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11.13 화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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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사는 이야기] 〈아이슬란드에서 보름간 살아보기〉 손창성 작가를 만나다
불과 얼음의 나라에서 낭만과 여유를 즐기다
'We are the world' 워크캠프…'For the better future' 그려
2018년 11월 08일 16:17:38 박근홍 기자 sisaon@sisaon.co.kr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박근홍 기자)

"당분간, 어디론가 훌쩍 떠나고 싶었다. 아이슬란드만 한 장소가 떠오르지 않았다."

여행은 불현듯 떠나는 것이다. 준비의 설렘은 없지만 익숙하지 않은 풍경, 우연한 놀라움은 여행자의 가슴을 뛰게 만든다. 방구석에서 여름방학을 보내던 25살 청년은 창틈 사이로 스미는 바람처럼 불현듯 어디론가 떠나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청춘은 낯섦을 갈구했다. 아무도 모르는 나라에서 낯선 이들과 함께하는 여행을 꿈꿨다. 아이슬란드만 한 장소가 떠오르지 않았다.

현대건설에 재직 중인 손창성 씨는 2008년 대학 시절 워크캠프(Work camp)에 참가해 14명의 외국인과 봉사활동을 하면서 우정을 쌓은 이야기를 담은 〈아이슬란드에서 보름간 살아보기〉를 최근 출간했다. 워크캠프는 서로 다른 문화권의 청년들이 특정 국가를 여행하면서 봉사활동과 문화교류를 하는 국제교류 프로그램이다.

손 씨가 워크캠프 기간 동안 머문 곳은 아이슬란드의 작은 항구도시 스틱키스홀무르(Stykkishólmur), 당시 기준으로 인구가 1040명밖에 안 되는 그곳의 한 작은 마을에서 저자는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했던, 홀로 자유여행을 했다면 할 수 없는 일들로 청춘을 채웠다.

<시사오늘>은 지난 6일 젊음의 거리인 홍대앞의 한 주점에서 손 씨를 만나 책으로 못 다한 그의 이야기를 들었다.

   
▲ 2008년 아이슬란드로 볼런투어(자원봉사를 뜻하는 Volunteer, 여행을 의미하는 Tour의 합성어)를 떠난 손창성 작가 ⓒ 손창성 씨 제공

-아이슬란드행을 택한 특별한 이유가 있나

"특별한 이유는 없었다. 그냥 방학이라는 시간이 너무 아까웠다. 침대 아니면 컴퓨터, 둘 중 하나였다. 뭐라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마침 국제워크캠프기구를 통한 해외봉사 여행이라는 프로그램을 알게 됐다. 신청할 수 있는 나라들을 검색하던 중에 '어, 아이슬란드? 재미있겠는데?'라는 생각이 들었고, 망설임 없이 여행 참가신청서를 냈다."

-왜 자유여행이 아니라 봉사여행이었나

"뭔가 남들이 안 하는 걸 하고 싶었다. 어쩌면 아이슬란드를 택한 것도 같은 이유인 것 같다. 그런데 사실 조금 무서웠다. 지금이야 방송에도 나오고 널리 알려졌지만, 당시에는 국내에 아이슬란드에 대한 여행 정보가 너무 없었다. 봉사활동을 통해서 집단으로 움직이는 게 시행착오가 적다고 판단했다. 겁이 나서 항공권도 내가 끊지 않고 여행사를 통해 끊었다. 게다가 현지 물가도 살인적이고(웃음). 외국에서 봉사활동을 또 언제 해보겠느냐는 생각도 들었다."

-자기소개서에 한 줄 더 채우려고 간 거 아닌가

"군 복무를 마치고 첫 방학 때 아르바이트를 했고, 그 다음 방학에는 국토대장정을 했다. 그리고 그해 겨울에는 토익 준비를 했다. 학원을 다녔는데 만날 집과 학원만 왔다 갔다 하고 아무 것도 안 했다. 시간을 허비하는 것 같았다. 뭔가 굳이 안 해도 되지만, 또 굳이 뭔가 안 할 필요도 없지 않느냐. 내 진로나, 자기소개서 같은 걸 생각할 때가 아니었다. 그냥 당분간 떠나고 싶었다."

