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웅식의 正論직구] 건설사 미청구공사의 양면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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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웅식의 正論직구] 건설사 미청구공사의 양면성
  • 김웅식 기자
  • 승인 2018.11.01 09: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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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김웅식 기자)

실적 발표 때가 되면 수주기업의 미청구공사가 언론의 관심을 받는다. 감시와 비판의 기능을 하는 언론이 잠재 리스크 중 하나로 여겨지는 미청구공사의 증감에 관심을 갖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하겠다. 

미청구공사는 말 그대로 공사를 진행했으나 발주처에 대금을 청구하지 못한 채권을 말한다. 주로 발주처가 건설사의 공정률이나 사업비용을 인정하지 않을 때 발생한다. 공정률에 따라 기성금을 수령하는 건설사의 특성상 어쩔 수 없이 발생한다. 미청구공사가 늘어났다는 것은 발주처에 청구하지 못한 공사대금이 증가했다는 것과 함께 매출이 그만큼 늘어났다는 의미도 될 것이다.

미청구공사가 수주기업에 위험요소로 작용하는지는 보는 시각에 따라 다를 수 있다. 악성 미청구공사는 언제 터질지 모르는 ‘부실 폭탄’으로 간주되기도 하고, 다른 한편으론 매출액 대비 일정 비율로 관리를 하면 문제될 게 없다는 설명도 일리가 있어 보인다. 과거 GS건설이나 대우조선해양처럼 미청구공사가 쌓여 대규모 적자를 발생시킨 일 때문에 미청구공사는 아예 있어서는 안 되는 것으로 치부하는 경우도 있는지 모른다. 하지만 장사를 하면 외상값 늘어나듯 미청구공사도 공사를 하면 늘어날 수밖에 없다.

미청구공사는 공정률에 따라 기성금을 수령하는 건설사에 필요악이다. 예를 들어 기자재 조달 등 일시적으로 증가한 사업비가 기성금에 반영되지 않을 경우 미청구공사액이 증가하지만, 이는 사업 진행에 따라 자연스럽게 해소된다. 반면에 간접비 등 발주처와 협의되지 않은 추가 사업비용이 발생하는 경우도 있다. 이럴 경우 발주처와의 협의를 통해 당초 계약금액 이상을 받아내야 하는데, 성공하지 못하면 손실로 이어질 수 있다.

개별 프로젝트의 계약 조건에 따라 미청구공사액이 늘어나는 경우도 있다. 일례로 발전소 건설의 경우, 터빈 등 주요 기자재는 발전소 부지에 설치가 돼야 발주처에 대금 청구가 가능해 터빈 자체를 제작하는 데 들어가는 초기비용은 한동안 미청구공사액으로 계상하게 된다. 

올 상반기 기준 시공능력평가 상위 10개 건설사의 미청구공사액은 총 10조7398억원으로 지난해 상반기에 비해 14.1%(1조7569억원) 감소했다. 미청구공사 감소는 대형 건설사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GS건설 5333억원, 대림산업 4822억원, 현대건설 4660억원, 대우건설 4145억원 등 큰 폭으로 감소했다. 상위 5대 건설사 중 삼성물산만 유일하게 0.9%(136억원)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반적으로 수주기업에서 미청구공사가 늘어나는 것은 위험요소로, 줄어드는 것은 사업 진행이 순조로워 재정 건전성이 좋아지는 것으로 이해를 한다. 그런데 미청구공사가 대폭 줄어들어 없다시피 하면 정말 좋기만 한 것일까. 그렇지 않은 것 같다. 미청구공사가 없다는 것은 매출이 생기지 않는다는 말이기 때문이다. 해외 대형 프로젝트들이 마무리돼 매출이 일어나지 않으면 미청구공사도 줄어들 수밖에 없다.

통상 미청구공사액은 전년 매출액 대비 20% 안팎이면 정상적인 수준으로 간주한다. 다만 프로젝트 공정률이 95% 이상인데도 계약액 대비 높은 미청구공사액이 지속될 경우에는 리스크가 큰 사업장으로 해석한다.

미청구공사는 양면성을 갖고 있다. 영업이익이 증가하려면 매출을 늘려야 하고, 매출이 늘어나면 미청구공사도 일시적으로 증가하게 마련이다. 그래서 전문가들은 미청구공사를 무조건 사업 리스크와 동일시하는 것에는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다. 수주기업의 특성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면 미청구공사는 가급적 없는 게 좋다는 잘못된 인식을 가질 수 있다.

현행 기업회계의 원칙으로 보자면, 수주기업은 공사 도중 예상 손실을 합리적으로 추정할 수 있다면 즉각 반영해야 한다. 하지만 건설사들은 실적발표 때 시장과 투자자에게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되도록이면 좋은 면을 부각시키려고 애를 쓴다. 전문 경영인은 실적으로 본인의 경영능력이 평가받는다고 생각하기에 보다 나은 실적을 기대할 수밖에 없다. 과욕은 화를 부를 수 있다. 눈앞의 실적 때문에 부실의 폭탄을 키우는 경우는 없어야 할 것이다.   

담당업무 : 논설위원으로 칼럼을 쓰고 있습니다.. 2004년 <시사문단> 수필 신인상
좌우명 : 안 되면 되게 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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