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일기] 유승민의 딜레마, 이언주의 셈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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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일기] 유승민의 딜레마, 이언주의 셈법은?
  • 윤진석 기자
  • 승인 2018.11.12 17: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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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계개편 속 한국당 행 놓고 단골 관심대상인 그들
2020 총선서 수도권 선택하자니 대권 멀어지는 유승민
한국당과 보폭 가까워지지만 이대론 못 가는 이언주…왜?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윤진석 기자)

▲ 바른미래당 유승민 전 대표도, 이언주 의원도 당 지역위원장 공모에 신청했다. 그러나 이들을 둘러싼 한국당과의 연계 가능성은 수그러들지 않고 계속되고 있다. 얼마 전에는 한국당 김무성이 정병국 의원 토론회를 매개로 같은 장소에서 유승민 전 대표와 만날 가능성도 제기됐다. '김무성의 러브콜'로 읽혀졌다. 하지만 유승민은 나오지 않았고 김무성 의원은 아쉬워했다고 전해진다. 바른미래당 안팎으로 이언주 의원이 한국당으로 갈 거라는 전망을 내놓곤 한다. 박지원 의원도 그런 가능성을 점쳤다. 실제 이언주 의원은 한국당 행사에 참석하는 등 정말 가는 것 아냐? 설왕설래를 키우고 있다. 손학규 대표도 정체성을 똑바로 하라고 경고한 상태다. 그러나 과연 갈까? 이언주 측 입장은? 전화해보면 간다는 말이 없다. 지금의 한국당에 왜 가냐는 입장이다. 사실상 한국당만 재편을 잘한다면 유 전 대표나 이 의원이나 갈 수 있을 것이다. 아니 합당 등 함께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들에겐 결정하지 못하는 딜레마가 있다.ⓒ시사오늘(그래픽=김승종)

보수의 재편.
복잡다단한 정계개편 물밑 작업.
‘유승민의 딜레마’와 ‘이언주의 셈법’에 대해 고민해본다.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 하태경 의원 등 이분들의 구상은 자유한국당이 쪼개지는 거다. 친박세력을 극우로 몰아버리고 바른미래당이 중심이 돼 보수정당이 되는 거다.”

“이 비슷한 생각을 더불어민주당에서도 하고 있다. 예컨대 ‘김부겸’ 등을 차기대권주자로 미는 비문 세력들이다. 이들은 한국당이 완전히 쪼그라들기를 바란다. 바른미래당까지 극우로 몰아버리면 빈 공간이 생긴다. 우측으로 남겨진 공간까지 확장할 수 있는 것이다.”

“민주당에서 말하는 보수궤멸론은 한쪽을 완전히 없애버리겠다는 것이 아니다. 우리나라 정치지형을 전면 바꿔버리겠다는 것이다. 보수까지 민주당이 점유하겠다는 것이다. 이 경우 민주당도 한쪽은 진보, 한쪽은 보수로 분할될 것이다. 그리 되면 이 정권에서 또 대통령이 나올 수 있다.”

“결과적으로 '손학규·하태경' 등 그리고 '김부겸' 등 민주당 비문 세력 등이 보수 공간으로 모아질 수도 있다는 얘기다.(참고로 '손학규' '김부겸' '하태경' 모두 한국당에 적을 뒀다가 탈탕 한 이력이 있다.)”

“한국당 역시 친박이 당권을 접수할 수도 있다. 선거제도 개편이 안 되는 한 지금 상태로는 안 된다. 아마 내년 초 쯤 정계개편을 위한 움직임이 서서히 가시화 될 것이다.”

2020년 총선과 차기 대권 로드맵을 둘러싼 정당의 정계개편 구상 및 동향을 지켜보는 중인 정가의 한 인사는 얼마 전 이 같이 전했다.

