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곽 드러내는 보수 차기 리더 5人…낙점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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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곽 드러내는 보수 차기 리더 5人…낙점자는?
  • 정진호 기자
  • 승인 2018.10.30 19: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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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교안-오세훈-김태호 전 경남지사-원희룡-유승민, 주목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정진호 기자) 

▲ 자유한국당 전당대회가 3개월여 앞으로 다가오면서, 보수 진영의 ‘차기 리더’군도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시사오늘 그래픽=김승종

자유한국당 전당대회가 3개월여 앞으로 다가오면서, 보수 진영의 ‘차기 리더’군도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한국당 관계자들의 전언에 따르면, 몇몇 초선 의원들이 보수 대통합의 정지작업 차원에서 ‘대권주자급’ 인물들을 초청해 토론회를 갖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이 토론회의 초대장이 발송될 곳은 황교안 전 국무총리, 오세훈 전 서울시장, 김태호 전 경남지사, 원희룡 제주지사, 유승민 바른미래당 전 대표의 사무실로 알려졌다. 이름값만 봐도 알 수 있듯이, 사실상 보수 진영 차기 리더들의 ‘쇼케이스’나 다름없다.

황교안 전 국무총리

이 중에서 가장 주목을 받고 있는 인물은 황교안 전 국무총리다. 2017년 대선에서부터 2018년 지방선거에 이르기까지 매 선거 때마다 출마 요청을 받았음에도 철저히 잠행(潛行)을 거듭했던 그는, 지난 9월 ‘황교안의 답-청년을 만나다’ 출판기념회를 기점으로 본격적인 정치 행보를 시작했다.

황 전 총리의 최대 장점은 ‘이미지’다. 공안 검사 출신으로 법무부 장관과 국무총리를 거친 ‘스펙’은 이회창 전 국무총리를 연상시킬 정도로 ‘최상급’이며, 이는 보수 지지자들이 선호하는 ‘스마트한’ 이미지로 직결된다. ‘보수 차기 리더’들에 대한 비평을 위해 30일 <시사오늘>과 만난 한 언론사 A 정치부장은 “보수 지지자들은 전통적으로 엘리트를 좋아하는 경향이 있는데, 황 전 총리는 그들의 니즈(Needs)에 딱 맞는 면이 있다”고 평했다.

다만 계파색이 강하다는 점은 약점이다. 박근혜 정부에서 국무총리를 지냈고, 대통령 권한대행 역할까지 수행했다는 사실은 ‘친박(親朴)’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라는 의미기 때문이다.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은 18일 KBS <정준희의 최강시사>와의 인터뷰에서 “(황 전 총리 영입은) 국민이 봤을 때 촛불 혁명 이전으로 돌아가겠다는 것으로 보일 수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

제20대 총선 패배 후 이렇다 할 움직임을 보이지 않던 오세훈 전 서울시장도 최근 보폭을 넓혀가고 있다. 오 전 시장은 최근 다수 언론 인터뷰에서 한국당 입당과 당권 도전을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정치권에서는 그의 한국당 입당이 ‘시간문제’라는 관측도 나온다.

황 전 총리와 달리, 오 전 시장의 장점은 옅은 계파색이다. 한국당의 고민이 ‘수구적 이미지’와 ‘계파 갈등’에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젊고 대중적인 인지도가 높으면서도 계파색이 강하지 않은 오 전 시장이 전면에 나설 경우 당의 이미지 쇄신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김행 위키트리 부회장은 지난 4일 <시사오늘>과의 통화에서 “대중성이 예전 같지는 못하지만 인물난을 겪고 있는 보수진영의 유력한 후보인 것만은 분명하다”며 “보수 대통합전을 흥행시키는 요소가 분명 되어줄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오 전 시장이 ‘보수 몰락’의 단초를 제공했다는 평가는 부담이다. 오 전 시장은 당의 반대를 무릅쓰고 ‘무상급식 주민투표’를 강행했다가 사퇴, 후폭풍을 불렀다. 이후 그가 비운 서울시장 자리를 두고 안철수 전 바른미래당 대표가 등장했고, 안 전 대표가 세운 국민의당이 제20대 총선에서 ‘바람’을 일으키며 보수 몰락이 시작됐다. 오 전 시장의 서울시장 사퇴가 엄청난 ‘나비효과’를 일으킨 셈이다.

