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중재와 이종구>이중재, “양심을 두 번 버릴 수는 없다”
<이중재와 이종구>이중재, “양심을 두 번 버릴 수는 없다”
  • 정세운 기자
  • 승인 2011.04.07 16: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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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중재 전 의원의 소신정치…이종구의 ‘금배지’로 이어져

이중재 전 의원은 1963년 6대 국회에서 윤보선이 이끄는 민정당 비례대표로 출마, 당선돼 정치활동을 시작했다.

이 전 의원은 이후 9대까지 내리 4선에 성공하며 야권의 중진정치인으로 자리잡아갔다. 60년대 김영삼이 신민당 원내총무를 맡자 대변인을 지내며 정치영역을 확대해 갔다. 좀 더 정확히 말하면 그는 ‘고흥문계’였다. YS도 DJ 사람도 아니였다.

그는 1980년대 전두환 정권이 들어서자 정치규제에 묶여 정치활동이 금지됐다. 그러자 민주화추진협의회, 민주인권연구회 회장 등으로 활동하며 민주화 의지를 불태웠다. 이때 상도동 동교동 사람들과 두터운 친분을 쌓게 됐다.

이 전 의원이 ‘YS’나 ‘DJ’ 사람이 아니었기에 87년 야권후보 단일화 과정에서 ‘중책’을 맡았다. 중립을 지킬 수 있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 이종구 한나라당 의원. ⓒ뉴시스
87년 10월 이 전 의원은 민족문제연구소로 YS를 찾아왔다. DJ의 뜻을 전하기 위해서였다.

YS를 만나 DJ의 뜻을 전한 이 전 의원은 수심에 찬 얼굴로 나오는 것을 당시 노병구 통일민주당 전당대회 부의장이 예감이 좋지 않아 따라가서 물었다.

“회장님(이 전 의원은 당시 2·8동지회장을 맡고 있어 그렇게 불렀다), 불길한 소식입니까?”

이중재 전 의원은 힘없는 어조로 대답했다.

“틀렸어, 다 틀렸어. 나는 호남사람이니 틀린 걸 알면서도 김대중씨를 따라가지 않을 수 없어.”

“그럼 또 80년대처럼 다 잡은 정권을 포기한단 말입니까. 이번에야 말로 군정을 확실하게 끝낼 호기인데 합의가 어려우면 김영삼 총재의 경선을 받아들이면 될 것을 왜 경선을 거부하는 겁니까. 이번에 놓치면 우리시대에서는 민주화하자는 말도 할 수 없게 되고, 그 책임은 김대중씨가 져야 합니다.”

노 국장의 말을 듣고 있던 이 전 의원이 말했다.

“내 생각도 노 국장(신민당 당기국장을 맡았던 이력 때문에 그렇게 불렸다)의 생각과 같아. 그런데 김대중씨는 자기 집 지하방에 나와 양순직씨, 그리고 몇 사람을 앉혀 놓고 김영삼, 노태우, 김종필 이 세 사람을 대통령 선거에 나오게 해서 넷이 싸워야 내가 틀림없이 대통령에 당선된다고 역설하는 거야.”

“어째서 그렇습니까?”

“경상남북도는 김영삼·노태우가 나눠먹고, 충청도는 김종필 씨가 많이 가져간다고 해도 전라남북도와 수도권은 자신이 절대우세하고 강원도도 자신이 있다고, 4자가 출마해야 꼭 당선된다는 논리를 펴면서 고집을 부리니 어쩔 수가 없어. 나도 답답하고 양순직씨도 경선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쪽인데 어쩔 수 없군. 노 국장, 이제 결과는 하늘에 맡기는 수밖에 없게 됐어. 수고해.”

이 전 의원은 정치를 하는 동안 이때를 상기하며 “내가 양심을 버렸던 적이 있다”고 회고했다고 한다.

이후 1995년, 92년 대선에서 패한 대권 3수생이었던 DJ가 지역등권론을 내세우며 민주당을 둘로 쪼개 ‘국민회의’를 창당하자 대부분의 민주당 국회의원들은 다음 당선을 위해 국민회의로 당적을 옮겼다.

이 전 의원은 또다시 ‘노병구’와 만날 기회가 있었는데, 그때 ‘노병구’는 “아무래도 정치상황상 당적을 옮겨야 하지 않겠습니까?”라 묻자, 이 전 의원은 이렇게 답했다고 한다.

“내 양심을 두 번 버릴 수는 없다.”

97년 대선과정에서 이 전 의원이 속한 민주당과 신한국당이 합당해 한나라당이 되자 이중재 전 의원은 이에 참여했다. 이 전 의원이 국민회의에 참여하지 않았기에 그의 아들이었던 이종구 의원이 자연스럽게 한나라당과 인연을 맺을 수 있었다. 이 전 의원이 나름 소신을 보인 정치를 해 왔기에 그의 아들이 재선에 성공, 금배지를 달 수 있지 않았을까.

 

담당업무 : 정치, 사회 전 분야를 다룹니다.
좌우명 : YS정신을 계승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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