해당 얘기를 들으며 바른미래당 내 두 명의 얼굴이 떠올랐다. 유승민 전 대표와 이언주 의원이다. 향후 정계개편이 어떻게 될지 모르지만 이들의 행보는 더욱 예의주시 되고 있다. 두 정치인 모두 바른미래당 지역위원장 공모에 접수한 상태다. 그렇지만 한국당으로 갈지를 놓고 여전히 궁금증을 자아내고 있다. 정계개편이 가시화될 날이 온다면 먼저 물꼬를 틀 인물들로 주목되기 때문이다.

특히 서로가 처한 환경이나 입지, 위치가 다르지만 향후 행보를 놓고 딜레마에 빠졌다는 점에서 비슷한 면이 있다. 

한국당 행 고민보다 더 깊어지는
유승민의 딜레마…수도권 vs 대권

유 전 대표는 현재 잠행 중에 있다. 쉽게 모습을 드러내지도 입장을 시원스레 밝히지도 않고 있다. 다만 이대로는 한국당에 가기 어렵다는 전망이 일반적이다. 태극기부대 등 극우와의 관계 정리가 되지 않은 상태론 한솥밥을 먹기 어렵다는 관측에서다.

최측근인 이준석 최고위원도 지난달 중순 <시사오늘>과의 인터뷰에서 유전 대표는 한국당 행을 놓고 고민조차 별로 하지 않을 거라고 한 바 있다. 보수대통합에 앞서 한국당이 영남 자민련 하지 않을 바에야 지금처럼 당내 극우와 치열한 노선투쟁을 벌이지 않는 한 그 당은 앞으로도 희망이 없다고 지적했다.

때문에 표의 확장성 있는 유 전대표가 지금과 같은 한국당에 갈 리 만무하다는 것이다. 이에 유 전 대표는 섣부른 오해를 주는 것도 자제하고 있는 모습이다. 최근 바른정당 출신의 정병국 의원 토론회에서 한국당 김무성 의원과의 만남이 예상되는 자리가 있었다. 하지만 불참을 하며 ‘김무성 러브콜’에 선을 그었다. 달리 보면 러브콜에 앞서 ‘유승민 영입’ 의지가 있다면 그만큼 당을 혁신적으로 쇄신해야 한다는 강조점으로 풀이되고 있다.

앞서 이 최고위원은 유 전 대표가 고민을 많이 하지 않을 거라고 했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을 거라는 분석도 나온다.

유 전 대표의 가장 큰 딜레마는 대권과 총선을 둘러싼 고민이다. 유 전 대표는 과거 한국당에 있을 때 이한구 당시 새누리당 공천관리위원장 등 친박계로부터 당의 정체성과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내몰림을 당한 바 있다. 온건보수의 면모가 되려 좌파로 몰린 것이다. 유 전 대표는 박근혜 대통령과의 복지 노선을 놓고 소신 발언을 하며 소위 말해 ‘찍’힌 상태였다. 역으로 이 점은 민주당 등 진보 진영 지지층으로부터 그에 대한 호감도를 상승시킨 계기가 됐다.

2020년 총선에서 수도권에 출마한다면 얼마든지 ‘유승민 브랜드’ 자체로 승산이 있다는 시각들이 적지 않다. 현 지역구인 대구동구로 나갈 수 있다면 좋겠지만 친박 비박 간 갈등의 정점에 있는 그로선 재도전하기란 모험이 아닐 수 없다. 대표 탄핵파로 극우 등 보수 내 비토 또한 만만치 않아 낙선할 가능성도 있는 이유에서다.

문제는 수도권 주자로 나가면 차기 대권의 길에 먹구름이 드리울 수 있는 점이다. 대권에 가까이 가려면 자신을 밀어줄 확실한 지역을 기반으로 하는 것이 전제돼야 한다. 민주당이 광주 등 호남을 기점으로 세를 확장하듯 보수는 TK 등 영남을 기준으로 표의 확장성을 넓혀나가야 한다. 쟁쟁한 대권주자들이 많이들 지역으로 내려가 고군분투하는 것도 모두 확실한 텃밭을 가지기 위해서다.