-주변 지인들 반응은

"그런 걸 왜 가느냐는 반응이 대부분이었다. 부모님께서도 차라리 공부나 하라고 하셨다. 왜 돈을 낭비하느냐, 왜 자기 돈까지 쓰면서 이름도 모르는 나라에서 봉사활동을 하느냐고 했다. 하지만 나는 기왕에 할 거면 돈을 내는 게 좋다고 생각했다. 국토대장정도 유료 프로그램을 통해서 갔다. 내 돈을 내고 하면 포기를 하기 어렵다. 돈이 아까우니까(웃음)."

"청춘과 함께하는 작은 봉사, 소소한 행복 느껴"

손 씨는 아이슬란드에서 14명의 외국인과 함께했다. 일본, 프랑스, 스페인, 이탈리아 등 국적도 각양각색이었다. 15일의 합숙 기간 동안 이들의 고정 일정은 낮의 봉사활동, 저녁의 모임이었다. 봉사활동은 주로 해변이나 공원에서 쓰레기를 줍는 일이었고, 모임에서는 서로의 자신의 나라를 소개하고 공유하며 다양한 문화를 이해하는 시간을 가졌다.

-아이슬란드에서는 어떤 일들을 했나

"내가 참가한 워크캠프 테마가 '환경'이었다. 봉사활동은 주요 관광지나 마을에 있는 쓰레기를 치우는 일이 대부분이었다. 주로 루이즈라는 친구랑 마을 구석구석을 누볐다. 마치 초등학교 때 미화활동을 하는 느낌이었다. 봉사활동을 할 때는 아무 생각도 없었다. 아니, 아무 것도 생각하지 말자고 마음을 먹었다. 깨끗하게 진짜 잘 하자, 부끄럽지 않게 열심히 하자는 생각밖에는…."

-봉사활동 시간 외에는

"팀원들과 많은 대화를 나눴다. 매일 밤마다 아이슬란드에 와서 참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외국인들과 함께하면서 청춘을 보낼 줄 몰랐다. 국내에서는 만나는 사람이 한정돼 있지 않느냐. 그곳에서는 많은 청춘들을 만나며 견문을 넓힐 수 있었다. 해외여행이라는 게, 봉사라는 게 대단한 거라고 생각했다. 일종의 환상 같은 것이 있었다.

하지만 다양한 청춘과 함께하는 작은 봉사로도, 그들과 술 한 잔 기울임으로도 소소한 행복을 느낄 수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더라. 'We are the world'를 체험하면서 'For the better future'를 그리는 시간이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이 있다면

"워크캠프 기간 중에 내 생일이 있었다. 괜히 부담주기 싫어서 넘어가려고 했는데, 당시 팀 리더였던 친구가 생년월일이 기입된 팀원 명단을 갖고 있었다. '너 캠프 중에 생일이 있네?'라고 묻더니, 팀원들 모두가 아침부터 케이크를 직접 만들어 주고, 저녁에 그 케이크로 생일파티를 했다.

술 게임을 했던 추억도 있다. 우리나라에는 술자리에 '마셔라, 마셔라, 술이 들어간다, 쭉쭉쭉'이라는 노래가 있지 않느냐. 그걸 춤을 추면서 불렀더니 서양 친구들이 환장을 하더라. 녹화까지 할 정도였다. 그런 술 문화를 처음 본 거다. 그런데 갑자기 일본 친구가 '논데, 논데'를 외쳤다. 일본의 술 게임이었다. 순식간에 분위기가 일본 쪽으로 넘어갔다. (소리 내 웃으면서)조금 아쉬웠다."

