스로 등장했다. 일각에서는 그를 차기 당대표 0순위로 꼽는 목소리까지 들린다.

이런 분위기는 당내에서도 감지된다. 다수 언론에 따르면, 한국당 초선 의원들은 내달 초부터 김 전 지사를 비롯해 황교안 전 국무총리, 오세훈 전 서울시장, 원희룡 제주지사, 유승민 전 바른미래당 대표 등을 초청, 연속 토론회를 갖는 방안을 구상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김 전 지사가 명실상부한 ‘대권주자급’으로 평가되고 있는 셈이다.

자산 된 지방선거에서의 패배

김 전 지사의 당내 입지가 강화된 계기는 6·13 지방선거다. 아이러니하게도, 지선 패배가 도약의 발판이 됐다. 당시 한국당에서는 이주영·박완수·윤한홍 의원 등이 경남도지사 출마 후보군으로 거론됐지만, 각종 여론조사에서 더불어민주당 후보들에게 뒤지는 결과가 나오자 모두 출마를 포기했다.

이 상황에서 김 전 지사가 출마를 결심하며 당원들의 마음을 얻었다는 전언이다. 한국당 경남도당의 한 관계자는 29일 <시사오늘>과의 만남에서 “다들 말은 선당후사(先黨後私)라고 하지만, 막상 선거에서 질 것 같으니 전부 (출마를) 포기하지 않았나”라며 “지방선거 때 출마한 덕분에, 김 전 지사가 전대에 나오면 밀어주겠다는 사람들이 많다”고 전했다.

지선에서 경쟁력을 입증했다는 것도 그에게는 가산점이 되고 있다. MBC경남이 의뢰하고 <리얼미터>가 지선 직전인 6월 5일부터 6일까지 수행해 7일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한국당 정당지지율은 26.9%에 불과했다. 민주당 지지율이 48.8%에 달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사실상 ‘결과가 정해진 승부’에 가까웠다.

하지만 김 전 지사는 실제 선거에서 42.95%를 득표하며 정당지지율보다 16%포인트 이상 높은 지지를 받았다. 심지어 경남 정가에서는 “한국당이 창원에만 공천을 잘 했다면 접전도 가능했을 것”이라는 말까지 나왔다. 당시 홍준표 대표는 현직이었던 안상수 전 창원시장 대신 조진래 전 경상남도 정무부지사를 공천하며 ‘사천(私薦)’ 논란에 휩싸였던 바 있다.

이에 대해 앞선 관계자는 “김 전 지사는 선거에 지고 나서 바로 당권에 도전해야 한다는 사람들이 생겼을 정도로 이미지가 좋아졌다”며 “선당후사로 지선에 나갔고, 네거티브 없이 선거도 깔끔하게 했고, 득표율도 40%를 넘겼으니 왜 안 그렇겠나. 6·13 지선이 김 전 지사에게 엄청난 기회가 된 것”이라고 전했다.

▲ 50대 중반의 나이지만, 김 전 지사는 도의회 의원으로 정치를 시작해 군수와 도지사, 국회의원, 새누리당 최고위원까지 역임했다. ⓒ뉴시스

경험 풍부한 ‘젊은 피’…인물 경쟁력도 높아

단순히 ‘질 선거에 나섰다’는 사실만으로 가치가 오른 것은 아니다. 그가 지닌 경험과 ‘캐릭터’도 한몫 했다. 김 전 지사는 1962년생으로, 아직 50대 중반에 불과한 ‘젊은 피’다. 더불어민주당이 이해찬 대표, 바른미래당이 손학규 대표, 민주평화당이 정동영 대표를 선출하면서 ‘올드보이 전성시대’가 열린 정치권에서 김 전 지사의 상대적으로 젊은 나이는 당원들에게 매력적으로 느껴질 수밖에 없다는 평가다.

50대 중반임에도 ‘백전노장(百戰老將)’들인 이해찬·손학규·정동영 대표 못지않은 경험을 쌓았다는 장점도 있다. 김 전 지사는 도의회 의원으로 정치를 시작해 군수와 도지사를 거쳐 국회의원을 지냈다. 2014년부터 2016년까지는 새누리당 최고위원을 맡았으며, 이명박 정부 때는 국무총리 후보자로 지명되기도 했다. 50대 중반에 지방 행정부터 중앙 정치까지 고루 경험한 정치인은 그리 흔치 않다.

경남도당 관계자는 “당내에서 김무성 전 대표가 전대에 나서야 한다는 말이 돌았던 이유는 저쪽에서 이해찬·손학규·정동영 대표 같은 베테랑들을 뽑았기 때문인데, 김 전 지사 같은 경우에는 워낙 경험이 풍부한 사람이라 나이가 별 문제되지 않을 것”이라며 “(전대에) 나갈지 안 나갈지 몰라도 상당히 괜찮은 카드라고 본다”고 했다.

이어 “정치를 밑에서부터 시작한 사람이라 그런지 친화력이 엄청나다. 지난 (경남)도지사 선거만 봐도 알 수 있지 않느냐. 완전히 다 넘어간 게임이었는데 그만큼 끌어올린 것은 ‘김태호라서’ 가능했던 것”이라면서 “일단 나오기만 하면 판도를 완전히 뒤집어 놓을 (당대표) 후보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풍부한 경험이 약점 될 수도…원외라는 점도 부담

반면 위에서 언급된 김 전 지사의 강점을 오히려 약점으로 보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현재 한국당에 필요한 것은 세대교체를 통한 ‘이미지 변화’인데, 젊은 나이임에도 정치권에서 ‘잔뼈가 굵은’ 김 전 지사는 고루한 한국당의 이미지를 바꾸는 데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또 다른 정치권 관계자는 29일 <시사오늘>과의 통화에서 “나이가 많지 않은데도 커리어가 좋다는 것은 그만큼 오랫동안 주류에 있었다는 것이고, 또 이미지 소비가 많이 됐다는 것”이라며 “비슷한 나이, 비슷한 중량감이라도 원희룡 제주도지사처럼 비주류 생활을 오래 한 사람들과 비교하면 김 전 지사는 좀 올드한 이미지가 있다”고 꼬집었다.

원외(院外)라는 점도 한계로 지목된다. 마찬가지로 원외 인사였던 홍준표 전 대표의 경우,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직후라는 시기적 특성상 마땅한 경쟁자가 없는 존재하지 않았다. 어떤 측면에서는 홍 전 대표가 ‘구원 투수’로 등판한 측면도 있다. 하지만 차기 당대표는 2020년 총선에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자리인 만큼, 2022년 대선을 노리는 ‘거물급’ 인사들이 직·간접적으로 관여할 가능성이 높다. 이런 상황에서 원외 신분인 김 전 지사가 세력을 형성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실제로 앞선 관계자는 “사실상 당내에 경쟁자가 없다시피 했던 문재인 대통령도 2012년 대선을 앞두고 배지를 달고 들어와서 전대에 나가고, 당대표를 맡는 절차를 밟았다”면서 “당시 문 대통령과는 지지 세력 자체가 비교도 안 되는 김 전 지사가 원외에서 당대표로 당선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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