이와 관련, 김 부회장은 “그때 만약 서울시장을 그만두지 않았다면 안철수‧박원순 등판론으로 이어지지 않았을 거라는 비판도 많다”며 “서울시장 자리를 뺏김으로써 결국 정권까지 내어주는 결과로도 해석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에 대한 대가를 치러야 한다고 보는 입장들을 앞으로 어떻게 정면 돌파해낼 수 있을지는 온전히 정치적 역량에 달렸다”고 덧붙였다.

김태호 전 경남도지사

6·13 지방선거 전까지만 해도 김태호 전 경남도지사를 주목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심지어 한국당이 경남도지사 선거 출마를 요청했을 당시, 김 전 지사는 이미 독일에 집까지 구해 놓고 유학을 준비하던 상태였다. 그러나 지선 출마를 계기로, 김 전 지사의 정치적 입지는 180도 달라졌다.

김 전 지사는 50대 중반의 나이임에도 두 차례나 도지사를 지냈고, 재선 국회의원과 당 최고위원까지 역임한 화려한 경력을 자랑한다. 이명박 정부 때는 국무총리 후보자로 지명되기도 했다. 풍부한 경험을 갖고 있으면서도 ‘50대 기수론’의 주자로 나설 수 있을 만큼 젊은 나이는 한국당의 ‘차기 리더’로 지목되기에 부족함이 없다.

지난 29일 <시사오늘>과 만난 경남도당의 한 관계자는 “친화력이 워낙 좋아서 이쪽 동네(경남)에서는 인기가 정말 많다”며 “게임이 안 돼야 정상인 지난 지방선거에서도 (득표율이) 9% 차이밖에 안 나지 않았나. 경남에서 도지사를 했고 중앙에서도 나름대로 힘을 발휘했던 사람이라 대선에 나오면 경남 사람들이 많이 밀어줄 것”이라고 했다.

다만 김 전 지사가 ‘이미지 쇄신’이라는 한국당의 과제를 해결할 수 있는 인물인가에 대해서는 의문 부호가 붙는다. 젊은 나이에 주요 직책을 경험했다는 것은 역으로 국민들에게 ‘오래된 인물’이라는 인식을 줄 수 있기 때문. 즉, 김 전 지사는 안정감이 있는 카드기는 하나 새로운 이미지를 가져올 수 있는 카드와는 거리가 멀다는 뜻이다.

또 다른 정치권 관계자는 지난 29일 <시사오늘>과의 통화에서 “나이가 많지 않은데도 커리어가 좋다는 것은 그만큼 오랫동안 주류에 있었다는 것이고, 또 이미지 소비가 많이 됐다는 것”이라며 “비슷한 나이, 비슷한 중량감이라도 원희룡 제주도지사처럼 비주류 생활을 오래 한 사람들과 비교하면 김 전 지사는 좀 올드한 이미지가 있다”고 꼬집었다.

원희룡 제주도지사

현실적으로 ‘차기 보수 리더’에 가장 가까운 정치인은 원희룡 제주도지사다. 그야말로 보수 진영에 ‘궤멸’ 상태에 이르렀던 지난 6·13 지방선거에서 원 지사는 대구·경북을 제외한 지역에서 유일하게 당선증을 받은 보수 인사였다. 그만큼 중도층에 어필할 만한 이미지와 인물 경쟁력을 갖고 있다는 의미. 자연스럽게 그는 보수 진영이 주목하는 ‘차기 대권 주자’로 이름을 올리게 됐다.

