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필담] 사립유치원 비리는 분배정책 실패…방향 전환 필요
[주간필담] 사립유치원 비리는 분배정책 실패…방향 전환 필요
  • 윤진석 기자
  • 승인 2018.11.04 17:4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그곳은 왜 원장의 소왕국, 보피아 비리 온상 됐나
정치권, 유치원 보조금 전환 추진하지만 근본 개혁? ‘글쎄’
관건은 양질의 교육, 학부모는 선택의 폭을, 유치원은 경쟁을
회계감사, 유치원 단독보다 학부모와 공동견제하는 게 효율적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윤진석 기자)

▲ 전국 유치원 수는 올해 기준 9021개다. 이중 사립유치원은 4220개로 전체의 46.8%를 차지한다. 유치원생 원아는 67만8296명이다. 개중 사립유치원을 다니는 원아는 50만5743명으로 전체의 74.6%에 이른다. 그런데 지난 국정감사 기간 박용진 의원 폭로로 사립유치원의 비리가 드러났다. 정부지원금을 쌈짓돈으로 챙겼음에도 관련법이 미비해 처벌하기도 어려운 것으로 나타났다 당정은 긴급회의를 열고 지원금을 횡령 처벌이 가능한 보조금 형태로 가도록 하고 감사 체제를 강화하는 방안을 추진한다고 했다. 그러나 이 또한 근본적 시스템을 개혁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뉴시스

그곳은 ‘원장의 소왕국’으로 불렸다. 보피아(보육+마피아)라는 말도 돌았다. 정부지원금이 한해 2조 원이나 되건만 관리감독 면에선 사각지대였다. 쌈짓돈으로 빼돌렸고, 교육부와 유관기관의 부실 감사에 힘입어 법망을 비껴가기 쉬웠다. 설사 밝혀진다 해도 처벌규정은 미비했다. 원생 한 명당 유아학비 22만 원과 방과후과정비 7만 원씩 나랏돈으로 지원받는 곳. 비리의 온상으로 전락한 사립유치원에 대한 얘기다.

최근 자녀를 유치원에 보내는 부모들의 가슴은 철컹 내려앉았다. 지난 10월 정기 국정감사 기간. ‘박용진 의원 폭로’로 공개된 사립유치원의 비리 백태는 상상초월. 식비를 빼돌려 한창 자랄 아이들에게 먹인 급식 비리는 천태만상이었다. 닭 한 마리로 수십 명에게 나눠준 ‘무늬만 삼계탕’, 수박 한 통으로 100명의 유아들이 나눠먹었다. 사과 하나를 12~15쪽으로 쪼갠 경우도 있었다.

정부지원금이 원장 호주머니로 들어간 경우는 비일비재했다. 버젓이 가족여행, 명품가방, 자녀 용돈, 신용카드 결제대금, 보험료 납부, 유흥업소, 성인용품 등을 구매한 사실도 드러났다.

전국 4000여개의 모든 사립유치원을 조사한 것도 아니었다. 그럼에도 드러난 부정수급 현황은 엄청났다.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이 ‘2013~2017년 전국 17곳 시도교육청 유치원 감사’를 공개한 결과를 보면 그랬다. 유치원 1878곳에서 총 5951건의 부정수급 및 비리가 적발된 것이다. 이 또한 빙산의 일각일거라는 지적이 잇따랐다. 관련 대책이 시급히 요구됐다.

사후약방문이긴 하지만, 당정은 ‘유치원 공공성 강화 방안’을 발표했다. 지난달 말 정부는 교육 누리과정 지원금을 보조금으로 전환하고 목적 외 사용 시 처벌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 더불어민주당도 이를 뒷받침할 법개정을 다룬 일명 ‘박용진 법’을 당론으로 채택했다. 회계 투명성을 유도하고 상시 감사, 관리·감독 시스템을 구축하도록 하기 위함이었다.

또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사립유치원의 교육기관으로서의 책무성을 강화할 필요가 대두됐다”며 “유아교육의 국가 책임을 확대하고 모든 유아가 양질의 교육을 받을 수 있게끔 제도 개선에 초점을 맞췄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양질의 유아 교육을 위해서는 누리과정비 시스템이 근본적으로 변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예컨대 사립유치원에는 경쟁을 유도하는 시장경쟁체제의 정책을, 학부모에게는 보조금을 직접 지원하는 정책을 유도하는 방식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즉 학부모에게 돈을 줘 선택의 폭을 넓혀주고, 사립유치원 업계는 선택을 받기 위해 질적 경쟁을 추구하도록 해야 한다는 견해다. 귤 한쪽으로 간식을 나눠주는 부정급식 비리처럼 질 낮은 서비스로는 살아남을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현 체제는 분배의 주도권이 사립유치원에 몰려 있는 형편이다. 원장의 권력은 높아지고, 정작 소비자인 학부모는 소외돼 있음이다. 결국 이 같은 구조를 개선하지 않는 한 보육 시설의 비리를 혁파하는 데는 한계가 따를 수밖에 없다는 관측이다. 때문에 학부모에게 보조금을 직접 지급하는 시스템을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물론 이는 사립유치원단체인 한국유치원총연합회(한유총)이 주장하는 바와 결과적으로면 일맥 비슷한 면이 있다. 사립유치원 비리가 도마에 오르자 수세에 몰린 한유총은 지난달 16일 “교육부는 현행법령에 따라 누리과정비를 학부모에게 직접 지원토록 하라”고 촉구한 바 있다. “원래 누리과정비는 사립유치원에 직접 지원되는 방식이 아닌 유아교육법에 따라 학부모님께 지원되는 것”이라는 이유다.

문제는 한유총의 주장이 교육부 감사를 피하려는 꼼수로 읽혀졌다는 점이다. 정부지원금을 직접 받지 않게 되면 감시에서도 자유로울 수 있지 않겠냐는 속내가 반영된 것으로 해석됐다.

그러나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글까. 관건은 질적 교육 확대를 위한 보편적 복지 재원의 효율적 분배다. 또 합리적인 투명성 제고다. 이를 위해 학부모에게는 지원금을, 사립유치원은 질적 서비스를 강화하는 쪽으로 조치하면 될 일이다. 아울러 학부모가 수령 받은 돈을 엄한 데 쓰지 않도록 증빙자료를 제출하는 등 견제장치를 마련하는 방안이 필요하다는 제언이다.

신용인 제주대로스쿨 교수는 4일 <시사오늘>과의 통화에서 “감사만 철저히 한다면 학부모에게 누리과정비를 기본소득 형태로 줘 유치원의 선택권을 넓히는 것이 양질의 교육 서비스 확대를 위해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말했다.

 

담당업무 : 정치부 기자입니다.
좌우명 : 꿈은 자산!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