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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로 보는 정치] 조선의 군역 적폐 방군수포제와 양심적 병역거부
대법원이 제시한 ‘양심’에 좌절감 느낀 병역 이행자들 大반발
2018년 11월 03일 20:35:33 윤명철 논설위원 sisaon@sisaon.co.kr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윤명철 논설위원)

   
▲ 조선의 군역 적폐를 그린 영화 <대립군>(사진 좌)와 양심적 병역 거부 무죄를 선고한 김명수의 대법원(사진 우) 사진제공=뉴시스

16세기 조선의 역(役)은 백성에겐 재앙 그 자체였다. 먼저 군역(軍役)이다. 조선은 개국 초 16세부터 60세까지 남성을 대상으로 현역 근무를 복무토록 했다. 다음은 요역(徭役)이다. 이는 가호를 기준으로 장정을 뽑아서 토목공사 등에 동원하는 제도다.

하지만 조선의 백성들은 군역과 요역을 ‘불공정과 불평등의 상징’으로 받아들였다. 권력층인 양반은 역(役)에서 면제됐다. 당연히 군역과 요역은 돈 없고 '빽'없는 백성들을 대상으로 집중 부과되는 폐단이 속출했다.

또 부패한 관리들의 귀에는 1년에 6일 이내 노동력을 징발할 수 있다는 요역의 기준따위는 들려오지도 않았고, 들으려고도 하지 않았다. 백성들은 가장 바쁜 농번기에도 자신의 삶과 전혀 관계없는 관리의 필요에 따른 부당한 징발에 끌려가야 했다.

또 군역에 신음한 백성들도 부패한 관리들의 속성을 정확히 파악했다. 이른바 대립(代立)이 발생했다. 군역 대상자가 대신 군대에 갈 사람을 돈을 주고 사기 시작했다. 관리들은 오랜 평화로 국방에 소홀한 시대 분위기에 편승해 불법적인 대립제를 자신들의 치부책으로 적극 활용했다.

지배층도 전쟁을 잊어버렸다. 아니 원치 않았다. 마침 여진은 명의 분열책으로 좀처럼 대통합의 기회를 잡지 못했고, 일본은 전국시대를 맞이해 기나긴 내전에 휩싸였다. 조선의 지배층은 방군수포제를 남용했다. 군포를 내면 군대를 면제시켜주는 제도다.

조선의 권력자들은 유능한 군주의 치세와 유능한 자신들의 현명한 국정으로 전쟁도 없는 상황에 놓였다고 판단했다. 이때문일까. 농번기에 바쁜 농민들의 군역 기피 현상을 합법의 테두리 안으로 포용한다는 그럴듯한 명분을 제시했다. 하지만 속내는 자신들의 뱃속을 채우기 위해 새로 신설한 세금 도적질에 불과했다.

방군수포제의 결과, 국가 상비군체제는 유명무실해졌다. 조선의 군대는 군인 없는 병영만 남게 됐고, 이로 인한 국방력 약화는 후일 임진왜란 초기 참패의 주원인으로 작용하게 된다.

지난 1일 대법원은 ‘양심적 병역 거부’에 대한 무죄 판결을 내렸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이날 현역 입대를 거부했다가 병역법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된 30대 오모 씨의 상고심에서 사건을 무죄 취지로 2심으로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진정한 양심에 따른 병역 거부라면 정당한 이는 거부 사유에 해당한다”며 “국민 다수의 동의를 얻지 못했다는 이유로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을 국가가 외면할 수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의 설명대로 이번 선고는 국민 다수의 동의를 얻지 못했다. 헌법상 병역은 국민의 의무다. 병역 이행자들은 대법원의 선고에 대해 자신들이 ‘비양심적 병역이행’을 한 것이냐고 크게 반발했고, 입대를 앞둔 청년층과 부모들은 ‘형평성의 문제’를 거론하며 대혼란에 빠졌다.

병역은 국가의 안보와 관련된 국민의 의무다. 국방부가 대체복무제를 준비 중에 있다고 하나 대법원이 대체 입법도 마련되기 전에 전 국민의 대혼란을 야기할 수 있는 병역거부 기준으로 ‘양심’을 제시했다.

사법부는 국가적 대혼란의 해결을 맡은 국가 권력의 최후 보루다. 다수의 국민들이 대법원의 ‘양심’을 이해하고 납득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나온 이번 ‘양심적 병역 거부’ 무죄 선고는 국론 분열의 단초가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대법원은 이번 선고로 신성한 병역의 의무 이행에 자부심을 갖고 있는 이행자들의 자존심에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줬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아니 될 것이다.

또  대법원은 지난 70년 간 全 세계 유일의 분단국 대한민국 안보는 병역을 신성한 국민의 의무로 수용하고, 이를 성실히 수행한 이행자들의 덕분이라는 점도 잊어서도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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