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력근로제 확대 합의…文정부 노동정책 슬그머니 ‘우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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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력근로제 확대 합의…文정부 노동정책 슬그머니 ‘우클릭’
  • 정진호 기자
  • 승인 2018.11.06 17: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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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력근로제 확대되면 근로시간 단축 무력화 가능성…노동계 반발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정진호 기자) 

▲ 문재인 대통령과 여야 5당 원내대표는 5일 청와대에서 여야정 국정상설협의체 첫 회의를 갖고 ‘국민의 삶을 개선하기 위한 입법과 예산에 초당적으로 협력’하기로 합의했다. ⓒ뉴시스

문재인 대통령과 여야 5당 원내대표는 5일 청와대에서 여야정 국정상설협의체 첫 회의를 갖고 ‘국민의 삶을 개선하기 위한 입법과 예산에 초당적으로 협력’하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이 가운데 ‘탄력근로제 확대 적용’ 방침이 포함돼, 문재인 정부의 노동정책이 우향(右向)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문 대통령과 여야 5당 원내대표는 이날 회동 후 합의문을 통해 “정부와 여야는 경제 민생 상황이 엄중하다는 공통적 인식 아래 국민의 삶을 개선하기 위한 입법과 예산에 초당적으로 협력하기로 했다”며 “소상공인, 자영업자, 저소득층 지원을 위해 법안 처리 및 예산 반영 등 모든 방안을 강구한다”고 밝혔다.

문제는 다음 대목이었다. 합의문에는 “기업의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해 탄력근로제 확대 적용 등 보완 입법조치를 마무리한다”는 내용이 들어갔다. 탄력근로제란 특정 기간(현행법상 2주 또는 3개월)의 근로시간을 평균해서 1주 근로시간이 법정근로시간을 초과하지 않으면, 특정일 또는 특정주의 근로시간이 법정근로시간을 초과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쉽게 말해, 어떤 시기에 더 일을 하면 다른 시기에는 일을 덜 할 수 있게 하는 방식이다. 당연히 단위 기간을 확대할수록 기업들은 노동시간을 유연하게 활용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갖게 된다. 고용노동부가 지난 6월 내놓은 유연근로제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단위 기간이 2주인 탄력근로제 도입 시 주당 노동시간이 최대 60시간까지, 단위 기간이 3개월인 탄력근로제 도입 시 주당 노동시간이 최대 64시간까지 증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 대통령과 여야 5당 원내대표가 탄력근로제 확대 적용에 합의한 것이 경영계의 요구를 수용한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오는 이유가 여기 있다. 경영계는 지난 7월 노동시간 단축을 계기로 탄력근로제 단위 기간 확대를 지속적으로 요구해 왔다. 즉, 수요 변동이 큰 업종의 경우 탄력근로제를 확대 적용하지 않으면 노동시간 단축을 지키기 어렵다는 경영계의 주장을 정치권이 받아들인 셈이다.

이러자 노동계는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우선 한국노총은 성명을 내고 “탄력근로제 확대 합의는 사회적 대화에 찬물을 끼얹는 행위이자 정치적 야합”이라며 “2022년까지 논의하기로 한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정치권이 정면으로 위반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탄력근로제 확대 등 근기법 개악 저지를 위해 17일 전국노동자대회를 비롯한 총력투쟁을 전개하겠다”고 예고했다.

민주노총도 성명을 통해 “(탄력근로제 확대 합의는) 해야 할 숙제는 하지 않고 하지 말아야 할 개악엔 발 벗고 나선 합의”라면서 “민주노총은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 개악과 규제완화 악법은 정략적 야합으로 추진될 수 없음을 분명히 밝히며 강력히 저지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탄력근로제 단위 기간을 늘리면 주당 최대 노동시간이 증가해 노동시간 단축이 무력화될 수밖에 없다고 강조한다. 그러면서 지난 5월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로 최저임금 인상 효과를 반감시킨 데 이어, 탄력근로제 확대 적용에 합의한 것이 문재인 정부의 ‘우클릭’을 상징하는 행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와 관련,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6일 <시사오늘>과의 통화에서 “인터넷 은행 규제 완화도 그렇고 최저임금 산입범위를 바꾼 것도 그렇고 탄력근로제 확대도 그렇고 문재인 정부가 경제 쪽에서 우클릭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부인하기는 어려워 보인다”며 “경제가 어려울수록 정부는 규제 완화 쪽에 초점을 맞출 수밖에 없는 만큼, 문재인 정부와 노동계의 갈등이 더 커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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