이런 상황에서 유 전 대표가 수도권 의원이 되면 사실상 지역기반을 잃고 마는 것과 같다. 영남의 대표성을 얻기가 힘들어지는 것이다. 오히려 합리적 진보와 온건보수 색깔을 모두 갖춘 민주당 소속으로 대구수성갑에 도전해 당선된 김부겸 행전안전부장관이 더욱 지역 대표성을 띨 수밖에 없다. 수도권이냐, 대권이냐. 근래 범보수진영 대권주자 선호도 여론조사에서 황교안 전 총리에 이어 2위를 유지하고 있는 유 전 대표로서는 고민일 수밖에 없다는 견해다.
 
이언주 한국당행? 설왕설래하지만
세대교체 전면 개편 없이 갈 일 없다?

보수의 여전사로 떠오른 이언주 의원. ‘이 의원은 한국당으로 갈까?’, ‘가지 않겠어?’ 요즘 많이들 나오는 궁금증이자 추측들이다. 바른미래당 오신환 사무총장은 지난 9일 YTN라디오 <김호성의 출발 새아침>에 출연해 이 의원 행보에 대해 “다른 계산이 있는 것 아닌가. 이언주 의원이 탈당하거나 다른 정치적인 변경을 하면 막을 길이 없다”며 탈당 가능성을 내비쳤다. 이 문제는 다른 의원들이 주목하는 것이기도 하다.

민주평화당 박지원 의원은 지난 8일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서 "한국당이 어떻게 정비되느냐에 따라서 이언주 의원도 그쪽으로 갈 것”이라고 예견했다. 더불어민주당 전재수 의원도 지난 7일 KBS <사사건건>과의 인터뷰에서 "제가 볼 때는 가지 않겠나 싶다"고 했다.

일련의 설왕설래에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도 12일 이 의원을 향해 정체성을 묻기 시작했다. 이날 자유한국당 청년특별위원회 포럼에 참석한 이 의원을 두고 손 대표는 “다른 당 행사에 참석하면서 당과 아무런 협의가 없었다”며 “우리 당은 민주정당으로 이념적 스펙트럼 다양성과 국회의원 개개인의 사상, 입장을 존중해왔다. 그러나 당적 관련해서 바른미래당의 존엄을 훼손하는 행위는 엄중 경고하지 않을 수 없다"라고 일갈했다. 이어 "지역위원장 응모 당원으로서 정체성, 입장을 분명히 밝혀야 한다”며 요구했다.

그동안 바른정당 출신들과 이 의원 등 보수성향 의원들에 대해 일찌감치 김병준 비대위원장을 주축으로 한국당 발 범보수 야권통합 러브콜이 있어왔다. 손 대표로서는 당의 전열을 단단히 정비하기 위해 기강을 높일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반면 이언주 의원 측은 이러쿵저러쿵 쏟아지는 해석들을 억측으로 여기는 분위기다. 이 의원실 관계자는 이에 대해 지난 9일 <시사오늘>과의 통화에서 “외부에서 잘못 생각하고 있는 것”이라며 “(한국당이)지금 상태론 100프로 안 간다”고 단언했다. 즉“지금처럼 정리도 안 돼 있고 친박이니 비박이니 우왕좌왕하는 한국당을 뭣 하러 가냐”며 “갈 이유가 전혀 없다”고 못박았다.

그렇다면 ‘한국당이 똑바로 하면’이라는 전제조건이 성립되면 어떨까? 이 의원 측은 “재편이란 건 한마디로 한국당이 바뀌어야 되는 것”이라며 “전면 개편하는 것밖에 없다”고 전했다. 구체적으로 “기득권 다 내려놓고 70~80% 물갈이가 돼야 한다”며 “젊고 개혁적인 세력들로 세대교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렇지 않으면 답이 없다”고 말했다.

담당업무 : 정치부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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