"불과 얼음의 나라? 낭만과 여유의 나라"

   
▲ 아이슬란드 워크캠프 중 손창성 작가 ⓒ 손창성씨 제공

-아이슬란드는 관광지로 유명하다. 관광을 즐길 시간은 없었나

"거의 없었다. 8월 일정이라서 그 유명한 오로라도 볼 수 없었다. 다만, 블루라곤은 잠시 들렀는데 정말 환상적이었다. 대서양판과 북극판이 나뉘는 지점으로, 거기서 뜨거운 온천수가 뿜어져 나온다. 지상낙원과 같은 푸른 온천수, 그 규모가 엄청나서 정말 감명을 받았다. 표지도 블루라곤 느낌이 나는 파스텔톤으로 디자인했다.

모든 일정을 마치고 아이슬란드 수도인 레이캬비크에서 히치하이킹을 했던 것도 기억에 남는다. 여자 팀원들이 히치하이킹을 했다고 자랑을 하기에, 나도 시도를 했는데 안 되더라. 걷는 걸 좋아해서 약 5km를 걸었는데 밤이 됐다. 숙소로 돌아가야 되는데 버스도 안 보이고 해서 히치하이킹을 다시 한 번 시도했다. 어떤 할머니께서 태워주셨다. 어떻게 태워주실 생각을 했느냐고 여쭤보니 '네가 너무 불쌍해 보여서'라는 대답이 돌아왔다(웃음)."

-워크캠프 일정이 끝날 때 마을에서 축제가 있었다고 했다

"그렇다. 사실 워크캠프 일정은 그 축제를 준비하기 위한 미화활동이었다. 대니쉬 페스티벌이라는 현지인들의 축제였는데, 마을 사람들과 같이 춤을 추고, 같이 뛰고 했다. 그런데 아이슬란드에서 '대니쉬' 행사인 게 궁금해서 '여기 혹시 덴마크 사람들이 있나요?'라고 주민에게 물었더니 '없어요'라는 대답과 함께 역사 얘기를 했다. 아이슬란드가 한때 덴마크의 지배를 받았었다. 지금도 그린란드가 덴마크령이 아닌가."

-피지배의 역사가 있는 나라의 마을에서 지배국의 축제를 한다는 게 이해가 안 간다

"나도 그 부분이 신기했다. 하지만 이내 수긍이 갔다. 워크캠프 팀원 중에 나와 가장 친했던 사람은 한국인 K, 그 다음은 일본인 야스코였다. 아카리라는 친구도 있었는데, 영어를 잘 못해서 내가 많이 도와줬다. 아무리 국내에서는 반일 정서가 있어도, 밖에 나가면 우리는 같은 문화권이다. 자연스럽게 뭉치게 되더라. 아이슬란드는 덴마크와 같은 북유럽권이고, 2차 세계 대전이라는 비극을 함께 겪지 않았느냐. 결국 이것도 'We are the world', 'For the better future'다."

-아이슬란드는 보통 '불과 얼음의 나라'라고 한다. 당신에게 아이슬란드는 어떤 나라인가

"불과 얼음의 나라는 너무 딱딱한 표현이다. 내게 아이슬란드는 '워라밸'이 되는 나라, 낭만과 여유의 나라였다. 아이슬란드는 최근까지도 경제위기를 겪은 국가다. 목축도 안 되고, 농사도 안 된다. 어업과 관광업밖에 없다. 물가는 상상초월이다. 그럼에도 자급자족이 되는 나라였다. 내가 만난 마을 사람들의 얼굴에서는 모두 여유가 느껴졌다. 하루에 5~6시간만 일을 한다. 박물관은 12시에 열어서 17시에 문을 닫는다. 광활한 대자연과 동화 같은 풍경이 사람들의 마음을 풍요롭게 하는 것 같았다."

"청춘을 즐기면 다 따라온다"

   
▲ 현대건설 손창성 대리 ⓒ 손창성씨 제공

손 씨에게는 이 같은 기억들이 아이슬란드의 대자연보다 가치 있었다고 말한다. 그의 여행기는 사람이 주는 온기의 위력을 되새기게 하는 힘이 있었다.

