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경원 “한국당, 가치집단으로 다시 태어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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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경원 “한국당, 가치집단으로 다시 태어나야”
  • 정진호 기자
  • 승인 2018.10.31 20:4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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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의실에서 만난 정치인(135)> 자유한국당 나경원 의원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정진호 기자) 

▲ 10월 30일 국민대학교 정치대학원 북악정치포럼 연단에 선 자유한국당 나경원 의원의 이야기를 들어 봤다. ⓒ시사오늘

전례 없는 위기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궤멸되다시피 한 대한민국 보수 진영이 좀처럼 반등 모멘텀(Momentum)을 찾지 못하고 있다. ‘어떤 일이 있어도 지지율 40%는 유지한다’던 ‘기울어진 운동장론(論)’은 기억에서조차 희미한 옛날이야기가 됐다. 오히려 더불어민주당의 ‘20년 집권론’이 더 현실적으로 느껴질 정도다.

보수는 왜 위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을까. 수많은 진단이 나왔지만, ‘가치의 부재’는 거의 모든 전문가들이 공통적으로 지적하는 보수의 문제점이다. 그렇다면 보수가 추구해야 할 가치는 무엇이며, 또 국민들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어떤 태도를 취해야 할까. 이 해법을 찾기 위해 10월 30일 국민대학교 정치대학원 북악정치포럼 연단에 선 자유한국당 나경원 의원의 이야기를 들어 봤다.

“한국당의 위기, 가치집단 아닌 이익집단 됐기 때문”

변화의 시작은 반성에서부터라고 했다. 나 의원은 이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듯했다. 사회자인 강상호 한국정치발전연구소 대표의 소개를 받은 나 의원은, 한국당에 대한 냉정한 비판으로 강연의 문을 열었다.

“보수가 몰락했다. 2016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정국에서부터 우리 당은 하염없이 쪼그라들고 있다. 지방선거에서도 대패했다. 왜 이렇게 됐을까. ‘보수=수구꼴통=자유한국당’ 이런 이미지가 생겼기 때문이다. 이런 이미지가 생긴 원인은 뭘까. 보수가 집권한 9년 동안, 우리 당이 가치집단이 아니라 이익집단처럼 보였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보수의 가치를 위해 목숨 걸고 싸우는 게 아니라 계파 이익을 위해 싸우는 것처럼 인식됐다. 17~20대 국회에 이르기까지, 친이·친박에 이어 친박·비박을 지나 진박 논란이 계속됐다. 보수 가치를 지키지 못했던 것이다.”

그러면서 그는 어느 계파에도 속하지 않았던 자신이 공천 때마다 어려움을 겪었던 경험을 예로 들며, 국민의 신뢰를 되찾기 위해서는 보수의 가치를 되찾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많은 분들은 제가 쉽게 정치를 해온 줄 아신다(웃음). 하지만 사실 저는 계파 정치를 거부하면서 고생을 했던 사람이다. 우리 당에서 계파 갈등이 심해진 계기는 2007년 대선 때였다. 당내 경선에서 이명박 전 대통령(MB) 편을 들었느냐 박근혜 전 대통령 편을 들었느냐에 따라 파가 갈라지기 시작했다. 당시 저는 어느 쪽에도 서지 않았다. 다만 MB가 후보로 결정된 이후 당 대변인을 맡았을 뿐이다.

그런데 어떤 일이 생겼느냐. 선거 때마다 공천을 안 주려고 하는 거다. 그래서 어려움을 많이 겪었다. 이렇게 계파 싸움을 하다 보니까 이익집단으로 보이게 된 것이 문제라고 본다. 자연히 우리 당이 정당한 주장을 해도 국민들이 부정적으로 보시는 부분이 있다. 결국 보수는 수구꼴통이라는 이미지를 걷어내고, 가치집단으로 변화해야 당이 살아날 수 있다. 계파가 완전히 없어질 수는 없지만, 이익계파가 아니라 가치계파가 돼야 국민들로부터 신뢰를 다시 얻을 수 있다.”

“정치꾼은 다음 선거만 생각하지만 정치인은 다음 세대를 생각한다”

▲ 나 의원은 문재인 정부가 평등만을 지나치게 강조하고 있다면서, 소득주도성장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짚어 비판했다. ⓒ시사오늘

한국당의 과오를 비판하는 데 적잖은 시간을 할애한 나 의원은 곧이어 문재인 정부 비판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는 문재인 정부가 평등만을 지나치게 강조하고 있다면서, 소득주도성장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짚어 비판했다.

