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심하기 이른 중국 시장…정부, 중장기 전략 세울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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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심하기 이른 중국 시장…정부, 중장기 전략 세울 때
  • 박근홍 기자
  • 승인 2018.11.12 15: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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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국내 업체, 광군제 매출 회복했지만…일희일비 말고 국제 정세 지켜봐야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박근홍 기자)

지난 11일 열린 중국 최대 쇼핑 축제인 광군제에서 국내 업체들의 매출이 큰 폭으로 성장했다. 알리바바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일본, 미국에 이어 광군제에 물건을 많이 판 국가 3위를 기록했다. 지난해 사드 경제 보복으로 5위를 기록했음을 감안하면 뚜렷한 회복세를 보인 것이다.

매출 증가를 이끈 주역들이 사드 경제 보복 타격을 가장 많이 받았던 패션·뷰티·식품업체라는 점도 눈에 띈다. LG생활건강, 아모레퍼시픽, 이랜드, 농심 등이 대표적인 예다. 업계에서는 이번 광군제를 계기로 중국 내 반한감정이 줄고, 연말·연초부터는 '사드 뒤끝'도 풀릴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이 주를 이룬다.

하지만 아직 안심하긴 이르다는 생각이다. 대내외 경제환경이 악화일로를 걷고 있는 데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과 개선될 기미가 안 보이는 북미관계 등 문제로 동북아 정세가 요동치고 있는 실정이기 때문이다. 일희일비하지 말고 국제 정세를 조심스럽게 지켜봐야 하는 시기다.

1997년 IMF 사태, 국가 부도의 위기를 극복한 건 오롯이 전 국민적 노력이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중국 시장의 개방이 큰 힘이 됐음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중국은 2001년 12월 세계무역기구(WTO) 가입을 전후로 세계 최고의 잠재시장으로 떠올랐고, 당시 중국에 진출했던 국내 업체들은 그 수혜를 톡톡히 봤다.

그러나 역대 정권은 중국 시장에 대한 관리를 소홀히 여겼다. 외환위기 극복이 당장 급선무였던 국민의정부는 쉽게 얻은 새로운 시장을 위한 중장기적 전략을 준비하지 않았다. 1998년 DJ(故 김대중 전 대통령)의 중국 방문은 경제적 차원이 아닌 햇볕정책의 일환이었다.

故 노무현 전 대통령은 줄타기를 잘못했다. 미국과 중국의 균형자 역할을 강조했으나, 이를 두고 미국은 한국이 한미동맹 대신 중국을 택했다는 입장을 보였다. 콘돌리자 라이스 당시 백악관 북가안보보좌관이 노 전 대통령을 '이해하기 어려운 대통령'이라고 평가할 정도였다. 때문에 참여정부는 중국이 파격적인 한중FTA를 제안했음에도 한미FTA를 1순위로 택할 수밖에 없었다.

이후에도 비슷한 흐름이 이어졌다. MB(이명박 전 대통령)는 뚜렷한 친미 성향을 보였고, 급기야 박근혜 정부는 사드 배치 문제로 중국의 심기를 건드렸다. 그리고 지난해 사드 경제 보복으로 국내 업체들은 천문학적인 피해를 입었다. 결과론이지만 장기적인 차원의 전략을 수립하고, 정권교체와는 별개로 정책의 연속성을 유지했다면 피할 수 있는 일이었다.

역대 정권의 또 다른 패착은 경제와 안보는 서로 연계되는 사안이라는 인식의 결여다.

한국은 안보에 대한 미중 또는 중미 의존도가 높은 국가다. 부정하고 싶지만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다. 하지만 이를 개선해야 할 역대 정권과 거대 양당은 이를 집권의 도구로만 사용했다. 색깔론이 남발했고, 왜곡된 안보관으로 남남갈등을 부추겼다. 오로지 선거를 위한 수단으로 내세웠다. 의존도를 낮출 계획도, 줄타기 전략도 없었다. 그러는 동안 우리나라는 수년 간 경제위기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문제는 미중은 한국이 얼마나 자신들에게 의존하고 있는지 알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가 좁은 한반도에서 피터지게 집안싸움을 벌이는 동안, 양 대국은 우리나라를 조종하기 위한 방법을 끊임없이 모색했다. 취약한 안보를 볼모로 삼아 경제를 흔들었다. 올해 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미FTA 재협상을 말하며 주한미군 문제를 언급한 게 대표적인 예다. 지난해 중국의 사드 경제 보복도 마찬가지다.

미중은 서로 보이지 않는 경제적 철의 장막을 치고 있음에도 북한의 비핵화 추진과 대북압박 정책에는 공조를 취하고 있다. 종잡을 수 없는 양 대국의 행보, 전문가들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가장 어려운 국면이라는 데에 입을 모은다.

여느 때보다 중장기적인 전략이 필요한 때다. 대외로부터, 특히 미중으로부터의 상시적인 외부충격을 흡수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때를 놓치면 더 큰 위기와 직면한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 이후 경제 문제에 있어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이고 있는 건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문 대통령은 이 같은 분위기를 쇄신하기 위해 최근 개각을 통해 김동연·장하성을 경질하고, 홍남기·김수현으로 경제수장을 교체했다. 두 사람 모두 거시경제 전문가로 분류되는 인사는 아니라는 점이 우려스럽지만, 기대를 해본다.

산업계도 적극적인 해외 진출과 아낌없는 투자, 민간 차원의 외교를 통해 정치권과 함께 난관 타개에 힘을 모아주길 바란다.

담당업무 : 건설·부동산을 중심으로 산업계 전반을 담당합니다
좌우명 : 隨緣無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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