-책을 낼 생각은 언제부터 했나

"나와 같은 또래라면 다들 알 거다. 중학교 때 〈드래곤 라자〉라는 판타지 소설을 읽은 후부터 언젠가는 꼭 책을 내겠다고 했다. 대학을 졸업할 때까지는 여행기는 물론이고, 소설과 시도 썼다. 신춘문예까지 준비했었다(웃음). 하지만 졸업한 뒤에는 글을 쓰기 쉽지 않았다."

-직장을 다니면서 출간을 준비하기 쉽지 않았을 것 같다

"사실 이 책의 토대는 10년 전에 다 써놓은 거다. 직장을 다니면서는 못 썼을 것이다. 교정·교열하는 데만 70일 이상 걸렸다. 상사들에게 책을 낸다는 말을 했더니 '이런 걸 언제 했느냐. 정말 대단하다'고 하더라."

-작가를 꿈꾸는 직장인들에게 조언을 한다면

"누구에게 조언을 할 수준이 안 된다. 한 가지만 말하자면, 본인의 문체를 살려서 썼으면 좋겠다. 글을 통해 본인의 목소리를 내야 한다. 딱 들어맞는 예는 아니지만 일본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의 〈노르웨이의 숲〉, 처음 우리나라에 들어왔을 때는 주인공과 여자친구의 대화가 존댓말로 번역됐다. 그런데 책명을 〈상실의 시대〉로 바꿔서 다시 출간됐을 때는 반말을 쓰더라. 나는 그때서야 그 책이 와 닿았다.

우리는 대통령도 아니고, 회장님도 아니다. 책을 써서 손해 볼 일이 거의 없다. 내가 두려워서 못하는 거고, 내가 두려워서 내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거다. '두려움을 두려워하지 말라'는 말이 있지 않느냐. 현대자동차그룹의 일원으로서 '하면 된다'는 말을 마지막으로 해주고 싶다(웃음)."

-이 책을 꼭 읽었으면 하는 이들이 있다면

"(웃으면서) 'For the better future'를 원하는 사람들? 굳이 꼽자면 내가 여행을 떠났을 시기를 지금 보내고 있는 대학생들에게 권유하고 싶다. 국토대장정할 때 한 친구가 내게 이런 말을 했다. '나는 한수원가고 싶어서 이거 한다'고. 물론, 그게 현실적일 수는 있다. 하지만 방향이 틀렸다는 건 모두가 알 것이다.

나는 워크캠프도 그렇고, 그전에 국토대장정도 그렇고, 나는 내가 원하는 일을 했다. 심심해서 즐기고 싶은 것들을 즐겼다. 청춘을 즐기면 자소서가 나오고, 이력서가 나온다. 청춘을 즐기면 다 따라오는 거다. 솔직히 워크캠프에 참여한 게 취업이나 회사생활에 얼마나 도움이 되겠느냐. 이건 이거고, 저건 저거다. 그냥 시간을 허비하지 말고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청춘을 즐겼으면 좋겠다."

인터뷰를 마친 후 기자는 손 씨에게 한 가지를 더 물었다. 국내에도 도움의 손길이 필요한 사람과 장소가 많은데, 왜 해외에 나가서 봉사활동을 펼친 것인지, 우문(愚問)인 걸 알지만 늘 궁금했기에 직접 경험을 한 당사자에게 질문을 던지고 싶었다. 우문현답(愚問賢答)이라는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니었다.

"아이슬란드에서 쓰레기를 줍는데 어떤 아주머니께서 내게 다가와 이렇게 말씀하셨어요. '당신이 왜, 무슨 이유로 쓰레기를 줍고 있는지는 모르겠다. 그런데 참 감사하다'라고. 그게 중요한 거 아닐까요."

   
▲ 〈아이슬란드에서 보름간 살아보기〉|손창성 지음|북랩

손창성 작가는…

서울외국어고 졸업
서강대 졸업
서울시립대 국제도시과학대학원 수료
현대건설 재직 중

담당업무 : 건설·부동산 및 식음료를 담당합니다.
좌우명 : 隨緣無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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