“저는 보수와 진보를 나누는 건 자유와 평등, 시장과 정부 중에서 어느 쪽을 더 강조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본다. 물론 이것들은 서로 보완해서 함께 가야 한다. 다만 지금은 너무 평등만을 강조하고 있다. 경쟁의 논리가 없어지고, 정부의 역할을 강조해서 시장이 사라지고 있다. 이러면 하향평준화가 될 수밖에 없다.

이런 문제점이 집약된 것이 바로 소득주도성장이다. 소득주도성장은 복지정책이지 성장정책이 될 수 없다. 소득주도성장의 대가인 로버트 블래커 미국 아메리카대학 교수도 한국처럼 수출로 먹고 사는 나라에서는 인건비가 올라가면 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더욱이 우리나라는 대기업 근로자보다 자영업자에게 고용된 저임금 근로자의 비중이 훨씬 크다. 최저임금을 올리면 저임금 근로자는 일자리가 없어져서 쫓겨나는 거다. 최저임금 인상의 혜택은 대기업 근로자가 받고, 저임금 근로자는 오히려 힘들어지는 거다. 실제로 지난 3분기 분위당 소득을 보면 1~3분위의 저소득자들은 소득이 줄어들고 4~5분위 고소득자들의 소득만 늘어났다.”

이어서 나 의원은 ‘시장주권’을 회복해야 한다면서, 문재인 정부가 소득주도성장보다는 혁신성장에 초점을 맞추는 정책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반면 혁신성장은 매우 좋은 테마다. 어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자동화로 향후 3~5년 안에 우리나라 계산원 일자리가 45만 개나 없어진다고 한다. 이렇게 전통적인 일자리가 없어지기 때문에, 혁신산업으로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어야 한다. 그러려면 규제를 풀고 기업들이 마음껏 뛰어다니게 해줘야 한다.

사실 이 대목에서는 우리 당도 책임이 작지 않다고 생각한다. 문재인 정부만 비판할 것이 아니라, 우리도 해야 할 일을 못했다. 저는 박근혜 정부 시절에 노동개혁을 했어야 한다고 본다. 당시 노동개혁을 1호 공약으로 내놨는데, 야무지게 해내지 못했다. 그런 부분이 나라를 더 어렵게 했다고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나 의원은 제임스 클라크의 정치 명언을 인용, 문재인 정부에게 당부와 충고의 말을 남기며 끝을 맺었다.

“저는 ‘정치꾼은 다음 선거만 생각하지만 정치인은 다음 세대를 생각한다’는 말을 제일 좋아한다. 현 세대를 사는 사람들은 더 나은 대한민국을 만들어서 물려줘야 할 책무가 있다. 더 나은 대한민국을 물려주려면 대한민국 발전이 지속가능해야 한다. 제가 세금 써서 공무원 증원 반대하는 이유가 여기 있다. 인구는 계속 줄어드는데 공무원만 늘리면 어떻게 하나. 지금 당장 편하자고 여기저기서 막 끌어다 쓰면, 나중에는 후손들에게 빚덩어리 대한민국을 물려주게 된다.

지금 우리 사회에는 포퓰리즘이 만연해 있다. 일반적으로 보수는 복지의 목표를 빈곤해소라고 말한다. 그러나 진보는 격차해소를 복지의 목표로 잡는다. 격차를 해소하자면서 고소득자를 자꾸 끄집어 내리면 하향평준화밖에 되지 않는다. 복지는 어쩔 수 없이 낙오된 사람에게 집중하고, 기업들은 투자를 하고 경제를 이끌어가게 해야 지속가능한 성장이 된다.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서는, 이 같은 보수의 가치를 제대로 확립해서 공유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담당업무 : 국회 및 국민의힘 출입합니다.
좌우명 : 인생 짧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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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드름 나여사 2018-11-01 13:58:16
한국당에 새로 입당한 당원인가? 그 당 공천 받아 쭉 4선 넘게 하는 주제에 아직도 남의 일처럼 훈수나 두려고 하네. 자유한국당이 완전히 폭망해야 건전한 보수가 탄생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