정치적으로 볼 때, 원 지사는 많은 무기를 지닌 정치인이다. ‘변방’ 제주도가 고향인 검사 출신의 3선 의원이며, 재선 도지사기도 하다. 한나라당 시절 최고위원을 지낸 경험도 있다. 그럼에도 비슷한 이력을 지닌 김태호 전 경남지사에 비해 신선한 이미지를 유지하고 있다. 이른바 ‘남원정(남경필·원희룡·정병국)’의 일원으로서 늘 당내 소장파로 활동해왔기 때문이다.

이는 당시에는 단점으로 지적받던 문제였으나,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로는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다. 소장파와 쇄신파라는 수식어는 원 지사가 젊은 나이와 풍부한 경험, 신선한 이미지라는, 공존할 수 없을 것처럼 보이는 장점을 모두 소유하는 밑거름이 됐다. 원 지사가 보수 진영의 유력한 차기 주자로 떠오른 배경이다.

앞선 A 정치부장은 “비주류라는 것이 예전에는 원 지사에게 ‘세력이 없다’는 비판의 원인이었지만, 그때 세력을 갖지 못한 덕분에 대부분의 보수 주자들이 가진 원죄에서 자유로울 수 있었다”며 “중도 확장이 절실한 보수에게 원 지사는 꼭 필요한 자산이 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여전히 ‘세력이 없다’는 약점은 유효하다. A 정치부장은 “이제부터는 원 지사가 정치력을 잘 발휘해야 하는 시점”이라며 “자신이 갖고 있는 포지션과 이미지를 활용해서 얼마나 어떻게 세력을 모으느냐에 따라 원 지사가 유력한 대선 후보로 갈지 수많은 정치인들 중 하나로 남을지가 결정될 것”이라고 충고했다.

유승민 전 바른미래당 대표

유승민 바른미래당 전 대표는 6·13 지방선거 참패 이후 철저히 대외 활동을 삼가고 있다. 자신이 진두지휘했던 선거에서 단 한 명의 광역단체장도 배출하지 못한 데 대해 책임지는 차원이다. 하지만 정치권에서는 유 전 대표에 대한 기대를 거두지 않고 있다. 여전히 그가 각종 여론조사에서 ‘보수의 유력 대권 주자’로 꼽히고 있는 까닭이다.

유 전 대표의 강점은 대중성이다. 원내대표 시절,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반기를 들면서 본격적으로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 그는 공천 배제와 탈당, 당선 후 복당 등을 거치면서 ‘합리적 보수주의자’ 이미지를 축적했다. 진보 진영에서도 ‘저런 보수라면 표를 줄 수 있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긍정적인 이미지를 쌓았다는 점은 유 전 대표의 최고 자산이다.

문제는 리더십이다. 오래 전부터 유 전 대표에게는 ‘엘리트주의자’라는 평가가 꼬리표처럼 따라다녔다. 지난달 기자와 만난 과거 새누리당 의원실의 한 관계자는 “유 전 대표는 동료 국회의원들 사이에서도 다가가기 어렵다는 말이 많았다”면서 “바른정당 만한 사이즈의 정당을 갖고도 별다른 성과가 없었고, 의원들의 이탈도 거의 막지 못했다는 것은 리더십의 문제라고 볼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바른정당 간판을 내리고 국민의당과 합당하는 과정에서 상처를 입었다는 점도 유 전 대표에게는 아프게 다가오는 대목이다. TK(대구·경북)의 ‘총아(寵兒)’였던 그는 국민의당과의 합당을 통해 지역 기반을 상당 부분 상실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실제로 유 전 대표는 자신의 지역구(대구 동구을)가 있는 대구 동구청장 선거에서도 현역이었던 바른미래당 강대식 구청장을 재선시키는 데 실패했다.

이에 대해 A 정치부장은 “워낙 대중적인 이미지가 괜찮기 때문에 여전히 어느 정도의 파괴력은 있다고 봐야겠지만, 바른정당이나 바른미래당 창당 과정에서 이미지가 많이 소모되고 지역 기반도 흔들린 부분이 있어서 여러 모로 어려운 상황”이라며 “일단 유 전 대표는 다음 총선에서 다시 배지를 달 수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향후 정치적 입지도 달라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담당업무 : 국회 및 국민의힘 출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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