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용출 "표류하는 한국사회, '韓國적 특성' 찾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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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용출 "표류하는 한국사회, '韓國적 특성' 찾아야"
  • 박근홍 기자
  • 승인 2018.11.12 11: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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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반성장포럼(51)>혼란과 불안의 과도기, 사회적 합의 통한 근대성 모색 필요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박근홍 기자)

하용출 워싱턴 주립대 석좌교수는 지난 9일 제57회 동반성장포럼에서 한국사회를 표류하는 사회로 규정하고, 한국적인 특성을 찾아 우리 몸에 맞는 제도와 가치를 갖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하 교수는 '한국사회 어디로 가고 있나'라는 주제로 연단에 나와 "국가주도형 산업발전을 하면서 타깃 중심의 목적론적 사회를 거쳤다. 이제는 과정적 사회로 가는 중이다. 특정 목표가 없으니 표류를 느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혼란과 불안을 부정적으로 볼 필요는 없다. 다만, 장기적으로 어디로 가느냐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있어야 된다"고 말했다.

▲ 2018년 마지막 동반성장포럼 강연자로 나선 하용출 워싱턴 주립대 석좌교수 ⓒ 시사오늘

우선, 정치 분야에서 하 교수는 보수와 진보가 사회 변화에 맞지 않는 가치를 내세우면서 양쪽 모두 실패를 반복하고 있다며, 결과적으로 새로운 정치적 공간이 생길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보수는 지역주의를 앞세우며 시대에 맞는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지 못했다. 정권을 쥔 세력이 발전하지 못하면 반대세력도 퇴보한다"며 "진보는 약자의 편이라며 도덕적 우위를 내세우지만 급변하는 사회에서는 약자가 누군지, 강자가 누군지 알 수 없다. 양쪽 모두 사회에 맞지 않는 가치를 내세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국적인 것으로 제도와 가치를 개발해야 하는데 양쪽 모두 실패했다. 한국정치는 당분간 방황을 지속할 수밖에 없다"며 "결과적으로 텅 비어있는 정치적 공간이 도래할 수밖에 없다고 본다. 새로운 정치적 공간을 새로운 것으로 채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제 분야에서는 정치권의 합의 없는 정책적 대응으로 신뢰 불가한 경제환경이 지속되고 있다며, 대내외적으로 불안한 상황에 대처할 수 있는 사회적 합의를 이뤄야한다고 주장했다.

하 교수는 "1997년 외환위기 당시 개혁은 외부로부터 강요된 개혁, 한국적인 게 없는 짜깁기 개혁이었다. 문제를 덮기에 급급했다"며 "사회적 합의를 통한 근본적인 문제 해결보다 단기적으로 모면하려 했다. 그래서 현재 한국자본주의의 정체성이 불분명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또 "지금도 이 같은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 최저임금, 주 52시간제 등이 대표적인 예다. 정권 차원에서 정책으로만 접근하니까 혼란을 야기했다"며 "진보나 보수의 문제가 아니라 합의 없는 정책적 대응의 한계다. '허둥대는 경제'를 모면할 수 없다. 합의하는 사회, 상호 신뢰할 수 있는 경제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김동연·장하성= 현장감 없는 관료+근거 없는 확신 가진 학자

하 교수는 행정 분야에 있어 우리나라의 관료제는 이미 깨졌다며, 진짜 문제는 관료제가 아니라 불완전한 현장감을 가진 관료 그 자체라고 지적했다.

그는 "우리나라는 이미 관료제가 깨진지 오래다. 탈 관료화의 시대다. 예컨대 항상 정책이 자주 변경되고 수정된다. 정권에 따라 상황적으로 대응한다"며 "미국은 9·11 테러 당시 3년에 걸쳐 수만 페이지의 보고서를 작성했다. 우리는 세월호로 정치싸움을 하더니, 처방은커녕 갑자기 해경을 없앴다. 상황 개선이 아니라 그냥 덮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아울러 "요즘 부동산 대책은 어떤가. 하루마다 바뀐다. 이게 대책인가? 혼란책이 아닌가. 이는 탈 관료화 속 공무원들의 현장감 부족 때문"이라며 "김동연·장하성 문제도 그 연속선상에 있다. 불완전한 현장감을 가진 관료와 근거 없는 확신을 가진 학자가 만난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사회 분야에서 한국사회는 과거 공동체적 사회도 아니고, 무명사회도 아닌 어중간한 상태라며, 변화에 적응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규범을 창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 교수는 "현대사회는 자기가 모르는 사람을 의식하고 서로를 인정하는 사회, 즉 무명사회다. 그런데 우리는 과거 공동체의식과 관행을 버리지 않은 애매한 사회"라며 "가습기살균제 사건은 눈에 보이지 않는 사람은 무시해도 된다는 의식을 보여준다. 무명사회의 규범이 정립되지 않은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이 상황에서 공동체 규범은 악용된다. 채용비리, 성적비리 등 혈연, 지연, 학연이 현대사회에서 판을 친다"며 "사회구조적으로 관행을 끊을 수 없다면 이를 어느 정도까지 인용할 수 있는지 사회적 합의를 해야 한다. 각 집단별로 자기들끼리 봐주자는 규범은 있는데, 사회 전체적인 합의가 없으니 문제가 터지면 모른척하고 서로 손가락질한다"고 부연했다.

이어 "결국 '신뢰적자'(서로 신뢰하기 어려운 현상) 사회로 이어진다. 서로 믿을 수 있고, 예측 가능한 사회가 구성되도록 질서의 재발견이 시급하다"고 덧붙였다.

학문적 노력·사회적 합의로 한국적 근대성 찾아야

▲ 2018년 마지막 동반성장포럼 강연자로 나선 하용출 워싱턴 주립대 석좌교수 ⓒ 시사오늘

하 교수는 우리나라는 산업화, 민주화를 거치는 과정에서 선진국을 답습했을 뿐, 우리 몸에 맞는 제도와 가치 개발을 위한 노력이 부족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우리는 자신을 모색하려는 노력이 없었다. 아무리 외국 걸 갖다 써봤자 소용없다"며 "다만, 여기서 문제는 우리 학문적 체계가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미국에서 사회과학 공부를 하면 우리나라 실정에는 일부만 맞는 게 당연한 거 아닌가. 지식생산과 한국현실의 격차가 너무 크다"고 토로했다.

또한 "서구화를 근대화라고 생각할 게 아니라, 한국적인 걸 찾아서 세계로 나아가야 한다. 우리는 어떤 사람인가, 어떤 사회인가에 대한 학문적인 노력과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고, 이것이 정계에 반영돼야 한다"며 "이게 안 되면 방향성 없는 표류하는 사회가 계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우리의 고민과 불안을 너무 단기적으로 보지 말자. 이는 한국적 근대성을 찾아가는 과도기적 과정"이라며 "우리가 어디로 가고 있느냐는 사고를 하게 되면, 그 순간 불안감이 해소되기 시작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담당업무 : 건설·부동산을 중심으로 산업계 전반을 담당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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