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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멕시코 란체라를 잇는 혼혈 가수 안나 가브리엘
<김선호의 지구촌 음악산책(37)>처절함·호소력·거침없는 가창력의 소유자
2018년 11월 15일 10:15:37 김선호 음악칼럼니스트 sisaon@sisaon.co.kr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 김선호 음악칼럼니스트)

그녀의 노래를 듣는 순간 디바만이 갖는 그 '포스'를 느낄 수 있다. 가슴이 저미어드는 느낌, 흐느끼는 듯한 처절함, 심연으로부터 뿜어져 나오는 호소력, 거침없는 가창력. 이것이 바로 안나 가브리엘이 가진 포스의 진면목이다. 특히 그가 녹음한 수많은 음반 중에서도 자신이 작곡한 곡들을 꽤나 많이 수록해 1999년 15번째로 발매한 는 압권 중에 압권이다. 이 음반은 빌보드 라틴 팝 앨범 순위 9위에 7주 동안 오르기도 했고, 빌보드 톱라틴 팝 앨범에는 10주 동안이나 19위에 랭크되기도 했다.

안나 가브리엘은 중국계의 멕시코 혼혈가수다. 지금은 많이 늙어서 모습이 변했지만 젊었을 때는 2010년 개봉한 영화 <뮬란 - 전사의 귀환>에 나오는 주인공 자오웨이처럼 생겼다.

   
▲ 가슴이 저미어드는 느낌, 흐느끼는 듯한 처절함, 심연으로부터 뿜어져 나오는 호소력, 거침없는 가창력. 이것이 바로 안나 가브리엘이 가진 포스의 진면목이다. ⓒ김선호 칼럼니스트

그녀는 6살 때부터 무대에서 노래를 불렀고 20세 무렵인 1984년 멕시코 음악 페스티벌 'Valores Juveniles'에 그녀가 작곡한 'No Me Lastimes Mas'라는 곡으로 참여해 2위에 입상하게 되고, 이때 CBS사와 계약하게 된다. 1985년 가브리엘은 OTI Festival에 Tony Flores와 함께 작곡한 노래 'Buscame'으로 참여해 'Revelation of the Year'를 수상하고, 또 그녀의 첫 앨범 'Un Estilo'를 녹음한다. 그 뒤에도 몇 차례 이와 비슷한 출연이 있은 후 1987년 'Ay Amor'(Oh Love)이란 곡으로 그해 최고의 음악상, 작곡상, 가수상을 휩쓸었다. 이곡은 멕시코뿐만 아니라 포르투갈과 스페인, 그리고 미국에서도 커다란 인기를 끌었고, 라틴 아메리카에서만 대략 250만장의 앨범이 팔려나갔다. 아무튼 동일 언어를 쓰는 시쳇말로 '쪽수'가 많아야 뭐든 장사가 되는가 보다.

특이하게도 그녀의 음악적 장르는 딱히 어떤 하나를 말하기 어렵고 '에스파뇰 록', '라틴 팝', 그리고 'ranchera'(멕시코 전통음악)을 아우른다. 이중 란체라에 가장 가깝다. 그래서 그녀의 노래는 마리아치(mariachi : 거리음악)밴드의 반주가 주로 사용되는 음악에 멕시코 민요가 녹아든 음악이 주를 이루고 있다.

아무튼 이러한 음악적 특징은 우선 라틴의 여러 가지 리듬이 사용된다는 점과 중남미 특유의 흐느끼는듯하면서도 애절한 멜로디가 병존한다는 점이다.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라틴민족 특유의 식지 않는 정열이 그대로 담겨져 있고, 거기에 또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 수 있는 라틴 팝과 에스파뇰 록이 가미된 사랑의 노래를 부름으로 해서 멕시코에서만 머무는 음악이 아니라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음악이 됐다. 그녀의 애절함, 흐느낌, 폭발적인 힘과 같은 이른바 음악적 가창력의 포스가 더해져 정말 어지간한 디바들이 범접할 수 없는 독특한 영역을 만들어낸 것이 아닐까 싶다.

