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개헌과 선거제도 개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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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개헌과 선거제도 개혁
  • 강상호 한국정치발전연구소 대표
  • 승인 2018.11.28 0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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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상호의 시사보기>선거제도 바뀌더라도 개헌 안 되면 정국운영 어려워질 것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강상호 한국정치발전연구소 대표)

개헌과 선거제도 개혁은 함께 검토돼야 한다. 그런데 여야 간 이해의 차이로 개헌의 동력은 크게 떨어졌고, 선거제도 개혁은 21대 총선을 앞두고 정치권에서 뜨거운 쟁점으로 부상하고 있다. 일부에서 선거제도 논의는 개혁의 입구이고 개헌은 개혁의 출구라면서 선거제도를 우선 개혁하고 개헌은 다음으로 미루자는 의견을 제시하고 있지만,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이 검토되는 현시점에서 개헌과 선거제도 개혁은 분리해서 생각할 수 없다.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할 경우 정치권의 지형은 현재와는 판이하게 바뀔 것이며 분권과 협치 그리고 연정이 없이는 정국을 운영할 수 없다는 점에서 현행 대통령제가 제대로 작동할 수 없기 때문이다.

현재 논의되고 있는 연동형 비례대표제에 대해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은 명분상으로는 도입 필요성을 말하면서도 많은 의석을 중소 정당에 내줘야 한다는 점에서 주저하는 상황이고, 바른미래당·민주평화당·정의당은 비례성과 대표성 제고를 위해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들 정당의 입장은 제20대 총선 결과를 보면 쉽게 이해된다. 더불어민주당은 25.5%의 정당 득표율로 41%의 의석수를 가져갔고, 정의당은 7.2%의 정당 득표율에도 불구하고 2%의 의석수만을 가져갔다. 거대 정당은 과대 대표되고 중소 정당은 과소 대표되는 현재의 선거제도를 극명하게 보여 준 사례다.

현재의 선거제도는 병립형 비례대표제다. 정당 득표율이 전체 의석수에 연동되는 것이 아니라 비례의석에만 반영된다. 제20대 총선에서 소선거구제 지역구 의석은 253석이었고 전국단위 비례의석은 47석이었는데, 비례의석 47석을 총선에서 득표율 3% 이상을 얻거나 5석 이상을 획득한 정당에게 정당 득표율에 따라 비례의석을 배분했다. ‘비례대표제 포럼’의 분석에 의하면 현행 병립형 비례대표를 실시한 제13~19대 총선에서 당선자가 획득한 표는 평균 987만 8727표였는데 낙선자들이 얻은 표는 1023만 2362표로 사표가 당선에 기여한 표보다 35만 3635표 많았다. 제20대 총선 결과를 반영해도 비슷한 결과가 유추된다.

총 유효 투표수의 절반 이상이 사표화 되는 현행 선거제도의 개선책으로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선거 때마다 정당과 후보들의 공약으로 등장했고, 2015년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연동형 비례대표제인 권역별 비례대표제 도입과 지역구 vs. 비례 비율을 2대1로 하는 정치관계법 개정안을 내기도 했다. 연동형 비례대표제의 경우 비례대표 명부작성과 관련해 전국단위 연동형과 권역별 연동형으로 나눌 수 있는데 비례대표 명부작성에 유권자의 선호가 반영되고 비례대표 후보자에 대한 공정한 평가를 위해서는 권역별 연동형으로 갈 수밖에 없다. 권역별 연동형 비례대표제에 대해서는 독일의 선거제도를 참조할 수 있다.

최근 더불어민주당 대표인 이해찬 의원이 총리공관 만찬에서 연동형 비례대표제의 문제점을 지적한 것이 연동형 비례대표제에 반대한 것으로 보도돼 야당들로부터 거센 비판을 받았는데 최근 더불어민주당에서 ‘절충형 비례대표제’를 검토하는 것으로 일부 보도되고 있다. 절충형 비례대표제란 현행 ‘병립형 비례대표제’와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절충한 것으로 비례의석 수의 50%는 연동형 비례대표제로 배분하고 50%는 병립형 비례대표제로 배분한다는 것이다. 총 의석 수를 360석(지역 240석 + 비례 120석)으로 하고 제20대 총선 정당 득표율을 적용하면, 정당 득표율 25.5%을 얻은 더불어민주당은 연동형 비례대표제의 경우 비례의석을 한 석도 가져갈 수 없으나, 절충형 비례대표제의 경우 15석의 비례의석을 가져갈 수 있다.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초과의석 인정 문제 그리고 초과의석 인정 시 보정의석 도입 여부 등 경우의 수가 많다. 논의할 부분이 많아 정교하게 설계되지 않으면 예상치 못한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 아무튼 어떤 형태로든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도입되고 권역별 비례대표제가 실시되면 제21대 총선 결과는 다당제로 나타날 수밖에 없다. 일부 정치학자들은 시뮬레이션을 통해서 유의미한 정당의 수가 크게 증가하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는데, 이 시뮬레이션이 역대 총선 결과를 데이터로 사용하다보니 기존 정당만을 대입한 결과라는 점에서 신뢰도에 문제가 있다. 예를 들면 권역별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실시되면 전국정당을 포기한 지역정당이 등장할 수 있는데 지역주의가 강한 한국정치에서 지역정당은 유의미한 의석을 확보할 수 있다. 지역정당 외에도 특정 이슈를 중심으로 이슈정당이나 이념정당의 출현도 가능하다.

문제는 제21대 국회가 시작하는 2020년 5월 31일까지 헌법개정이 안 돼 확산된 다당제 하에서 현행 대통령제가 실시된다면 정국운영의 난맥상은 불을 보듯 뻔하다. 제 정당 간 선거법에 대한 합의가 이뤄져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채택되면, 여야는 2020년 5월 31일까지 현행 헌법을 개정한다는 별도의 합의서에 서명하기 바란다. 

 

- 정치학 박사
- 고려대학교 총학생회장
- 행정자치부 중앙 자문위원
- 국회 개헌특위 자문위원
- 경희대학교 객원교수
- 고려대학교 연구교수
- 국민대학교 정치대학원 겸임교수(현)
- 한국정치발전연구소 대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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