'Soy, Como soy'는 가브리엘이 낸 많은 음반 가운데 어쩌면 엑기스만 뽑아놓은 베스트 음반이라고 할 수 있다. 그간에 히트했던 명곡이 이 음반에 다 들어있으니 말이다. 필자처럼 모자란 애호가들은 전작 음반 다 사고 베스트 음반 또 산다. 그래서 열 받으면 불법복제품 열심히 만들어서 주변 지인들에게 나눠 주는 것으로 분풀이를 한다. 이 역시 모자란 짓이지만 뭐 괜찮다고 생각했다. 주변 지인들은 이 모자란 짓에 비교적 해피해 한다. 그러면 나도 따라서 해피해 한다. 결국 '모자람은 곧 해피'라는 공식이 성립하는 것이다. 그런데 후자의 모자란 짓을 요즈음은 하지 않는다. 이것은 저작권법 위반이라는 아주 커다란 위법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내가 후자의 모자란 짓을 정말 하지 않을까 하는 판단은 독자의 몫이다.

가브리엘의 음악 가운데 다만 아쉬운 것은 가브리엘의 음반이 대부분 무슨 이유에서인지는 모르지만 세션의 연주가 영 신통치가 않고, 또 세션의 악기 반주 소리도 썩 명료하지가 않다. 어느 부분에서는 반주가 뭉치는 듯 들리고 정신없는 연주 같기도 하다. 다행히도 가브리엘의 목소리 하나만은 정말로 명료하고 또렷하고 또 뜨겁다.

   
▲ 가슴이 저미어드는 느낌, 흐느끼는 듯한 처절함, 심연으로부터 뿜어져 나오는 호소력, 거침없는 가창력. 이것이 바로 안나 가브리엘이 가진 포스의 진면목이다. ⓒ김선호 칼럼니스트

참고로 멕시코 전통음악 가수인 차벨라 바르가스(Chavela vargas : 1919년 출생 - 2012년 사망)를 덧붙인다. 그 이유는 가브리엘이 토하듯이 가슴을 긁는 듯 부르는 창법이 바로 이 가수와 유사하기 때문이다. 아마도 멕시코인들의 정서에는 그런 창법이 호소력을 갖는 모양이다.

특히 바르가스는 멕시코 전통음악인 란체라(Ranchera)를 주로 불렀기 때문에 이른바 '란체라의 역사'라는 별칭으로 사랑받았는지 모른다. 바르가스는 코스타리카 출신이다. 1919년생인 차벨라 바르가스는 1961년 첫 레코딩을 시작했고 평생을 란체라에 혼신의 힘을 쏟았다.

그녀는 심연에서 내뿜는 듯한 감정과 창법으로 노래를 쏟아낸다. 사실 서정적인 노래를 좋아하는 음악 애호가들은 이렇게 거칠고 굵은 목소리의 노래에 어쩌면 거부감이 느껴질 지도 모른다. 그러나 멕시코에서는 대단한 인기와 사랑을 받았을 뿐 아니라 그만한 가창력을 가진 란체라 가수가 없다고 할 정도로 평가되고 있다.

그가 부르는 란체라는 멕시코 사람들의 감성을 엿볼 수 있는 음악이다. 밝고 서정적인 음악이 아니라 처절하고 한탄하는 듯한 음악의 특성을 지니고 있다. 본래는 농민의 춤곡에서 비롯된 것인데, 주로 고달픈 인생과 외로움, 사랑의 배신 등을 노래하며 멕시코 민중 음악으로 자리 잡은 것이다. 차벨라 바르가스는 비센테 페르난데스(Vicente Fernandez)와 함께 란체라의 발전에 크게 기여한 평가되고 있다.

바르가스는 영화에도 출연한 적이 있다. 멕시코의 여류 화가 프리다 칼로(Frida Kahlo)의 인생을 담아낸 영화 'Frida'에서 백발의 늙은 여인으로 출연했다.

실제로 바르가스는 프리다 칼로와 그의 남편 디에고 리베라에게 직접 노래를 불러준 적도 있다고 한다. 특히 프리다 칼로가 좋아했다는 'La Llorona'(흐느껴 우는 여인)는 한 여인의 슬픈 전설이 담긴 노래로 차벨라 바르가스의 가장 유명한 레코딩 중의 하나이다.

   
▲ 가슴이 저미어드는 느낌, 흐느끼는 듯한 처절함, 심연으로부터 뿜어져 나오는 호소력, 거침없는 가창력. 이것이 바로 안나 가브리엘이 가진 포스의 진면목이다. ⓒ김선호 칼럼니스트

이 영화는 2002년 미국에서 헐리우드 배우들을 잔뜩 출연시켜서 만들었다. 내용은 버스와 전차의 교통사고로 장애가 된 여류화가의 애환과 사랑을 그린 작품이다. 아무튼 안나 가브리엘의 창법에 대한 이야기를 하다가 삼천포로 빠졌는데 프리다 영화 이야기까지 왔으니 빠져도 한참 빠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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